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컬러 부부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일곱번을 유산을 했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가장 좋은 선택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입양하기로 하고 신청해두었지만 그들 부부의 나이가 딱히 젊지도 않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그들에게 아이가 입양오는 일은 좀 먼 일 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가 걸려온다. 소방서에 버려진 아기가 있다, 이 아이를 데려가겠느냐, 하는 전화. 매컬러 부부는 가서 아이를 데려온다. 예쁜 동양인 여자아이었고, 부부는 보는 그 날 바로 아기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렇게 아기와 함께 살면서 입양절차를 밟고 그것이 완벽히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가 이 집에 온 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 날 파티를 열었고, 사람들을 초대해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부부는 아이를 사랑했다.
사실 매컬러 부인은 아기 이름을 알았다. 아기는 옷 여러벌을 껴입고 1월 추위를 막아줄 담요 여러 장에 겹겹이 싸인채 판지 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쪽지도 있었는데 매컬러 부인은 사회복지사를 설득한 끝에 결국 쪽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아기의 이름은 메이 링입니다. 부디 이 아기를 데려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해주세요' 라고 적혀 있었다. 첫날 밤 아기가 매컬러 부부의 무릎에서 잠들자 부부는 인명사전을 뒤적이며 두 시간을 보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단 한 순간도 아기가 옛 이름을 잃게 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매컬러 부인이 말했다.
"새 삶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아기에게 새 이름을 지어 주는 게 더 적절하다고 느꼈어. 미라벨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란 뜻이야. 예쁘지 않니?" (p.170)
버려진 아기에겐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매컬러 부인은 아기에게 다른 이름을 준다. 매컬러 부부의 집은 부유했고 아기에게 뭐든 부족함 없이 해줄 수 있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백인 부부였다.
이 파티에 참석한 소녀 '펄'은 이 얘기를 자신의 엄마 '미아'에게 하게되는데, 이에 미아는 그 아이가 자신과 함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중국인 여성 '베베'의 아기라는 것을 직감한다. 베베는 마침 자신이 버린 아이를 찾고 있었다.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그 때 너무 무서웠어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일하러 갈 수 없어요. 잠잘 수 없어요. 온종일 아기를 안고 울기만 해요."
"아기 아빠는 어디 있었어요?"
미아가 묻자 베베는 가버렸다고 말했다.
"내가 아기 가졌다고 말하고 이 주 뒤에 그 사람은 사라졌어요. 광저우로 돌아갔다고 누가 말해줬어요. 난 그 사람을 위해 이곳으로 왔어요, 그거 알아요? 그 전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나는 치과 의원에서 접수 직원으로 일했어요. 수입도 좋고 상사도 정말 친절했어요. 그런데 그이가 이곳 자동차 공장에 일자리를 얻었다고, 클리블랜드는 싼데 샌프란시스코는 너무 비싸다고, 클리블랜드로 이주하면 집 살 수 있고 마당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그이를 따라 이곳으로 왔는데 ……."
베베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젓가락과 포크와 나이프를 안에 넣어 깔끔하게 둘둘 만 냅킨을 더미 위에 얹은 뒤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아무도 중국말을 안 해요. 접수 직원을 하려고 면접 봤더니 사람들은 내 영어가 별로 좋지 않대요. 어디에서도 일을 찾을 수 없어요. 아기를 돌봐줄 사람도 없어요."
미아는 베베가 적어도 산후 우울증을 앓았거나 어쩌면 산후 정신질환에 걸렸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기는 젖을 못 먹었다. 베베의 젖이 다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아기를 낳으러 입원할 때-일자리를 잃어서 분유를 살 녿도 없었다. 결국-이 점이 바로 미아가 우연일 리 없다고 느낀 부분이었다-베베는 절망에 빠진 채 어느 소방서로 가서 아기를 문간에 두고 떠났다.
