나는 너에게 배운다















이 책을 사서 읽을거란 말에 회사동료 e 양이 다 읽고 얘기해달라 했었다. 어제 점심시간,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길 해주었다. 애초에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남자들이 여자들의 말을 귀기울여듣지 않는 사례들을 열거하며. 그러다 결국 중동에선 그게 더 심하게 나타나고, 그것이 강간으로 글을 맺게 했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결국 일상적인 유치한 일 하나가 글을 맺을 때는 강간을 언급하게 돼. 


여성의 이런 상황이 좀더 극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가령 중동 국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 여성의 증언은 법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 강간자의 주장을 반박할 다른 남성 증인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자신이 당한 강간을 스스로 증언할 수 없다. (p.17)


정말 엿같은 경우지, 하면서 나는 계속 말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평등결혼 이라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생각했어. 동성간의 결혼이 그것인데 말야, 라며 나는 엊그제 페이퍼에 썼던 내용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결국 이런 말로 끝맺게 됐다. '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 덕분에 알게 된거야. 책 읽는 거, 진짜 좋지 않아?'



정말 그랬다. 이 책을 읽고나서 평등결혼 이란 것에 대해 뭔가 새로이 눈이 뜨이게 되면서, 아 내가 이걸 읽지 않았다면 전혀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을 알게됐다, 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흥분한거다. 책 읽는 거, 이건 이래서 좋구나. 누군가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그걸 이 먼 곳에 있는 내가 읽을 수 있다니, 그리하여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다니. 아, 책이란 것은 정말이지 얼마나 좋은가! 대체 이런 책을 어떻게 읽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원래 책을 좋아했지만 새로이 더 책이 좋아졌다. 마치 좋은 사람이 하루 지나고 나면 더 좋아지는 것처럼. 왜 그럴 때가 있잖은가, 어제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해, 어제가 최상인 줄 알았는데!!!!!!!!!!!!!!


뭐, 그런 기분을 느끼면서 어제 퇴근길, 사무실 저어어기쯤에 처박힌 책들이 뭐뭐 있었지, 집에 좀 가져가얄텐데, 하고 꺼내보다가 어머, 파스칼 키냐르의 책이 나와서 헐, 했고 성석제의 투명인간이 나와서 또 헐했다. 이것들..내가 언제 산거냐.. 다른 알라디너의 글을 읽고 투명인간 사봐야지, 사볼게요 라고 댓글 달았던 건 기억하는데, 그 뒤의 주문은...내게 기억나지 않건만. 나...왜이렇게 행동이 재빠른거지... 하아- 뭘 그리 생각하면 바로 실행이냐 ㅠㅠ 왜이렇게 사무실에도 책이 많아 ㅠㅠ 눈물나. ㅠㅠ 그치만 즐거운 마음으로 책읽기를 계속할것이니, 언제 산 지도 모르겠다는 것에서 오는 좌절감은 툴툴, 털어버리자. 하아-





매주 꼬박꼬박 내게로 도착하는 시사인의 문화면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해서 문화면을 꼼꼼하게 다 들여다보는 건 아니고, 영화와 책에 관한 것만 들여다보는 편이다. 어제도 읽다가 막 세상에 이런 책이 있다니, 하면서 몇 권 또 관심 도서로 찜해두었다. 이 중에 어떤 책들은 구매와 읽기로 이어지겠지만 아마도 어떤 책들은 그저 호기심만 가진 채로 멈추지 않을까 싶다.










먼저 이 책. '자바긴팔원숭이 연구자'의 책이란다. 와- 이건 뭐여??


비숲이 뭔가, 싶지만 시사인을 인용하자면,

'비가 탄생하고 비가 몸을 맡기는 숲' 이란다. 저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수업이 좋다는 말에 듣게 됐고, 재미있어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됐단다. 당시에는 까치를 연구했는데 교수로부터 '화려한 종을 연구하면 좋지 않겠느냐'란 말로 영장류 연구를 권했고 이런 과정들이 더 진행되서 결국은 군복무 대체로 간 인도네시아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마주치게 된다. 결국,


'2007년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해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가 되었다' 고 한다. (시사인 제401호 인용)


아니, 이건 나로서는 외계어나 다름없다. 나랑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누군가가 영장류에 관심을 갖고 자바긴팔원숭이에게 매력을 느끼다니, 야생 영장류학자가 되다니, 열대우림을 돌아다니다니!!! 아, 이 세상은 정말 다채롭지 않은가. 만약 이런 책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지구상 어딘가에 영장류학자들이 침팬지를 연구하며 열대우림에 가있을 거란 사실 자체를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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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 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하여 대한민국 최초로 야생 영장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산하 박사의 밀림 모험기를 담은 책이다. 서울 대학교 동물 자원 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생명 과학부 대학원에서 ‘까치의 서식지 구성’과 관련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몇 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으로 뛰어들어 긴팔원숭이의 행동 생태를 연구하였다. 

