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르헨티나의 옷수선집
마리아 세실리아 바르베타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여성의 순결과 정절은 대체 언제부터 주장되었던 것일까. 여성도 똑같이 욕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못했던걸까. 대체 왜, 여자들이 결혼전에 순결을 잃으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모두들 겁을 집어먹었던 걸까. 이 책의 주인공, '마리아나'는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에 빠진 상대가 자신에게 손을 댈 때마다 열정에 헐떡거리지만, 마리아나의 엄마가 '말로써' 그녀가 그 길로 더는 나아가지 못하게 수시로 막아댄다. 그랬다간 큰일난다고. 오랜기간 사귀면서 사랑하는 남자와 1박2일의 여행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마리아나는, 그렇다면 그 남자와 헤어지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하여야 할까. 아, 그 남자에게 몸을 주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이지 뭐야, 라고 안도해야 할까. 아니면 앞으로 내 인생에 사랑 혹은 남자는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 남자와 할 수 있는 모든건 다 했어야 했어! 라고 후회와 좌절을 해야할까.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자유분방하게 성을 즐기는 듯한 여자 '아날리아'를 만났을 때, 급속히 친해지고 격렬히 증오하게 된다.
책 뒷표지를 보면 이 책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고, 엄청나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는데,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예술'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이 내게 큰 감흥을 준 것은 아니다. 게다가 마지막장까지 읽고나면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마지막장에 다가가면서 시작되는 내용의 난해함.
별 넷. 별 넷이라는건 참으로 애매하다. 나는 아주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건 아니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 넷을 주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사실 사랑할 것 같지 않지만 뭐랄까, 어떤 성의나 노력 때문에 별 넷은 줘야할 것 같은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거다.
책을 몇 장 읽다가 별 생각없이 이 책의 가격을 보았는데 정가가 15,500원이다. 어, 비슷한 책들에 비해 가격이 좀 세군,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몇 장 넘기다가 왜 센 건지 알게됐다. 이 책의 구성은 '조너선 사프런 포어'를 생각나게 한다. 나는 포어의 책의 그 구성에 열광한 게 아니라 포어 책의 그 내용에 열광했고, 그래서 이 책의 '실험적인' 구성이 내게 어떤 매력이나 장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자, 그 예술적인 구성을 살펴보겠다.
위는 본문의 구성인데 이렇듯 사진(그림)이 본문 중간에 작게 삽입되어 있다거나 혹은 독특한 글쓰기로 일반 소설과는 좀 다른 본문 디자인을 보여준다. 게다가 각 꼭지가 끝날때마다 '견본' 이란 이름을 붙여 여러가지 그림 혹은 약도 등이 삽입된다. 아래와 같다.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