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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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주 오랜만에 밤잠 시간까지 줄여가며 소설책을 읽었따! 성인이 된 후로도 7시간 이상을  자 주지 않으면 다음날 눈이 충혈되고 무지하게 지장을 주는 탓에 왠만해서는 밤잠을 양보하지 않거늘,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일 밤까지 어떻게 또 기다리냐.

 

즐겨 눈팅하는 서재인들의 초절정 인기 소설책으로 이미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해, 뒷북스러운 독서에 약간 김이 새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재인들이 그리도 열광해 마지 않는 책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기에 덥석 샀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분들이다.^^

 

사실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뭐 그렇게까지 난리법석?이 라는 맘이 들지 않았던 것두 아니다. 그런데 1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오~ 장난이 아닌데..싶다. 한밤중에 1권을 거의 끝내고 있는데 너무 오싹한 기분에 책을 덮고 하룻밤은 자야했지만 너무 몰입해서 꿈에 나올 것만 같아서 무서워하면 잠들어야 했지만.... (사실은, 아주 잘 잤다.)  

 

점점 복잡해지는 인물들 때문에 머리에 살짝 쥐가 나려는 순간, 2권 첫장에는 친절하게 인물간 계보를 떡하니 보여준다. 그런데 쿠베르와 관련된 계보에는 살짝 스포일러스러운 면이보인다. 편집자님, 이런 거 하나쯤은 빠뜨리셔도 괜찮다구요 =.=;; 아무리 짐작하고 읽더라도 그건. 독자가 읽어야 할 몫인듯 싶은데.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서는.. "앗. 또 이거? "라고 살짝 실망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푸메로가 미치게 무섭고 싫었지만, 그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또한 안스럽고 안타깝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미켈의 우정에 든든한 맘이 생겨 그의 이름만 등장해도 훈훈해진다.

아들을 믿는 주인공 아비의 마음에 괜히 맘이 허허하리만큼 저리고..

(어미가 되니 어미, 아비에 대한 가정이입이 심해진다.... =.=;;)

 

집중, 몰입, 재미, 구성, 모두 별 다섯 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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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으로 애경가족이랑 한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새해를 맞았다.그녀가 온다길래, 갖은 재료를 다 사다놓고 저녁거리를 만들고,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고, 준비한 나의 수고를 배려하여 설겆이는 친구가 깨끗하게 마무리했다. 

아직 말도 못하는 한살배기 울 아들은 어쩐지 형들이랑 친해지고 싶어도 이로 물거나 코를 묻히거나 등뒤에서 꽉 안는 것 밖에 못해서 형에게 외면당하곤 했지만... 그래도 그들과 어울리고 즐거워하는 아들은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1시간 반거리인데도 근 3년 반만에 얼굴을 본다. 그래도 가끔씩 긴긴..멀티메일을 날려주고, 때늦은 육아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일부러 신경쓰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고 언제나 편한 친구가 젤로 좋은 친구다.  지금처럼만 간다면 절대로 의 상할 일은 없지 않을까. 천년만년 지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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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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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같은 표지가 가볍긴 하지만, 마냥 즐거워하기엔 아저씨 인상이 만만치 않다. 이야기는 만화책처럼 쏜살같이 달려가고, 유머러스하고 황당하고 발랄하지만, 저 아저씨만큼이나 진지하고 읽는 내내 그 웃음의 뒤끝은 쓰다.

1권은 특히나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읽게 되는데…. 사실, 우리나라와 너무 닮은 일본의 모습에 가슴이 덜컹했다. 돌도 안 된 울 아들에게는 삥뜯는 불량배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라는 엉뚱한 고민도 하면서. 어리면서도 아빠의 피를 물려받은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용감해지고 나름대로 어른스러운 지로가 참으로 대견스럽다. 그러면서도 역시 ‘어린아이’인 지로의 모습을 읽는 건 성장소설스러운 이 책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2권을 보면서 왠지 나도 일본 바닷가마을로 날아가고 싶다는 건 너무나 감상적이기만 한 얘기겠지? 각종! 공무원과  말도 안 되는 '당연'한 것들로 죽어라고 맞짱 뜰 수 있는 저 아저씨가 존경스럽다. 그러나 지로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아버지이기에 할 수 있는 말… +.+;; 그게 우리 대부분이 아닐까. bound 하기는 쉽지 않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첨이지만 맘에 든다. 그렇다고 그의 다른 작품을 성큼 읽지 않는 건 혹시라도 실망하기 싫고, 이 느낌을 한동안이라도 간직하고픈 나 특유의 소심함+우유부단함 때문. 잠시만 호흡 가다듬고~

