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 슬리마니'의 장편소설 《달콤한 노래》를 어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미 결말을 알려주긴 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읽기가 두려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끔직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나올 터였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고민했다. 끝까지 읽고 내일 새 책을 들고갈 것인가, 아니면 끝부분은 내일 읽을 것인가..



아침에 읽기 싫은 부분이기도 했지만 잠들기 전에 읽기는 더 싫었다. 분명 꿈을 꿀텐데, 그런 식의 꿈을 꾸고 싶지가 않았어...해서 나는 책을 덮고 자기 위해 누웠다. 잔인한 결말은 내일 읽자, 하고.



분명 초저녁에는 졸렸는데 자리에 눕자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침 엊그제 넷플릭스 가입을 해둔 터다. 흐음. 그렇다면 뭔가를 볼까...산드라 블럭이 나온다는 로맨스 영화를 볼까, 에로틱한 영화를 볼까, 주루룩 훑어보다가 드라마 《아웃랜더》가 눈에 띄었다. 오래전에 원작 소설 '다이애너 개벌든'의 책을 읽은 터라, 그냥 훑어만 보자, 하고는 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지는 않고 좌르륵 빨리감기로 해서 주인공인 '클레어'와 '제이미'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들에 집중했다. 나는 그 둘이 대화를 나누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아웃랜더와 호박속의 잠자리 작가 '다이애너 개벌든'음 엄청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전에도 내가 이곳에 몇 번 언급했던 작가인데, 다양한 쪽으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거다. 게다가 글도 잘 써! 알라딘에 이 책들의 작가소개를 보면 이렇게 써있다.



동물학 학사 학위, 해양생물학 석사 학위, 그리고 생태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았다. 작가가 되기 전까지 월트 디즈니를 위한 연작 만화를 쓰기도 했으며 12년간 대학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Voyager>, <Drums of Autumn> 등이 있으며, 국내 출간작으로는 <호박 속의 잠자리>의 전편인 <아웃랜더>가 있다. 현재 애리조나주의 스콧데일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 클레어 시리즈를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 속에서 주인공 클레어가 과거의 스코틀랜드로 날아가는만큼, 아직 의학기술은 발전하지 못했고, 민간의학이라 해야하나, 그런 걸로 사람을 치료하고 돌봐주는 장면들이 펼쳐지는 거다. 게다가 과거의 스코틀랜드를 얘기하며 역사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게 펼쳐낸다. 그 과정에서의 제이미와 클레어의 로맨스는 더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데, 클레어가 '현재'를 사는 여자이며 동시에 '과거'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그 과거에서의 남자들이 여자를 대하는 문화에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이미는 신사이다. 그래서 클레어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남자들은 '버릇 없는 아내를 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체벌로써' 이루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동정으로 결혼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이미, 아내인 연상의 클레어를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한 제이미에게, 버릇 없는 아내의 엉덩이를 때리라고 하는거다.


클레어는 위험에 노출됐었다. 위기의 순간이 분명 있었고, 그래서 다시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도록 제이미는 벨트로 클레어의 엉덩이를 때리고자 한다. 이에 클레어는 맞선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다, 그건 하지 말아라' 하고. 나 역시 '그건 아니야, 그러지마, 그러는 순간 화나, 정떨어지는 거 시간문제야' 라고 생각했지만, 제이미는 끝내 반항하는 클레어를 자기 무릎위에 엎어놓고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는 거다. 바깥에서 이 소리를 들었던 다른 남자들은 '역시 그래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당연히 이 장면은 나에게도 불편하고 클레어에게도 그랬다. 클레어는 제이미를 사랑하고, 지금이 자기가 기존에 살던 세상과 다르다는 걸 인지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분명 화나는 일이다. 그러니 클레어가 제이미와 다시 사이 좋아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클레어는 '다시는' 제이미가 이러지 않도록 어떻게든 강하게 인식시켜야 했다.


그 일이 있고난 뒤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그 틈에 평소에 제이미를 좋아했던 여자가 제이미에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러나 제이미는 클레어를 정말 사랑했다. 그 여자에게 '나는 내 아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며 집에 돌아가서는 클레어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하는 거다. 며칠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던 터다. 클레어의 화는 당연히 아직 풀리지 않았고. 이에 제이미는 용서해줄 수 없겠냐면서, 혹시 너 나랑 그만 살고 싶은 거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클레어는 그렇지는 않다고, 그만 살고 싶은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둘은 섹스를 하게 되는데, 나는 '흐음, 이렇게 쉽게 용서하면 안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그 장면을 계속 보았다. 격렬한 섹스로 가기전 클레어가 위에 올라 있는 여성상위체위에서, 쾌락에 몸둘 바를 모르는 아래에 있는 제이미를 향해, 클레어 역시 아직 그에게 들어가 있는 채로, 저기, 옷을 벗느라 늘 가지고 있다 떨어진 제이미의 손 칼을 가져와서는 얼른 칼집에서 빼네 제이미의 심장을 겨눈다. 아직 그들은 섹스중인데, 클레어는 그 칼을 제이미의 심장에 바짝 대고는 말한다.



"한 번만 더 그랬다가는 니 심장으로 내가 아침을 해먹을 줄 알아."



그러자 제이미는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의 시리즈인 저 잠자리와 아웃랜더를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희미한 내용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클레어가 과거의 스코틀랜드로 넘어간 것, 거기에서 제이미랑 결혼을 한 것, 그러다 나중에 현재로 오게된 것등등..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클레어가 현재로 돌아오게 되어 현재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을 때, 제이미도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 그녀의 삶을 엿봤다는 것 ..정도인데, 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드라마는 지금 시즌4까지 나온 모양이다. 나는 시즌1을 대충 훑어서 7회까지 보게됐고. 드라마가 원작을 얼마만큼 반영할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상에서는 현재의 남편도 열심히 클레어를 찾는 중이다. 그래서, 과거로 가는 것까지 찾게 되는걸까? 나 이 시리즈 정식으로 시작해볼까?



책은 출간됐을 당시에 아는 사람들에게선 굉장히 유명한 책이라 읽기는 했지만, 번역 상의 문제를 많이 지적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혹여 그 사이에 다시 나오진 않았을까 싶어 검색해봤더니, 여전히 위의 책들이다. 기존에 사보고 팔아버려서... 다시 사서 읽을까? 이왕이면 개정판이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저 시리즈는 저게 끝인가? 아마존 검색해봤는데 뭔가 외전으로 짧은 스토리가 있는 것 같긴한데..저게 전부인가?


드라마를 시작해볼까? 너무 길던데..그렇지만 제이미랑 클레어가 이야기 나누는 거 보고싶다.

드라마를 시작해볼까? 너무 길던데.. 역시 볼 시간이 없어. 언제 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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졔졔 2018-05-2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노래, 저도 읽으려고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렸어요. 아, 읽기 두렵네요ㅠㅠ

다락방 2018-05-28 16:25   좋아요 0 | URL
책은 잘 읽히는데 저는 피해자(희생자)가 아동일 경우에 너무 힘들어서요 ㅠㅠ
최졔님 다 읽고나면 감상 남겨주세요!

비연 2018-05-2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해자가 아동인가요.. 저도 이거 보관함에 두었는데... 읽기 겁나네요..ㅜ

다락방 2018-05-28 17:53   좋아요 0 | URL
네, 아동 피해자가 등장하는 책이라 .. 저는 읽기 좀 힘들었어요. 비연님, 다른 분들 리뷰도 참고해보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