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늘은 상사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매우 구렸다. 매우. 동료가 커피를 한 잔 사줘서 히융 씐나- 하고 있었는데, 그 기분을 상사가 다 망쳐버렸어.....끔찍할 정도로 싫다, 아...싫어. 기분이 매우 구려. 알라딘에 들어와서 신간 뭐 나왔나, 하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는데, 오, 요즘에도 할리퀸 로맨스 소설이 나오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할리퀸 로맨스는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읽기를 멈춘 그 순간까지만 나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마지막으로 읽은지 한 이십년은 된 것 같은데,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교과서에 숨기고 보다가(사이즈가 작아서 가능했다), 영어 선생님한테 걸려서, 선생님이 하필 내가 읽던 페이지를 애들한테 읽어줬던, 아주 부끄러운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그 페이지에 '추파'라는 단어가 나와서, 선생님이 나와 아이들에게, "너 추파란 단어가 나오는 책을 읽고 말이야, 이게 뭐니?" 했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고나니 참으로 부끄럽구나.
아니, 그런데 요즘 나오는 할리퀸 로맨스 소설 좀 봐라. 표지가 예술이다. 대박 ㅠㅠ 다 사고 싶어졌어.
<알라딘 책소개>
린 레이 해리스의 로맨스 소설. 한창 여동생의 약혼 파티를 즐기던 세기의 플레이보이 레오는 한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가 파티에 어울리지 않게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동생에게 약혼자를 빼앗긴 비운의 공주 애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레오. 그는 스러질 듯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는 그녀의 고지식함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데….
<알라딘 책소개>
캐롤 모티머의 로맨스 소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금이야 옥이야 키워 온 여동생이 웬 놈팡이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먹은 드미트리. 그 원수 같은 자식의 누나 릴리가 로마에 왔다는 정보를 얻게 된 드미트리는 릴리를 납치해서 여동생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인질로 삼을 계획인데...
<알라딘 책소개>
타우니 웨버의 로맨스 소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 구입한 꿈의 섬을 최고의 리조트로 만들기 위해 고민, 또 고민을 거듭하던 부동산 중개업자 미치. 그러던 중 그는 한 이벤트 기획자가 가져온 기획서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기획서의 내용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19금 성인용 리조트’를 만들자는 것!
<알라딘 책소개>
맥신 설리반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 기부를 위해 소아 병동을 찾은 테이트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 떠난 전 연인 젬마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과거는 다 잊었다는 듯이 몰염치하게 제 앞에 나타난 그녀로 인해 기분이 상한 그는 우연히 그녀의 아이가 이곳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듣고 더 큰 충격에 빠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충동적으로 병실에 난입해 젬마의 한 살배기 아들과 마주한 테이트. 그 순간 그는 그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마는데….
아. 기분이 너무 꿀꿀한데 이 표지들과 내용들을 보니 죄다 사고 싶어졌다. 사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쯤에, 배깔고 엎드려 다리 흔들면서 찌릿찌릿 읽고 싶다. 뭔가 간식도 먹으면서. 반나절만에, 그러니까 오후 동안에 저 네 권 다 읽을 수 있을것 같아. 아, 오랜만에 보는 남자의 하오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릴리의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간단하오, 현재 당신 남동생이 우리 둘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당신의 휴대전화요. 그러니 나한테 그 휴대전화를 넘기고 이곳을 떠나겠소?”
“싫어요!”
“그럴 거라 생각했소.”
드미트리가 가볍게 대꾸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누이동생이 오로지 당신 동생에게 운명을 맡기고 있는 거라면 나 또한 그 누나의 운명을 맡아야겠지.”
릴리는 드미트리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알아들은 게 아니기를 바랐다.
“무슨 뜻인지 직설적으로 말해 보시죠.”
“당신 남동생이 내 여동생을 나한테 보낼 때까지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거요.” -<크리스마스는 당신과 함께> 중에서
저 하오체를 보노라니, 어제 본 드라마 <상속자들>의 영도 생각이 난다. 영도(김우빈)는 차은상(박신혜)을 좋아하고 있는데, 어제 은상으로부터 차였다. 영도는 이에 작별을 고하는데 은상이가 '너와 나는 친구는 될 수없는 거니' 라고 묻는거다. 그러자 영도는 될 수 없다고 답한다. 이렇게.
"넌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나한테 여자야. 앞으론 첫사랑일거고."
히융 - 좋앙 - 나도 영도한테 여자이고 싶다. 그렇지만 고딩이니까....위법......이지? 어제 드라마에서 김탄(이민호)이 차은상한테 백허그를 했는데, 캬, 요즘 고딩들은 백허그도 하고 키스도 하고..그렇게 사는구나. 세대차이 난다. 내가 고딩이었을 때, 나는 진짜 뻥안치고, 아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여중, 여고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전에도 말햇듯이 축제가 열려도 교문앞에서 초대장도 받지 못하는.. 난 그런 여학생이었으니까........아- 눈물이 앞을 가려. 힝.
남동생과 맥주를 마시면서 그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야 박신혜 이쁘다, 나도 차은상처럼 머리 길려야지, 라고 하자 남동생이 풋- 하고 뿜어버렸다... 머리 길게 한다고 저렇게 되냐면서....
야, 안될게 뭐있냐. 쟤나 나나 다른게 뭐 있어. 도찐개찐이지.
그러자 남동생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또이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이또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휴. 누군가는 날 괴롭히고 누군가는 날 웃게하고.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인생이란게. 후아-
그나저나 저 할리퀸 로맨스..사,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