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앨리스는 존과 결혼하여 탕헤르에서 살고 있는데 어느날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루시가 찾아온다. 루시는 앨리스를 만날 생각에 설레었고 앨리스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앨리스는 루시의 등장에 당황하고 놀라며 두려워한다. 앨리스는 루시를 초대한 적도, 기다린 적도 없다. 루시와 지낸 시간들을 잊고 살고 싶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한 쪽에서는 마땅히 보러 가야한다 생각했는데 한쪽에서는 대체 네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와, 왜 와, 라고 하다니. 이 관계의 시작과 그리고 끝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신경줄이 팽팽해지는 일이다. 이야기 자체로는 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는 이야기라 나는 이 책을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러나 이 책이 매우 잘 쓰여진 책이고 영리한 책이란 것을 부정할 순 없다. 루시와 앨리스의 우정 그리고 사랑.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은 너무 긴장되는 일이라서 나는 이 책의 다음 장을 넘기고 싶었다가 넘기기 싫었다가 했다.


앨리스와 존이 결혼하는 장면, 존은 부모 없이 고모의 후견을 받는 부자 앨리스의 돈을 보고 결혼하고 자신이 그토록이나 사랑하는 장소 탕헤르로 앨리스를 데리고 가는 장면, 탕헤르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앨리스의 '고립'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영화 <가스라이팅>이 생각난다. 물론 나는 그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가스라이팅라는 용어가 그 영화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그 영화 속에서도 여자의 재산을 노리고 남편이 접근해 그녀를 고립시키고 서서히 미치게 했다는 줄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립이다. 



앨리스는 탕헤르에서 약해지고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루시를 다시 보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루시와 함께 떠나고 싶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루시는 앨리스가 자신과 함께 당연히 떠날 것이라고 앨리스 역시 자신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둘이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루시는 앨리스의 부모가 안계시다는 것 고모의 후견을 받아 부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 앨리스는 나중에 너를 데리고 스페인에 갈게, 파리로 갈게 말했던 터다. 루시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랐는데, 그 날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그런데 루시가 톰이라는 남자친구를 사귄다고 한다. 곧 결혼까지 할거래. 그렇다면 나를 데리고 스페인에 가겠다는 것은?? 


친하고 서로를 의지하고 다정하며 늘 붙어 다니는 여자 둘에 대한 이야기, 이 묘한 긴장감은 영화 [위험한 독신녀]를 생각나게 했다. 한 여자가 다른 여자와 만나 친해지고 결국은 헤어스타일도 그대로 따라하고 향수도 똑같은 걸 쓰고, 똑같은 구두를 신고 그렇게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마치 그녀인 듯 밤에 찾아드는 일.
















루시가 탕헤르에 앨리스를 찾아가서는 앨리스에게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앨리스는 모처럼 자신의 취미였던 사진찍기를 다시 하며 행복해한다. 밤이 되어 숙소를 찾아서는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와 함께 쿠스쿠스와 타진을 주문했지만, 거한 식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위가 감당하지 못해서 둘 다 끝까지 먹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왠지 배불리 먹는 행위 자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해 숨기고 억눌렀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우리는 숙소 바닥에 앉아, 스푼가 포크를 한옆으로 치워놓고 현지인처럼 맨손으로 먹었다. 손가락을 타고 즙이 흘렀지만 굳이 닦아내지 않고 핥아먹으며 그 낯선 행위를 즐겼다. 양고기인 것 같은 고기, 살구, 건포도, 맛좋은 식사에 통상적으로 곁들이는 과일은 아니었지만, 저물어가는 모로코의 햇살 속에서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식사를 마칠 무렵 우리 입술에는 기름이 번들거렸고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살짝 민망하게 웃으며 둘 다 몸을 뒤로 기댔다. -p.186-187



'거한 식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위가 감당하지 못해서' 라는 문장에 나는 책장을 덮고 당장 초록색 창을 열어 쿠스쿠스와 타진을 검색했다. 거한 식사라고? 모로코의 거한 식사는 도대체 뭐야? 나는 뒤의 부분에 등장하는 양고기 부분을 읽지도 못하고 거한 식사에 꽂혀 이 거한 식사를 검색한거다. 궁금하다. 거한 식사 너무 궁금해! 나는 그 거한 식사의 이미지를 보고 싶다. 사진을 보고 싶어. 뭔데, 뭔데!! 쿠스쿠스는 뭐고 타진은 뭔데!!!









