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도 하지,
라고 할건 아니다. 취향이야 제 각각이니까,
라고 해도 이상한건 이상한거다. 왜 남들이 다 좋다는데 나는 영 마땅치가 않고, 왜 남들은 시큰둥한데 나는 좋아서 미치겠고 그런걸까. 어제 영화 한 편을 보다가, 아 뭐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난 다른이의 감상을 읽어보든 말든, 별로 거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여자사람인지라, 이 영화에 대해서 다른이들이 하는 말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를 극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그렇고, 딱 내가 좋아할 스타일인것 같았다. 나는 내용도 모르면서 막연히 내가 이 영화를 매우 사랑할 수 있을거라는 느낌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참..어쩌면 영화가 이렇게 나한테 아무것도 안 줄 수가 있을까 싶어져서, 다른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간혹 이럴때 다른이들의 감상을 살펴보곤 하는데, 평가가 다들 좋은거다. 최소한 별넷을 줄 만큼. 난 세개. 그러니 내가 별점의 평균을 좀 낮춰버렸겠구나.
내가 이 DVD 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짜증났는데! 알라딘에도 품절(알라딘은 빵꾸똥꾸!!), 예스에도 품절(거긴 원래 안이뻐라 했음), 결국 Hmall 에서 배송료까지 줘가며 구입했건만. 이렇게 나한테 아무것도 주질 않다니. 그리고 좀 외롭다. 음, 다들 좋아하는데 이 세상에 나만 혼자 떨어져서 이 영화를 별로라고 외치는 것만 같아서. 세상에 나만 혼자 있는건가요. 흑.
나는 무척 좋아라 하는 이 영화를 세상은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포스터만 보면 연상녀가 아주 어린 남자랑 사랑하는 그저 그런 로맨틱코메디 쯤으로 보이니까. 뭐,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르.다.
스물 다섯의 남자에겐 벅차게 느껴질 정도로 여자는 나이가 많고, 애들도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 정말이지 모든 여자의 로망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그런 남자다. 그는 맥주 반병에 취해버리고, 해리포터를 읽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아직 변변한 직업도 없다. 여기까지는 내 취향이 정말 아니라니까. 그런데 이 남자,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기를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완전 쑝간다 ㅠㅠ), 여자에게 가슴속에 쌓아두고 하지 못한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기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은 여자에게 "나중에 무등 태워줄게요."라고 말한다. 아, 죽겠네, 정말. ㅠㅠ
나는 평소에 달콤한 남자, 로맨틱한 남자에 대해서는 로망같은거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간혹 그런 남자들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노라니 다 필요없고 순수하고 로맨틱한 남자라면, 다 괜찮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달콤한 남자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이 둘이 이별한 후의 장면들이 정말이지 짜릿할 정도로 좋다.
그렇게 사랑한 그들이 헤어졌는데, 그 둘은 술을 떡이되도록 마시지도 않고, 끙끙 앓아 눕지도 않는다. 눈이 퀭해진 채로 모든 일에 의욕없는 상태가 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산다. 나는 그들의 그 장면이 정말 무척 좋았다. 당신이 없어도 살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당신이 있으면 더 좋을거에요. 그들은 그렇게 얘기한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단순히 남녀간의 연애에 관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일전에 영화 『프라임 러브』의 엔딩씬이 좋았던 것처럼, 이 영화의 이별 후 장면에 무척 마음에 든다. 무척, 무척. DVD 나오고 값이 좀 떨어지면 구입해야겠다.
『타인의 삶』같은 영화는 나도 무척 좋았고, 모두에게 추천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영화지만, 이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는 나 혼자만 좋아할 것 같아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꺼려진다.
이 영화속의 여자는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고, 그래서 사랑이 두렵다. 한 파티에서 매력적인 프랑스 청년을 만나지만, 그리고 그 청년은 젊어서인지 (끙 ;;) 아주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는 것에 신중하고 싶다. 이제 더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까,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와 (짧은기간)연인이 되고, 그는 아, 너무 멋져. 그에 대해서는 이만큼만 쓰자. 안그러면 나 미친다. 그런데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에게 같이 가자 청하지만, 그녀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의 모든것을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가 없다. 왜 안그렇겠는가. 나같아도 쉽게 못떠나겠다. 나는 그래서 그녀에게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는 떠나가버리고, 그녀는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면서(어떻게 해 ㅠㅠ) 침대에서 눈물 흘린다.
그러다 그녀는 뒤늦게 그를 찾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프랑스로 간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 그를 만날 수가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프랑스의 거리를 여행하는 것 뿐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기도 하면서.그리고 그녀는 며칠간을 프랑스에서 보내다가 그를 만나기를 포기하고 이제 프랑스를 떠나려고 한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안에서 그러나 기적같이 그를 마주친다. 아, 정말 ㅠㅠ
"나를 찾아 왔어요?"
"네"
"그런데 나를 찾지 못해서 그냥 가려고 한거구요?"
"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를 만났구요?"
"네"
"그런데 가겠다는 거예요?"
"...."
"내가 한잔 더 살게요. 조금 더 있어요."
"네"
"물론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나도 비행기를 좀 놓치고 싶소.
아, 이게 처음에 쓸 때는 나의 다른 취향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건데, 나중에 쓰다보니까 나 혼자 미치는 페이퍼가 되버렸네 ㅠㅠ 왜 항상 이모양인거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