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꼬 2007-11-26  

볼이 새빨간 아기를 안고, 곱게 옷을 차려입은 아내를 데리고,

얼굴이 새까맣고 몸이 마른 시인이 자기도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시상식에 나타났어요.

곁에는 역시 얼굴이 새까맣고 몸이 말랐고, 그리고 연신 싱글벙글 웃고 계시는, 노모를 모시고요.

그가 가슴에 코사지를 달고 눈길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식장을 서성이는 것을 나는 보았답니다.

나중에 듣자 하니, 그는 뒷짐을 지고 천장을 보며

"용맹정진, 시를 쓰겠습니다."

라고 수상소감을 말하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나와 내 친구는 그만 울컥했답니다.

 

지난 금요일 모 시상식장에서 본 시인, 박성우 씨 이야기예요.

 

 
 
다락방 2007-11-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늦은 사랑


김사인


내 하늘 한켠에 오래 머물다
새 하나
떠난다

힘없이 구부려 모았을
붉은 발가락들
흰 이마

세상 떠난 이가 남기고 간
단정한 글씨 같다

하늘이 휑뎅그렁 비었구나

뒤축 무너진 헌 구두나 끌고
나는 또 쓸데없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늙어가겠지



-와주셔서, 울컥 한 글 올려주셔서, 조용히 시 한편 들려드려요. 다른말은 달리 생각나질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