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승헌에 대해서는 언제나 '대단히 잘생겼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잘생겼다고 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배우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건 그야말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대단히 잘생겨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겐 매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워낙 내가 드라마를 안보긴 하지만, 그가 어떤 드라마에 나왔었는지 기억도 안날뿐더러, 그가 드라마에 주연으로 나왔다한들, 드라마속의 캐릭터가 크게 여자들을 움직였던 것 같지도 않다. 그건 아마도 그의 도무지 발전할 줄 모르는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나는 그를 '잘생겼지만 개성이 없고 연기도 못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밋밋하게 느꼈었기 때문에, 새로 개봉하게 될 영화 《인간중독》이 '야하다'고 해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송승헌의 야한 연기는 기대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잠깐 보게됐는데, 오, 맙소사, 송승헌이 군인..으로 나오는거다. 군인장교! 장교가,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는, 그런 내용인거다. 오...이건...끌려. 내용적으로 끌려!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다. 제복에 가려진 탄탄한 몸, 제복을 입고 장교라는 지위가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에로틱함...이라니. 아니, 설정만으로 숨이 막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현빈' 주연의 《역린》도 보러가지 않았으면서, 송승헌 주연의 이 영화는 보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음..역시 안봐도 될뻔했군, 했다. 아...정말....하아- 송승헌은 내면의 감정을 살려내는 연기도 못하고 육체를 쓰는 연기도 못한다. 배드신은 실망스럽고-그런 남자랑 자고싶지 않다-, 숨을 못쉴것 같은 아픈 감정을 토로하며 울 때 관객은 웃는 현상이 발생하고 마는것이다. 게다가 결말의 오글거림은, 연기를 보완하기 위해 억지로 짜낸 것 같은 스토리랄까. 작위적이라 지나치게 실망스럽다. 어처구니가 없더라. 하아- 답답..하다.  뭐 이쯤하고.



초반에는 '군인'이란 직업이 주는 특성 때문에 영화를 보지말고 나갈까, 하고 생각했다. 헌병들의 거친 막말과 군인들의 폭력성을 보는게 너무 힘이드는거다. 시대적 배경은 아직 월남전중이던 그때이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아, 내가 왜 보러왔지, 싶을만큼 장갑을 끼고 상대를 엄청나게 폭행하는 군인을 보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아, 이게 앞으로 계속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보고있지, 싶어서 엄청 고민했다. 나갈까, 볼까, 나갈까, 볼까...



극중 송승헌은 월남전에서는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살아남은 전쟁영웅이지만, 지금은 다른 군인들의 폭력성을 참기 힘들어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부하의 아내를 좋아하게 되는데, 덩치 커다란 군인이 꽃을 사들고 여자에게 문병을 가는 장면이, 꽃을 그냥 두면 시들텐데 라는 말을 듣자마자 꽃병을 찾아내 꽃을 꽂는 장면이, 통조림을 따주는 장면이, 라이터가 예쁘단 말에 '가질래요?' 라고 묻는 장면이 좋아서, 그 장면들을 볼때는 아, 어떡해, 나 좀 두근거렸다.. 부하의 아내에게 성희롱하는 고참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장면 같은것들도. 그 장면들에는 두근거렸어...크고 강하고 힘있는 남자가 고분고분 여자의 말을 잘듣고 신경쓰는 건 진짜 멋진것 같다.




















영화 《빅 피쉬》는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환상적이라 그다지 내 마음에 들지 않달까. 물 속을 헤엄치는 나체의 여인, 엄청난 체구의 거인, 커다란 물고기, 이상한 마을, 시인이자 은행 도둑인 남자 등등. 그의 아들이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진짜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는 게 무리가 아닐만큼, 그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또 지어낸다.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해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네 아버지가 말하는 것들이 다 거짓은 아니란다' 라고.


아내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줄 알고 있는거다. 아내는 남편과 긴시간을 함께 해왔으면서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인 줄 알고,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내내 옆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쏟아주는데, 그 마음과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욕조장면이다.





몸이 아파 점점 약해지기만 하는 남편이 욕조에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쉬고 있는데 아내는 그 욕조 앞으로 찾아와 자신이 신던 구두를 벗고는 옷을 입은채로 그 욕조에 들어가 그의 위로 포개어진다. 아내는 남편에게 옷이 젖을테니 나오라고 말하는대신, 자신의 옷을 적셔가며 남편에게로 간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옷을 입고 욕조에 들어가는 남자를, 아내는 알고 있다. 그가 그런 남자라는 것을. 그런 남자를 그녀는 사랑하고 한결같이 사랑해왔다.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로 자신이 움직인다.



너는 그런 사람이야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인걸 알아 내가 너에게로 갈게.



