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누구보다 드라이아이히의 남 씨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분들이 있어서 독일은 나에게 고향이다. 아우토반을 달려 동행해 준 소연과,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준 진현과 계현에게 고맙다. 그리고 베를린 홈볼트대학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며 『월간미술』 독일통신원으로 활동하는 신원정 씨와 프로이센 문화재단의 임케 리츠만(Imke Ritzmann)에게 고맙다. 이들은 기꺼이 나의 로드 매니저가 되어 주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미술사학과의 슐링크(Prof. Dr. Wilhelm Schlink)교수님과 비셔만(Prof. Dr. Heinrich Wischermann)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분들과 함께한 답사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발로 뛰는 미술사학자의 모범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 시절 나의 미술관 답사를 위한 멘토이자 파트너였던 슈투트가르트 주립도서관의 크리스티아네 람바흐(Dr. Christiane Rambach)박사와 튀빙겐 대학의 에드가 비렌데(Dr. Edgar Bierende)박사에게도 고맙다. (p.10)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책을 읽은 B님은 이 책을 내게 추천했다. 한 번 읽어보라고. 자신이 책을 쓰게 된다면 꼭 이런 책을 쓰고 싶다며 읽어보길 권했다. 표지와 제목이 근사한데다, 워낙에 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B님의 추천이라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냉큼 결제해놓고는 받아서 책장에 꽂아둔지 2년이 된 것 같다. 다른 많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그렇듯 이 책에 대해서도 몇 번이나 '중고샵에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읽지 않고 꽂혀있을 바에야 나중에 읽고싶어질 때 사고 일단 돈을 마련하는 게 낫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내가 미술을 알지도 못하는 데 과연 이 책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단 말이냐,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있었고.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다만 며칠전에 책장을 보고 그래 이 책을 팔자, 어차피 나는 읽지도 못해, 하는 생각으로 꺼내서는 침대 옆에 두었던 것이다. 침대 옆에 두고, 뭐 사진이라도 한 번씩 훑어보자 하는 마음에 방치해두었다가 어제, 읽고 있던 다른 책을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다는 이유로 잠깐 이 책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나는 책 처음에 있는 '프롤로그'를 읽었다. 자기전에 잠깐 몇 장 읽다잘까, 하는 생각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롤로그'만' 읽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런데.



와- 프롤로그가 너무 좋은거다. 자정으로 가까워지던 어젯밤, 침대에 엎드려 두 다리를 흔들며 책장을 넘기는데, 아, 이건 뭐 이렇게 프롤로그가 좋냐 싶은거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역시 이 책에 대한-그것이 프롤로그에 한정될지라도-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테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저 문장들, 저 문장들이 갑자기 내 눈앞에 영화처럼 그려지는 것이다!!!!! 게다가 9년간 독일에서 유학했을지언정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인데, 나는 헐리우드속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장면을 내가 그려내고 있었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과 《사이드웨이》가 생각났다. 그녀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던것처럼, 이 책의 저자 '이현애'는 독일로 간 것이고, 나의 패이버릿 사이드웨이에서 주인공이 와인 농장을 찾아다녔듯이, 이 책의 저자 이현애는 미술관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아! 이 한국인 저자 이현애의 글 앞에, 나는 한없이 로맨틱한 감정이 되어서는 헐리우드 영화를 머릿속에서 맘껏 맘껏 그려내는 것이다.



