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퇴근후 남동생 집에 가 실컷 아가 조카를 안아주고 남동생과 소곤소곤 술을 마셨더랬다. 남동생은 아이가 태어나고나서 술을 안마시고 지내고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술을 마신 거였다. 기분이 좋았는지 취하지도 않고 우리는 계속 마셨는데, 대화중에 WWE 레슬링 선수 '숀 마이클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남동생과 나는 모두 그 선수를 좋아했었다. 이제 그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게 서운하다는 얘기도 했고, 그러다가 내가 '자서전 나오면 읽어보고 싶어' 했더니, 남동생은 '나왔어!' 하는게 아닌가. 뭐라고? 검색해보니 이미 몇 년전에 자서전이 나왔는데 번역본이 없는 거였다.



















페이퍼백, 하드커퍼, 오디오북.. 난리가 났네.

여튼 이렇게 나온걸 알고 좋긴했지만 번역본이 없다니 낭패네, 번역되어야 읽지, 하면서 내가 남동생에게 '원서 사주면 너 못읽지?' 했더니 '못읽긴 왜 못읽어' 하는거다. 야, 가능하겠어?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그래서 내가 '그러면 사줄까?' 했더니, '사줘' 하는거다. 이 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심? 진심! 진짜? 진짜! 너 읽을 수 있어? 읽어보지, 뭐! 이래가지고 충동적으로 그 밤에 주문을 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러고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랬는데, 어제 출고되었다는 문자가 와서 남동생과 공유했다.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술김에 산 책이 드디어 오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술김에 원서 사는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내가 읽을 건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사는 것'에 진심인 사람, 나야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잊고있다가 어제 문자 보고서 '아 맞다 이거 주문했지!'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오랜만에 혼자가 되는 날이었다. 나는 며칠전부터 혼자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렜다. 마침 와인도 선물 받았어. 완전 꺄울이다.

내가 혼자가 되면 되게 행복해한다는 걸 알고 있는 동생들은 어제 톡을 보내왔는데 남동생은 '벌써부터 오늘 저녁 안주를 생각중이겠군' 하길래, '장난하냐? 안주 선정 며칠전에 다 끝냈고 준비도 완료됐다' 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집에 가기만 하면 되지롱~ 나는 안주에 진심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순만 어제 점심시간에 샀다. 금세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가 없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점심 먹고 마트 가서 사고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퇴근 전에 꺼내 가져가서는 휘리리릭~ 나는 안주를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건 슬라이스 훈제 오리였다. 훈제 오리 좋아하는데 구워먹기 번거로워서 혼술 안주로는 얇게 슬라이스된 오리가 딱이다. 구워먹으면 더 맛있긴 하지만 전자렌지 1분 완성 되어버려. 쌈무와 무순과 양파를 준비해서 샤라라랑 차려내고~





이것만으로는 어쩐지 허전하지, 후훗. 냉장고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또띠아로 피자를 만들자. 내게는 올리브도, 피자치즈도, 스파게티 소스도 있다! 햄 대신 슬라이스 훈제 오리를 올려버렸! 루꼴라 대신 무순을 올려버렸!! 나는 요리의 신, 요리의 천재!





그렇게 차려낸 한상이다.




아 너무 좋아.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티비 앞에 앉아서 채널을 돌리는데 또 마침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시즌2를 보여주는거라. 세상에.. 아니 이게 무슨 꿀맞춤이야.. 으하하하하.

신계숙 교수님 제주도 가셨네요. 빵 드시고 요리 하시고 너무 좋네요. 음화화핫.

이번 제주도에 신화의 멤버 김동완과 함께였는데, 신계숙 은 김동완에게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이 있느냐' 물었고, 이에 김동완은, '있다, 결혼이다' 라고 답했다. 연애를 하고 두번 실패해보니 이제 겁나서 더 하게 되지 않더라는 거였다. 신계숙은 이에 두 번 실패했으니 세번째는 성공이지 않겠냐. 엉덩이를 들고 문을 열고 나가서 해라, 라고 조언해줬다.


