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페이퍼를 두 개나 썼기 땜시롱 그만 써야겠지만...이렇게 세 개째의 페이퍼를 쓰려고 한다.. 나여..... 왜냐하면 오늘 아침 출근길에 《미친 사랑의 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서 밀러'와 'T.S. 엘리엇 ' 밖에 안읽었는데, 진짜 사랑은 미친거야..이사람들은 미쳤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그러나 나라고 뭐 다른가 싶은 것..


특히나 아서 밀러와 메릴린 먼로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어휴.. 진짜 사랑 뭐냐 절로 한숨이 나오는 거다.

나는 마치 내가 아서 밀러가 된 기분이었어.





물론 이들의 사랑 자체는 나와 다르지만 이거 나다... 5년도 못 가 결국 파경을 맞았지만 수십년 동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겠지. 안그래도 오늘 과거에 쓴 일기를 읽다가 2017년 4월 10일에 이런 글을 써둔 걸 보았던 터다.



주말에, 그는 내게 말했다. "네가 너무 좋아서 잃고 싶지 않다"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되어도 잃고 싶지 않다고. 나 역시 그렇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언젠가 그를 잃는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매순간 충실하고 매순간 열심히 사랑해야 할 이유다.

아아 그러나 지금은 2019년 9월 16일... 그리고 세번째 페이퍼를 쓰는 오전.. 그는 나를 잃고 살고 있고, 나 역시 그를 잃고 살고 있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잃은 채로 살고 있는 것이야... 아아... 수십 년 동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 흑흑. 우리는 이렇게 계속 서로를 잃은 채로 살아가야 하는걸까.


이것은 미친 사랑이야..




슬프게도 원칙주의자인 밀러는 마릴린 먼로를 만날 당시에 유부남이었다. 아직 이혼하기 전이었고 그전에 외도를 하고 죄책감에 쩔어있던 지라, 먼로에 대한 감정을 묻어두려고 했다고 한다. (외도남이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남아있다.)



먼로에 대한 감정을 묻어버리려고 작정한 듯 그는 브루클린의 집으로 돌아가 4년 동안 단 한 번도 먼로를 만나지 않았다. (p.21)



아아..그러나 그런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나 역시도 수십년간 발목잡힐 사랑을 시작하기 전, 5년간 그를 만나지도 않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인생은 무엇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미쳤어. 사랑은 미친거야.



작가인 아서 밀러와 몸매로 이름을 날린 먼로의 결합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들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있을 법하지 않은- "샌님이 육감적인 몸매와 결혼하다"라는 신문 머리기사가 뜰 정도로 의외였던- 결합이었기에, 두 사람은 원치 않는 관심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소위 시사 전문가라는 트루먼 커포티 같은 자들이 심심하면 부어적인 전망과 생각 없는 비난을 뱉어댔고, 심지어 커포티는 이 결혼을 두고 "극작가의 죽음"이라고 비꼬았다. 메릴린 먼로의 지인들도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먼로의 이미지가 밀러의 '비애국적' 좌파 정치색으로 얼룩질 거라며 두 사람의 결합을 반대했다. (p.23)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서 밀러가 나라고 생각했는데, '샌님이 육감적인 몸매' 라는 기사의 타이틀을 보니, 음, 내가 샌님이기 보다는 육감적 몸매 쪽이지, 나는 아서 밀러가 아니고 먼로인가.... 뭐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고요.

근데 커포티 뭥믜??



이 글이 작가들의 사랑에 대한 것이니만큼 '아서 밀러' 편은 아서 밀러의 입장에 치중해있는 듯 보인다. 먼로의 입장이 아닌. 그래서 아서 밀러가 먼로의 뒷바라지 하고 사고 수습한 것만 계속 나와. 어쨌든 이 둘은 그 강력한 끌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보지 않고 4년을 지내다가, 결국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정말 그런걸지도 몰라. 그러나 이 운명이란 것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들을 결국 서로에게 질려서 헤어지게 만든걸까. 그들은 결혼했으나 헤어진다. 그리고 밀러는 사진작가인 '잉게 모라스'와 다시 결혼한다. 그에게 가장 강력한 사랑은 먼로였을지 모르지만 그는 잉게와 가장 오래 살았고 그 시간을 최고의 시간이라 표현했다.