로드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장면이, 가끔은 혼자서 미술관을 찾아 관람하는 장면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들이, 누군가와 함께 답사를 가는 장면들이... 아, 엄청나게 아름다운 영상을 선사할 것 같은거다. 틈틈이 누군가에게는 전화로 도움을 부탁했을 것이고, 아우토반을 달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겠지. 그리고 내가 만든 영화속에서는 혼자 미술관을 찾은 그녀가, 그 미술관에 관람온 이국의 청년을 만나 로맨스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속 여자주인공은 이 책, 《독일 미술관을 걷다》를 쓰기 위한 사명감에 자신이 독일에 머물렀던 시절 좋았던 미술관들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거라면, 영화속 남자주인공은 자신이 그동안 번 돈을 몽땅 투자해 독일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러 온 것이다. 이들은 한 조형물 앞에서 감탄하다가 통성명을 하게되고, 서로 각자 이 자리에 왜 서있게 됐는가를 얘기하게 된다. 어느 한적한 미술관 옆 동물원을 함께 걸으며 그들은 같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남자는 그녀에게 솔직히 이렇게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보고 싶은 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봐서 만족해요. 다시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여기에 오기 전처럼 출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해야겠죠. 그렇지만 간혹 이 곳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와 남자가 독일의 미술관 앞에서 만나고 미술관 옆 동물원을 함께 걷고 하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든, 혹은 독일에 터를 잡고 그곳을 자신들이 함께 있어야 할 자리로 만들든, 그 결말이야 어찌됐든 좋다. 뭐 나로서는 그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오년이나 십 년이 지난 후에 독일에서 만나자, 하고 만나는 게 완벽할 듯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독일의 미술관들을, 함께 보았던 조형물을,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한시간 사십오분짜리, 그즈음의 영화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속에서 미술관과 조형물 또 동물원을 보는 재미도 있을거고, 주인공의 감정과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 자체를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은데. 그러다 또 서투른 캐스팅을 시작해보았다. '애슐리 주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나는 지금의 애슐리 주드가 아니라 과거의 애슐리 주드를 떠올리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접고, 가만가만 생각해 보았다. 누가 좋을까.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로맨스에 치중한 영화가 될 것 같고, 샤랄라 원피스만 입고 다닐것 같아서.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는 '로맨스가 가미된 박물관 로드무비' 쯤이 되어야 하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면 '박물관이 배경인 로맨스 무비'가 될 것 같은거다. '린제이 로한'에 대한 생각도 했다. 그녀가 이 역할에 어울려서가 아니라, 그녀가 이 역할을 맡는다면 획기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녀가 후회하지 않을 멋진 작품 선택티 되었을텐데! 아, 누가 좋을까. 적당한 인물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ㅠㅠ 차분하고 지적이며 세미정장이 잘 어울리는 여자배우면 좋을텐데! 남자 배우로는 이미 사망한 배우 '폴 워커'가 떠올랐지만, 그는 지나치게 액션적이라 안어울릴 것 같고..좀 섬세하고 많이 잘생기진 않은 배우여야 좋을텐데...

적당한 인물이 떠오를 때까지 캐스팅을 멈추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매일매일 자기전에 조금씩, 그녀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시간이 기대되기까지 하는거다. 아, 프롤로그만으로 나를 이토록 흠뻑 반하게 만들다니!! 특별한 스토리나 특별한 문장들이 아니다. 근데 왜이렇게 마음에 드는걸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그저 읽고 넘길만큼의 지나치게 평범한 글들인듯 한데-왜 쓰게됐는지와 10쪽의 인용문처럼 감사를 전하는 글들일 뿐인데!!-, 나는 이 프롤로그가 지독하게 마음에 든다. 이 프롤로그는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마무리할 무렵 소중한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긴 여행을 떠났다.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편안히 쉬시길‥‥‥. 나에게 생명의 온기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신 그분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나는 받기만 했는데 생전에 이 책이나마 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살아남은 자의 몫은 울음을 멈추고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 (p.11)




아주 조금씩, 그러나 자주. 이 책을 만날 생각에 설레인다. 어쩌면 이 책은 그간 내가 읽은 여행기들-이라고 해봤자 몇 권 안되지만-중에 최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덧붙임. 그러나 프롤로그 다음의 세 명의 추천사는 좀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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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4-07-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슐리 쥬드죠 그녀에요 그녀로 캐스팅 해 주세요!
전 다락방님 캐스팅에는 그녀라고 봅니다
전 프롤로그부터 촉이 오면 남겨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봐요 격정적인 독서라 할까요 후후
전 참을성이 없나봐요 후후
공교롭게도 저도 요즘 반고흐를 읽어요
왜 이 한여름에 미술 관련 책이 댕기는지....
전 대학교 도서관인데 여긴 그야말로 천국이에요 24시간 냉방 체제에요
오늘도 전 아무데도 안 나갈라구요 ㅎㅎㅎ