며칠 뒤 경찰관 두 명이 탈수와 굶주림으로 의식을 잃은채 공원 의자 밑에 쓰러져 있는 베베를 발견했따. 그들은 베베를 보호시설로 데려갔고 베베는 그곳에서 씻고 먹고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받고는 삼 주 뒤에 풀려났다. 하지만 그때는 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베베는 소방서, 소방서에 아기를 놔두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느 소방서인지 기억할 수 없었다. 베베는 아기를 팔에 안고 걸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하며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마침내 어느 소방서를 지나게 되었고 캄캄한 밤에 따뜻하게 빛나는 소방서 창문들을 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소방서가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아무도 베베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기를 두고 떠났을 때 당신은 권리를 포기한 거라고 경찰은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아무 정보도 줄 수 없다고.
베베가 딸을 다시 찾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미아는 알았다. 베베는 마음을 다시 추스른 뒤 이미 몇 달째 딸을 찾고 있었다. 이제 벌이는 얼마 안 돼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겼다. 새 아파트도 찾았고 기분도 안정되었다. 하지만 아기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기가 그냥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p.176-178)
베베는 아기 아빠가 도망가버리고 중국어도 통하지 않고 영어로는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던 곳에서 아기를 혼자 낳아 키우느라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일자리도 잃어 아이를 먹일 수도 없게 되어 소방서에 아이를 두고 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안정되자 아이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미아를 통해, 일년이 흐른 지금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었다. 베베는 매컬러 부부를 찾아갔지만 매컬러 부부는 베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이 아이는 자기들의 아이라고 말했다. 베베는 미아의 조언대로 언론에 이를 알렸고 변호사를 고용했다. 친모인 베베와 양부모인 매컬러 부부가 '메이' 혹은 '미라벨'을 두고 서로 자기의 아이라며, 상대에게 양보할 수 없다며 싸우고 있다. 당연히 이 일이 벌어지는 마을에서도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둘로 갈린다. 친엄마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쪽과 아기에게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줄 수 있는 매컬러 부부가 계속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매컬러 부부의 친한 친구는 당연히 아이는 매컬러 부부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들과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들 부부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 책의 주요내용이 이 얘기로만 가득찬 건 아니고, 미아와 그녀의 딸 펄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인데, 나 역시 이 부분에서 어떤 게 아이를 위해 더 나은걸까,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매컬러 부부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것들을 해줄 수 있다. 베베는 친엄마이지만 가난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아이를 잘 돌볼 수도 없다. 사실 나는 그녀가 또다시 직장을 잃거나 우울증에 걸리면 다시 또 아이를 어딘가에 두고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베베는 아이의 친엄마이고, 그 때 자신이 너무 힘들어 아기를 두고 갔지만, 생활이 안정되자마자 아이를 다시 데려올 정도로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다. 반면에 매컬러 부부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생겨난 시점이 먼저라기 보다는, 그들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간절히 원할 때 찾아든 아이이다. 일 년동안 정성스레 아이를 돌봤으니, 그 사이에 분명 사랑과 애정이 커졌을텐데,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이는 누구에게 가야할까?
나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내 개인적인, 순전히 내 생각으로만 보자면, 이 셋이 같이 키우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모는 친모대로 아이를 사랑하고, 매컬러 부부는 아이가 자라는 데 뭐든 부족함이 없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니, 이 셋이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이를 위해서도 그 편이 가장 좋지 않을까. 아이 하나 키우는데 어른 셋이 뭐 많은 건 아니잖아?
아이가 모자람 없는 지원을 받는 부유한 환경에 있다는 게,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아이를 위한 거라고 감히 다른 사람이 생각해도 될까? 너무나 혼란스러워지는 거다. 동시에 이 싸움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아직 어릴 때. 아이가 지금보다 더 자라서 주변 환경을 미묘하게 인식하게 되면, 자신을 키우고 싶은 어른들이 자기를 두고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매컬러 부부의 친구가 아이의 친모인 베베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 때문에, 미아를 미워하고 있어...
