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건 왼편의 소설책인데 이 책이 만화책으로도 있네? 뭐, 여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책, 《선생님의 가방》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쓰키코 상, 이 집 온천물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에요."
선생님은 돌아보며 말했다. 네, 하고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흔들흔들 서 있다.
"좀 있다가 괜찮아지면 목욕을 하고 와요."
"네."
"목욕을 끝내고도 밤이 길 듯하면 제 방으로 오세요."
네, 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예? 하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예? 그건 무슨 뜻이에요?
"뜻 같은 건 없어요."
그렇게 대답하고 선생님은 문 저편으로 사라졌다.(p.181)
아니, 뜻 같은 게 없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지, 대체 왜 '목욕을 끝내고' 자기 방에 오라는 거냐. 대체 왜 '밤이 길면' 오라는 거냐. 다른 뜻이 없다면, 그렇게 뉘앙스 풍겨가며 말하지 마라, 이놈아. 그러면 안돼. 어디 감히... 확실할 때만 말을 하라고, 말에 뜻을 담으라고, 뜻이 있는 말을 하라고, 이 개놈아.
오늘 친구 m 과 대화를 했다. 주제는 m 의 썸남에 관한 거였다. m 과 썸남은 서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고 하루종일 연락을 하는데, 뭔가 어정쩡한 관계가 싫어 m 은 썸남에게 우리는 뭐냐, 물었고 썸남은 '신중하고 싶다'며 그녀에게 조금만 더 만나보자고 했단다. 그래서 '아직 사귀는 건 아닌' 사이라고.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그래, 신중한 게 나쁜 건 아니니까, 하고 무심히 넘기려고 했는데, 오호라, 이들 둘 사이가 그냥 넘겨서는 안되는 사이인 거다. 하루종일 연락하는 것도 그렇지만, 썸남이 친구에게 멘트를 자꾸 던지는 것. 이를테면 자기 품에서 잠이 들라느니, 팔베개를 해주겠다느니 하는 등의 멘트와, 만났을 때는 자연스레 다정한 스킨십을 한다는 것. 아니, 뭐라고. 그럼 어정쩡한 걸 답답해하는 여자쪽이 충분히 이해되는 게 아닌가. 당연히 답답한 거 아닌가. 다정한 스킨십에 다정한 밤멘트. 그런데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고??????
야 이놈아!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어디 그런 ...
뜻이 없으면 스킨십 다정하게 하지마.
뜻이 없는데 막 밤멘트 던지지마! 이쉐키가...
이놈아!
그렇게 우리는 그놈을 욕하면서, 나는 말했다. 간 보는 남자 질색이라고, 유도질문 하는 것도 딱 질색이고. 그러자 m 이 말했다. 요즘 남자들은 너무 유약하다고. 나는 역시 그 말에 동의하며, 맞다, 그래서 나는 마초맨이 좋다, 라는 말을 던지고야 만 것이다. 마초맨이 짱짱맨. 나의 마초맨 ♡
아, 오늘 아침 이비인후과 약을 먹었는데, 머리가 너무 멍- 하다. 머릿속에 안개 낀 것 같아, 약국에 전화해보니 드물지만 그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약 먹지 말란다. 하아- 지금 머리 멍한 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거라고...
어제 남동생과 고추바사삭치킨에 소주를 마시면서 내가 그랬다.
내가 세상에서 좋아하는 두 남자가 있는데 하나가 너야.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그래 고맙다.
.............................................................................................대화종료.
머리가 멍해서 페이퍼를 더 못쓰겠네?
아, 맞다, 지금 나에게 [영원히 사랑해] 가 오고 있다.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바로 그 소설! 오늘 못올지도 몰라서 집으로 배송시켜놨으니, 내일은 받을 수 있겠지. 주말엔 이 책을 읽어야겠다.
아, 멍해..
아, 방금 전에 미숙이 (♡)가 나에게 쪽지로 말해줬다. 어제 다른 친구 n 을 만났는데 내 얘기를 전해줬다고. 요즘 다락방이 난리났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해줬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페이퍼도 멍하네. 내 머리가 멍해서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가지 이유로 그렇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거 사야지. 너무 좋은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