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모니스'의 <칸지의 부엌>을 읽으면서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아주 조금, 정말이지 아주 조금 알게 됐었다. 이를테면 그들은 자신들의 음식에 대해 엄청나게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 작가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사업하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으니 전혀 엉뚱한 내용을 쓰진 않았겠지만, 중간에 매춘하는 여자에 다룬 부분에 대해서는 '흐음' 하며 약간 찜찜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인들이 매춘을 하는 약자 혹은 수동적 인간으로만 보이는건가 해서. 그러니까 중국의 매춘을 다룬 것 자체가 편견과 어긋난 시선, 그런걸로 보인 탓이다.


그러나 그 찜찜함이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얼마나 오랜시간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내가 알지 못하는 중국이 그 책 안에 있었다. 가난하고 후지고 짝퉁만 만들어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그건 중국에 대한 극히 일부이며 편견이었다. 짝퉁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왜 그걸 그렇게 죽일듯이 생각하냐는 중국 대학생들의 토론 장면은 인상 깊었다. 중국에서 먼저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따라한 것도 많은데. 게다가 중국의 역사는 깊고도 깊었고, 그 인구는 실로 방대해서, 성매매에 나선 여성만도 1억이 넘는다고 되어 있었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봤을 때, 니콜 모니스가 본 자신의 남편과 원나잇을 한 상대는-그 여자가 성매매에 나선것도- 드문것도 아니었고, 편견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며 봐왔다면 그런 여자들을 보는 것도 역시 어렵지 않았을터다.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내가 <정글만리>를 먼저 읽고나서 <칸지의 부엌>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사전>을 읽으면서 <정글만리>가 도움이 되었다. 연결된 독서란 이런것일까, <정글만리>에서 몇 번이나 언급되던 '마오주석'의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는 건 여자' 라는 말이 <연인을 위한 외국어사전>에도 나왔고, 당에 소속된다는 것, 거기에서 개인은 사라진다는 것 등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거다. 크~ 이것이야말로 연결된 독서로구나.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이는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 이해도 쉬워진다. 멋진 경험이었다. 



그러다 중국 여성들의 성매매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글만리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대학까지 졸업한 여자들이 부자 남자들의 '얼나이'(첩)가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게 어딘가 모르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손가락질 한다고 그만일까, 하면 그것도 아닌것이, 애초에 '대학까지 가서 학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더 나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부자 남자의 얼나이가 되어 자신들이 먹고 싶은 걸 먹고 입고 싶은 걸 입고 산다는 데, 거기에 대해서 그건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인생의 목표 자체가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었다면, 누군가의 얼나이가 되어 노동하지 않고 부유하게 사는 게, 그 사람에게는 목표의 달성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얼나이가 대학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그것은 그들에게 힘을 준다. 열심히 공부해서 누군가의 얼나이로 안착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에 대해 어딘가 삐끗한 느낌을 주는데, 그걸 과연 비난하는 게 옳은가 하면, 대체 그 비난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잘 모르겠다. 흐음..역시..잘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H를 만나 종로에서 술을 마셨다. 2차로 간 술집에서 우리는 돈까스 안주를 주문했는데, 15,000원이나 하는 돈까스는 이런 모양새로 나왔다.



헐. H와 나는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이 하얀거, 잔뜩 위에 뿌려진 이 하얀 게... 마요네즈...는 아니겠지? 설마 돈까스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진 않겠지? 에이, 말도 안돼. 그리고 포크로 살짝 찍어 먹어 보았다. 헐. 마요네즈였다. 우린 당황했다. 아니..돈까스에 이렇게 잔뜩 마요네즈를 뿌리다니, 이게 뭐지? 왜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리지? 도무지 이걸 먹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다. 마요네즈를 먹을 수 없으니 바꿔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몹시 꺼리는 표정으로 가져가면서, 이건 사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고, H 는 그러라고, 사장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후,


무섭게 생긴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나는 겁이 났다. 그는 뭐라해야하나, 깡패같은 포즈로, 돈까스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아..완전 무서웠다. 우리를 한 대 칠 것 같았......벌렁벌렁하는 가슴으로 앉아있는데 내 앞에 앉은 H는 '그렇다, 마요네즈 뿌려진 돈까스를 먹을 수 없다, 바꿔다오 '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소스를 따로 드리면 되겠냐' 고 묻는거다. 우리는 그렇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미리 말을 하면 따로 줬을것이다' 라고 한다.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말했다.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려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라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돈까스에 마요네즈 뿌려주는 음식점(혹은 술집)을 가본 적이 없는데, 이게 참... 어쨌든 잠시후 소스를 따로 덜어서 돈까스를 새로 나왔다. 아 깜짝이야. 완전 두근두근했어. 너무 무서워서 닥치고 먹어야 되나 잠깐 생각했는데, H는 본인도 무서웠을 것 같은데, 쫄지 않았...어휴...무서워... 혹시 모르니 다음엔 H 한테 싸움 잘하냐고 물어봐야겠다. 쿨럭.




어제 일요일엔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었다. 남동생은 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팔 아픈데 무슨 부침개냐고. 나와 엄마는 동시에 말했다.


"내가 하면 되지."

"누나가 하면 되지." (이건 엄마가 한 말)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그럼 맛이 없잖아!"


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린 다들 빵터졌고, 결국 부침개를 해먹지 않았는데, 그래도 내가 요리란 걸 해본답시고, 어제 한 계란말이. 그게 이런 꼴이었다.



이게 (계란)말이야 덩어리야....쩝. 나는 왜 뭘 해도 이모양이냐...

어릴 적에는, 내가 뭐든 잘하는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못하는 게 없는 아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서 도대체 뭘 더 잘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아이. 그러나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니미. 현실의 어른인 나는,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계란말이조차 저렇게 지저분한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쩝..피아노도 못치고 요리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게으르고....




아침엔 김치와 시금치된장국 고추장아찌등를 반찬으로 해서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워냈는데, 어제 남동생이 저녁에 포장해 온 피자를 먹지 않았던 게 생각나, 그걸 한 조각 데워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는 데워줬고, 나는 그 한조각을 또 말끔히 먹어 치웠다. 와...배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 분명 오늘 아침 출근길엔 뒤뚱거렸을거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소화가 다 되어버리고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고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 살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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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4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11-0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책감상에서 소소한 일상생활로 쉬프팅후 먹거리로 마무리되는 포스팅이 가히 천의무봉의 경지로다!

다락방 2013-11-04 17:06   좋아요 0 | URL
천의무봉: 하늘나라 사람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으로, 시문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잡을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 일부러 꾸민 데가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 잡을 데가 없다.

천의무봉 사전 찾아봤네요. ㅎㅎㅎㅎㅎ

가연 2013-11-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돈까스... 저는 어제 피자 1판을 몽땅먹어버렸습죠. 덕분에 오늘저녁은 굶었는데.. 슬슬 라면이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으악 저도 라면 먹고 싶네요. 지금 배가 터지는데 ㅋㅋㅋㅋㅋ 라면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ㅠㅠ 이 세상에 모든 몸에 나쁜 음식은 전부 매력적인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듯이...(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