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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엄마지만 ㅣ 작은 돛단배 7
엘리스 로시 글, 에스텔 민스 그림, 이경희 옮김 / 책단배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정신이 없다. 미친 x처럼 머리칼을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엄마의 아침, 그 머리 속은 아마 오만가지 생각으로 끊임없이 달리고 있을거다.
'뭘 입히지, 오늘 날씨가 춥댔나? 실내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밥은 먹고 있나, 양치는 어린이집 가서 하라고 할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가려면 8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늦게 가면 회사 주차장에 자리도 없는데, 주차하다가 지각하면 억울한데. 오늘 오전에 중요한 일은 없나? 아, 맞다 그거 10까지 보내줘야 하지...... ' 등등등등등등. 그 머릿속을 내가 잘 알지.
맞벌이 직장인의 아침이 대충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이들을 봐주시는 아줌마가 있어서 상황이 좀 달라졌지만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면, 다시 생각해봐도 숨차다. 올해에는 3년 반 넘게 같이 있으면서 정이 든 아줌마가 아예 첫째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셨기 때문에 그럭저럭 편하게 회사다녔다. 그런데 내년이면 두 녀석을 먹이고, 입혀서 유치원으로 데려다오고 가고 하는 전쟁이 또 시작된다. 올해는 어린이집 6년을 다닌 큰 애가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이 참에 동생도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정신없어질 내 삶이 자신없어서 아줌마한테 반나절만이라도 더 부탁해볼까 했지만,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니 도저히 여력이 안된다. 유치원비가 종일반으로 하니깐 60만원+@, 둘이면 120만원이 훌쩍 넘는다.(아우, 정말 깜짝 놀랐다. @..@) 무튼, 그래서 3월이면 나는 다시 정신없이 바쁜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조금 겁을 먹기도 했는데, 남편이 주 3일은 책임지겠다고 했고 아이들도 조금 더 컸으니 낫지 않을까하고 위로해본다.
이 책의 '바쁜 엄마'도 아침에는 정신없이 아이들을 들볶아대고, 퇴근해서는 회사일 또는 집안일 때문에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는 직장맘이다. 쓰윽 웃으며 '나만 이렇진 않구나'라는 위안을 얻게 되는데, 후반부에는 그 시간을 보상해주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엄마랑 같이 요리하고, 산책하고, 간지럼피우며 장난치고, 안아주고. 전반부에서는 내 맘도 활짝 펴져서 당당하던 것이, 후반부로 갈수록 또 조금씩 비교당하면서 위축된다. ㅎㅎ. 하지만 마냥 미안한 마음보다는 아이들은 믿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사실, 이건 훈련이 필요하다. 미안해하지 않기.
그나마 내가 아이들과 제일 잘 놀아주는 건, 자기 전에 자기가 읽고 싶은 책 한, 두권씩 골라오라고해서 읽어주는 것(나는 몸을 움직이는 게 너무 싫다. 게다가, 나는 성대모사도 잘하니깐~ 하핫!). 어제도 각자 읽고 싶은 거 한 권씩만 가져오라고 했더니, 이 책과 '또또가 달라졌어요'시리즈의 '잠자기 싫어요'라는 책을 가져왔다.
허둥대는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더니 아이들이 더 키득키득거린다. 나와 자신들의 모습을 읽었겠지. 그리고 내가 '바쁜 엄마'에게 공감하고 책 속의 아이들의 얼굴을 살핀 것처럼, 아이들도 어니스트와 마가레트에게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