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주 두병에 도쿠리 한병 그리고 맥주 세병을 여자 둘이서 다 마셔치워버렸더니, 오늘 아침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숙취해소에는 잠을 많이 자는게 최곤데, 나는 어쩔 수 없는 직딩. 거기에 불면까지 더해져 새벽에 눈이 떠지더니 잠이 오질 않는다. 머리는 아프지 잠은 안오지, 아 죽을맛이야. 그런데도 내게 갑자기 미친 조증이 찾아왔다. 히죽히죽 웃는 미친 조증. 

2. 조증은 사실 어제의 내 모습 때문인데,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집앞에 도착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화가 끊길까봐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통화를 했다. 오늘 아침에 생각해보니 어제의 내 모습이 너무 예쁜거다. 난 어쩜 이럴까. 예뻐죽겠다. 이럴때의 나는 정말이지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깐. (아 머리가 너무 아프다 ㅠㅠ) 

3. 어제 술을 함께한 그녀가 꽃청년 서빙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역시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아침 버스에서 그 모습을 생각하니 완전 웃긴거다. 큭큭대고 웃었다. 아, 어쩜 여자 둘이 술마시면서 서빙한테 여친있냐고 물어보냐, 아 웃겨, 이러다가 자꾸 생각하니까 빵 터지는거다. 사람 많은 버스안에서 빵 터지는건 하지 말아야지 싶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손에서는 모링가 바디버터향이 났다.  

 

4. 나는 영원한 사랑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만 가득한 영화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감이 가질 않는다. 『러브어페어』도 나는 그다지 재미 없었고, 『노트북』도 별로. 당연히 사랑에 대해 잔뜩 수식어를 갖다 붙인 이 『디어존』도 내 관심 밖이었고 그래서 무시했는데, 어제 우연히 예고편을 보다가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다. 왜 그런고 하니,  

내가 한번도 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걸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남자의 품에 쏙 안기기. 내게 이것은 이룰 수 없는 로망 같은 것인데, 나는 그러니까 단단한 남자의 품에 쏙 안기는 싸이즈가 아니라서, 이 포스터처럼 저렇게 안기는 건 상상조차 해 볼 수가 없어서, 그냥 저런 장면이 좋다. 나는 크고 강한것이 약하고 부드러운 것을 보호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흐물흐물해진다.  

일전에 비가 오던 날, 우산이 없어서 남동생에게 날 데리러 오라고 했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나와서 나랑 함께 걷던 남동생의 왼쪽 어깨가 젖었고, 내 오른쪽 어깨도 젖었다. "아, 진짜. 누나가 한 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면 우리 둘 다 비를 안맞을거 아냐. 좀 줄여봐, 사이즈좀!" 니...니.....니가 우산을 두개 가지고 나왔으면 됐잖아, 븅 ㅠㅠ  

 

5. 이 뮤비를 처음 봤을때, 리키마틴의 한 손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허리가 쏙 들어가서 꽤 감탄했었다. 내 허리는 내 두손으로도 감쌀수가 없는데!  

 

 

6. 내게 이 책을 추천한 친구는, 내가 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고 했지만,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오! 난 엄청 좋다. 밑줄 그어가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 지난주에 추천 받자마자 사고,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글씨가 꽤 큰데도 빨리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맨날 술 마시느라 퇴근길 지하철안에서는 책을 못읽고, 다음날 출근길 버스안에서는 자느라(혹은 멍때리느라) 책을 안읽고 ;; 

이 책에 대해서는 아주 할말이 많을 것 같아서 조만간 리뷰를 써야겠다.  

 

 

 

7. 나의 후버까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메일 안에는 술 좀 줄이라는 말이 쓰여져 있었다. 건강에 안좋다고. 세상에 술을 줄이라고 말해주는 친구라니! 술을 같이 마시자는게 아니라 술을 좀 줄이라니. 정말 멋진 친구다. 먼 곳에서 가끔 고독해하는 친구에게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내줘야겠다. 그도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위로 받기를 바라면서. 난 내 모든 글을 읽는 나의 후버까페가 정말 좋다.

 

8.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아 정말 복숭아 먹고 싶어서 미쳐버리겠다. 출근길에 복숭아 음료수라도 사려고 편의점에 들렸는데 복숭아 음료수는 왜 없는걸까. 몇년전에는 이거 좋아하죠, 하고 내 책상에 복숭아 음료수를 놓아주던 직장동료 L이 있었는데, 그 직원은 퇴사한지 오래고 복숭아 음료수도 사라진지 오래. 복숭아 먹고 싶은데 딸기라떼랑, 까페라떼를 샀고, 당연히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 씩씩거리며 회사에서는 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침부터 복숭아를 찾고 있노라니 엄마가 통조림 사먹으라고 한다. 아, 나는 과일을 깡통에 넣은 것 따위는 싫다. 

 

9. 모링가 바디버터 향은 늘 좋지는 않다. 좋았다가 별로 안좋았다가 한다. 

 

10. 복숭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 비가 오면 당신이 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러니까. 비가 오지 않아도 나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12. 고개를 숙이지를 못하겠네. 팽팽 돌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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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14 00:22   좋아요 0 | URL
아, 나도 그 G가게에서 검색해봐야 겠어요. 뭐 먹을만한거 있는지 ㅎㅎ

근데 내가 보기엔 그 꽃청년 서빙..좀 당황하는것 같았는데요? 이여자들 왜 이런걸 묻지? 하면서 말예요. 아 나 진짜 그날은 생각만해도 웃겨. 난 당신만 만나면 아주 술을 미친듯이 먹는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2010-03-1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4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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