욕조에 들어가있는 남편을 바라보다 결국 자신의 구두를 벗고 그 욕조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그녀의 마음은 바로 그런게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좋은 장면이었다. 기억에 남는.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점심 먹기전까지 분명 배가 고플테니 빵을 좀 사가자 싶어 회사 근처에 평소에 들르던 빵집으로 갔지만, 빵집은 없었다. 다른데로 이전을 한 모양인지, 늘 있던 자리에 빵집이 없었다. 허탈해졌다. 나는 이제 빵을 어디서 사먹지. 결국 빵을 사들고 오지 못했고, 뭐 먹을게 없나 냉장고를 뒤적이다 며칠전에 사둔 검은콩두유를 마셨다. 책상 위에는 어제 친구가 보내준 웨하스가 있다. 저걸 흡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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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피쉬를 봤는데, 저 장면은 기억이 안나고..;;

다락방 2014-05-21 10:54   좋아요 0 | URL
아, 난 저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이 영화를 나한테 추천해준 직장 동료가 있는데 자기도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고 해서 잠깐 이야기 나눴었네요. ㅎㅎ

자작나무 2014-05-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중독 다락방

다락방 2014-05-21 10:54   좋아요 0 | URL
여름휴가때 미국갈까 고민하다 비행기표 알아보고 마음을 접었어요. 흐..-

자작나무 2014-05-21 12:59   좋아요 0 | URL
전 여름휴가는 없는데 8월에 뉴욕가요.

다락방 2014-05-21 13:04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부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부터 언제까지 갔다오세요?

자작나무 2014-05-21 14:58   좋아요 0 | URL
8월말에 일주일이요. 중국비행기로 110만원에 구했어요.

다락방 2014-05-21 17:20   좋아요 0 | URL
중국비행기로 가면 반값이네요...

무스탕 2014-05-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떠~억! 광고하던 그것마저도 별로였군요. 하도 '벗은 송승헌'을 팔아먹길래 훌떡 넘어가 볼까..? 했었는데 패스~

다락방 2014-05-21 10:56   좋아요 0 | URL
옷입고 매력 없으면 옷 벗어도 별로 매력 없는것 같아요. --;;

2014-05-21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1 13:05   좋아요 0 | URL
여자주인공이 송승헌보다 더 연기를 잘하드만요. 배드신도 여자가 더 잘하고.. 쩝..
제가 원래 얼굴 안보고 사람을 좋아하긴하지만, 송승헌은 뭔가 안타까워요. 저렇게 잘생겼는데 매력이 없을 수 있다니... 매력은 얼굴 따라 가는건 아닌것 같아요. -0-

건조기후 2014-05-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린은 계속해서 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한 두 개 마음이 뺏긴 장면은 있었지만 (등근육씬은 아닙니다 ㅋㅋㅋ) 스토리가 너무 산만해서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배우들 연기도 혹평이 많던데.. 현빈도 현빈이지만 한지민이 너무나도 월등해서 보는 내내 감탄했네요 ㅡㅡ

다락방 2014-05-21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역린이 그래도 인간중독보다는 나을거라 장담합니다, 건조기후님. 결말이 작위적이야.. ㅠㅠ
한지민이 월등하다니..하아- 인간중독 여주도 예쁘더라고요. 작고 가녀린 스타일이랄까. 제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스타일. 저는 우피 골드버그 삘인데...히융

자작나무 2014-05-21 14:55   좋아요 0 | URL
저 우피 골드버그 팬인데

건조기후 2014-05-21 15:17   좋아요 0 | URL
한지민은 예쁘죠. 참 예쁜데, 예뻐서 감탄한 게 아니라 연기를 너무 못해서 감탄했다는 뜻이었어요. 현빈 연기도 연기지만 한지민이 압도적..이더라고요 -_ㅜ

다락방 2014-05-21 17:23   좋아요 0 | URL
아하. 연기가 메롱이란 뜻이었구나. 걍 젊고 뛰어난 외모 때문에 주연으로 딱딱 박는거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조연부터 밟아나가게 해야지. 에잇. 송승헌이 연기를 못하니까 그 배역에 공감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는 슬프다고 우는데 관객은 하나도 안슬프고..이게뭐에요.. ㅠㅠ

2014-05-22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4-05-2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관사의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채는지....그게 제일 웃겼어요.

다락방 2014-05-26 08:37   좋아요 0 | URL
저도 초반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쩜 저렇게 아무도 몰라 아무도...
송승헌이 미역국 냄비 가지고 여자의 집에 갔을때, 그 미역국 먹고 냄비는 자기 집에 다시 가져갔을까..그게 궁금하더라고요, 전. 그 냄비가 거기서 발견되는 순간 소문 퍼지는 건 순식간인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