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을 다툼으로 시작하고 말았다. 애들 앞에서. 그이는 욱해서 버럭하고(나는 이게 제일 싫다.), 그러고나면 나는 그만 기분이 상해버려서 입을 확 다물고 행동거지가 거칠어진다. 애들 옷 입히는 손도 빠르고 거칠어지고, 밥먹고 양치하라고 다그치는 내 목소리에도 상냥한 기는 쏙 빠져있다. 무서운 명령조로 돌변하면 애들은 슬슬 기면서 옷을 챙겨입고 양치를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해원이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엉뚱한 애교를 부려본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 애처롭다. 자동차를 굴려놀면서 그냥 상황을 주워삼키는 제호도 안스럽고.

 

요즘 이런 일이 잦다. 서로 노력하는 타이밍과 코드가 맞게 않고 돌아가는 느낌.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런 위기. 이렇게 출근한 아침이면 꿀꿀한 기분이 그대로 남아서, 계속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은 그래, ...했으니 자기도 힘들었겠지. 나도 ...은 참 미안하네. ...도 못 챙겨주고. 뭐 이런 처절한 자기 반성의 단계가 찾아오고 그러면 기분은 더 꿀꿀해지고. ㅠㅠ

난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한테 사과의 말도 없고, 풀어볼 생각도 안 하고, 답답해진 내가 얘기라도 해서 풀어볼라치면, 자기는 일하다보니 화가 가라앉았다며 미안하다.라는 둥 얼척없는 소리를 하고. 구체적으로 뭐가 미안한지, 앞으로 어떻게 했음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종료하고 피하고싶어하는 느낌. 얘길해도 뭔가 풀리지 않는 요즘 상황. 답답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icaru 2012-11-0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뭐 이런 노래에 새삼 무릎을 치지요! ㅎㅎ 어찌 남보다 못하냐 뭐, 이런 생각 자주 들어서요 ㅎㅎ
참 그래요~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무서운게... 남편하고 감정적으로 틀어지고 출근하는 날은 일도 잘 안 풀리는 것 같고,,

지금쯤은 다소 해갈을 하셨을라나~ 북극곰 님

북극곰 2012-11-12 08:44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우리집 안방 위 액자에 쓰여있던 글이 가화만사성이었어요. 어린 마음에 우리집은 뭐 이렇게 시시한걸 저렇게나 걸어뒀을까 했는데.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절감합니다. ㅋㅎ

딱히 풀린 건 아닌데도,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고나니 또 풀어져버리는게 칼로 물베기라는 것인가요?? =.,=

감은빛 2012-11-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무척 공감이 가요!
제 글에 공감해주신 이유를 잘 알것 같아요.
북극곰님께서도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북극곰 2012-11-13 09:16   좋아요 0 | URL
네, 감은빛님.
종종 글을 읽곤했지만 공지영 의자놀이 관련 글들을 보다가 전혀 다른 주제의 글에 덧글까지 남겼네요. ^^

무튼, 둘째가 7살이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저는 이제 2년밖에 안 남았다지요.감은빛님은 조금 더 남으셨죠? :)_
근데 이거 좋아해야 할 일인지 아쉬워해야 할 일인지...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진경문고
정민 지음 / 보림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보면 다 아는 내용인데 어쩜 이리 흡인력이 있을꼬.

'독서'와 관련된 책은 묘하게 끌린다.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책읽는 내 모습'과 비교하기도 하고, 다시 한번 다짐하기도, 되새기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정민 선생의 진정을 잘 알아주었으면 싶다.

나는 근래에야 책읽는 재미는 알게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는데,

마르고 닳게 읽던 동화책이나 컬러학습대백과 이런 책들을 빼고,  

커서 읽은 책들은 너무 겉만 핥아댄 것 같아

참으로 허송세월하였구나 싶다.

아직도 기억나는 허송세월의 대표작은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마의 산' 과 '푸코의 추'.

그마나 '마의 산'은 좀 나았던 듯도 한데,

'푸코의 추'는 진심 한 단락이라도 이해를 했던가 싶다.

마냥 '끝까지 읽고 말겠다'는 오기 말고는 하나도 없었던 독서.

그러니 이런 독서는 읽었으나 안 읽은 독서.

 

돌이켜보면 폭풍독서를 하던 시기들이 있었다.

고 1때와 대학교 1학년 때, 그리고 둘째는 낳고나서 약간 우울증기가 있었던 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모두 현실도피용이었던 것 같다.

