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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데이비드 케일리 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물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이 제3세계에 자원봉사자를 보내는 것이 결국은 해를 가져온다는 것, 학교라는 교육 기관 역시 도구로서 인간에게 해를 가져온다는 것, 의료 기술의 발전 역시 해를 가져온다는 것, 성별을 인정하지 않으니 성차별이 생겨난다는 것 등등, 그의 주장들은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읽지 않는다면 처음엔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람, 싶어진다. 그러나 그가 조목조목 하는 말들을 천천히 읽으면 아, 그렇겠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들이 내게 무척이나 어려워서 잘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만약 내가 잘 이해했다면 그의 주장과 근거를 인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입 밖으로 낼 수 없는건 내 스스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이고, 그러므로 나는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이 책은 분명 읽을만한 가치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내가 읽기엔 온전히 이해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들로 가득차있고, 그렇다고 십 년이 지난후에 읽어도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 역시 자신이 없다. 이 책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해설서가 나왔으면 싶어지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 입문서>같은게 필요한 것이다. 흑흑.
그나저나 지구 이편에 나라는 인간이 있듯이 지구 저쪽 편에는 '열한 개의 언어를 익히고, 신학과 역사학과 화학 분야의 학위를 갖고 있는' 이반 일리치가 존재했구나. 그 간극은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