아마 거한 식사의 고기는 타진이었던 것 같다. 여행블로거들의 글을 살펴보니 쿠스쿠스 메뉴에도 여러가지가 있어 로얄 쿠스쿠스란 이름의 메뉴는 고기가 막 종류별로 함께 나오더라. 쿠스쿠스와 함께 곁들일 고기를 충분히 주는 모양이었다. 아, 타진도 궁금하고 쿠스쿠스도 궁금하다. 쿠스쿠스 자체보다는 로얄 쿠스쿠스라는 그 어떤 거대함, 거함, 고칼로리.. 타진의 거함, 고칼로리..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잊지 말고 언젠가 모로코 음식점에 가게 된다면 쿠스쿠스와 타진을 주문해 먹어보아야겠다. 나도 앨리스와 루시처럼 거한 식사라 남기게 될까? 와인하고 같이 먹으면 딱히 안남기지 않을까? 저거 그렇게 뭐 양이 어마어마해 보이지도 않는데... 흐음...



신경줄이 팽팽해지고 뾰족해지는 이야기 읽다가 갑자기 쿠스쿠스와 타진 찾아보아서 죄송합니다, 앨리스 그리고 루시여.. 미안해.. 




<탄제린>은 우정과 사랑에 대한 얘기고 질투와 시기 열등감에 대한 얘기고 고립에 대한 얘기이며 누군가를 미친 사람으로 만드는 얘기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바로 엊그제 이와 비슷한 내용, 고립과 폭력과 탈출과 미친사람으로 만드는, 더 정확하게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걸 보여주는 영화를 보았다. <인비저블 맨>이 그것이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절찬 상영중이니, 여러분 놓치지 마세요!




와, 이 영화는 진짜 엄청 잘만들었는데 여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 한 편을 살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가 한밤중에 남편의 감금과 폭행으로부터 탈출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잠에서 깬 남편이 발견하고 뒤를 쫓지만 어쨌든 탈출에 성공하면서 시작하는데, 영화속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가한 폭력은 실질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실리아의 행동과 표정으로 그동안 남편과의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했을지 너무 잘 알 수 있다. 그걸 짐작하게끔 한 건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다. 나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과 강간묘사가 굳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지 않아도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 폭력에 대한 묘사가 반드시 드러나야만 아 끔찍한 폭력을 당했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아주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렇게 세실리아가 탈출했는데도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임을 알고 두려워한다. 언니의 남자친구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문 밖으로 나서는 일이 매우 힘겹다. <탄제린>의 앨리스도 상황이 같지는 않았지만 문밖으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그 생각만으로도 두려워한다. 너의 남편이 여기를 알지 못하니 너를 찾아올 수 없다고 주변인들이 말하지만, 그러나 세실리아는 계속 감시당하는 느낌과 그가 반드시 나를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몹시 두렵다. <이웃집 살인마>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폭력적인 남편이나 애인을 피해 멀리 도망치지만, 여기도 찾아와 나를 죽일 것 같다고 두려워하지만 주변인들은 여기까지 너를 따라오진 않을거야 라고 말하고, 그러나 그녀들의 그 두려움은 결국 자신을 찾아온 남자들에 의해 살해당함으로써 망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죽고나서야.





제가 사는 곳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집에 찾아와서 절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p.145)












