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언가에 겁 먹었을 때, 겁먹지 말라고, 다 지나갈거라고 하는 말들보다는, 누군가 다른 일들에 겁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힘을 얻고 위로를 얻을 때가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가르만은, 할머니들과 아빠 그리고 엄마에게 겁나는 게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그들 모두 저마다의 겁나는 상황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것은 가르만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묘하게도 힘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자의 이유로 겁먹고 있구나, 하면서. 그래,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어린아이에게 학교 가는 게 아닌 죽음이나 미끄러운 눈길이 두려울 일이 뭐란 말인가. 그러나 할머니들에게는 학교 가는 것은 죽음이나 눈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다른 두려움에 맞닥뜨리고, 그걸 경험해가면서 한 해 한 해 더 자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림도 생동감 있고, 대화들도 따뜻하다.
엄마의 두려움 앞에서-가르만이 차길을 건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당연하게도 아홉살 소년 오스카가 생각났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의 그 오스카. 잘 살피겠지만, 그래도 더 잘 살피면서 차길을 건넜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