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취향] "북방침엽수림" 과 "사바나"

kimji님의 서재에서 놀다가 http://book.idsolution.co.kr 

괜히, 은근히 이런 것에 관심 있다. 

첨엔 '사바나' 취향,  두번째 해보니 '북방 침엽수림'이래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보니 '사바나'가 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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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지각같은 거 잘 안한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늦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직장생활 오래하다보니 뭐 하루 회사 좀 늦게 나오면 어때? 맨날 그러는 것두 아닌데...싶고, 핸드폰이 있으니 약속시간을 지키는 일에도 좀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지 올해 1월 한달만 벌써 지각이 2번. 신경이 쓰이는데 오늘도 아침에 발 동동거리며 출근했다. 이유인 즉, 모두 울 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질 않는다는건데. 어릴 때는 자는 아기 옷 갈아 입혀 들쳐업고 출근도 했었지만, 이젠 너무 커져버러 그럴 수도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일어나자마자 까슬한 목에 밥을 밀어넣는 엄마가 귀찮을테고, 일어나서 동생이랑 아침인사도 하고싶고 자동차도 좀 만져보고 싶고 한데 빨리 신발 신으라고 소리치는 엄마가 매정할테고 그렇겠지만. 그래도 제호는 순종적?인 편이라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않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단 소리도 잘 안하는데 엄마의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지않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니 바쁜 아침 시간에 난 매일 애가 타는 거다.  

오늘도 15분에 집에서 나서야 지각은 안 하는데, 16분을 막 넘어가는 거다. 급한 맘에 애를 질질 끌다시피 들어서 현관 앞에 데려다 놓고 내 신발 신고 있었는데, 고새 또 동생한테 가서 노닥거리고 있다. 엄마 또 지각이라고! 제발 좀 빨리와! 라고 해원이 봐주시는 아줌마가 있는데도 막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방에 있던 아빠한테도 제호 좀 어떻게 해 보라며 신경질을 냈다. 겨우겨우 차에 태우고 붕.. 출발하는데, 남편이 넥타이도 못 걸친 채 양복 윗도리랑 가방을 움켜쥐고 택시를 잡듯 우리 차를 세운다. 순간 뭘 또 잊어버렸나 싶어 뭐?!! 그랬는데, 나 지각한다니 나 회사앞에 내리고 자기가 제호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간댄다. 그럼, 자기도 지각일텐데. 내가 어지간히 요란을 떨고 예민하게 굴었나보다.  

그러구 둘을 보내고 회사에 올라오고 보니 왜 이렇게 미안하고 기운이 빠지는 지.  

제호는 무슨 죄인가 싶고, 자기로 인해서 기인한 것두 아닌데 아침마다 혼이 아닌 혼이 나는 제호도 안스럽고 그렇다. 아침마다 도시락 먹는 제호는 밥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비가 오는 아침, 괜히 미안하고 미안하다. 어디선가 그랬는데... 맞다. 김인숙 작가가 "산다는 건 매일매일 누군가에게가 미안한 거다"라는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다. 그래,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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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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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유익하다.  

그림이 아름답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면 이쁜 그림만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선입견. 사실 그림이 이쁘면 혹하기 마련이지만, 그림만 오색찬란 이쁘고 내용이 없으면 그런 건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난 오히려 미숙해 보이는 그림이나 쫌 촌스럽다고 느껴질만큼 독특한 색감이나 그런 책들에 더 혹하긴 한다.)  '달님 안녕'이나 '이슬이의 첫 심부름' 이런 책들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난 좀 오래된 이야기들에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하고, '울었어' '쿠로베, 조금만 더 기다려' 뭐 이런 종류의 책에도 푹 빠지는 것을 보면 난 일본 동화책을 좀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아뭏튼, 이 책은 100층 짜리 집 꼭대기에 사는 거미왕자에게 초대된 도치가 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1층에서 100층까지 하나하나 담긴 풍경과 일상도 재미있고, 각 층에 사는 동물들의 특징을 잘 표현해낸 것이, 읽을수록 꼽씹을 거리가 있어서 좋다.  

무당벌레가 사는 집에선 무당벌레의 주식인 진드기를 삶아내서 먹는다든지, 다람쥐 집에선 쓰디 쓴 도토리 쥬스를 마신다든지, 달팽이가 사는 집에서 모든 가구며 놀이터가 뱅글뱅글 달팽이집처럼 생겼다든지, 거미네 집에선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들이 모두 거미줄처럼 만들어졌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더불어 숫자를 익히는 재미까지.  

그리고 또 더불어 한층 한층 올라가서 100층에 도달하는 성취감과 도치를 초대한 이가 누굴까 두근두근 설레가며 궁금해지는 긴장감까지.  

