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낯선 곳에서 까페를 발견하고 또 그 까페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좋아서 훌쩍 들어갔다. 가방에 책이야 늘 있는 것. 나는 <성의 역사2>를 시작할것이다, 하고는 가방에 이 책 한 권만 달랑 넣어 까페로 들어갔다. 욕심을 내어 커피도 큰 걸 시켜두고 읽기 시작하다가, 서론에서, 나는 코끼리를 만난다. (네?)
우리는 살레스의 성 프란시스가 부부의 덕목德目을 어떤 식으로 권유 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는 결혼한 사람들에게 한 쌍의 코기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습속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자연의 거울에 비춰보라고 들이민다. 그것은 "거대한 동물에 불과하지만 지상에서 가장 고상하며 가장 지각 있는 동물이다. … 코끼리는 결코 제 짝을 바꾸지 않으며 선택한 암컷을 다정하게 사랑하지만, 3년에 한 번씩만 교미하는데 그것도 단지 5일 동안이며, 또 너무도 은밀히 하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할 때는 아무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6일째 되는 날 모습을 나타내고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다. 자기가 깨끗해지기 전에는 절대 무리에게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답고 정숙한 성질이 아닌가?"(Francois de Sales, Introduction a la vie devote) - <성의 역사 2>, p.39
우엇!!
우엇!!
이게 뭐얏!!!
코끼리... 나 코끼리였어!! 코끼리닷!
나는 다람쥐처럼 귀엽고 싶었는데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 실상은 코끼리였어..코끼리처럼 살고 있었다. 거대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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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는'것만 코끼리와 내가 다르다. 나는 곧장 강으로 가 몸을 씻지 않아도 무리에게로 잘만 돌아가. 그러나 나는 코끼리였다. 나는 코끼리였어! 나는 코끼리다, 아아, 다람쥐보다 더 잘어울려. 코끼리다. 나는 코끼리인것이야... 코끼리..
푸코님의 책이 이렇게 좋군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이만....
2020.11.23.08:20 코끼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