*남편, 이 책 읽고는 돌도 안 된 아들래미한테 헤드락걸고 목을 졸라댄다. 헐…..                                                               하지만 그 모습이 우스운 건…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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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를 키우면서... 남을 내 맘대로 재단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자..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유해보이지만 간혹 가다 한 성깔하는 나를 나 스스로는 당당하고 정의롭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작년에 팀장, 나, 그리고 그녀가 같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울회사 야근이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성우나, 교사 녹음이 저녁시간에나 가능하다든지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남아서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 그렇지만 한살배기 아기가 있는 그녀는 항상 땡 퇴근이었다. 아기를 보러 가야 한다는 거다. 사실, 그녀가 근무시간에 룰룰랄라 놀지도 않았고 태만히 한 것두 아니었지만. 어린이집에 맡긴 것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봐주시는데 좀 늦게 가면 어떻다구 저렇게 땡퇴근을 하는 것이며, 교사녹음이 있는 저녁에도 야근을 못한다고 하는 것일까. 참으로 황당하고 얄밉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육아휴직까지 빠빵하게 다 챙겨서 1년 2개월을 쉬고 나온 터였다. 그렇게 할 베짱이 없던 나는 왜 그걸 칫!하고 배아파했었을까.

바쁘게 돌아가던 그 때 난 만삭의 임산부였다. 그래서 더 억울했고 팀장한테 돌아가면서 하자. 왜 그녀는 아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야근에서 열외냐. 난 용납할 수 없다. 했었따....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자 팀장은 이해하자 했지만.... 난 안 된다고 했따. 그런식으로 개인 사정 다 생각하면 남들도 다 사정이 있다. 아기를 보러 가야하는 것도 그냥 그 개인에게 속한 개인의 문제다.. 그럴 때는 남편이 하루 일찍 올 수도 있지 않냐..라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나눠서 녹음야근을 했다. 음하하.. 나는 이제사 세상이 공평하게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작년 연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했다. =.=;;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ㅠ..ㅠ

요즘 직장 다니면서 제호를 맡기고 데려오고 하는 중에 문득문득 흥분했던 그 내모습이 떠오른다.  요즘 난 맨날 회사 그만둘까? 댕길까? 수십번도 넘게 갈등한다. 그만큼 고되고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맑고 뽀얀 얼굴로 엄마에게 앵겨드는 걸 보면, 어린이집서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내내 감기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아들을 보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 가도 간혹 음식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열올리는, 울 회사 여자부장님들과는 너무 다른 같은 연배의 아줌마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어쩌나 싶어서 두렵고, 집에서 있을 체질도 아닌데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렵고.. 울 제호 학교가고 나면 그 때 난 뭘하지 싶고... 이렇게 매일이 고민이고 그 때마다(아니, 그 때마다는 아니고  ^^)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난 아이를 기르는 직장맘의 맘이 이렇게 복잡하고도 심란할 줄 몰랐다. 극성떠는 엄마들이나 그렇게 안절부절 걱정하는 줄 알았다.

30년을 넘으니 그 해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배울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가벼이 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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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30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여섯 해 지난 옛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올해에는, 또 새해에는 새삼스레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거듭나시겠지요.

늘 좋은 생각을 스스로 품으시기를 빌어요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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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참으로 기획을 잘 하는 사람같다.  누구라도 관심있는 주제이지만 또한 진부하기도 한 주제, 이성간의 사랑을 철학적인 요소들과 섞어서 전혀 새로운 느낌의 글을 써 내더니만.  이번엔 여행서다. 흔히 어디를 여행했고 그 장소에 대한 감상이나 안내를 담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그는 또 다른 특이한 관점으로 여행을 '안내'한다. 여행이라면 누구나 떠올리게 될 단어들, 이국적인..., 풍경, 아름다움, 기타 등등...을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워즈워스, 고호, 플로베르..등등의 사람들의 인생과 가치관과 예술관등을 엮어서 조밀조밀 엮어나간다. 나는 이런 기획에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 그 기획에 성공했냐고?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나에게는 괜찮은 책이었다. 나는 예리하고 예민한 그의 글의 좋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을 읽고 오히려 떠나고 싶다기 보다는 내 주위의 세상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 어쩌면 여행이란 내 주위의 것들을 새롭게 보는 것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다른 장소든 내가 있는 이 곳이든 내 마음가짐과 깨어있는 감각에 달려 있다는 것. 

책표지도 괜찮고 중간중간 사진들도 글과 잘 어울린다. 이상하게도 이것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처럼 금방 읽지는 못했다. 일주일을 두고 쉬엄쉬엄 천천히 읽게 된다.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 무작정 그 사람을 믿고 그 작품을 탐독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런지 그의 두번 째 책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의 나온다. 요즘 같은 가을에 읽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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