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를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인데 심지어 주연이 '탕웨이'다. 와, 이걸 도대체 안 볼 이유가 무엇? 그러나 129분의 상영시간 동안 도대체 언제 끝나냐라는 생각을 수십번 한 것 같다.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는 '자오(탕웨이)'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맞는 인연을 찾는 것은 이토록이나 힘들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겠지만 영화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길고 재미없는 탕웨이 주연의 영화라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영화가 개연성도 없고 여자와 남자가 주고받는 편지 내용으로 도대체 왜때문에 갑자기 사랑이 시작된건지도 모르겠고...
아, 그러니까 생각난건데 [주군의 여인1]을 아직 읽고 있는데, 이제 드디어!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쏠랄은 여자를 유혹하는데 성공해버렸어. 나는 이 미친 쓸데없는 장광설은 도대체 언제 끝나나, 끝나면 본격 유혹 시작되나, 이 장광설 듣는 동안 아리안은 잠이 쏟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놀랍게도 아리안은 장광설만 듣고서도 사랑에 빠져버려. 불타오르네. fire~~
어이가 없네? 그런데 뭐, 사랑은 저마다의 몫이니까요...
영화 《북 오브 러브》에서 '자오'와 '대니얼'은 마카오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각자의 이유로 <채링크로스 84번지>라는 책에 대해 안좋은 추억이 있다. 그래서 그 책을 내다 버리려고, 니가 있던 데로 가라! 하다가 여차저차 해가지고 서로 편지를 쓰게 되는데, 이들이 서로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는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 말야? 좋아하지 않으면서 편지를 쓰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어쨌든 쓰다보니 좋아하게 됐고, 각자가 연애에 실패도 하고 내 인생 이게 뭔가 후회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 그러면서 서로에게 편지 쓰는 걸 놓지 않는다. 자오는 이 남자가 내가 진실로 사랑하게 될 남자일까 늘 기대하며 연애를 시작하지만 누군가는 몸만 가지려고 하고 누군가는 유부남인걸 속이고.. 씨방새들. 게다가 어릴 때 아버지도 빚에 쫓겨 다녔는데 자신 역시 성인이 되어서 빚에 쪼들린 삶을 살고 있다.
남자주인공 대니얼은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그는 자신이 선인장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와 사귀는 여자들은 그가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그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꺼려한다는 걸 안다. 대니얼은 사귀는 사람이어도 거리를 두려고 했다. 마음을 줬다가 다치게 될까봐 늘 겁을 먹고 있었다. 십대시절 부모님이 대니얼만 혼자 미국으로 보내고 이혼을 하면서 가족은 없는 듯 혼자 살았고,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선인장이 되어 살고 있다는 거다.
영화는 재미없는데, 나는 대니얼의 이 '선인장'이라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다치게 될까봐 애시당초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는 건, 사실 클리셰라고 할만큼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캐릭터이고 실제로도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라서 상대가 나를 좋아하든 아니든 내가 상대를 좋아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설사 좋아한다고 해도 거리감을 지키려고 하는 편이며, 사실은 그다지 가까워지려고도 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가 훅 치고 들어올까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쪽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함부로 다가오는 것도 싫지만, 대니얼이 말한 것처럼 그러다 헤어지게 되면 그 상실감이 나를 후려치는 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니얼의 '선인장'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데 나는 이런 나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대니얼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혼자 남겨진, 혼자 이국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 부모님과 십대 시절부터 떨어져 살아야했던 인생의 어떤 중요한 지점 같은게 있었단 말이다. 그러니까 나를 둘러싼 가시를 키울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그런 사연이 1도 없는 사람인거다. 나는 지금까지도 나를 가장 생각하고 위로하고 걱정하는게 내 가족이다. 최근 며칠간 내가 우울했다는 거 알고 일요일에는 남동생 부부가 내게 와서 위로를 해주겠다고 했다. 여동생은 매일매일 내게 말을 걸고, 엄마 아빠도 언제나 내 편이다. 그러니까 사랑과 지지를 듬뿍 받고 있단 말이다. 나는 내가 이번 생에 받은 가장 큰 복이 나의 가족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로 치명적 싸다구를 맞았냐 하면, 사실 뭐 그런 것도 없단 말야? 애시당초 치명적 싸다구를 맞을 만큼의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이 나인데, 오늘 이 영화 북 오브 러브를 보면서 대니얼은 사연이라도 있어서 선인장이 됐는데, 나는 왜 사연도 없으면서 선인장이 되었지? 하게된 거다... 흐음........
