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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평점 :
유독 공감할 수 없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이야기가 있는데, 내게는 '어릴적부터의 사랑이 어른이 되서도 쭉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아무리 공감하려고 해봐도 잘 되질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사실 이해도 잘 되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초딩때부터 한눈에 쑝 간 사람에게 내내 그 사랑을 유지하며 나이가 아주 많은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적부터 이어온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여튼, 그런 이야기는 참, 재미가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 이라고 평가 받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로망으로 느껴진다거나 동화의 완성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난 참, 재미없다. 쩝. 그건그렇고,
나는 기본적으로 회는 좋아하지 않고(안먹는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물회'라는 건 먹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지만, 이 부분을 읽고는 '아뿔싸, 겁나게 입맛을 당기잖아!' 했다. 물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었다면 환장했을 듯.
처음에는 집 안의 부엌 딸린 방에 손님을 받았다. 고만고만한 식당이야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만큼 많았기 때문에 단골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해녀였다. 어떤 해산물이 싱싱하고 맛있는지, 싸면서도 구하기 쉬울지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포항의 항구에는 아침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연안에서 잡은 가자미, 청어, 열기, 삼치, 쥐치, 도미, 오징어 등을 실은 어선들이 즐비하게 정박했다. 어부들은 조업을 나가면서 채소와 물, 초장 등을 배에 실어 가지고 바다로 갔다. 물고기가 일단 잡혀 올라오기 시작하면 굶어도 허기를 모르고 옆에서 인어를 따라 용궁으로 사라져 가도 모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밤중부터 새벽까지 그물을 당기고 물고기를 끌어올리던 그들은 한껏 허기가 지는 새벽에 참을 먹기 위해 갑판에 앉았다. 잡아 올린 물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그릇에 넣고 시원한 오이며 채소를 푹푹 썰어서 더하고 고추장을 넣어서 쓱쓱 비빈 뒤에, 빨리 먹기 위해 물을 그득 부어서 나눠 먹는 것, 그게 어머니가 내놓은 물회의 원래 모습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직접 물질로 잡은 해삼, 멍게, 소라, 성게 같은 해산물까지 물회로 만들어 내놓음으로써 해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명해졌고 손님은 급증했다. (p.57)
캬- 멍게며 소라 해삼까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참으로 맛깔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