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책에 대한 취향이 다르듯이 음악에 대한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나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을 때 누군가는 좋다고 감상에 젖을수도 있고 누군가는 주파수를 다른곳으로 맞추려고 할 수도 있다. 커피숍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누군가는 좋다고 스마트폰을 들고 음악 검색에 들어갈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무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수(혹은 한 밴드)의 콘서트장에서만큼은, 그들 모두가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있다. 그 안에서 만큼은 반대의 의견이 없다.
미카의 콘서트장안에서 그 안의 모든 관중들은 한 마음이 되어 팔짝팔짝 뛰고 떼창을 불러댔지만, 그 흥분을 바깥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때, 내 말을 듣는 모든 이들이 거기에 동의하거나 공감하지는 않는다. 아 그래? 그들은 그저 심드렁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다른이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흥분을 전할 때 '그 흥분'은 이해하지만, 그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음악에 대해서는 심드렁한걸.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물밑 페스티벌』에서 주인공 소년은 락페스티발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하나의 음악을 아버지와 아들이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고 때로는 감사하기까지 하다. 어제 나는 마이클 볼튼의 콘서트장에서, 우리 엄마를 생각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물밑 페스티벌의 아버지처럼 나와 같이 마이클 볼튼의 음악을 들어주거나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마이클 볼튼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가 도와줬다.
내가 마이클 볼튼을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들었던 건 중학생때였다. 열네 살때부터. 그때 당시 나는 팝송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제일 처음으로 사준 테입은 장국영의 to you 가 담긴 최신팝송 테입이었다. 그 테입은 그 당시에 일천오백 원. 테입 정품들이 3,000~4,500원을 하던 때였는데, 길에서 파는 불법 짝퉁 테입들은 1,5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장국영을 들었고 스키드로를 들었다. 나는 그런 테입들로 이승환을 들었고 신승훈을 들었다. 음악을 듣고 싶었던 내게 엄마는 3,000원짜리 테입을 사주지는 못했지만, 밖에 나갔다가 테입을 파는 리어커를 보면 공중전화를 찾아 엄마는 내게 전화했다.
"락방아, 테입파는 리어카 있어. 뭐 사다 줄까?"
나는 전화에 대고 엄마, 마이클 볼튼 사다 줘, 라고 말했고, 아빠는 옆에서 화를 냈다. 날도 추운데 그냥 들어오라고 하지 왜 그걸 사오라고 하는거냐며. 나는 이내 기가 죽었지만 엄마는 내가 원했던 마이클 볼튼의 테입을 사가지고 들어오셨다.
어제 마이클 볼튼의 콘서트에서, 마이클 볼튼이 부르는 대부분의 곡들이 이 앨범에 있는 곡들이었다. 대부분이 내가 아는 곡들이었다. 내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혹은 적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주가 나올 때부터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엄마가 길거리에서 파는 테입을 사다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 콘서트장에서 아는 노래가 별로 없는 채로 멀뚱멀뚱 듣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아예 이 콘서트를 올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그러고보면 엄마가 좋아하는 곡과 내가 좋아하는 곡이 한 번도 일치한 적은 없지만, 엄마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데 나름의 지원을 해주셨구나. 그 당시에 집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물론 내 동생들도 들었지만, 내 동생들이 듣는 음악들은 모두 내가 듣는 음악들이었다. 동생들이 무언가를 사달라고 한 적은 없다. 동생들은 그저 내가 틀어놓은 것들을 들었을 뿐이었다. 형제자매는 알게 모르게 음악의 취향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마이클 볼튼은 1953년 생이다. 예순 살이다. 육십 살이다. 육십, 이라니. 60이라고 써두고 놀란다. 많구나, 정말 많아. 나는 그를 만나러 갈 생각에 흥분하고 들떠서는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꾸만 바랐다. 머리숱은 적어졌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배만 나오지 말아요. 기름기 가득한 할아버지가 되어있진 말아요, 라고. 그러면 피츠제럴드의 겨울꿈처럼, 내 꿈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배 나오고 뚱뚱하고 기름진 할아버지가 되어있다면, 어쩐지 콘서트장을 그냥 나와버리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오, 눈물이 날만큼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한 남자의 허벅지에, 엉덩이에, 팔의 근육에 코피를 쏟을 만큼 흥분한 게 대체 얼마만인가. 하아- 나는 언제나 젊고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방점은 '젊음' 에 찍혔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예순 살의 마이클 볼튼을 보면서 사실 내가 가장 원하는 건 '강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튼튼한 허벅지를 가진, 타조알 같은 알통이 쏙- 박혀있는 팔을 가진, 그런 강한 남자. 그때 그 강한 남자가 몇 살이건 정말이지 전혀 상관이 없는 거다. 나는 그의 나이에서 내 나이를 빼보았고, 우리 사이엔 20년 이상의 나이차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나를 원하기만 한다면, 그가 내게 손짓만 까딱한다면, 그를 따라 미국으로 가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물론, 그는 내게 손을 까딱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내가 만나온 남자들은 대체 자기 몸관리를 어떻게 하는거지? 마이클 볼튼의 바디(body)는 완전 내 이상형이었다. 내 로망의 실현이었다. 후아- 어떻게 저렇게 블랙셔츠를, 블랙마이를, 청바지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목소리는 어쩜 저렇게 그대로일까. 초초초초초초초초강한 남자구나. 아- 짱멋져. 그게 그냥 된 게 아닐텐데. 아마도 그는 조깅을 할런지도 모른다. 팔의 근육으로 보건데 웨이트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새삼새삼 다짐했다. 멋지게 늙어가기로. 아, 지금도 엉망진창 육체의 소유자인데, 과연 저렇게 멋지게 늙을 수 있을까? 역시 운동..만이 살 길인가. 질리안 마이클스 언니를 진짜 다시 만나야 하나..
싸구려 테입말고는 가진게 없어 어제 그의 시디를 한 두개쯤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하다가, 오, 나는 책을 발견했다.
아저씨..자서전.....쓰신거에요? 왼쪽은 오디오북, 오른쪽은 하드커버. 그런데 오디오북은 볼튼씨가 읽어주나? 난 사실 그동안 아저씨가 가수 활동을 계속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저씨, 책도 냈었군요!! 뭐,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구요, 벌어진 셔츠 사이의 가슴이 살짝, 신경쓰이네요. 거기, 털이......있나봐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건, 마이클 볼튼의 노래인건가, 그의 목소리인건가, 아니면 그의 바디........인건가?
커피를 두 잔째 마시고 있다.
You are the candle, loves the flame
A fire that burns through wind and rain
Shine your light on this heart of mine
Till the end of time
You came to me like the dawn through the night
Just shinin like the sun
Out of my dreams and into my life
You are the one, you are the one
Chorus:
Said I loved you but I lied
cause this is more than love I feel inside
Said I loved you but I was wrong
cause love could never ever feel so strong
Said I loved you but I lied
i+loved+you+but+i+lied_20092443.html ]
With all my soul I've tried in vain
How can mere words my heart explain
This taste of heaven so deep so true
I've found in you
So many reasons in so many ways
My life has just begun
Need you forever, I need you to stay
You are the one, you are th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