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무엇이야...
요가 에세이 쪽을 내가 건드려보리라, 혼자 속으로 오래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아무튼 시리즈에서 요가 나오면 저는 이제 끝난거지요. 잘가라, 나의 요가 에세이여... 《아무튼, 요가》 가 나왔으니 다락방의 요가 일기여, 이젠 안녕.
서러워~ 이렇게 눈. 물. 만.
그대여, 이제.. 안녕......
사요나라..
굿바이...
어제 트윗을 통해서 '김현진'이 자신의 글을 일주일에 3회 배달해주는 글 구독을 시작하겠다 알렸다. 신청자는 이메일로 접수해달라고.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매일 글을 배달해주던 '이슬아' 덕에 이렇게 글 구독을 시작하게 된 작가들이 좀 되는가 보다.
김현진이라면 지명도가 있는 작가이니만큼, 나는 수없이 많은 멘션이 신청하는 댓글을 달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은 수의 멘션이 달렸다. 어쩌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로 바로 신청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제 올라온 트윗이니 앞으로 얼마가 더 달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돈을 주면 내 글을 배달해줄게, 하는 건 얼마만큼의 돈벌이가 될까?
작가가 책을 써서 글을 버는 건 아주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거의 실현불가한 꿈이다. 먹고살 수 있는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글만 써서 먹고 살기에 작가는 지독하게 가난한 직업군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돈을 다오 글을 줄게, 하는 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될테니 현명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과연 신청자는 얼만큼이나 될까? 생각하면 나로서는 도전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 알라딘만 들어와도 글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나의 경우, 예전에는 최신서재글을 싹 다 읽었지만 요즘에는 읽고 싶은 글만 골라 읽는다. 그리고 그렇게 읽고 싶은 글들이라 해도 만약 '돈을 주면 글을 줄게'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돈을 내고 그 글을 읽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글쎄'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어제 오늘, 친구와 김현진의 글구독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나라면?'을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됐다. 친구는 내게 '너라면 신청자가 열명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신청자가 세 명..정도밖에 안될 것 같은 거다. 돈을 주고 내 글을 읽지 않아도, 돈 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글들이 여기 알라딘에만 해도 넘치는데, 굳이 내 글을 돈을 주며 읽으려할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세 명의 신청자가 생긴다고 하면, 그것도 다 내 지인들 아닐까. 아아, 우리 락방이 시도가 갸륵하다, 내가 구독해줄게, 하는 다정한 마음으로 지인찬스... 쓰게 되겠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엽서를 만들어 팔았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의도는 엽서로 돈 좀 벌어보자, 였지만, 본의 아니게 지인찬스를 쓰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정말 엽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기를 바랐건만, 절반 이상이 이미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던거다. 내 친구이거나, 애인이거나, 이곳 알라딘에서의 서재지인들이거나. 아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흑흑 ㅠㅠ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만약 내가 돈을 주면 글을 줄게, 라고 시도하게 된다면, 신청자가 몇명이든, 그러니까 세명이든 삼십명이든, 90프로는 지인일 것이다. 내 친구이거나, 서재지인들. 아아..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역시나 글쓰는 친구와 하면서, 그렇다면 너는 누구의 글이라면 돈내고 구독할거야? 에 대해서도 묻고 답하게 됐다. 친구는 내 글이라면 구독하겠다고 했는데, 나는...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거다. 그러니까 뭐랄까, 책을 사는 것과는 또 다른 거라서... '나는 이 사람의 글이라면 반드시 구독할거야!' 하는게 떠오르질 않아. 어떻게 내가 글을 이렇게나 열심히 쓰는 사람이면서 돈주고 글 읽을 생각 안하지요? ㅜㅜ 내가 대답을 못하니 친구가 그랬다.
'매일 미공개 운동 사진 한장을 첨부한 짧은 글이라면...'