밀러는 잉게와 함께한 40년을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언감생심 꿈도 못 꿨던 행복과 인생 역전에도 불구하고 먼로에 대한 죄책감은 씻을 수 없었나보다. 그녀를 구원해주지 못했다는-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을 지켜내지 못했다는-패배감이 죽는 순간까지 그를 괴롭혔다. (p.29)



먼로에 대한 감정이 죽는 순간까지 아서 밀러를 괴롭혔는지는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먼로에 대한 감정 때문에 아서 밀러는 이 작가가 표현한 대로 평생을 괴로웠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누구나 한 사람 때문에 평생을 발목 잡혀 시달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서 밀러는 잉게를 만나 40년을 함께 살며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다 말했다고 한다. 이건 또 이것대로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오래전 '이덕진'의 노래에서는 '널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이야'라는 가사가 나온다. 잉게를 만난 건 아서밀러에게 그간 사랑과 이별로 겪게된 고통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싶다. 그토록이나 강렬한 느낌을 줬던 먼로가 왜 40년간 함께하며 인생 최고의 시간을 주는 상대였으면 안되는걸까. 도대체 운명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강렬한 먼로를 주고나서 괴로움을 주고 그 뒤에 잉게와의 편하고 오랜 시간을 준걸까. 사랑은 대체 무슨 생각이며 운명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는거야? 강렬한 느낌과 푹 빠지는 것과 오래 함께 해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걸 모두 한 사람과 함께 하면 안되는거야? 왜 한 사람 때문에 평생 괴로워해야 하고 다른 한 사람 때문에 행복해야 해? 이거 그냥 우리 한 명한테 몰아주자. 인생아, 운명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네가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만, 그게 잘하는 짓 같지는 않구나. 너도 좀 생각을 해보렴.....



아, 이 작가들의 미친 사랑을 읽을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미친 사랑이 격렬하게 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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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9-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서 정말 카포티 읭? 스럽죠. 이 책 읽다 보면 진짜 정떨어지는 인간이 한둘이 아닙니다. ㅎㅎ (카포티도 저 순간에는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어지더라능)

그나저나 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질 다락방 님의 러브스토리를 기대하겠습니다. 응? ㅋㅋㅋㅋ

다락방 2019-09-16 13:57   좋아요 0 | URL
카포티 너무 꼴보기 싫어졌어요. 뭐야 진짜.. 이런 마음. 아 싫어..

저는 작가에 대해 환상을 가진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핏츠제럴드 진짜 너무 좋았거든요. 단편의 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컷 글라스 보울> 진짜 짱인데.. 하아- 그런데 젤다와의 관계 보면 너무 한숨나고요,
그리고 톨스토이... 와..... 안나 카레니나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글 그렇게나 잘쓰면서 이런 미친놈이.. ㅠㅠ

이렇게 한 명 한 명에 대해 엄청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아아 진짜 미친 사랑이다 이 미친놈들아..이러면서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이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 ㅎㅎ

잠자냥 2019-09-16 14:09   좋아요 0 | URL
전 요즘 그래서 피츠제럴드 책을 사놓고는 못 읽고 있어요.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작가라서> 읽고 있는데 노먼 메일러 이야기 나오면 미친놈 헛소리하고 있네. 막 혼자 이러다가... 아니야 극복해야 한다... *중얼중얼*

다락방 2019-09-16 14:13   좋아요 1 | URL
피츠제럴드 편에서는 젤다를 ‘한심하고 돈만 밝히는 여자‘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그것도 짜증나요. <비행기를 타기 일곱시간 전>같은 단편은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ㅠㅠ 하아- 헤밍웨이도 짱 싫고 ㅋㅋㅋㅋㅋ 소설이 좋다고 작가가 좋은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짜증나네요. 뒤에 되게 많은 작가들이 남아있는데 저는 얼마나 더 극복할 게 많은 겁니까. 계속 중얼거리겠네요. 이 책 읽으면서 페이퍼 주루룩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요. 이놈도 미친놈 저 놈도 미친놈 다들 미쳤다... 이러면서 페이퍼 계속 쓰게되는 건 아닐지... 하하하하하

심술 2019-09-2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이덕진 옛날 노래 얘기 읽으니 생각난 건데요
언젠가 락방님이 015b 3집 어느 노래, 제 기억이 흐릿합니다만 아마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었던 듯,
얘기하시며 ‘이 노래 실린 앨범에 ‘어디선가 나의 노래를 듣고 있을 너에게‘도 실렸지‘라고 쓰신 적 있거든요.

그 땐 제가 락방님 서재 읽고만 가고 글 남기진 않던 때인데
‘‘어디선가‘는 4집에 ‘신인류의 사랑‘과 함께 실린 노랜데 잘못 아시는구나.‘ 하고 그냥 넘어갔거든요.

문득 옛날 노래 얘기 나오니 생각나서 뒤늦게 알려드립니다.

다락방 2019-09-22 13: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거 4집이에요. 제가 3집이라고 썼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심술님은 그러니까 저랑 연배가 같군요? (우리 이 얘기 지난번에도 했었나요? ㅎㅎ)

심술 2019-09-23 12:30   좋아요 0 | URL
예, ‘어디선가‘를 3집 실린 노래로 쓰셨어요.

연배 같다는 얘기 했어요. 기억을 못 하시네요. 한 세번은 했었는데.

다락방 2019-09-23 13:03   좋아요 0 | URL
네 한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에 같은 연배랑은 늘 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블랑카님, tran님도 비슷한 나이인것 같더라고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