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초 조직개편. 알앤디가 엄청 흔들렸고 인원도 파격적일만큼 축소됐다. 발표날 두 팀장이 사표를 던지고 퇴근해버렸다. 그 분들에겐 미안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조금 통쾌했다. 이번 개편은 '정치력'의 승리라는 걸 너무 뻔하게 보여주는 조직도였으므로, 저 정도의 액션은 나와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뭐 어쨌든 그 중 하나는 그 사표를 결국 유의미하게 썼고, 사표를 썼던 또 다른 한 사람, 우리 팀장은 맘을 다잡고! 남기로 했다.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드럽고 치사하지만 밥벌이를 집어던진다는 건.  

지난 주엔, 회사의 절친후배 중 하나가 또 사표를 날렸다. 잘~ 다니고 있던 아이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개편이 빌미가 되어 일, 이 년 앞당겨 회사를 떠날 태세네.  

그러고보니 괜시리 내가 심란하다. 사실, 개편 전에 이래저래 얻어들은 소문과 정보와 뒷말들에 너무 질려서, 회사까지 싫어졌드랬다. 팀장이 옆에 있어서 원하지 않는 고급!정보까지 다 접하고보니 어찌나 정신이 피곤하던지......  게다가 그 상황에서도 줄서기하는 발빠른 아이들은 그저 놀라운 뿐이고, (나도 포함이지만 그나마 개편의 정중안에서 폭격맞은 사람은 아닌지라 상황적으로 살짝 빠져있다 치고) 모두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대로 비판해대는 것 또한 무척 실망스러웠다.   

나는 관리보다는 실무를 더 좋아하므로 팀장이나 이런 직급으로 가면 못 다니겠단 생각을 해왔던 터이라, 내년 정도까지만 다닐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가까운 아이가 사표를 날리니깐 적잖이 자극?이 된다. 퇴사했을 때를 대비해 좀 더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 경제관념없는 내가 우리집 가계도 걱정해야 하고. 당췌 외벌이로 살수나 있을까?무섭고. 난 뭘 해서 내 용돈이라고 벌 수 있을까? 하기싫은 집안일은 우짠다지? 꼬리를 무른 현실상황들.....

회사 절친 한 명도 한 달 후 퇴사를 예정!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마저 나가고 나면 난 친.구.도 없는데!!!  점심은 누구랑 먹나~~? =.=; 

그런데 '사표를 날리다',' 사표를 던지다'라는 말은 얼마나 통쾌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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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고등학교 동창이 메세지를 남겨놨다. 아는 친구인 것 같은데, 맞으면 너무 반갑다고! 머리로 온통 가려진 내 옆얼굴만 보고도 어떻게 알아챘을까? 잠시 신기. 그리고 곧 갈등 시작. 아는 척을 해야 해, 말아야 해? 아는 척을 하는 순간, 20년도 넘는 시간동안 살아온 내 인생을 온통 보고하고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먼저, 친구의 일상 및 주변인물들을 스캔한다. 남편님은 사업하는 것 같고, 올려놓은 짧막한 글들은 꽤 유머러스하다. 왠지 부럽네. 마냥 정직하고, 짧고, 실용적인 말씀만 하시는 울 남편님을 생각하니.ㅋ 아들과 딸이 있고 사는 모습은 꽤 풍족해 보인다. (헐... 나 뭐하고 있는 거지? 롤러코스터 여자편을 보고 배꼽을 잡는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만.-..-) 

사실, 나는 그 아이 소식을 드문드문 알고 있었다. 국문과에 진학하고 이후에 통번역대학원에 가서 동시통역을 하고 있단 것 정도. 고만고만하던 친구가 객관적으로 볼때 나보다 훨씬 성공한(?) 것 같은 입지에 있는 것 같아, 왠지 내가 찌부러드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히 모자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허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렇다고 그 아이가 쭈구렁 밥통으로 살고 있다면 그 기분도 좋지는 않을텐데. 내가 참 우습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갈등 중이네.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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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9-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이스북 안 합니다. 앞으로도 할 생각 별로 없구여...
너무 까발라지는 것 싫거든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그저, 그 사람 어떻게 사나-하면서
궁금해 하는 게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저는 구닥다리 아날로그형 잉간인가봐요. 그게 좋아요^^

북극곰 2011-09-19 14:00   좋아요 0 | URL
저도 아날로그랑 훨씬 친해요. ^^ 진주님, 추석 잘 보내셨죠? 전 연휴에 이어서 쭉 쉬었는데, 휴가가 넘 빡셌던지 다시 또 감기몸살이에요. 건강조심하세요.
 
