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내가 독일어 원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샀을때 놀랐던 것은, '레오'가 Reo 가 아니라 Leo 였다는 것이다. 오, R 이 아니라 L 이었단 말인가. 난 당연히 R 인줄로만 알았는데.. 독일어로도 책을 사두었지만 읽지 못하고 레오가 Leo 인것만 확인해 두었다. 왜냐하면 더이상은 읽는게 불가..난 독일어를 모르니까.
사실 그래서 독일어를 배울 생각이 있어서 무료강좌를 신청해 두었었는데, 한번 듣고 그 뒤로 다시는 안들어서 여전히 내 머릿속에 독일어 부분은 백지상태. 난 노력이란게 아예 불가능한 사람이다. 후-
그러나 만약, 내가 독일어를 공부하게 된다면, 뭐, 안할 확률이 99.99999999 프로지만,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그건 순전히 새벽 세시를 읽기 위해서다.
나의 후버까페가 일전에 '주인공은 보스턴으로 갔지만 정작 보스턴 사람들은 새벽 세시를 읽을 수가 없다' 라고 말한적이 있다. 영어로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는데, 어쨌든 이제는 영어판이 나왔고, 오, 나는 당연히 샀다. 두권. 사실 한권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거였는데, 음, 선물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사무실에 한권 집에 한권, 이렇게 두기로 했다. 받자마자 레오가 에미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고 다시 그만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다는 문장이 영어로는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찾았다. 받은지 열흘이 지났건만..영어는 너무 어려워. 오늘 아침, 다시 찾아볼까 하다가 또 말았다. 영어는.. 너무 어려우니까. 그러다가 에미 때문에 웃었다. 32페이지.
The next day
Subject: (no subject)
LEO?
The next day
Subject: (no subject)
LEEEEEOOOOO! ARE YOU THE-ERE???????
The next day
Subject: (no subject)
Asshole!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귀여워. 이토록 히스테리컬한 에미라니. 아이쿠야. 애쓰홀이래.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언젠가 저거 꼭 써먹어봐야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예쁘다, 에미.
방금 번역이 어떻게 되어있나 궁금해 찾아봤더니 '꽁생원'으로 되어있다. asshole 이 꽁생원..나라면 뭐라고 번역했을까? 아마도 이 똥꾸멍..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하. 아니면 '멍청한 개자식' 이라든가, 아니면 '머저리' 라든가. 하하. 암튼 좋다. asshole. 어느 소설에서였지, 오늘의 단어를 늘 냉장고에 붙여두는 주인공이 나왔었는데, 아, 수키. 수키가 그랬다. 어려운 단어를 냉장고에 하나씩 붙여두고 오늘의 단어라고 하며 외웠었는데, 내가 만약 오늘의 단어를 냉장고에 붙여야 했다면, 오늘은, asshole 이다. 하하.
물집이 잡힌 입술은 이제 딱지가 내려앉았다. 나아가고 있다. 입 안쪽에 뚫린 구멍은 오늘 자고 일어나니 조금 메꿔져 있다. 나아가고 있다. 조카, 작고 꼬물꼬물한 아가를 안고 싶어졌다. 며칠전에 내 품에 쏙 안겨오던 그 느낌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얼른 안고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좀처럼 조카가 있는 안산에 갈 시간이 나지를 않는다. 쪼개보고 쪼개봐서 어떻게든 가서 조카를 한번 안고 와야겠다. 잘 웃고 잘 먹고 잘 소리지른다. 게다가 뽈뽈뽈뽈 막 기어다닌다.
아가야, 대체 왜그렇게 눈꼬리가 쳐진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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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다. 비가 올것처럼 어둡더니 날이 개고 있는 것 같다. 오늘 퇴근하고 백화점에 가서 목걸이를 살까 생각하고 있다. 반지 할부가 끝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