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에는 조용한 마을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사는 남자가 나온다. 그러나 식당에서 우연히 건달들과 싸우게 되고 이 일로 뉴스에 얼굴이 알려지면서 그가 과거 몸담았던 폭력조직의 일원이 그를 찾게 된다. 그가 과거에 폭력조직에 몸담았었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도 그리고 가족도 모르고 있기에 그는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지금 이대로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는 그를 찾아온 폭력배를 죽인다. 그를 죽이면 그의 과거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그의 폭력적인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그 한사람 뿐이겠는가. 그의 과거를 아는 조직원들이 또 그를 찾아오고 또 그를 찾아오고 그는 계속해서 그들과 싸우면서 자신의 과거를 없는 척 하려고 한다. 폭력적 과거를 지우기 위해 다시 폭력을 쓰면서 자신과 가족을 모두 위험에 노출하고 있는데, 그는 대체 어디까지 파고들어가 죽이고 지워내야 그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가 몸담았던 그가 살아냈던 과거는 이렇게 훌쩍 먼 미래에서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과거가 중요하다. 미래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나의 모습을 만든 것도 과거이며 미래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현재에 충실하게 그리고 옳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한다. 지금은 미래의 과거가 될테니까. 내가 지금을 나쁘게 살고 있다면, 지금은 지우고 싶은 과거가 되어 미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가 오래전에 본 영화 《폭력의 역사》를 떠올린 것은, 어제 본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때문이었다.



1994년, 고등학생이던 현우(정해인)는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현장에 있었다. 그가 그런 게 아닌데도 그는 친구를 죽인사람이 되어 소년원에 다녀왔다. 소년원에 다녀온 뒤 그는 동네 작은 빵집에 아르바이트로 들어가고 거기에서 미수(김고은)를 만나게 된다. 둘은 75년생으로 동갑이었지만, 미수는 자신이 '빠른 75' 여서 자신의 친구들 모두가 74년생이라고 한다.

그들은 매일 보고 함께 일하면서 점점 더 친해지게 되는데, 현우가 거기에서 일한다는 걸 알게 된 그의 고등학교시절 친구들이 이 빵집으로 찾아와 마치 아지트처럼 그곳을 점령한다. 그들은 그 때 그 현장에 있었던 친구들을 하나씩 불러모아 자리 잡고 앉아서는 거칠게 욕을 하며 시끄럽게 군다. 이에 빵집에서 빵을 만들던 은자(김국희)는 그들에게 빵을 쥐어주며 이곳에서 나가라고 한다. 여기서 나가라고. 현우는 가불을 해서 그들과 함께 나간다. 현우는 은자에게 변명하듯 '나쁜 애들은 아니에요'라고 하지만, 그들이 거기에 그렇게 거칠게 자리잡고 있는데 어떤 손님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현우는 그렇게 친구들과 나가고 미수와 은자는 아마도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돌아오지 않을거야, 기다리지만.


현우는 현우대로 그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시비가 붙어 다시 소년원에 간다. 1994년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지만 1997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미수는 대학생이 되었고 현우는 군대에 가야한다. 입대 바로 전날 만나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시고 미수네 집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일찍 일어난 미수는 천리안에 들어가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서 헤어지기 전 현우에게 건넨다. 이제 이메일로 연락하자고.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헤어졌지만, 뒤늦게 미수는 깨닫는다. 자신이 만든 계정은 알려주었으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음을. 그렇게 미수는 상대가 읽지도 못할 이메일을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고 또 보내고...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서 현우는 제대하고 헬쓰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돈을 벌게 되는데, 헬쓰장은 회원권을 구매하라며 돈을 받고는 튀어버려서 현우는 또 경찰서에 가게 된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라고 하지만 이미 그는 헬쓰장 직원이었고, 그리고 그 헬쓰장은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들이 소개해준 것이었다. 그는 그 친구들과 연결되면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쁜 일에 휘말린다. 그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제발 제대로좀 살자고, 제발 제대로 좀 살자고.



이메일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는 감격으로 몇 년만에 미수와 현우는 기뻤고, 연락이 닿았고, 짜릿했고, 울것처럼 감동했지만, 그래서 전화통화도 했지만, 만나기로 한 그 날이 바로 그가 경찰서로 끌려간 날이었기에 미수는 상대에게 닿지 못하고 현우도 차마 미수에게 연락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그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우연히 재회한다.



이 인연은 도대체 어떤 인연이길래 그렇게 한결같이 다른 사람을 보지 않고 서로만 보는지 모르겠다. 이 둘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그들이 다른 이성과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그들은 그렇게 서로만 생각하고 서로만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서로에게 닿았다. 이제 그들은 작은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같이 밥도 해먹고 만화책도 빌려보고 옷도 같이 입으면서 행복한 때를 보내지만, 또, 현우는 그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 날, 집에 돌아온 현우에게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평소에 현우에게서 나지 않던 담배 냄새.