렉시는 예일대에, 렉시의 남자친구는 프린스턴 대학에 곧 입학을 앞두고 있다. 렉시는 백인이고 남자친구인 브라이언은 흑인인데, 이들은 사귀다가 처음 섹스를 하게 됐고, 한 번 하고나서는 자주 하게 된다. 종종 둘이서만 모습을 감춰 사랑을 나누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피임을 안 하고 한 적도 몇 번 있고, 아아, 이야기는 이렇게.... 렉시가 임신을 하게 되는 거다.
렉시가 임신진단 테스트에 줄 두 개를 보며 임신을 알게 되고, 곧 대학에 가야하는데 이를 어쩌나 싶고, 아기들은 너무 작고 예쁘고, 아기를 낳고 대학 입학은 반학기 미뤄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브라이언에게 운을 띄운다. 벌써 아기들은 너무 예쁘지 않냐고 여러차례 말해온 터다.
"우리도 당장 아기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 안 들어?"
브라이언이 너무 갑자기 일어나 앉는 바람에 렉시는 침대 너머로 떨어질 뻔했다.
"너 미쳤구나. 내가 들어본 중에 가장 정신 나간 소리야.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브라이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상상해본 것뿐이야, 브라이언."
렉시는 목이 메었다.
"너는 아기를 상상하지. 난 클리프와 클레어가 날 죽이는 모습을 상상해. 두 분은 날 건드리려고도 하지 않으실 거야. 부모님이 날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난 이미 죽은 목숨이지. 즉시. 바로 죽음이라고."
브라이언이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부모님이 뭐라고 할지 알아? 우리는 너를 그보다 더 잘되라고 키웠어."
"그게 정말 그렇게 끔찍하게 들려? 우리가 함께하고 작은 아기를 갖는 게?"
렉시가 손톱으로 잡지 모서리를 꼬깃꼬깃 접으며 말했다.
"난 네가 나와 영원히 함께 지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맞아, 어쩌면. 렉시, 우리는 열여덟 살이야.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알아? 다들 이렇게 말하겠지. 아이고, 저기 좀 봐요, 또 어떤 흑인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여자애를 임신시켰네요. 십대 부모가 늘었어요. 이제 중퇴하겠죠. 모두 이렇게 떠들어댈 거라고."
브라이언은 책을 덮어 탁자 위로 던지고는 말했다.
"난 절대로 그런 놈이 되지 않을 거야. 절대로." (p.256-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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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이 되지 않을 거라면서....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면서, 그런데 왜....왜 십대에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십대 부모 되기 싫은데 왜 십대에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중퇴하기 싫은데 왜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열여덟살인데 왜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부모님한테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지금의 임신은 정신나간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콘돔없이 섹스했지요? 임신하는 게 죽기보다 싫었으면, 미친 짓이었으면, 여자친구가 콘돔없이 섹스하자고 해도 '그것은 안될 일이여'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왜 콘돔없이 섹스를 해놓고 임신은 미친짓이라고 하는 거지요?
렉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펄에게 전화해 낙태수술 받으러 함께 가달라고 말한다.
참...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여러가지 생각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와락 기억들이 덮치는 데 별 수 있나, 휩쓸려 가는거지. 나 역시 콘돔없이 섹스를 한 적이 있고, 또 설사 콘돔을 사이에 두고 섹스를 했다고 하더라도, 생리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가슴이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설마..' 하는 걱정으로 끙끙댄 적이 있으니까. 지금보다 훨씬 어린 나이이긴 했었는데, 그 때 좋다고 섹스한 남자가 '나 생리가 좀 늦어..'라고 말했을 때 '야, 넌 그런거 체크도 안했냐! 니가 그런걸 체크 했어야지, 나 겁 많아!' 했던 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만약 그 때 내가 임신했다면... 그랬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이십대였고, 월급도 적었던 나는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몰래 낙태하려고 했을까? 그 때 사귀던 남자는 기꺼이 나랑 낙태수술 하러 가주었을까? 내가 아는 여자중에도 임신했단 말에 바로 연락 차단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결국 그 여자는 다른 여자랑 같이 낙태 받으러 갔고. 수술에 같이 안가주는 게 다 뭐야, 연락 자체가 안되는데... 나 역시 쌩까는 남자친구 대신 한 여자의 낙태 수술에 같이 가준 적도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 때 너무 화가 났었는데, 그렇게 화났던 일이, 만약 내가 임신했다면 내게 일어날 일이 될지도 몰랐다.