자, 이 영화의 제목은 '인비저블 맨' 이다. invisible 은 '보이지 않는' , '볼 수 없는' 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에서 이 영화가 어떻게 흐를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러나 나는 짐작하지 못했고, 그것이 어떤 은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 아아 크게 당황하고 마는데, 그러니까 그녀의 초조함과 두려움이 너무 심장 두근두근 거려서, 나는 이웃집 살인마를 읽었으므로, 그녀의 두려움은 이유없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트라우마가 아니다, 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남편이 나올지 몰라 너무 두려운거다. 나는 그녀가 결국 남편으로부터 무사히 탈출하기를, 결국은 남편과 싸워 남편을 죽이기를 바랐다. 그 결말을 반드시 알고 보고 싶었다. 스포일러를 부러 당하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덜 무서울 것 같은 거다. 그래서 30분 동안 쫄아서 보다가 이 영화의 스포일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자가 남편을 죽이는지 살리는지 어떤지에 대한 스포 대신 다른 스포를 당하게 되는데, 이미 짐작한 사람에게는 스포가 아니겠지만, 아아, 그는 인비저블 맨, 보이지 않는 남자, 투명인간으로 그녀 앞에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두려움 앞에 갑자기 그녀 남편의 사망 소식이 날아온다. 그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그의 죽음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심신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그녀 스스로가 그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왜 아니겠는가!! 나라면 반드시 확인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미 신문기사에도 났으니까. 그리고 그의 유언에는 아내였던 그녀에게 상당한 재산을 남긴 걸로 되어있고 그녀는 그 서류에 싸인을 해야했고, 그렇게 그 서류에 싸인하기 위해 문밖을 나서 죽은 남편의 남동생을 만난다. 그 서류에 싸인하고 돌아와서는 이제 자신앞으로 넉넉한 돈이 들어오니 자신이 신세진 언니 남자친구의 가족들에게 사례를 하고 이제 직업도 좀 갖고 새로 살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아, 그가 나타난다. 보이지 않는 그가. 뭔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 여기에 누군가 함께 있는 느낌 때문에 두려운데 불을 켜고 살펴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그녀의 말을 다른 누가 믿어줄 것인가. 나는 이 남자, 보이지 않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의 후기로 이미 접하고서는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울고 싶어졌다. 그녀 앞에 그려질 미래가, 결말이 어떻게 되든 간에, 너무나 외로울 것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투명인간이라니, 그런 남자에게 여자는 분명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체 그 사실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죽은 남편은 세계적인 공학자였다. 너무 똑똑한 남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아는 거다. 이 남자가 죽지 않고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앞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그녀의 고립을 의미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그 말까지 믿을 순 없었다. 이 방에 누군가 있어, 여기 지금 다른 누군가 있다고,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있다니까! 라는 그녀의 울부짖음은, 그녀의 트라우마가 나타낸 증상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렇게 고립된다. 남편으로 탈출하기 전에는 외딴 곳의 큰 집에 고립되어 있었고 남편으로부터 탈출했다고 생각한 지금은 주변에 사람이 있는데도 고립된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도.




신뢰성은 생존의 기본 도구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페미니즘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가기 시작하던 시절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핵물리학자 삼촌이 있었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그 삼촌은 우리에게 핵폭탄 연구자들이 사는 교외의 자기 동네에서 한 이웃집 부인이 한밤중에 알몸으로 집을 뛰쳐나와서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비명을 질러댔다는 이야기를-마치 가볍고 재미난 대화 소재인 것처럼-들려주었다. 나는 물었다. 남편이 진짜로 아내를 죽이려 한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는 내게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그 사람들은 점잖은 중산층 가정이었다고, 따라서 남편이 아내를 죽이려 했다는 말은 여자가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외치면서 집을 뛰쳐나온 데 대한 설명으로서 믿을 만하지 않다고, 오히려 여자가 정신 나간 거라고 ‥‥‥(p.18)






<탄제린>에서도 그리고 <인비저블 맨>에서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 사랑이 너무 깊어서, 그래서 그 사랑이 보답받지 못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스스로 하게 되는 사람들을 본다.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잖아, 그런데 너는 왜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지? 그 생각은 결국 상대에 대한 고립과 감금 그리고 폭력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사랑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애초에 그들에게 없다. 다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내가 아니라면 넌 파괴되어야 해'가 되어버린다. 어떻게 그렇게 사랑한다고, 너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서, 그러면서 그들을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수 있는 걸까. 



사랑은 소중한 감정이고 높은 가치를 지닌 감정이지만 그러나 절대적으로 숭배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다. 내 사랑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내 사랑에 갇혀서 상대의 말이 내게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건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나 자신이다. 




탄제린의 앨리스의 말은 아무에게도 가 닿지 않는다. 자신이 행하지 않은 일이 자신의 행위가 되어 있다. 그녀는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신경과민의 여자가 된다. 부모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정신이 좀 온전치 못해.

