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꼭 핀란드의 그 카모메 식당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사치에가 만들어내는 요리들을 한 번씩 꼭 맛보고 싶어졌으니까. 물론 이건 영화고, 실제로 이 식당과 사치에가 핀란드에 존재하진 않겠지만, 어쩐지 비슷한 곳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던 거다. 뭐, 이건 로망이라 불러도 될 것이고.


며칠전에는 어쩌면 영화보다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책을 찾아 읽었는데 책은 영 별로였다. 무엇보다 사치에가 핀란드로 가 식당을 열고 정착할 수 있는 돈이 '복권 당첨'으로 생긴다는 게, 책으로 읽으면서 도무지 받아들여지질 않는거다. 나는 노동 없이 생기는 커다란 수익에 대해서 정말이지 용납이 안되는 인간인 것 같다. 완전 빡친다고 할까. 《남과 북》이라는 작품에서 여자가 나중에 지인의 재산을 물려받는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고, '아델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에서는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맡겨둔 예금의 이자가 점점 불어나는 동안 여행이나 다니는 주인공을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단 말이다. 그래서 1권만 읽고 2권은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 《카모메 식당》 사치에의 복권당첨이라니. 아...힘들어.













어릴적의 우리집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다. 물론 유복한 집도 당연히 아니었고. 초등학교 시절 친구네 놀러갔다가 그 집에 정원이 있는 걸 보고 완전 놀랐던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화장실이 재래식이었고 그 화장실에 열쇠며 슬리퍼를 빠뜨리기 일쑤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했다거나 밥을 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과외를 시켜주는 대신 헌책방에 가서 헌참고서를 사줬지만, 정품 대신 리어카에서 파는 카셋트 테이프를 사줬지만, 어쨌든 엄마는 내게 필요한 걸 가급적 해주려고 하셨다. 며칠간 조르고 졸라서 10만원짜리 마이마이를 얻어내기도 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도 내가 잘못했다. 내가 중학생이던 그때, 우리집에서 10만원이라니...내가 미쳤었지.....엄마가 안된다고 안된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얼마나 졸졸 쫓아다니며 사달라고 했던지. 냉장고에 메모지도 써붙였었다. 제발 좀 사달라고...아...철없었어...외식으로 짜장면조차 먹으러 나가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가슴이 아프다. 엄마한테 잘해야지...



아니, 근데 지금 뭐하는거야.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닌데 왜 갑자기 마이마이가...


여튼, 내가 돈에 무슨 한맺힌 게 아니란 말이다. 돈에 대해 크게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노동하지 않고 돈이 불어나는 사람들을 보면 이토록 빡.치.는.가!!!!!!!!!!!!!!!!!! 진짜 돌아버리겠단 말이다!!!!!!!!!!!!!!!!!!!!!! 할아버지 유산을 은행에 맡겼더니 점점 이자가 불어난다니,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왜 부자 할아버지가 있어야 부자가 되냐고, 왜!!!!!!!!!!!!!!!!!!!!!!!



무슨 얘기 할라고했지?






아, 맞다. 카모메 식당. 여튼 책으로 읽다가 사치에가 미도리를 처음 서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한적한 곳의 서점에 대한 이미지가 갑자기 머릿속에 환상으로 그려지면서, 나는 핀란드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핀란드 여행기를 좀 보자, 고 생각해 알라딘에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오- 놀랍게도, 핀란드를 검색어에 넣고 엔터를 치면 핀란드 교육이나 디자인에 관한 책이 핀란드 여행에 관한 책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즉, 핀란드 여행기는 별로 없다는 거다!!!!!



















유럽이나 동남아는 많을텐데(라지만 사실 검색어에 넣어본 건 아니다) 핀란드 여행기는 얼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몹시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하자, 내가 하자!! 내가 핀란드 여행기를 쓰자!! 어떻게? 핀란드를 갔다와서!!!!!!!!!!!!!!!!!!!!! 그렇지만 나는 직딩이라 가려고 해도 그곳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3일 정도일텐데, 3일 정도만 갔다와서 여행기를 쓰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니, 가능은 하겠지만 그 책 속에 과연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유익하기까지 한 내용이 담길까? 흐음. 역시 길게 가는 게 좋을텐데, 최소한 이주일에서 한 달 정도는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려면 회사를 관둬야겠지? 이놈의 회사는 장기휴가를 주는 회사도 아니며 꼴랑 휴가 사흘 주면서 연차로 연결해 쓰지도 못하게 하니까. 역시 관둬야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하고,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해야 여행기를 쓸 수 있을테고, 여행을 위한 항공비와 호텔비를 마련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고, 돈을 벌려면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를 다니면 길게 여행을 못가고, 여행을 길게 못가면 여행기를 못 쓰고......................................





걍 한 시간 있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그나저나 이미 내 안에 들끓고 있는 이 미친 흥분은 어쩌나. 니미럴.. ㅠㅠ

집에 가서 술 마시고 노래나 불러야지.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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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0-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핀란드가서 고기 먹은 얘기 쓰시면 대박나실거 같아요. 출판사 여러분 여기 여행작가님 모셔가세요.

그 서점에서 만나서 가차맨 노래를 부르는거죠? ㅎㅎㅎㅎ

다락방 2014-10-14 11:50   좋아요 0 | URL
저는 갓차맨 노래를 부르는 대신 [찬바람이 불면~]을 부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핀란드가서 고기 먹은 얘기..라니. 아웅..좋네요 휘모리님. ♡

조선인 2014-10-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왜 댓글에는 공감 누르기가 없을까요. 휘모리님과 다락방님 댓글에 공감 공감 달았음을 알아주세요.

다락방 2014-10-14 12:58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의 공감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AYLA 2014-10-1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과 북이 그 사이에 번역서가 나왔었군요. 720쪽 ㅋㅋㅋ 핀란드는 아마 땅덩이가 좁고 쓸 거리가 별로 없어 단행본이 없는거 같아요. 그래서 기왕 가시는 김에 스웨덴이랑 노르웨이도 다 돌고 오셔야 한다는...!!! (노래+괴기+남자)

다락방 2014-10-14 15: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핀란드는 북유럽 몰아서 가는군요? 그러나, 그렇다면 제게는 더 좋습니다. 저는 어차피 사흘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니 사흘간 좁은 핀란드를 다 돌아보고 와야겠어요. 후훗. 하나만 집중 공략한다!!

네 남과북 번역서 나와서 사두었는데 읽지는 않았네요. 나오자마자 샀으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