저녁 8시 반에 취침하던 중 3학생이 겨울방학을 지내고나니

저녁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해야하는 고 1학생이 되어 있었고

나와 맞지 않는 학교 리듬에 내 바이오리듬을 억지로 맞춰사느라(난 새벽형 인간이었던거다! ㅋ) 

고전했던 고 1때, 미친듯이 읽었고,

원하던 대학이 아니고 어쩌다?보니 가게 된 대학교 1학년 때

그 상실감을 달래려고 또 미친듯이 읽었다.

이번 달은 몇 권 읽었넵. 하고 스스로 자랑하려는 욕심만 과해서

하나하나 깨쳐보겠다는 생각도,

조분조분 따져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이런 독서도 읽었으나 안 읽은 독서.

ㅠ ㅠ

 

(라고 말하려니 왠지 슬프고도 억울해,

그래도 나의 뇌 어느 구석에 무의식 속에라도 박혀 있을거라 또 위로를 덧붙인다. ㅋ )

 

지금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시간을 조각조각내서 그 참에 읽는 책맛은 얼마나 단지.

읽다보면 조금씩 뭔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은 또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

무엇보다 이런 일을 평생,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오래 걸려 알게된 독서의 즐거움을

안내해주는 책이니 이 책은 강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2-10-2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받아들이거나 헤아릴 수 있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깊이 다스리면
나중에는 어느 책이든 다 읽을 수 있어요.

즐거이 읽고 삶을 누리셔요~

북극곰 2012-10-23 09:00   좋아요 0 | URL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나도 이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아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죠. ^^
 
고리오 영감 을유세계문학전집 3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풍성한 한 편의 연극같은 소설. 발자크의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청산유수로 흘러나오는 입담을 직접 경함하는 듯하다. 마지막에 고리오가 내뱉는 회오에 가득찬 독백이 절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thing But the Truth (Scholastic Gold) (Paperback) - 1992 Newbery Newbery : 반드시 읽어야하는 뉴베리 수상작 157
Avi / Scholastic Paperbacks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런 제목으로 기사가 떴다면 나도 클릭해 볼 것 같다. 뭐? 이런 미친~이래가며.

이 책은 이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큐멘터리 소설이라고 이름붙여져 있다. 
공문, 편지, 전화통화, 대화, 전보, 일기와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기법 덕분에 사건의 전개는 훨씬 긴박하게 느껴지고 여러등장인물의 입장에서 동일한 사건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독자는 각 인물이 소설 속에서 짧게나마 꾸려온 개인의 역사 속에서, 정상을 참작하여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9학년생인 필립은 아침 조회때마다 있는 국가경청시간에 엄숙하게 조용히 듣지 않고(이것이 학교 규정이다.),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인 날윈 선생님에게 좇겨나 교감선생님에게 인도된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않고 반복하다 결국 정학을 맞게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해도 경직된 교육현장이랄까 하는 것들을 꼬집고 소신있는 한 학생의 투쟁을 그린 것인가 했는데, 이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고, 방송을 타게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급물살을 탄다. 

 

'국가를 따라불렀다는 이유로 정학을 시킨' 나윈 선생에 대한 비난의 편지들이 수없이 날아들고, 필립에게는 소신있는 '당신'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수 십통의 편지들이 날아든다. 필립의 아버지는 '너가 이긴 것'이라며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한지만, 트랙팀에서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9학년생 필립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하다. 학교에서는 나윈 선생님을 지지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비난받는다. 결국 이 사건이 보도됨으로써 두 사람 모두 큰 댓가를 치른다. 나윈 선생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자연 그 학교도 관심을 받게되고 학교의 평판이나 예산을 따는 일이 중요한 교육국 관리들은 결국 나윈 선생님에게 퇴직을 종용한다. 필립도 다른 학교로 옮기기로 하지만, 옮겨가는 학교는 필립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트랙팀이 없는 학교다. 이러도 허망하게 이야기는 끝났다. 마지막 필립의 대사는 더욱 그렇지만.

사실은 위의 내용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상황들이 얽혀있다. 

 

필립이 정학당한 일을 신문기자에게 소개해준 이웃집 남자는, 곧 있을 학교교육국 위원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이런 보도를 통해서, 이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자신이야말로 '미국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겠다.라고 연설하여 표를 얻으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선출된다.

 

나윈 선생님은 21년간 충실하게 근무해온 영어 선생님으로 다소 지루하긴 해도 교수법에 대해서 고민이 많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있는 사람이다. 학교 예산으로 교수법에 대한 교육을 받으려고 신청하지만 긴축재정이라는 명목하에 거절당한다. 신청서에는 교육을 신청할 때 적을 수 있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이유로, "매러니즘에 빠진 자신에게 열정은 부여하고, 요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수법의 이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나중에 교육국에서 무능한 선생이므로 퇴직을 종용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로 사용된다.  