이제 꽉 찬 5살이 된 아들래미와 21개월월 딸래미까지 덩달아 '100층 짜리 집!" 하면서 빼들고 온다. 처음 사온 날은 연거푸 서너 번을 읽어줘야 해서 힘들었다. 쓩~하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진 어른들에게 차근차근 계단밟 아 100층까지 올라가기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럴 때면, 각 동물들의 먹이에만 집중해서 읽어주거나 각 층을 올라가는 계단의 모양에 촛점을 맞춰서 읽어주거나, 각 층이 몇 층인지 숫자에만 촛점을 맞춰서 읽어주거나 한다. 엄마가 읽어주는 게 너무 힘들면, 다시는 이 책 꺼내주기도 싫어질 것 같아서 부린 꼼수에 홀딱 넘어가서도, 역시 즐거워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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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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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대충 훝어보곤 제호가 이걸 이해하려나 싶었다. 한 때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 나이가 들면서 더 젊고 힘센 수탉에게 밀려나고, 그 때부터는 술로 세월을 보내는 할아버지 수탉의 심정을. 술에 쩔어 사는 할아버지를 지켜보다 못해, 할머니 닭이 갓 태어난 병아리 손자들이 알콩달콩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할아버지의 상실감을 치유해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샀다. 이억배선생의 그림이라면 모조건 좋아할 지경이니 순전히 엄마의 사심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항상 우리의 잣대로는 예측불가다. 깔깔대며 좋아하고, 또 읽어 달라고 졸라댄다. 더군다나 술먹고 헤롱거리는 수탉 씬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  

술 드시고 헤롱헤롱 거리는 수탉을 보고 "왜 이래요? 이건(술) 뭐예요?" 라는 질문들에 "이건 술이라는 건데 어른들만 마시는 거야. 근데 한 병만 마시는 건데 이 수탉은 한 병, 두 병, 세 병, 네 병~ 우와 네 병. 이렇게 많이 마셨더니 헤롱헤롱 눈이 핑핑돌아가고 똑바로 못 걷는 거야!" 라고 설명해줬다. 나름 술에 대한 입문이었던 셈인데, 그 이후로는 언젠가 내가 사다 논 장수막걸리를 보고는 "엄마, 이거 술이지? 많이 먹으면 눈이 핑핑돌고 헤롱헤롱 이렇게 걷지? 어른들만 먹는거지~?"라고 한다. 아이고... 왜 이렇게 애들은 귀엽냐? 게다가 엄마 아빠가 해준 말을 어쩜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는 것인지!   

역시나 볼수록 따스함과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림, 최고다! 게다가 양장본이 아닌 말랑말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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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가 3일짜리라서 그런지, 왠지 맘이 휘숭숭거리고 일도 안 된다. 그래서 이 참에 올 한 해 어땠나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간단한 의식?조차 없이 지나보낸 해가 벌써 몇 해던가. 이제 초보엄마 딱지 좀 떼고 덜 바둥거리게 된건가.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고인이 됐고, 아빠도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친구도 잃었다. 이 모든 게 하반기에 후루룩...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역설적이게 들리지 몰라도 내 삶에 감사하게도 됐다. 어쩌면 사람들은 '성숙'했다고 할 지도 모르겠는 그런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책? 이렇게 안 읽은 줄 몰랐다. 아무리 4살배기 장난꾸러기와 돌쟁이 아기 사이에 끼어있었다곤 하지만 참, 한해에 읽은 책으로 셈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그리고 힘들다는 이유로 줄창 소설만 읽었다. 내년엔 일단 권수를 많이 늘여볼거다. 그래도 너무 가볍게 읽기만해서 진짜 정직하게 책을 '읽는' 동사적인 행위로만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은 중구난방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좀 더 공부하는 책읽기가 될 수 있게 해 보려고. 훌훌 물말아서 밥 먹듯 말고, 꼭꼭 씹어서 밥알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느린 책읽기를 실천해볼라고. 어쩌면 내 독서에서 넘어야 할 작은 산 앞에 있는 게 아닐까. 이건, 의지의 문제다. 싶다.   

음악. 한 때 클래식 음반을 사는 게 낙이었던 때가 있었다. 오프 매장에서 사서 CD를 뜯고 처음 들을 때의 희열과 기대감을 더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뭏든, 초보딱지도 못 떼고 그냥저냥 흐지부지 또 일+아이들에 파묻히고 말았는데 올해는 또 스믈스믈 들어볼까 한다. 모든 핑계를 사실 애들때문이다.라고 대고 있긴 한데 일정부분 사실이고 일정부분 변명이다. 체력이 좀 저질인지라 일하고 애들 치닥거리하고나면 정말 파김치가 됐었다. 지난 달 부턴 첨으로 비타민도 챙겨먹어보고 있으니 내년에 좀 나으리라 기대도 하고. 아뭏든, 얼마 전 친구랑 만났는데, 최근 클래식에 재미를 붙여서 그 얘기에 눈을 반짝 반짝 빛내는 아이를 보니 나도 다시금 잊었던 애인 생각난 거 마냥 그리워졌다. 하여, 괜히 또 음반도 질러버렸고 이제나 저제나 1층 캡스아저씨가 나를 호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흐흐. 하루 배송이니 오늘 오긴 올텐데.  

그리고 또 시시콜콜 작은 것들, 다짐 혹은 소망.  

남편 아침밥 잘 챙겨주기. 애들 방콕 시키지 말고 주말엔 꼭 뽈뽈거리고 돌아댕기기, 옷정리 잘하기, 근무시간 메신저 줄이기, 오지랍질 줄이기, 테이크 아웃 커피도 줄이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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