2년 여간의 관찰 기록을 바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에는 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때때로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을 방문, 후배 연구자들을 지원하며 긴팔원숭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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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에 실린 서평을 마저 다 읽지 않아도, 책 속 그림에 나타난 노란 새가 혹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에 가고 싶었던'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게다가 서평의 마지막에 


''나'는 그렇게 자라고 자라서 이야기 쓰는 사람, 작가가 된다'


라는 문장마저 읽으니,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또한 상상력 가득한 그림책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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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이 빛나는 ‘상상력’이며 ‘꿈의 한 조각’임을, 노란 깃털과 노란 새에 비유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딴생각’을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이며, 동시에 ‘딴생각’을 못하게 하는 어른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지닌 깃털을 하나씩 품게 되길, 그리고 언제든 그 깃털의 힘으로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여행하게 되도록 이끌어 준다.

소년이 학교에서 너무너무 벗어나고 싶을 때, 그 일은 처음 일어났다.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말을 따라 달리고, 사슴나무 위에도 앉아보고, 물고기들과 경주를 하면서 바람처럼 떠돌아다닌다. 부모님은 피아노를 선물하여 소년의 마음을 붙잡으려 해보지만, 오히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그의 여행은 계속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변한 것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멀리 떠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 신비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원인을 찾아낸다. 바로 노란 깃털이다. 그는 깃털 덕분에 상상의 여행에 대하여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면서 그는, 이곳에 있으면서 저 먼 곳에도 있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을 발견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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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독서공감'은 시사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코너인데,

이번에 소개한 책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다. 네 살 먹은 딸 매이와 함께하는 아빠 육아일기 인데, 

정여울이 언급한 '내 아이에게 적대적인 다른 집 아이를 대하는 매이 아빠의 내공' 부분을 꼭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 그건 분명 나에게도 또 다른 어른들에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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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 아빠가 자신의 지식과 실제 양육 경험을 접목한 육아일기이자, 어른들이 잃어버린 천진난만함을 간직한 어린아이의 성장기이자, 인간의 근원적인 비밀과 존재 욕망을 탐구한 정신분석학 책이다. 여느 초보 아빠들이 딸을 키우며 한 번쯤 겪었을 일상의 소동을 유쾌하고 밝은 필치로 풀어낸다. 눈앞에서 일어난 듯한 생생한 묘사는 물론,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유머와 애틋함, 초보 부모가 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신분석학의 기본 지식을 담았다.

"아빠 미워, 엄마 좋아!" 입에 달고 살기, 엄마 젖꼭지를 향한 음탕한 눈빛과 에두르는 말투, 알몸으로 술래잡기, "치카치카 안 합니다!" 도망 다니기, 코딱지를 파내 먹으라고 내밀질 않나, 빗소리를 들으며 감상에 젖질 않나, TV 채널권을 둘러싼 딸과의 치열한 신경전까지….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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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럴때 기쁘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 내가 관심두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는 관심을 갖고 또 그걸 말하고자 하니까.

이 책은 시사인을 인용하자면,

'만화연구가 김낙호가 권해주는, 일종의 만화 추천 목록' 이라고 하는데,

아, 이 세상에는 '만화연구가' 라는 직업도 있는 것이다.

새삼 나란 사람은 가장 보통의 직업을 가진 가장 보통의 사람이 아닌가 싶다.

만화연구가가, 열대 우림에 가서 자바원숭이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 보통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시선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니,

오래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 의 헌신]이 생각난다. 그 책에 등장한 교수가, 

이 세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톱니바퀴를 구성하고 있다, 뭐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던 거다. 그러므로 '필요없는' 사람은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맞물리며 돌아가야 한다, 고. 당연히 정확한 문장은 아니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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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연구가 김낙호가 총 276종의 만화를 추천한다. 원하는 주제를 다룬 만화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39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일상, 위로, 사회 등의 큰 분류를 다시 연애, 거짓말, 청춘, 가난 등의 키워드로 나눠 이를 다루는 만화를 각각 5~8종씩 소개한다. 10년 넘게 만화 전문 서평가로 활동해 온 저자가 누구나 공감할 만큼 세상을 훌륭하게 담아낸 만화를 선별하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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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한 사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간접 경험이 가능하고, 이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지식을 얻는 일이 또 가능해진다. 책은 이걸 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어제 또 책을 샀다고 해서 뭐, 크게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게 아니겠는가.



내가 어제 또 책을 샀다는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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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5-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일매일 책이 더 좋아져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역시 내가 이 책을 도대체 언제 샀단 말인가 하고 헐 할때가 많아요.ㅠㅠ 앞으로도 안 읽을 것 같은 책들도 많ㅠㅠ;;

다락방 2015-05-21 12:41   좋아요 0 | URL
제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문나잇님.
저는 요즘 부지런히, 앞으로도 안읽을 것 같은 책들을 팔고 있답니다.
아니, 이럴 걸 왜 샀을까요...하아.... -0-

2015-05-2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