제가 삽니다. 제가 살게요. 제가 냅니다. 제 돈 가져가세요. 아아, 나는 이렇게 애원하게 되어버리고 말았어. 그렇지만 운동 영상이라면 글은.. 안쓰셔도 됩니다. 글은 제가 다른 데에서 충분히 많이 보고 있어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만 해도 도스또예프스키 읽었는걸요. 글은 안쓰셔도 됩니다. 푸쉬업 영상만 보내주신다면 제가 돈을...
나는 그렇게나 운동하는 영상이 좋다(코르셋 조이며 셀럽 되려고 하는 미모 강조 영상 말고요...그건 딱 싫음). 인스타그램에서도 요가하는 사람들 몇 팔로잉 해놓고 매일 들어가서 아아, 이 근육좀 봐, 이 움직임좀 봐, 어떻게 힘있으면서 가벼울 수 있지, 이러면서 감탄하고 있단 말이다. 이렇게 요가하는 사람들에게 감탄하며 그 움직임 보고 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은 딱히 팔로잉을 안해뒀어. 감탄하며 웨이트 트레이닝 영상도 보고싶다. 어깨와 등과 전완근과 전완근과 전완근과.............................. 저는 푸쉬업하는 영상을 사랑합니다. 푸쉬업 만만세에요. 그렇지만 만족할만한 푸쉬업영상을 어디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푸쉬업 럽 ♡
그러다가 친구와 나는 글과 운동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됐다. (우리 얘기 정말 잘하지요? 말만 걸었다 하면 수다삼매경..수다폭풍... 누군가 밥먹으러 가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운동영상에 첨부하는 글..이라고 했을 때 좀 낯설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글쓰면서 근육뿔룩뿔룩한 사람은 없는가? 하게 된 것. 아마 몰라서 그렇지 어딘가에서는 글 열심히 쓰는 사람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딱 생각나는 사람은 늘상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외국에도 운동복 가져가 달리는 '가쿠다 미쓰요' 정도밖에 없는 거다.
더 없나요, 더? 그리고 왜 다 달리기죠? 웨이트 하는 작가는 없나요? 전완근 뽝- 하는 작가는 없는 것인가... 운동하는 작가를 아신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요가를 게을리 해, 2년간 요가 해도 여전히 '요가 못하는 나' 이지만, 이제부터 새롭게 태어나(응?) 요가 열심히 해서 매일 글도 쓰고 요가도 하는 그런 사람의 상징이 되어야지. 음.. 잠깐만. 매일은 아니고. 이틀에 한 번. 음. 아니 잠깐. 일주일에 한 세 번? 요렇게 쇼부치자. 지금은 근육 같은 거 1도 없지만... 나도 요가 근육 만들어야지. 내가 보면서 늘 감탄하는 많은 요가인들처럼, 그들이 가진 근육 같은 거 나도 만들어야지. 등에도 팔에도 허벅지에도 뽝- 근육 만들고 그러면서 글도 써야지. 이미 《아무튼, 요가》가 나와버려서 다락방의 요가일기 같은 거, 쓸모없게 되어버렸으니, 새롭게 도전해야겠다. <글쓰면서 요가하기> 라든가, <요가근육으로 글쓰기> 라든가... <당신의 요가가 당신의 글을 만듭니다> 같은 거...
음..다음주부터 요가 열심히 가자. 음...
요가 근육 부지런히 만들어서 요가하면서 글 쓰는 사람의 상징이 되자. 매일 글에 읽은 책 사진 올리는 대신, 요가의 동작을 하나씩 찍어 올리는거지. 아아, 과연 그런 날은 올까, 오기는 올까, 온다면 언제 올까,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다음 생을 기대해봐야 하는걸까...
동료가 사다준 커피나 마셔야겠다.
+) 2019년 05월 09일 덧붙임.
역시 멘션이 적게 달린것 뿐 엄청 흥행하고 있었다. 인기 있는 필자란 이런것인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