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나딘 고디머 엮음, 이소영.정혜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품절


예를 들자면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과거의 행복을 누리는 방식이지요. 그곳에 앉아 매 순간 고운 맥주 거품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바라봅니다. 심장 박동도 한 박자씩 느려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지친 마음은 안식의 약속을 얻습니다. 할머니를 만나러 수보티차에 갔던 날이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어린 우리가 집에서 뛰어 다니다가 행여 어딘가에 부딪혀 다칠까 봐 날카로운 가구 모서리를 모두 다 헝겊으로 덮어 놓고 철제 책상은 치워 놓았으며 심지어는 전기 소켓들도 모두 다 가려 놓았답니다. 과거의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하나도 없는 이런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 무릎에 생채기가 날 염려도 없고 눈을 시리게 하는 전등도 없이, 사방이 고요하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는 인생 게임에서 벗어나 있으며 함정은 전혀 없는 그런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과거의 행복 입니다.-333-3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