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 - 위대한 작가들은 어떻게 삶의 혼돈을 정리하고 빛나는 순간들을 붙잡았을까?
바바라 애버크롬비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회고록이나 에세이 그리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어떤 마음 가짐이 필요한지 잘 나와있다. 한 페이지당 하나의 조언들이 적혀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글쓰기에 비유할 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 '바바라 애버크롬비'는 글쓰기에 그야말로 숙련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겠다. 게다가 각각의 조언(혹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에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글쓰기를 생각했는지도 덧붙여두어, 이 사람은 스스로가 글을 잘 쓰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이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글도 많이 읽고 들었구나 싶어 존경심마저 든다. 확실히 글을 쓰기 위해서 이 책은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나는 왜 굳이 글쓰기에 매춘을 비유하는지 모르겠다. 매춘(혹은 포주)에 글쓰기를 비유해 설명하는 게 내 기억으로 한 네 번정도 나오는데, 처음 나올 때도 불편했는데 또 나와서 이건 뭐지 싶었다. 그러지 마세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었달까. 왜그럴까? 나는 매춘이 유머 소재로도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글쓰기 책에 비유로 데리고 와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매춘을 글쓰기에 비유하면서 자신들이 세상 힙하다고 생각했을까?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고, 다 읽고 책장을 덮고나니 그 많은 유용한 조언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찜찜함만이 남는다. 이런 것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내 찜찜함을 가지고 있다.



'출판'은 "세상에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으로 출판해 영원히 사이버 공간에만 가둬둘 수도 있고, 자신의 프린터로 출판해 친구들에게 한 부씩 건넬 수도 있으며, 출판사나 잡지사와 계약하여 그쪽에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있다. 주문하면 출판해주는 회사를 통해 자가 출판을 할 수도 있다. 그들은 돈을 내면 책을 만들어준다. 결국 어떤 방법을 택하든 자신이 쓴 글을 사람들이 읽게 하고 싶다면 자신의 마케팅 담당자가 되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마케팅 매춘부(또는 포주)'가 되라는 얘기다. (p.345)



위의 인용문에서 굳이 마케팅 매춘부가 되라는 얘기를 덧붙이지 않아도, 그 문장을 들어내도 무슨 말인지 완전 잘 알겠고 고개 끄덕여지는 말인데, 왜 굳이 마케팅 매춘부가 되라는 거지? 이 페이지에 작가가 가져온 다른 작가의 인용문은 이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매춘과 같다. 처음에는 사랑을 위해 하다가 그다음에는 몇몇 가까운 친구들을 위해 하고, 그다음에는 돈을 위해 한다. - 몰리에르 (p.345 재인용)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몰리에르는 매춘이 뭔지 모르나? 매춘을 사랑을 위해 하다가 친구들을 위해 하나? 도대체 왜 글을 쓰는 걸 매춘과 같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글쓰기가 신성한 영역이다, 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대해 얘기할 때, 그게 무엇이든, 지금처럼 글쓰기이든 운동이든 음주든 여행이든 그게 뭐든, 그것을 매춘에 비유할 필요가 전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마케팅 매춘부라니...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매일매일 글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글을 쓸 때에는 항상 위험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당신의 세계관을 부정할 수도 있고, 당신에게 화가 나서 인연을 끊을 수도 있으며, 당신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거나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드러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따른다. 픽션의 장막과 가면으로 가린다고 해도 자신의 진실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방감이 들 것이다. 머릿속이나 가슴속에서 요란하게 울려대는 이야기를 글로 써내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자취를 감춰버린다. 당신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p.0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는 성공한 미스터리 소설가가 있다. 그녀는 글쓰기와 자기 단련에 대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는데도 글쓰기 연습, 즉 훈련을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업에 출석한다. 그녀는 이 수업을 자신의 집필 ‘운동‘을 위한 ‘체육관‘이라고 부른다.
배우들이나 음악가들, 무용수드로 모두 훈련을 한다. 작가라고 훈련하지 말란 법이 있을까? (p.10)

나는 사생활에 대해 아주 편안하다. 사생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않기 때문이다. ... 록 그룹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작사가인 존 페리 발로는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생활을 완전히 노출해서 숨길 게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레너드 클레인록 (p.20, 재인용)

나는 멘토들의 선례를 통해,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여전히 배우고 있다. -제이 파리니 (p.42, 재인용)

나의 어린 시절 기억 가운데 가장 창피한 것은 1학년 토론수업 시간에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가 그 거짓말이 학교 저네로 퍼져나간 일이다. (나는 유명한 영화배우들과 형제지간이라고 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뒷받침하려고 줄줄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일찌감치 배웠다. 거짓말로 이뤄진 구조물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소설을 쓰는 일과도 비슷하다. (p.55)

줄리언 반스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7일을 글을 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주말은 작업하기 좋은 시간이다. 사람들이 내가 놀러간 줄 알고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다. 모두 나가서 노느라 아무도 전화하지 않는다.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 아ㅣㅁ에 일을 한다. 일종의 의식이다." (p.61)

가슴 속에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를 가져라. 그런 의문 자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해라. 그것은 잠가놓은 방과도 같다. 외국어로 쓰인 책과도 같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p.84, 재인용)

소설을 쓰고 있다면 이름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전화번호부를 펼쳐 이름 몇 개를 추려낸 다음, 소설 속 인물들에게 옷을 입혀보듯 하나씩 붙여보면 된다. 앤 라모트는 소설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할 만한 남자들이 있다면 소설에서 그 인물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묘사하면 된다고 말한다. (p.91)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재능, 인내, 엄청난 노력은 좀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의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중에서 (p,92, 재인용)

무엇이 됐든 그것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절대 그 길에서 눈을 떼선 안 된다. 꾸준히 그 길을 걸어 반드시 가야 할 곳에 당도해라. (p.139)

대개는 책을 읽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겠다는 충동을 자극하는 것은 대개 독서이다. 독서, 독서에 대한 사라이 바로 작가의 꿈을 키워주는 것이다. -수전 손택 (p,186, 재인용)

캐롤라인 냅의 회고록은 술을 끊고 양친 부모를 잃고 개르르 사랑하게 된 후 자신의 세계를 재정의하게 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책의 마지막 문단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공허함을 주는 것은 무엇이며 충만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연결된 느낌이나 위로받는 느낌 혹은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누구인가? 친구는 얼마만큼 필요하며 고독은 얼마만큼 필요한가? 무엇이 옳다고 느껴지고 무엇이 충분하다고 느껴지는가?" 냅의 개 루실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해주지 못하지만, 냅은 루실이 자신을 그 답이 있는 곳으로 조금씩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들에게 질문은 언제나 출발점이 된다. (p,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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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09-3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왜 하필 굳이 당췌 매춘인지 모르겠네요;; 원문이 궁금할 정도로...

다락방 2018-09-30 19:41   좋아요 0 | URL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돼요. 여기에서 매춘 얘기가 대체 왜 나오는지..

책읽는나무 2018-09-30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했었던 책이었는데......아쉽군요!!!

다락방 2018-10-04 07:37   좋아요 0 | URL
글쓰기에 유용한 점들을 많이 짚어주긴 하지만, 저에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컸어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