나는 나쁜 친구들에 대해 생각했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어쩐지 적절하지 못하지만,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끊어낼 수 없는 그 악연에 대해서. 현우는 제대로 살고 싶었고,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가 과거에 저지르지 않았으면서도 저지른 일과 그 때 함께 있었던 사람 때문에 자꾸 발목을 잡힌다. 그들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우연히 만나는 일도 있다. 나는 현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동네에서 사는걸까 의아했다. 물론 떠나는 것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이 지독한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우연히 만나기도 하는 곳에 그 악연들이 있는데, 왜 그곳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을까.


폭력의 역사에서 주인공은 다른 마을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원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러니 현우가 어디로 도망친들 어쩌면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우야말로 얼마나 답답했을까. 과거가 자꾸만 자기를 찾아오고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그들이 찾아오면 그는 지금까지 평화롭고 조용하게 이루어낸 일상을 파괴해야만 한다. 앞으로 가려고 해도 앞으로 갈 수가 없어. 과거의 친구들은 그들 나름대로 현우가 얄밉다. 자신들은 그 일을 잊을 수 없고 이렇게 괴로워서 그래서 이런 나쁜짓 저런 나쁜짓 다 해보는데, 현우 혼자 용서받고 잘 사는 것 같아서. 우리가 괴로우니 너 역시 계속 괴로워야 해, 라는 그 마음은 악의일까. 그들에게 설사 악의는 없었다한들, 그 과거는 나쁜 과거다. 그리고 나쁜 과거는 질기다. 나쁜 과거를 지니게 만든 인연은 악연이라 불러야 할 것이고, 악연은 나쁜 과거와 마찬가지로 질기고도 질기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현우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으니까. 현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도 당연하게 그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알게 된다.



나는 이렇게 나쁜 과거와 악연을 지닌 사람에 대해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해야 했다. 그 과거의 멤버중 한 명은 태권도학원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픽업하고 데려다주는 일인데, 저런 사람을, 폭력적이고 나쁜 과거를 가지고, 다른 친구도 함께 괴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운전하는 일을 해도 될까. 어떻게든 어떤 방식으로든 나쁜 영향을 미칠텐데. 아니나다를까, 화가 나고 괴로운 현우가 밤중에 찾아와 태권도 학원 차를 망가뜨린다. 현우에게도 그들은 악연이었지만, 이런 식의 인연이 나쁘게 흘러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닐까. 현우는 현우대로 괴롭지만, 그렇다면 미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극복해가기도 하지만 또 어떤 상처들은 도저히 극복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 다정한 시간을 보내면서 상처가 조금은 옅어지는 일들도 더러 생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감싸안아줄 의지가 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면서 우리는 상처받고 아픈 가슴을 묻어둔채로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역시,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악연에 대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감당할 수가 없다. 나에게 있는 악연으로부터도 달아나고 싶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악연이 있다면 역시나 나는 달아나고 싶다. 미수는 현우에게 '불안해한다'고 말한다. 불안해하는 현우를 보는 미수 역시 불안할 것이다. 나였다면? 나 역시 불안할 것이다. 그들이 젊은 시절 빵집에 찾아와 함부로 말하며 행동하던 일, 폭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던 그 말투와 행동. 언제 어떻게 어디서 나타나 어떤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채로 내가 내 상대를 끌어안으며 앞으로 갈 수 있을까? 보통 어떤 문제가 닥친다면 해결방법을 찾아야한다. 나쁜 사람이 앞에 있다면 맞서 싸워야한다. 그리고 이겨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명이 나의 과거로, 나쁜 인연으로 자리잡고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닌다면 다른 도리가 없다. 도망치는 것밖에. 도망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고 도망치다는 말 자체에 어떤 부정적인 기운이 들어있는 듯하지만, 그렇지만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일 때가 있고, 나는 이 끈질긴 악연은, 죽일 수 없다면,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수라면, 나는 현우로부터 도망쳤을 것이다. 너의 과거가 이렇게 계속해서 우리를 지금까지 불안하게 따라오고 있고 그리고 또 그것이 미래에도 있을 거라면, 나는 너로부터 도망칠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므로 너의 과거를, 상처를 감싸안아줄 의향이 충분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것이 응당 네가 기대하고 내가 기대하는 바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악연에 관한 것이라면, 게다가 끈질기게도 자꾸 따라붙어서 폭력을 부르고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나는 그런 악연을 가진 너를 떠날 것이다.


