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말해줘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 하나 잘 사귈 수 없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어떤쪽이든 '언젠가는'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걸까. 사람에게 누구나 어느정도의 타인은 허락되는걸까.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세상에 대해 가진 불신을 혹은 증오를 조금쯤 줄여도 되지 않을까.

이 책속의 빅토리아는 사랑받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언제나 모두들 자신을 내쳤듯이 누구든 그럴거라고. 그래서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아홉살에도, 열살에도 또 열 여덟이 될 때까지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는, 그 사이에 정말로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까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하나씩 얻게 된다. 그들에게 자신이 무언가를 베푼적도 없었는데. 


아,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줄은 몰랐는데,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갈비뼈 밑의 공간이 부풀어 올랐다. 실내가 이상할 정도로 환하게 느껴졌고 산소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3)


그러나 그녀는 남자가 아닌 자신을 믿지 못한다. 자신이 그 사랑을,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믿어주었던 꽃집의 사장님, 자신이 사랑한 남자, 자신이 낳은 아이. 여자는 자신에게 새로 생겨나는 그 관계들과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 처럼 쉽지가 않다. 내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가족을 사랑하고 그 가정을 지켜가는 일도 어렵지만, 전혀 다른 타인을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교류하면서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을 새로 만드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울까. 내게 이것은 아주 먼 일 같고 또 아주 무섭게 느껴진다.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한집에 살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너무 지나치지도 또 너무 모자라지도 않는 사랑을 쏟아붓는 일이, 나는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걸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까?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대체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그런데,


눈을 붙이려 애써보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 내 몸속에서 생명을 얻은 아이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슴이 벅찼다. 잠든 아기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아기도 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박한 성취감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었다. (p.283)


위 문장을 읽다가, 그녀의 아드레날린이 내게도 전해져서,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사랑을 쏟아 붓는 일은, 내 생각처럼 두렵지도 또 무섭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그녀가 사랑에 서툴러서 모든걸 내치는 그 안타까운 과정에서, 그리고 다시 자신이 잃었던 걸 되찾기 위해 서서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 삶과 사랑과 사람이 그녀에게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하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그 모든 시간들 속에서, 내게도 스며들었다. 



과거에 어떤 시간을 보냈든 누구를 만났든, 사랑에 서툴렀든 혹은 익숙했든, 모두에게는 어느만큼의 허락된 사랑과 행복은 보장되어 있는게 아닐까.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어떤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험난한 과정과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 어느 만큼은 허락되어 있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 더 사랑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소녀가 사랑을 받는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었던 소녀에게 말을 걸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던 소녀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도울수도 있게 됐다. 사랑을 받는데 서툴었던 소녀가 이제 사랑을 주는 것을 배운다. 이 책속에 이 모든게 들어있고, 그리고 그 과정들 속에 꽃이  매게가 된다. 나 역시도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꽃말 사전을 찾아서 한장씩 넘겨보고 싶을만큼 꽃에 대한 아름다움이 이 책속에 가득하다.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울다가 결국은 미소짓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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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12-2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얼마전 킨들을 구매한 이후로 의식적으로 알라딘이나 여타 오프라인 서점 이용을 자제하려고 하는데요. 킨들 후 구매한 첫번째 종이책이 되었네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나쁘지 않은 연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1-12-29 08:43   좋아요 0 | URL
아아 에디님. 그간 자주 볼 수 없었던 것은 정녕 킨들 탓입니까? 네? 그런겁니까? 킨들 나빠요. ㅜㅜ

에디님도 좋은 연말 보내세요. 이제 며칠 안남았네요. 그리고 킨들은 킨들이고!! 자주 좀 나타나주세요!

이진 2011-12-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락방님 꽃으로 말해줘 홀릭이십니다...
벌써 다락방님의 글에서 4번은 본 듯해요.
그런의미에서 장바구니로 =3=3

다락방 2011-12-29 08:43   좋아요 0 | URL
네, 저 이 책 완전 좋으네요. ㅎㅎㅎㅎㅎ 소이진님도 읽어요. 마음이 말랑말랑 해질거에요. 히히 :D

2011-12-29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12-2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착합니다!! ㅎㅎㅎㅎ 이 페이퍼는 책 다 읽고 보겠어요~

다락방 2011-12-29 10:48   좋아요 0 | URL
올해안에 읽어버려욧!!

달사르 2011-12-2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읽으면 왠지 사랑이 성큼, 다가올 듯 합니다! 내년엔, 기필코, 불끈!
일단 이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저는 내년에 도착할 듯요. ^^

다락방 2011-12-30 04:39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한 해를 시작하는책으로도 이 책은 손색이 없을거에요. 물론 한 해를마무리하는 책으로도 좋지만 말이죠.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따뜻한 달사르님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지몹시 기대가 됩니다. 흣.
달사르님이 간혹 약국에 오는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꽃이란 매게는 없지만 아름다워요.
:)

꽃핑키 2012-02-0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아 락방님 드디어 이 책을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을 다락방님께 선물받았다니. 안 그래도 좋은 책이 최고로 더 좋은 책이 되었습니다. ㅋ
락방님의 마지막 예언처럼 엉엉 울다가 활짝!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아졌습니다 ㅋㅋㅋ
이 책을 알게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락방님 ~_~♡

다락방 2012-02-08 15:03   좋아요 0 | URL
우아앙 다행이에요, 핑키님. 핑키님도 이 책을 좋아해서 말이지요. 선물한 책이 혹은 선물 받은 책이 모두에게 좋을수는 없는건데, 이 책은 선물 한 저도 선물 받은 핑키님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