다락방 2014-07-04 13:07   좋아요 0 | URL
미술관련 책이라 일단 용어들이 생소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에 읽는건 저는 못할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 읽어야지요. 읽는다고 저는 다 기억할 수도 없지만 ㅠㅠ
그나저나 회사 사무실에 앉아 루쉰님의 댓글을 읽는 저로서는 24시간 냉방체제 대학 도서관이 부럽기만 하네요. 거긴 젊은이들로 가득하겠죠. 저도 거기 가고 싶어요 ㅠㅠ
아무데도 안 나갈 계획을 좀 수정해요, 루쉰님. 밥은 먹으면서 책 보라고요! ㅎㅎㅎㅎㅎ

꽃핑키 2014-07-0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ㅋㅋ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거지? 눈에 힘을 주고 읽어봐도 잘 모르겠던데요 ㅋㅋ 다락방님 말씀 듣다 보니 ㅋㅋㅋ 정말 멋진거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어제는 평생 관심도 없던 미술관 나들이 계획을 잠시 짜 보기도 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 ㅋ 저도 관심이 가네요! ㅎㅎ
다락방님 멋진 금요일 되세요!!

다락방 2014-07-04 13:08   좋아요 0 | URL
저도 좋은데 어디에서 좋은거냐고 물어보면 답을 못하겠는거에요. 다시 읽어봐도 뭔가 '느낌'이 좋은데 어느 문장이냐고 하면 그걸 못말하겠는....................전 아마 저 글귀들을 읽고 하게되는 제 상상쪽이 더 좋은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상상을 하게 해줬으니 저 글이 좋은걸지도.. ㅎㅎㅎㅎㅎ

꽃핑키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날이 화창해졌어요! >.<

루쉰P 2014-07-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대학교 도서관은 24시간 냉방으로 돌고 많은 젊은이가 와 있어요
거기에 제 근처에 예쁜 여학생이 앉으면 집중력도 상승해요 2년 간 일한 돈을 들고 전 여기 와서 딱 1년만 공부하려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있어요
중학교 영어 문제집 푸는 데 지나가는 학생들이 볼까봐 어깨를 움추리고 풀어서 쥐가 날려고 할 때도 있어요
복장도 청바지에 티만 입고 다녀요 학생처럼 보일려구요
사람은 간사해서 직장 다닐 때는 공부만 하면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 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니 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전 여기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걸 봐요 후후
절 안 차려도 되겠어요 여기가 절보다 더 나아요
알라딘만 자꾸 들어와요 허허허
저 그래도 여기서 안 나갈꺼에요 절대 허허허
밥도 김밥 싸와서 도서관 휴게실에서 먹어요 허허허
흠 암튼 다락방님이 부러워요 ㅠ 전 지금 방랑자니까요

다락방 2014-07-07 08:27   좋아요 0 | URL
우와, 루쉰님. 공부하는군요!
열심히 공부해요. 일단 뭔가 하고 싶은게 있으니 공부를 하는거겠죠?
지나가는 학생들이 볼까봐 어깨를 움츠리거나 하진 말아요. 보면 어때요. 루쉰님은 루쉰님의 공부를 하는건데요.
1년은 공부만 하며 보내기에 아주 길고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루쉰님이 원하는 바가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서 그래요, 열심히 해봐요.
응원할게요.
대학도서관은 루쉰님이 공부하기에 아주 맞춤한 장소인 것 같네요.
:)

루쉰P 2014-07-08 09:36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의 글을 보고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후후후
갑자기 넘쳐 흐르는 자신감.
아마 저에게 1년은 돌아오지 않을 기회이고 최고의 럭키 찬스입니다.
집에선 난리죠. 대체 너는 어디로 가느냐 하고 말이죠.
전 노무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비정구직들의 슬픔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 주고 싶어요.
대학도서관은 저에게 참으로 맞춤의 장소같아요 ㅎ 회춘이 되는 곳이기도 하구요.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저도 20짤로 돌아가는 이 느낌. 물론 아무와도 대화하고 있진 않지만 눈빛으로 말을 걸어요. 후후후후
다락방님의 응원에 힘 입어 오늘도 영단어를 외우고 있어요 푸하
다락방님도 2014년 중간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4년을 만드세요 ㅎ

2014-07-0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