인비저블 맨의 세실리아의 말도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는다. 남편의 폭력이 트라우마를 남겨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정신이 나가버려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 다니고 있다. 앨리스도 세실리아도 누명을 쓰고 정신병원게 감금된다. 그녀들이 미친게 아닌데도 미친여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녀들이 사랑하는 대상에게 감금되지 않는다면 세상으로부터 감금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앨리스도 세실리아도, 내 편인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말을 들어주고 믿어줄 거라고 확신하는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혼자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혼자는 얼마나 외롭고 고독할까. 혼자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고 스스로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리고 많은 시간 혼자 살아가는 일은 불행보다는 안정감이지만, 그러나 혼자 싸우는 일은 다르다. 혼자 싸우는 일은 힘겹고 고되며 포기의 순간이 자꾸만 찾아든다. 나는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걸 깨닫는 여자들을 볼 때마다 함께 생각한다. 상대를 죽여야 해,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나는 계속 고립되고 미친 여자가 된다. 새삼 버사 부인의 입장에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써준 '진 리스'가 고맙다. 그녀는 일찍이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바람직한 결말은 아니지만 사랑을 의심할 것, 사랑에 기대지 말 것이 탄제린과 인비저블맨이 나에게 준 교훈이다.

바람직한 결말로는 여자의 말을 의심하지 말 것, 이 있겠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녀를 증오했다. 앨리스. 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망쳐놓은 우리의 삶을 구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왔다. 나는 그녀의 나약함을 증오했고, 줏대 없음을 증오했으며, 항상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을 증오했다. - P235

그는 유감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고국에서 영리하지 못했던 사람은," 그가 자기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서도 영리하지 않아요. 고향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이 여기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놀랄 일은 아니죠. 당신은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에요. 탕헤르가 마법 같은 도시이긴 해도, 기적을 일으키진 않거든요."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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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1-01-0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에 죄송한데 쿠스쿠스 편리해요! 마트에서 한참 봤는데 아무도 안 사니까 들어갔나봐요. 좁쌀알 같은 밀가루덩어리들인데 뜨거운 물에 5분 정도 잠시 놔두면 엄청나게 불어요. 저는 전자렌지에 햇반 데우듯 돌리기도 하고요. ㅋㅋㅋ 그래도 좁쌀같지만; 마카로니나 스파게티보다 저는 속이 편해서 스파게티 소스같은 거 할 때 두세숟갈 넣으면 배부르게 먹습니다. ㅎㅎㅎ 토마토 베이스로 갖은채소 넣고 만들 때 굳이 삶아주는 과정없이도 따뜻한 물 있는 곳에선 금방 익어서 전 스튜처럼 끓일 때 같이 넣고 먹었는데요. 간편한 느낌이고 쌀에 익숙하니깐 밀가루로 된 쌀로 리조또 먹는 기분이랄까요. ㅎㅎㅎ 카레에 먹기도 하고 했는데 요즘은 어디서 구할지 모르겠네요. ㅠㅜ 진짜 쿠스쿠스 먹으러 서촌에 쿠스쿠스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몇년째인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1-01-04 11:44   좋아요 1 | URL
저는 쿠스쿠스 이름도 처음 듣고 보기도 처음보는데(이미지로!) 어쩌면 제가 어딘가에서 그 이름도 모르는채로 먹어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속이 편하다니, 저도 마트 갔다가 보이면(저희동네 마트도 없겠죠? ㅜㅜ) 한 번 사먹어봐야겠어요. 파스타용 토마토 소스 넣고 한 번 먹어볼까봐요. 후훗.

바람돌이 2021-01-0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리스나 세실리아가 느끼는 저 불안감은 정말 공감이 가요. 어쩌면 여기서 남녀가 원천적으로 갈라지지 않을까? 보통의 남자들은 저런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죠. 오히려 신경쇠약으로 돌리기가 쉬운... 왜냐하면 그들은 여성에 비해 날때부터 육체적으로 힘센 인간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남자든 여자든 독서가 필요해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게 해주니까요. 그쵸? 전 탄제린은 안 읽었지만 이 책은 남자들이 좀 많이 읽어줘야 하지 않나 주장하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님 새해도 건강하시고 복도 듬뿍 받으시고 가능하면 새 책도 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다락방 2021-01-04 11:46   좋아요 0 | URL
여자들은 남자들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실제적으로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피해‘망상‘이 아니지만, 겪어보지 않았던 대부분의 남성들에게는 예민함 혹은 망상으로 여겨지겠지요.
사실 탄제린은 남녀관의 관계이기 보다는 여여 관계라, 그런 식의 두려움을 깨닫고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영화 <인비저블 맨>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영화 진짜 잘 만들었어요. 여자배우 연기가 최고에요!!
바람돌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우리 올해도 알라딘에서 자주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