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타는 건 싫지만 말(horse)타는 건 좋다. 음, 돈이 많아진다면 제주도에 별장을 사서 말들을 좀 키우고 싶고, 가끔 스트레스 받을때 내려가서 말 좀 타고 달리고 싶다. 버스타는 건 싫지만 비행기 타는 건 좋다. 돈이 많아진다면 비행기 한대 사서 가고 싶은 지방의 먼 곳은 비행기를 좀 타고 가고 싶다. 조종사는 그냥 음, 닉쿤정도로만 생겼으면 좋겠다. 닉쿤이라면 내가 별로 멜랑콜리해질 것 같지 않으면서(비리지 않으니까) 훈훈하다 할 수 있겠다. 토요일 오전,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보안검사를 받고 탑승수속을 기다리는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이제 곧 비행기를 타겠구나, 하는 그 순간을. 또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아 내 옆자리에 앉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고 상상하는 순간도 좋아한다. 토요일 오전의 나는 세 좌석중 가운데에 제일 먼저 자리잡고 앉았는데 양 사이드로 어떤 사람이 앉게 될지 두근두근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이런걸로 두근거리는 스스로가 퍽 만족스러웠다. 나는 언제나처럼 강하게 살아있고 깨어있다는 느낌.
물론, 내 양 사이드로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앉았고, 그들은 타서 내내 졸았다. 나는 책을 읽었고.
- 부산에 도착해서 공항으로 픽업나온 친구를 만났다. 친구의 차 안, 라디오에서는 이상은이 좋은 노래들을 연달아 들려주고 있었다. 하나는 이것,
I won't forget the way you're kissing
The feeling's so strong were lasting for so long
But I'm not the man your heart is missing
That's why you go away I know
다른 하나는 이것.
마이클 볼튼 때문에 'blue eyed soul'이란 장르가 만들어진게 아닐까? 이 금발의 푸른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어떻게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십대의 중반즈음에 이 사람의 목소리에 아주 푹 빠져있던 기억이 난다. 목소리가 아주 그냥 절절하구나!
좋은 친구의 옆에 앉아 오래전 좋아하던 노래들을 연달아 듣고 있노라니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부산에 가는걸 무척 부러워하던 여동생이 생각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상은이 내가 좋아하던 노래들을 연달아 틀어주네. 감동이야. ㅠㅠ]
그러자 여동생에게서는 이런 답장이 왔다.
[부산은 동래파전이 유명하다는데 못먹어봤어.]
orz
-친구들과 영화 대부를 봤다. 음, 굉장히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사실 내 기대처럼 이 영화가 좋다거나 하진 않았다. '마리오 푸조'의 원작을 몇년전에 읽었을 때 꽤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영화는 내게 뭐 그다지 크게 준 건 없었다. 물론, 알 파치노의 발견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세상에, 알 파치노가 이렇게 꽃미남이었다니! 이렇게 잘생긴 배우였다니!! 지금 볼 수 있는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가 젊은 시절에는 그다지 보이진 않지만 와- 정말 잘 생겼더라.
영화속에서 알 파치노(마이클 코를레오네)가 살인을 저지르고 이탈리아의 시실리에 몸을 숨기던 장면이 있다. 그리고 시실리에서 그 마을의 처녀를 보고 반하는 장면. 그는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되고, 눈이 마주치게 되고, 그 순간, 그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아무말도 할 수도 없고 들리지도 않는 상황. 옆에서 보던 마이클의 경호원은 그런 그를 보고 '벼락 맞은 표정'이라고 한다. 벼락 맞은 표정이라니! 하아-
그러니까 한 여자를 보고 무려 벼.락.맞.은.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갑자기 내 인생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뭔가 헛살았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이닥쳤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남자, 내가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남자,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남자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중 아무도 내게 벼락 맞은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벼락 맞은 표정을 짓게 하지 못하는 여자라니, 아, 뭐 이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지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곧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다. 첫눈에 반했다는 것은 영원하지도 않다. 첫눈에 반했다가도 그 다음 만남에서 그 매력은 반감되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사실 첫눈에 꼭 상대를 반하게 만들 필요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살면서 한번쯤은 누군가가 나 때문에 벼락 맞은 표정을 짓게 되는 것, 그건 정말 해볼만하지 않은가! 하아-
영화 『대부』를 보고 나는 내 인생이 허무했다. 흑. 그렇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내일, 어쩌면 내가 마흔이 되었을 때, 혹은 예순이 되었을 때라도, 누군가에게 벼락 맞은 표정을 짓게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희망을 잃지말자.
-오늘 아침 부산의 한 호텔에서 눈을 뜨고 샤워를 하면서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I heard from a friend today and
she said you were in town
suddenly the memories came back
to me in my mind
나는 제일 처음의 이 부분이 무척 좋다. 오늘 친구로부터 당신이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갑자기 내 마음속에 기억들이 떠올랐죠. 그와의 일들을 떠올리는 그녀의 그 순간, 그 기분이 어떨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와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그가 바로 나와 가까운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그 순간 온전히 그를 생각하고 싶었을 것이고,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 여름이 좋다. 여름은 여자들이 예쁜 계절이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짧은 치마와 짧은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기차게 걷는 걸 보노라면 마구 기분이 좋아진다. 여자들은 예쁘다. 나는 그녀들의 그 드러난 다리들이 예쁘고, 그 다리로 걷는 그녀들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