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외출 하는데 날씨가 끝내줬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걷는데 정말 날씨는 너무 좋고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은거다. 세상에. 이 길바닥에서!! 나는 마구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딸기를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딸기를 먹을 수 있지? 지하철 역 근처에서 과일가게를 찾아 설사 딸기를 산다고 해도 누가 씻어줘야 먹을게 아닌가. 어디서 어떻게 씻어? 지하철역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편의점에는 씻어놓은 딸기를 팔지 않잖아? 아 미치겠다. 딸기를 먹고 싶다. 이렇게 햇볕이 내리쬐는데, 이 때 누군가 나타나 내게 여기 딸기야, 라고 건네준다면 나는 아마도 그 순간 영혼을 저당잡혔을 것 같다. 그렇게 딸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나는 약속장소인 극장에 도착했다. 예매해둔 표를 찾고 마침 스타벅스가 있다는 걸 알고서는 그 안에서 해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물과 술과 커피 외에는 음료를 사마시지 않는다. 그것들을 제외한 음료들을 마시고 싶은 욕망따위는 전혀 없다. 나는 진짜 욕심 없는 여자니까.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스타벅스에도 딸기를 갈아주는 생과일쥬스가 있지 않을까? 분명히 있겠지? 그래서 그런걸 사 마시면 딸기를 먹고 싶은 욕망이 좀 다스려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러나 스타벅스에 생과일딸기쥬스는 없었다. 난 너무너무 슬펐다. 정말 슬펐다. 발로 땅바닥을 마구 짓밟아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닥치는대로 물건을 집어서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딸기가 들어간 무언가를 찾아 그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메뉴판을 계속 뒤졌다. 그러다가 나는 [두유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 라는 이름을 보게됐고, 조금이라도 딸기를 느낄 수 있겠지 싶어 그 음료를 주문했다. 이렇게 생겼다.
오앗. 맛있다! 딸기맛이다! 맛있다! 나는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물론 저 위의 생크림도 빨대로 정신없이 퍼 먹었다. 아, 어쩐지 이 여름에는 이걸 자주 먹게 될 것 같아. 흑흑. 난 원래 아메리카노 마시는 여잔데..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으응?)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를 봤다. 이거 영화 포스터를 삽입할랬드만 영화 포스터가 no image 다. 젠장. 어쩔수 없이 OST 이미지를.. ( '')
책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리즈 위더스푼의 캐스팅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오, 진짜 별로였다. 로버트 패틴슨은 '제이콥' 역으로 잘 어울리는데 '말레나'를 표현하기에 리즈 위더스푼은 따뜻한 매력이 없었다. 책 속에서의 말레나는 동물과 교감을 나누고 사랑때문에 고민하는 따뜻한 면을 가진 여자인데, 영화속에서의 말레나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대체 왜 제이콥이 말레나를 사랑하게 된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뭐,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이해받기 위해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제이콥은 말레나에게서 본 거겠지. 킁킁.
극장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어쩐일인지 좀 나이드신 아줌마들이 단체로 와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퍽 시끄러웠는데, 그래도 영화 상영 중에는 조용하시더라. 그런데 영화의 끝무렵,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아이가 다섯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그에 걸맞는 영상이 틀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그걸 보시며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첫째아들이야.
아........첫째아들인거, 영화 보는 사람도 다 아는데, 그리고 둘째든 셋째든 아무 상관 없는데, 왜 모두에게 설명해주신걸까. 영화는 중간에 좀 지루해서 보기 싫었지만 끝에는 괜찮았다. 끝은 좋았다. 그래서 나름 괜찮구나,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첫째아들이라고 설명해주시는 바람에 내 감동이 갑자기 갈 곳을 잃고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아줌마. ㅠㅠ
그러나 사실 내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까닭은, 젠장, 전날 밤 꿈 때문이었다. 꿈에서 나는 속옷차림의 남자를 보았다. 아 젠장. 영화를 보는데 로버트 패틴슨 따위는 내 시야에 들어오질 못했다. 잠들기전에 그 남자의 속옷차림을 상상하진 않았다. 진짜다. 나는 한 순간도 그남자의 속옷차림을 상상한 적이 없다. 아아, 이런 꿈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해.
수키시리즈 7권을 읽고 있다. 가장 멋진 작업 멘트는 수키시리즈 안에 들어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이 시리즈 안에는 여자가 듣고 싶어하는 모든 말들이 나온다. 나는 대체 작가가 이 모든 멘트들을 상상으로 쓴건지, 아니면 정말 직접 다 들어본 말들인건지 너무나 궁금하다. 상상으로 썼다고 해도 진짜 대단한거고, 직접 다 들어봤다면 이 작가는 더 대단한거다. 그러나 언제나 이런 생각은 책 표지를 열어 작가 사진을 볼 때마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뭐..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나는 수키가 너무 좋다. 수키가 좋아서, 수키를 좋아하는 남자들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수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히 전할 수 있는 여자다. 그녀가 예쁘지 않고, 가슴이 풍만하지 않다면, 그랬다면 그녀는 내게 좀 더 완벽했겠지만 그녀가 예뻐서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6권에서 수키는 '아니'라고 '그럴리 없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속 어느 한곳에 늑대인간 '알시드'가 자신의 연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운다. 냉장고에 기대어 우는 그때의 수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수키다. 빌과, 에릭과, 알시드와 만나면서 수키는 점점 더 성장해가고 성숙해간다. 이제는 상처받는걸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의 남자친구인 퀸에게 이렇게 말한다.
「맞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지난 여섯 달 동안 만났던 것보다 더 자주 보지 못한다면,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p.50)
수키는 퀸을 좋아하지만, 퀸을 보고 싶어하지만,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그녀의 그 요구가 설사 퀸에게 무리할지언정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여섯달 동안 만난게 고작 세번이라면(네번이었나?) 애가 타고 안타깝고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사랑하게 되고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는 쪽이 상처를 덜 받는 쪽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수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같은 상황이라면 내가 남자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답답하다. 그리고 수키는 이렇게 말한다.
「내 육체적인 욕망은 무척 강해요. 정말정말 강한 육체적 욕망을 갖고 있죠. 하지만 난 하룻밤 자고 마는 그런 여자는 아니에요.」 (p.50)
수키는 이제 섣불리 시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걸 상대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이 강한것도 알고있다. 나는 욕망이 강하지만, 니가 나를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을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고 수키는 남자에게 말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수키가 무척 좋다. 욕망의 분출도 중요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진지하지 않은 관계에는 욕망을 다스리려는 수키. 멋지다. 좋다.
어제는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는 대신 친구와 캔맥주를 들고 청계천에 있었다. 좋았다. 또 그럴거다. 그리고 오늘은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는 대신 [우리는 시체들]이나 좀 더 읽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