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책의 140쪽 까지를 읽다가 잤다. 과부나 노처녀들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것부터 여성동성애자를 죽이는 것, 그리고 아내를 죽이는 것까지 내처 읽는데 너무 힘이 드는 거다. 게다가 그 죽음의 방식도 잔인해서, 광장으로 끌어내 모두가 죽는 걸 본다던가, 집단으로 린치를 가한다든가 하는 것. 남자들이 정말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여자가 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미워하고,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을 미워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여성을 미워한다. 흑인 여성에 대한 집단 린치를 읽는데 너무나 숨이 막히다. 임신 막바지 출산을 앞둔 여자를 거꾸로 매달아 ..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아내를 죽이는 건 어떻고. 애들 앞에서도 아내를 때리는 걸로도 모자라 계단에서 밀고, 불을 붙이고, 창문으로 던져버려서 죽인다. 그리고 그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살인을 인정하면서 '그런데 아내가 나를 무시해서 그랬어, 나를 화나게 해서 그랬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여자들을 죽이는 것을 이 책의 이만큼이 보여줬다면, 앞으로 남은 600여 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더 힘들다. 너무 끔찍하다. 남자가 여자를 죽인 이 끔찍하고 오랜 역사에 어제 나는 기운이 빠졌다.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고 자려고 했는데, 어제 계속해서 얼마나 잔인하게 남자들이 여자를 죽여왔는지(왜 나를 무시해, 왜 나에게서 도망가려해, 왜 나를 선택안해!!) 읽노라니, 자기 전에 이 책을 읽는 일을 내가 내게 하면 안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는 동지 여러분,

어떻게들 읽고 계십니까.

저는 140쪽까지 읽고 지쳐버렸는데, 500페이지까지 어떻게 넘기셨어요.

여러분, 어떤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계십니까, 대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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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2-1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는 책이에요. 저도 1부 다 읽어가는데...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갖은 방법과 이유와 그를 옹호하던 역사가 소름끼칩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자면 늘 힘들더라구요. 낮에 읽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눔의 회사... 사실, 넘 힘듭니다, 이 책 읽기가.

다락방 2018-12-11 08:44   좋아요 1 | URL
비연님. 어떻게 그렇게 끔찍하게 인간을 죽일 수가 있죠? 게다가 자기랑 함께 산 아내이기도 한 사람을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아내(여자)를 죽인 사람이 ‘일부의 미친놈‘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그 미친놈은 결코 일부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다들 미쳐 날뛰는겁니까? 아, 어제 읽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이 책이 앞으로 내내 이런 것인가 싶고. 여자를 죽이기 위해 말씀하신 대로 갖은 이유를 다 가져다댔더라고요. 그리고 판사들은 그 이유를 듣고 남자들을 풀어주기도 했죠. 너무나 단단한 여성살해의 역사입니다.

비연 2018-12-11 08:48   좋아요 0 | URL
‘일부의‘ 미친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 화가 납니다. 결과가 그래서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이지 결과가 그렇지 않아도 미친놈들이 많은 거죠. 때리고 짓밟고 뜯고..ㅜㅜ 아.. 읽고 있으면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인가. 그런데, 나는 이렇게 분한데, 이걸 또 정당하다고 풀어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게 더 미치겠는거에요. <페미사이드>의 실제적인 모습들이 너무 끔찍해서.. 마음이 내내 안 좋습니다.

다락방 2018-12-11 08:5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어떤 이야기들이 들려질지 그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 작가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건가, 하고 말이죠. 너무 잔인하고 끔찍한 역사이고 또 지속되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참담하고 끔찍한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치고 무력해지기 쉬운데, 우리 힘을 냅시다, 비연님.

단발머리 2018-12-1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책은 내내 우리를 힘빠지게 하는 그런 내용이 ...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중반을 지나 뒷부분으로 가고 있는데, 그래도 <백래시>처럼 희망의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여성 살인을 주내용으로 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나 법정에서 살인자 남편을 보호하기 위한 판사의 노력(?) 같은 것들은 정말....
읽어 내기 힘들죠.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항상 현실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네요. ㅠㅠ

다락방 2018-12-11 11:43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가 읽으면서 놀란 게, 제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살해가 훨씬 더 끔찍하게 일어났다는 데 있어요.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죽이는 사람의 편을 들어줬고요. 그렇게 죽어간 그 많은 여자들은, 눈앞에 죽음을 맞닥뜨리고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너무 참담하고 처참하고.. 아니, 무엇보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
저 어제 레즈비언살해, 흑인노예 살해, 아내 살해 부분 읽으면서, 아이고 단발머리님 이거 다 지나치신건가, 도대체 어떻게 읽어내셨나 싶더라고요.

저 역시도 마지막에 무언가 우리에게 중요한 말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읽어보려고 해요. 읽기에 너무 잔인하고(중간에 보면 잔인하다는 걸 작가가 드러내기도 했죠. 굳이 이걸 써야했을까 싶지만 써야했다고) 끔찍해서 너무나 아프지만, 그러나 이것을 우리가 알아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우리 힘내요, 단발머리님.

그나저나 단발머리님, <성의 변증법> 혹시 읽으셨나요?
1월 같이읽기 도서로 추천하실 만한 게 있으실까요?

단발머리 2018-12-11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성의 변증법>을 읽어보지 않아서요. 그 책도 읽어야할 책 리스트에서 본 것 같아요.
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가부장제의 창조>가 좋았구요. 하이드님이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올해 재출간될거라 하셨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듯해서 더 기다려야 할것 같아요. <혁명의 영점>도 전 좋았는데 가정내 부불노동에 대한 책이라 제게만 가깝게 느껴졌을수도 있구요.

벌써 다음달을 생각하는 부지런한 다락방님! 책읽기 힘드니까 더 잘 먹어야 해요.
맛난 점심 드세요~~~^^

다락방 2018-12-11 12:12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의 창조]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단발님이 안읽으신 걸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이건 여러분들의 의견을 좀 들어야겠어요. 페이퍼 쓰도록 할게요~

공쟝쟝 2018-12-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40쪽 돌파~~~~

공쟝쟝 2018-12-1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잠시 멈춰잇어요.. 밤에 읽으면 악몽꿔서 주로 아침에 읽습니다.. 57쪽 공유하고 싶어요 ㅡ 기억이 우리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해야 한다.

다락방 2018-12-12 15:53   좋아요 1 | URL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는 못하고 집에서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 잠들기 전밖에 읽을 시간이 없어요. 오늘도 읽고 자야지 .. 생각하지만, 이 끔찍한 내용을 읽다가 잠들고 싶진 않고 ㅠㅠ

우리, 기운 내서 계속 읽어봅시다.

인용해주신 문장 좋아요! 저는 왜 저런 문장 읽은 기억이 없죠? ㅠㅠ
자꾸자꾸 얘기해주세요, 쟝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