김동완에게 그게 결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각자 다른 것일 수 있을테다.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 그게 무엇이든 신계숙의 조언은 통할 것이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라, 문을 열고 나가라, 하라.





넷플에서 이런 영화가 있다고 알려줘서 춤 영화니까 닥치고 봤는데, 그동안 봤던 춤 영화 중에서 가장 매력없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스토리는 전형적이다. 발레 유망주가 발레 오디션을 앞두고 힙합에 빠지게 되고 힙합을 추면서 자신이 날아오르는 것을 느껴서 발레를 포기하고 이 과정에서 아빠랑 갈등을 겪고 그리고 힙합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내용. 근데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도 너무 매력이 없어... 신기하게 매력이 없다.


요즘은 매력에 대해서 생각한다.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외모가 출중하고 성격이 밝고 그러니까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도 매력이 없는 건 어째서인가. 매력이란 대체 무엇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보는데 이것은 그저 개인과 개인의 합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흠잡을 데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 매력없네' 하는 경우가 생겨버려. 인간은 개개인이 다 다른 존재이다 보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싫어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안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는 와 무매력이다.. 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영화속 주인공들 너무나 매력 없어서, 춤 영화면 일단 춤을 잘 추는 것만으로 매력포텐 팡팡 터지는데 그것이 안된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생각했다. 나는 다코타 존슨이 좋아. 날 닮은 다코타 존슨.


(죄송합니다..)



요 며칠은 포기에 대해 생각했다. 포기할거야, 포기할거다, 라고.

어제 친구는 나의 고민에 '그냥 해, 질러버려' 했다. 신계숙 교수의 조언과 일치하는 조언을 해준 셈. 늘 나는 생각이 많다는게, 복잡하다는 게 친구의 말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걍 해버렷, 이라고 했는데. 나는 왜 그럴 수 없는가. 무엇이 나를 막는가. 만약 앞으로 가지 못하면 포기해야 하는데 왜 포기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나...



강수지의 노래나 듣자.

강수지 노래 가사 중에 '세월이 지나면 그때서야 알거야, 얼마나 내가 소중했는지, 그리고 나로 인해 행복했음을' 이란 부분이 나오는데, 마침 어제 본 티비에서도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았다'는 구절이 나오더라.


바보야,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면 안돼. 꽃이 한창 피었을 때 지금이 봄이로구나, 하고 봄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야 하는거다. 알간?


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 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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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4-30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코타) 부장님 ㅋㅋㅋㅋㅋ 아 진짜 부장님 캐릭터 너무 재미난 거 아닙니까?
다(코타) 부장님은 술 마시다가 술김에 레슬링 선수 관련 원서 사는 사람
다(코타) 부장님은 점심 시간에 안주 사다가 회사 냉장고에 쟁여놨다가 퇴근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다(코타) 부장님의 이 매력을 아는 사람이랑 연애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4-30 10:41   좋아요 3 | URL
정말이지 매력 철철 넘치는 캐릭터 아닙니까? ㅋㅋ 안주에 진심인 사람, 책 구매에 진심인 사람, 무엇보다 충동적이면서 계획적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 너무 피곤하고 지겨워서 내팽개쳤었는데 요즘엔 흐음, 다시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봐서, 하게 되면 해야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가 뭐 한다는 건 아니고, 뭐 그렇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한 손으로 계란 까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습니다. 전완근과 등근육과 피땀눈물.....

그럼 이만.

blanca 2021-04-30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러버려, 이게 뭘까...음....ㅋㅋ 사랑이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하고 가요.

2021-04-30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30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4-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의 신, 요리의 천재 인정입니다~ 저희집 루꼴라가 좀 더 자라면 피자 위에 사뿐히 올려드리겠습니다~🙆

다락방 2021-05-03 12:28   좋아요 1 | URL
무순을 처음 올려봤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루꼴라라면 더 좋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꼴라를 키우고 계신다니 아아 툐툐님 넘나 멋지십니다!! ㅠㅠ

2021-05-01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1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