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이메일 보내기) l 2015-04-29 13:56


크- 내가 요즘 아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페미니즘의 도전]과 [집 나간 책]을 같이 읽고 있어서 그런데, 페미니즘의 도전 읽기를 멈출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집 나간 책 읽기를 뒤로 미룰 수도 없기 때문에(읽고싶어!!) 그렇다. 그렇지만 나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육체도 하나 뿐이라... 여튼, 


어제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사회운동 진영에서 여성 활동가가 동료 남성 활동가에게 성폭력/차별/무시당하는 것은, 기존의 진보 개념으로 치자면 사소한 문제이고 전체(=남성)를 위해 덮어두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도 정치적인 문제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심각한 모순이다. 마르크시스트든 파시스트든 집에서 설거지 안 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진보 진영 내부에도 남성 중심 논리가 관통한다. 성폭력도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운동권' 남성이 '일반' 남성보다 성폭력을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깊은 은폐 논리와 조직 보위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이 빈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p.136-137)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정확히, 줌파 라히리도 이 얘기를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책, [저지대] 에서였다.


가우리는 그의 독립적인 생활이 고마웠다. 동시에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다. 우다얀은 혁명을 원했지만 집에서는 남들이 해주기만을 기대했다. 식사 시간에 그가 하는 거라곤 자리에 앉아서 가우리나 어머니가 그 앞에 접시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203쪽

















혁명을 원하고, 이른바 '깨어있는' 의식을 가졌다고 한 남자지만, 집에서는 가만히 앉아 엄마가 밥 주기를 기다리는 우다얀 이었다. 우다얀이 혁명을 원한 부분은 어느 지점일까? 그가 원한 건 어떤걸까?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왜 형은 자신처럼 혁명가가 되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러나 자신이 늘 보내는 일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았던 건, 왜일까? 우다얀은 혁명에 뛰어들지 않는 형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53쪽



물론 사회적으로, 우다얀의 혁명, 우다얀이 바꾸고자 한 세상은 의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가정,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으로 돌아왔을 때,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다얀은 어땠을까? 우다얀은 문제가 있으면 들고일어나는 사람이지만, 그건 '자신이 보는 문제에 있어서만' 그랬던 것일테다.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 집에서 설거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나 내가 설거지를 싫어해서 그렇지, 그렇다고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남동생도 설거지를 한다. 당연하다. 정확히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고, 대체적으로는 내가 설거지를 더 많이 하긴 하지만, 나보다는 아빠가 더 설거지를 많이 한다. 나는 내 남동생이, '엄마가 접시 놓아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남자가 아니기를 원한다. 직장을 다니는 건 남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아빠도 그렇다. 최근엔 엄마도 그렇다. 물론 엄마는 타인들이 있는 곳에 출퇴근하는 건 아니고, 조카들을 돌보아 주시는 거지만, 어쨌든 엄마도 그 일을 함으로써 돈을 받는다. 집에서 뭔가 먹을 때, 우리는 분업화 되어 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커다란 상을 펴는 것과 고기를 굽는 것을 남동생이 한다. 와인을 따는 것은 내 담당이다(응?). 소주는 아무나 다 딴다. 엄마는 야채를 준비하시고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하신다. 청소를 할때면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남동생이 걸레질을 한다. 내가 빨래를 널고 있을 때 남동생은 이불이나 카페트를 턴다. 가족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나는 커피를 내리고, 남동생은 무거운 걸 나를 때 꼭 불려간다. 아침 출근때 내가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으면 남동생이 다 먹고 반찬을 다시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예전에 남동생과 밖에서 술을 마실 때면 거의 대부분 내가 돈을 냈지만, 이제는 1차는 내가 내고 2차는 네가 내고, 가 자연스러워져있다. 너도 벌고 나도 버니까. 남동생은 앞으로 혼자 살지 결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밥그릇을 앞에 놓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같이 있는 내가 끊임없이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해야 해, 하고. 뭐,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 친구중엔 아직도 아들만 귀하게 대하는 집에서 사는 친구가 있다. 딸들에겐 모난 과일을 주고 예쁜 과일을 골라서 아들을 준다고. 아들은 집안 일 중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새삼 내가 '모두 다 같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라나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언젠가 내가 혁명을 일으켜 모두 다같이 일하는 집으로 바꿔놨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윽. 갑자기 '에쿠니 가오리'가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을 가려고 하자 남편이 그랬다고 한다. "그럼 내 밥은?"


아 병신...

됐고.



근무하는 엄마 얘기를 하자면, 

엄마는 평일 내내 여동생 집에서 아이들을 봐주신다. 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지라 오전의 일부는 엄마의 시간으로 뚝 떼어내 쓸 수 있다. 그 사이에 엄마는 핫요가를 다니신다. 여동생이 등록해줬는데, 거기 가는게 엄마는 그렇게나 좋다고 하신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내는 게 아주 좋으시다고. 그리고 금요일 저녁, 우리가 있는 집으로 오셔서 주말을 보내시고 일요일 오후 다시 안산엘 가신다. 지난주 금요일엔 여동생이 심한 두통이 찾아왔는데, 그래서 엄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우리 집으로 오시기가 좀 저어되신 모양이다. 그래서 머뭇머뭇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셨다는데, 여동생이 자꾸 가라고 해서 집에 오셨단다. 이 일에 대해 여동생과 다음날 통화를 했다. 그때 여동생이 내게 말했다.



언니, 내가 고용주로서 엄마를 빨리 퇴근시키고 싶었어. 얼마나 지쳤겠어, 아이들하고 평일 내내 씨름하느라. 빨리 퇴근시켜드려야지.



아, 정말 고마웠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고용주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 머리 아픈건? 했더니 두통약을 먹고 버텼지, 란다. 평일 내도록 자신의 집에 와있는 엄마가 아빠 도시락 반찬 만들 시간이 없을 거라며 엄마 편에 반찬도 해서 보냈더라. 예쁜 동생이다. 반찬은 나도 못하는데...내가 하면 모두 싫어하겠지만...(  ")



아까 줌파 라히리의 저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갑자기 또, 원래도 좋아했지만, 줌파 라히리에 대한 애정이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말해야 하는 걸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거지, 라는 단어 때문에 얼마전에 읽은 [정희진처럼 읽기]의 이런 구절도 생각난다.















그녀가 이 책을 쓰게된 계기는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만일 남자 요리사였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 생겼지 않았을까?" 였다. 물론 스타 요리사의 성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 이다. 


몇 쪽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서 친구에게 줘버린 터라 확인도 할 수 없엉..어쨌든 지금은 품절인 이 책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09:20에 <양재에서 술이나 마실까?>란 문자를 받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좋아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침부터 술얘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난 진짜 술이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주 플랜 짜야겠다. 뭐먹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시무룩)


왜 사람은 온전히 기쁠수만은 없는걸까? (시무룩*2)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른 2015-04-29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충격적인 병신이네요.....그럼 내 밥은? 이라니...하핫

비로그인 2015-04-29 20:3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사랑해요❤️ (취해서 이러는 거 아님)

아른 2015-04-29 21:47   좋아요 0 | URL
제맘은 이미 다락방님 곁에♥(절대 안주 때문이 아님)

무해한모리군 2015-04-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살이 안찌지 않나요??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5-04-30 10:48   좋아요 0 | URL
제발 술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얘기해줘요, 휘모리님.
어제 2차까지 먹었단 말이에요.
안주는 그저 거들뿐... ㅠㅠㅠㅠㅠ

clavis 2016-01-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재밌는 글에 좋아요는 한번밖에 안되냐고요 시무륵

천국은 아마.말이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곳일거야.하고 말한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