국제학부의
여성학 수업 시간, 피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여자였고, 유학생이었다. 프랑스에서 온
학생이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질문했다. "대체 왜 한국 남자들은 콘돔을 쓰지 않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국, 일본, 영국
등지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입을 모아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한국 남자들의 문제가 유학생들 사이에서 종종 화제가 된다고 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남자들이 하도 사정하고 회유하고 설득하기에 한두 번 콘돔 없이 섹스를 했는데 임신이 되어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분개했다. 만약 자국의 남성이 그러자고 했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텐데, 한국 남자들이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로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뭔가 신비한 아시아적 '비기(秘器)'라도 있나 싶어서 넘어가버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남자에 대한 성토장처럼 되어버린 수업 시간에서는 뒤이어 한국의 '어메이징'한 성 산업에 대한 증언들이 속출했고, 소수를 제외하고는 한국 남자는 대체로 매너가 없다는 불평도 이어졌다. 한국
남성은 자신이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으면서도 고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으며, 한국 드라마와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며 분개했다. 원하는 것(주로 섹스다)을 얻기 위해서는 비굴할 정도로 집요하게 굴다가, 끝내 얻지 못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사례는 너무 많아서 학생들을 잠시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권김현영, 근대 전환기 한국의 남성성,
p.68-69)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사귀었던 남자는 너무 형편없는 남자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걸 몰랐다. 다행히도 나는 그 후에, 더 나이가 들어서는 점점 더 나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하나의 연애가 끝나고 그 일로 가슴 아파하고 그 다음 연애가 시작될 때에는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더 나은 사람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콘돔 없이 하자고 내가 말해도 안된다고 단호히 말하며 먼저 콘돔을 꺼내드는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 인생...
그러고보면 나는 내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연애로도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나은 관계를 만들고 있다.
이별의
고통은 우리의 일상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우리를 무의식적 충동이 담긴 어두운 지하 창고로 끌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을 얻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사랑의 실패는 발걸음을 멈추고 내가 어떻게 나아가기를
원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인생을 새로이 설계하게 만들죠. 인생 설계를 재조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으로 실연만 한
것은 없습니다. 상실로 인한 번민은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적극 참여하게 만들죠. (p.194)
지난 토요일에는 남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의 아홉살 조카와 여섯살 조카도 예쁘게 차려입고 왔는데 결혼식 끝나고는 우리집으로 왔다. 다음날 조카들과 놀이터에 가 놀려는데 아홉살 여자 조카가 구두를 신어서 발이 불편하겠는 거다. 내 덧버선을 신었는데 발등에 닿는 끈 부분이 아무래도 더워서 땀나면 상처날 것 같아.. 나는 놀이터까지 걷다 말고 조카에게 내가 신은 발목양말과 바꿔신자 말했다. 폴짝폴짝 뛰어 노는 조카에게 저 양말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걷다가 멈추어 내 양말을 주었는데 신발은 내 신발을 줄 수가 없는거다. 흐음.. 가면서 슬리퍼 하나 살까? 했는데 오전 열시가 되기 전이라 문 연 곳도 없고... 여동생은 괜찮아,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데 슬리퍼보다는 구두가 낫지, 하며 놀이터까지 갔는데, 구두를 신고 조카는 정말이지 팔짝팔짝 잘도 뛰어논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나는 조카에게 앞으로 구두를 신고 올때 슬리퍼를 스스로 챙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