내가 현우라면, 역시 도망쳤을 것이다. 미수랑 함께하는 결정을 한다면 더더욱이나 도망칠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전라도로 간다면, 제주도로 간다면, 그렇다면 이 악연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치는 게 가능할까. 아니, 어쩌면 그것은 또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일테다. 내가 내내 생각한 건 해외였다. 어쩔 수 없다. 이 악연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면 외국으로 가야한다. 누구나 갈 수 있고 모두가 갈 수 있는 유명한 곳 보다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기어코 도망을 가야만한다. 이 악연을 끊어내고 싶다면.



나이가 좀 더 들면, 좀 더 들면 괜찮아질까?

사십대가 되고 오십대가 되면, 그러면 폭력적인 성향이 수그러들고, 우리가 이렇게 괴로운데 너는 멀쩡하면 안되지, 하는 악의가 사라질까?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장담할 수가 없어. 역시 답은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래서 괴로웠다. 어떤 삶은, 도망쳐야만 보통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과거가 앞에서 나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그리고 청소년들이 단지 지금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얼마나 좋을까, 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 순간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취직을 하고 애인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그 모든 순간순간마다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는 그저 과거대로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 순간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악연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나쁜 과거라면,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해를 입혔던 과거라면, 그건 어떤식으로든 나에게 돌아온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기 때문에 즐겁게 살고 해보고 싶은 거 해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정말이지, 앞으로의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누군가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고 상처주는 그 모든 순간들, 자신의 욕망이나 기분대로만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그 순간들은, 본인의 과거가 되어서 미래에서 떡하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웬만해서는 과거니까, 하며 버려둘 수가 없다. 나쁜 과거는, 악연은 정말이지 끈질기고 힘이 세다. 자신이 한 일을 과거의 철없던 일이라 치부하기엔, 피해당한 사람들에겐 평생이라, 저질러놓고 그저 돌아서면 그뿐이 아니다. 반드시, 발목을 잡는다.




현우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거기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그의 운명은 '나쁜애들이 아니지만'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과 악연이 되어 1994년에도, 2001년에도 자꾸 손을 내민다. 게다가 그 손을 뿌리치는 게 불가능해. 우리는 지금 이순간도 과거를 살고 있다. 이 순간은 과거가 되어 또 미래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잘 살아내야 한다. 악의 없이 살아가야 해. 그래야한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동은, 반드시, 잘 살아보고자 하는 그 때에, 나를 괴롭히러 찾아온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고칠 수 있을까?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아픔은 옅어지는 일이 분명 가능하다. 사랑 때문에, 사람 때문에. 그러나 어떤 것들은 결코 지워낼 수 없다. 나 역시 진창으로 같이 들어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미수라면, 악연을 가진 남자와의 희망보다는, 도망을 택하겠다.





 






시간이 무척 빠르다. 벌써 11월이야. 나이먹을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나는 나의 과거에 대해 생각했다. 나 역시 상처가 있고 또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 어떤 과거는, 그것이 내 과거라는 사실이 몸서리처지게 싫은 것들도 있다.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과거가 거기 있다. 어쩌면 어느 순간 누군가 나타나 나에게 '이 과거가 너의 것이잖아' 들이밀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두렵다. 그래서 나는 정치를 안하겠다는거야.... 탈탈 털리겠지, 털리면 내가 쓰레기였던 거 다 나오잖아..


그리고 지금 역시 과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정말 좋았던 과거도 있었다. 정말이지 어떤 과거는 '이것이 내 과거라니 졸라 좋아 ㅠㅠ' 막 이렇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어떻게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하는 일들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 그 과거는 나에게 '추억'이 되어 남을 것이고, 앞으로 십년후에도 이십년 후에도 오십년 후에도 백년 후에도 나에게 아름다운 일들로 계속 기억될 것이다. 날이 좋으면 날이 좋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빗소리를 들으면서 내리는 눈을 보면서도 슬며시 웃으면서 '아, 좋았어, 좋은 시절이었지'하는 그런 아름다운 과거들.



시간은 흐르고 앞으로 2개월 후면 나는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 윽.

시간이 흐르고 앞으로 2개월 후면, 당신은 마흔을 살겠구나, 라는 생각을 어제부터 하고 있다.

당신의 스물일곱에 나를 만났고, 이제 당신은 마흔이 되는구나.

당신의 이십대에,

당신의 삼십대에 내가 있었고, 내가 그런 당신을 지켜보았는데,

당신의 사십대 역시 내가 지켜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당신의 이십대에, 삼십대에, 사십대에, 나는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가 되어 함께할 수 있을까.

오십대,육십대, 칠십대, 백살까지도 그런 삶이 가능하면 좋을텐데.



다음해, 그다음해도 항상 함께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은 인연이 아닌, 함께하고 싶은 그런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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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11-0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정해인을.. 따뜻한 글 잘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