내가 선인장이 된데에는 사연이 없습니다. 예....
없는데 왜 선인장됐지? 모르겠다.
이건 앞으로 프로이트를 읽으면서 연구,분석 해봐야겠네.
그렇지만 11,12월 도서 푸코.. 우쩐댜?
아니, 그러니까, 11월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가 푸코의 <성의 역사 1-4>권이 모두들 아시쥬?
이미 시작한 분들의 글에서 이 책의 인용문을 보노라니, 이것이 한글인데 정녕 한글이 맞는 것인가, 할정도로 너무 어려운거다... 그래서 시작을 못하겠어. 어떡하지, 나여...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푸코를 읽으려고 합니다.....
1월 되어서 육식의 성정치나 읽고 싶구먼 ㅠㅠ
어제 김소영 작가의 신간을 언급하면서, 김소영 작가가 '올해 가장 잘한 일'로 블로그에 정기 연재를 했단 걸 꼽았다고 했었는데, 그 문구를 읽고나서부터 계속 생각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에게 잘한일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올해 이걸 잘했어, 나는 내 삶에 이걸 참 잘했어 라는 걸 스스로 알아챌 수 있어야 삶이 더 윤택하고 풍요로워지고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내가 나한테 '올해 내가 잘한게 뭐지?' 물어도 아무것도, 전혀, 1도 생각나지 않는거다. 올해는 예정되어 있던 여행 세 개를 차례차례 취소하였고, 그 때마다 우울감에 사로잡혔고...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공격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렇게 뭔가 내가 이룩한 거, 잘했다고 여길만한 게 하나도 없이 2020년 이게 뭔가... 했는데....
요며칠간 알라딘을 통해서 미국에 계신 분이 그리고 프랑스에 계신 분이 여성주의 책읽기를 같이 하고 계신다며 책을 읽고 글을 올려주시는 걸 보게 됐다. 외국에 계시면서 이걸 같이 해주시다니.. ㅠㅠ
오늘 아침에 출근해 관련 글을 읽으면서 아, 너무 좋네.. 했다. 잘한 거 없이 살고 있는 줄 알았더니 나는 잘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면서 글을 써오고 있어. 대단하다 ㅠㅠ 잘했어 ㅠㅠ 다른 분들로 하여금 저 책을 같이 읽어보자,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 책을 읽고 글까지 쓰게 만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책들이어서 그 분들도 독서하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셨다 하시고 ㅠㅠ 이거 너무 좋잖아. 내가 아무것도 안한게 아니구나, 잘한 게 없는게 아니었어. 침체되고 우울하고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고 무너지는 것 같아도, 나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었어. 흑흑. 여러분 감사해요 ㅠㅠ 여러분 덕에 제가 단단히 서게 됩니다. 히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글을 썼는데, 친애하는 알라디너가 비밀글로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 고독이 너를 읽고 쓰게 하고 보고 쓰게 하고 만들고 쓰게 한다고. 아 너무 좋은 말이다. 친애하는 알라디너는 내게 당연히 위로의 마음과 격려의 마음을 담아 그 댓글을 작성했겠지만, 친구가 먹었던 마음의 크기가 얼마였던간에 나는 주고자 했던 것보다 더 크게 받았다. 고독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 고독이 나를 만든 방식과 방법이 나는 썩 마음에 든단 말야? 굿이다, 굿.
아무튼 다시 북 오브 러브로 돌아가서, 간절히 원하던 그들은 곁에 있는데도 모르는채로, 편지만 주고 받았으니 상대의 외모와 나이도 모르는채로 각자가 이미지를 그려가며 상상하면서 편지를 주고받고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 힘들때 상대의 말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만나고 싶어진다. 보이지 않는, 만나지 않는 사이이기 때문에 어떤 말들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그들에게 존재했다. 이것은 로맨스 영화이니만큼 그들은 이제 서로를 향해,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
오늘 아침엔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네,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직함으로 불리고 온라인에서는 닉네임으로 불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 이름을 본명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딱히 없는 거다. 그러다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러니까 락방아~, 라고 해줬을 때 내가 응, 대답하며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졌었는가를 떠올렸다. 나는 내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걸 참 좋아했다. 나는 call me by your name 너모 이해안가는 사람... 나를 왜 네이름으로 불러? 내이름이 잇는데? 무튼, 최근에는 그럴-이름을 불리는- 일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쓸쓸한 가을 아침이었다. 나뭇잎은 색색으로 화려하게 변하고 있는데 나만 쓸쓸해...
나 가을타나?
빨리 여름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