고 녀석 맛있겠다 - 별하나 그림책 4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1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백승인 옮김 / 달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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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책! 사랑스러운 책!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미소를 짓게 되는 책! 

알에서 막 깨어난 안킬로사우루스가 처음 만난 건, 티라노사우루스. 먹잇감을 발견한 티라노사우루스는 "고 녀석 맛있겠다~!"라고 하지만 이 말에 반색을 하고 부벼대는 안킬로사우루스. "제 이름을 알고 있으니 제 아빠죠?"라며 찰싹 달라붙는 녀석을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을까? 역시 '아빠'라는 이름 앞에서는 사람이든 티라노든 작아지게 마련인가보다. ;-) 당황한 티라노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그 관계는 굳어지고 하루하루를 같이 보내는 사이좋은 부자가 된다.  

"고 녀석 맛있겠다~!"며 다가오는 또다른 육식공룔을 물리쳐주기도하고, 아빠만의 공격비법들도 하나하나씩 전수해준다. 안킬로는 안킬로대로 아침마다 산에가서 맛난 빨간 열매를 따다준다. 자기가 젤 좋아하는  마이쮸를 엄마, 아빠에게 나눠주면서 뿌듯해하는 우리 아이들처럼. 안킬로사우루스, 너도 같은 마음인거지? 육식공룡 티라노에게 그 맛은 비록 우웩~이겠지만, 귀여워죽겠는 안킬로를 보면 울며 먹더라도, 그런 열매 한 소쿠리라도 삼킬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같이 지내고 싶어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빠 티라노는 아기 안킬로와의 헤어짐을 준비한다. 진짜 아빠, 엄마를 찾아가게 하고 싶은 것. 헤어질까 두려워하는 안킬로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고선 뒤로 슬쩍 빠져 사라지는 티라노사우루스. 진짜 엄마, 아빠를 만나서 안전해진 아기 안킬로를 뒤로 하고 가는 티라노에게는 빨간 열매가 한알 들려있다. 아기 안킬로도 언젠가 아빠가 가르쳐준 티라노같은 울음소리를 내지 않을까. 서로에게 남아 있는 따뜻한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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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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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실속있는 책이다.  

70여 페이지나 되는 장수에 와글와글 들어찬 그림밥을 봐도 그렇고, 호가 3살이던 2008년에 사서 아직까지 마르고 닳도록 보고 있으니 가격대비해 그 이용빈도를 따져봐도 그렇다.3살이면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자동차에 홀릭하는 시기인데, 의외로 자동차에 관련된 (괜찮은) 책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자동차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만난 책. 요런 그림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넓직한 판형에 아기자기 재밌을 것 같으니 어디 한번~하는 맘으로 샀더랬다.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자동차들이 그득하니 아이의 눈에는 이게 웬 별천지인가 싶은지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증기 롤러니 굴삭기니 덤프 트럭이니 하는 낯선 차 이름을 외는 것도 순식간이다. 실재하는 자동차만 등장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연필차, 치즈차, 호박차, 닭을 쫒는 늑대차 등등이 마구 등장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말하자면, 모든 것이 가능한 그런 세계를 꿈꾸는 행복을 선사한다. 사실, 어릴 때는 그런가보다 하더니, 요즘엔 이런 차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도 다 안다는 듯 거만하게, 자신만만하게 깔깔깔거리며 그 농담을 알아차린다.    

차를 종류별로 나라비 세운 것이 아니라 돼지가족의 소풍이라는 큰 스토리라인을 따라, 가는 곳마다 아기자기하고 위트있게 꾸며진 상황들이 재미를 더한다. 말썽꾸러기 딩고를 플러시 경관과 함께 쫒아 본다든지, 페이지마다 교묘하게 숨어 있는 노랑이를 찾는다든지 하는 것들은 몇번을 들쳐봐도 지겹지 않게 하는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아이 덕에, 나도 함께 재밌는 세상을 구경했다. 부릉부릉 와글와글 신나는 자동차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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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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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짠하네. 친구를 그리워하고 앉았을 김려 생각에. 또 친하던 벗들마저 서먹해져 버렸을 때의 이옥을 생각하매. 글을 쓴다는 것. 아, 이렇게 일생을 걸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이었구나. 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잘 모르겠고;), 정조의 탄압에 이 두 사람이 어떻게 견디어 갔는지를 지켜보는게 흥미로왔다. 종간중간에 인용되어 있는 이옥의 글들은 소박하지만 이슬처럼 맑디맑게 반짝거린다.   2011_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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