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우스 님의 신간이 나온 걸 지난 주에 알고 같이 읽어보자며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일기에 관한 책이라니, 나는 아직 읽기도 전부터 막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나는 알라딘에 페이퍼도 쓰지만 네이버에 일기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종이 다이어리에도 또 일기를 써. 거기에는 네이버에도 쓰지 못하는 은밀한 감정들에 대해 쓴다. 일기라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인데, 뭔가 쓰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늘상 생각하는 나이므로 일기를 꼬박꼬박 잘도 쓰는데, 그런데 일기에 대한 책이라니, 너무 기대되는 것!!
금요일에 산 책을 오늘 사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과정에서 어어엇...나는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란 것을 알았다. '앤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 .. 하아...
또 이랬다, 또... 또 이랬어... 나여....
어제 여동생네 집에 갔다가 오늘 함께 걷는데, 아파트단지에 낙엽 색깔이 너무 좋은 거다. 너무 예뻐. 여동생은 생물 교사이니만큼, 학생들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얘들아 단풍이 왜들까?"
그러자 한 아이가
"부끄러워서."
라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여동생이 빵터졌다고. 그래서 여동생은
"지금은 생물시간이지 문학시간이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웃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이유를 말해줬다고 하는 거다. 나는 내게도 말해달라고 했다. 여동생은 나에게 설명해줬는데, 너무 재미있어! 나는 다시 한 번 더 말해달라고 하면서 녹음하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용어를 외우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날이 추워지면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대부분 파괴된다고 한다. 그러면 주된 역할을 했던 엽록소가 파괴되는 대신, 카르티노이드계 색소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 카르티노이드계 색소가 노랑색과 주황색이라는 거다. 사시사철 푸르른 상록수 잎들은, 본인의 식물 잎에 삼투압을 계속 높은 농도로 유지하며 한겨울을 지낼 수 있고 밖에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어는점 내림 현상이 있어서 잘 얼지 않아 겨울도 견딜 수 있고 엽록소 파괴도 잘 되지 않는다.
히히 설명 듣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 여동생이 내게 '언니, 과학도 좀 공부해' 해서, '응 그럴게' 했지만.... 과학 까지 내가 어떻게.... 그건 그냥 가끔 여동생한테 설명 듣는 걸로. 여동생 똑똑해 너무 좋아. 그전까지 내가 페미니즘이라든가, 시위에 나가는 이유, 가스라이팅 등등에 대해 여동생이 묻는 것에 대답해주는 편이었는데, 가을에 잎 색깔이 변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동생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너무 좋아.
"너 내가 사준 랩걸 다 읽었어?"
"아니. 읽다 말았어."
"야 그거 엄청 좋아. 읽어봐."
"응."
타미는 토욜에 콩쿨했고 3등을 했다. 아이는 콩쿨에 나가기 위해 몇 개월간 매일매일 연주곡을 서른번씩 쳤다고 했다.
"이모, 나 내년에 콩쿨 또 나갈거야."
"타미야, 근데 너가 나가봤잖아. 연습하느라 너무 힘들었잖아."
"응. 근데 힘들지만 대회에 나가야 상을 타잖아. 장학금 같은 것도 받고."
음...
안나가면 연습도 안해도 되는데, 그 편한 길 대신, 아이는 힘들지만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는 걸 선택하는 구나... 얼마전에는 독서대회인가..하는 것에도 나가서 상을 타가지고 왔던데, 나는 대회 나가는 것에 관심이 없건만, 이 아이는 왜이렇게 대회를 나가고 싶어하는가...
남동생은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그간 지마켓이나 네이버 같은 곳을 통해 팔아오다가 자신들만의 몰을 오픈한 것.
http://goodbag.kr/
잘 되어서 나를 호강시켜 줘야 될텐데....는 사실 좀 큰 바람인 것 같고, 자기 먹을거나 제 때 잘 먹을 수 있게 됐음 좋겠다.
주말 내내 운동도 못하고 독서도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 낮잠을 좀 자서 체력을 회복해 두었으니, 자기 전까지는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 앞에서 고민해 봐야지. 아, 백래시는 필수적으로 읽고!!!
앤젤라 카터 두 권 된 기념으로 앤젤라 카터 읽을까 싶지만, 밤에 읽기에 '피로 물든' 방은 좀 무섭지 않을까?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