 

사실 정학을 내린 사람은 나윈 선생이 아닌 교감격인 조셉이다. 나윈 선생님이 담임교사였고 교칙상 교감격인 조셉에게 상담을 넘겼으나 조셉이 2회 면담에도 불구하고 반성하는 기미가 없으므로 정학을 내렸다. (나윈 선생님은 오히려 정학이 과하다며 철회해주기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정학등의 징벌을 할 때는 교장과의 논의를 통해서 하게 되어 있지만, 통상 메모의 형태로 처리 후에 통보를 할뿐 자잘한 행정 업무는 직접 교감이 처리해왔다.

 

교장은 교칙상으로 정학과 같은 조치도 모두 논의하에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태만히 했다는 질책을 받는데, 이 때 교감이 자신에게 논의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물론, 교감은 메모를 드렸다고 주장한다.

 

자, 이제 누가, 무엇이 진실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 사건 하나로 여러 측면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 작가 Avi는 난독증이있었다는데 끝까지 작가의 꿈을 접지않고고 글을 썼다고 한다. 놀랍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9-19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19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9-2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부비부비 인사하러 마실 왔는데, 원서라니...

난독증을 가지고 있었던 훌륭한 사람들이 쫌 있죠.
안데르센, 아인슈타인, 에디슨...뭐, 이런 사람들, ㅋ~.

북극곰 2012-09-21 09:41   좋아요 0 | URL
앙~~ 나무꾼님~!
저 요즘 일폭탄 맞아서 일만!하는 중이에요. ㅠㅠ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요렇게 간간히 알라딘 와서 마실댕겨요.^^


북극곰 2012-09-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도전 수퍼콘서트와 관련된 기사를 읽다보니,
이 책이 다시금 생각났다.

해님이 2014-01-10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데... 이렇게 번역하고 요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ideways Stories from Wayside School (Paperback) Wayside School 3
루이스 새커 지음, 애덤 맥컬리 그림 / HarperTrophy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워 귀여워!

Holes를 읽고 맘에 들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찾다 읽게됐는데, 

너무 귀여워서 책을 깨물어주고싶을 정도다.
답을 제대로 못하면 아이들을 사과로 변신시켜버리는 선생님이라니 얼마나 기발한가!
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 챕터가 웨이사이드 학교 아이들에 대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있다. 1. Mr. Gorf  2. Jason 뭐 이렇게.

챕터마다 주인공 아이들의 모습이 삽화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림만 봐도 즐겁다.
사실, 요 그림에 반해서 둘째가 자꾸 읽어달라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요즘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고 있다. 영어로 읽어가면서 즉시로 우리말로 다시 쉽게 얘기해주는데(그러니까 엄마 맘이 엄청 바쁘다 ㅋ) 며칠 듣더니, 첫째가 영어는 읽지말고 우리말로만 읽어달란다. 엄마도 영어로 먼저 읽어야 애기해줄수 있다니까 그럼 영어는 엄마 마음 속으로 혼자 읽고 자기들한테는 우리말로만 얘기하란다. 그러더니 급기야 오늘은 엄마, 이거 우리말로 된 거, 책으로 사주세요. ㅋㅎㅎ

영어공부삼아 읽기에도 좋겠다.
영어는 중학생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읽을만하고, 내용은 어른들도 깔깔거릴만큼 기발하고, 앙증맞고, 천진하고, 재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2-09-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을 제대로 못하면 사과로 변신시켜버리나요? 헉.....
영어 책도 많이 읽어주시나봐요,
이러니 울 딸아이가 엄마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 라고 달고 살지.... 캬.

북극곰 2012-09-17 10:00   좋아요 0 | URL
요게 사실.. 제가 영어공부하려고 산건데,(제 수준이 ㅋㅋㅋ)
아이가 그림보고는 재밌어보이는지 읽어달라고해서 저렇게 된 거예요.....

코알라랑 여우님만큼 알콩달콩 부러운 모녀가 어딨다구요~!

icaru 2012-09-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 큰애도 그러거든요. 그래서 마녀 위니는 한글판만 읽어달라하니까, 영문판은 어디다 팔아버리고 싶어요!
아악~아무튼 땡스투요! 깔깔거리고 싶은데,, 영어로 깔깔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고, 애들은 뭐 나중에 때되믄 보게믄 좋고 아님 아니더라도 미리 ^^ ㅎㅎ

북극곰 2012-09-19 16:01   좋아요 0 | URL
네, 이카루님! 저는 재밌게 읽고 있어요.
애들이 유머?를 좀 이해못하기도 해요.
7, 5살이 이해하길 바라는게 더 웃기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