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가 3일짜리라서 그런지, 왠지 맘이 휘숭숭거리고 일도 안 된다. 그래서 이 참에 올 한 해 어땠나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간단한 의식?조차 없이 지나보낸 해가 벌써 몇 해던가. 이제 초보엄마 딱지 좀 떼고 덜 바둥거리게 된건가.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고인이 됐고, 아빠도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친구도 잃었다. 이 모든 게 하반기에 후루룩...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역설적이게 들리지 몰라도 내 삶에 감사하게도 됐다. 어쩌면 사람들은 '성숙'했다고 할 지도 모르겠는 그런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책? 이렇게 안 읽은 줄 몰랐다. 아무리 4살배기 장난꾸러기와 돌쟁이 아기 사이에 끼어있었다곤 하지만 참, 한해에 읽은 책으로 셈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그리고 힘들다는 이유로 줄창 소설만 읽었다. 내년엔 일단 권수를 많이 늘여볼거다. 그래도 너무 가볍게 읽기만해서 진짜 정직하게 책을 '읽는' 동사적인 행위로만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은 중구난방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좀 더 공부하는 책읽기가 될 수 있게 해 보려고. 훌훌 물말아서 밥 먹듯 말고, 꼭꼭 씹어서 밥알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느린 책읽기를 실천해볼라고. 어쩌면 내 독서에서 넘어야 할 작은 산 앞에 있는 게 아닐까. 이건, 의지의 문제다. 싶다.   

음악. 한 때 클래식 음반을 사는 게 낙이었던 때가 있었다. 오프 매장에서 사서 CD를 뜯고 처음 들을 때의 희열과 기대감을 더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뭏든, 초보딱지도 못 떼고 그냥저냥 흐지부지 또 일+아이들에 파묻히고 말았는데 올해는 또 스믈스믈 들어볼까 한다. 모든 핑계를 사실 애들때문이다.라고 대고 있긴 한데 일정부분 사실이고 일정부분 변명이다. 체력이 좀 저질인지라 일하고 애들 치닥거리하고나면 정말 파김치가 됐었다. 지난 달 부턴 첨으로 비타민도 챙겨먹어보고 있으니 내년에 좀 나으리라 기대도 하고. 아뭏든, 얼마 전 친구랑 만났는데, 최근 클래식에 재미를 붙여서 그 얘기에 눈을 반짝 반짝 빛내는 아이를 보니 나도 다시금 잊었던 애인 생각난 거 마냥 그리워졌다. 하여, 괜히 또 음반도 질러버렸고 이제나 저제나 1층 캡스아저씨가 나를 호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흐흐. 하루 배송이니 오늘 오긴 올텐데.  

그리고 또 시시콜콜 작은 것들, 다짐 혹은 소망.  

남편 아침밥 잘 챙겨주기. 애들 방콕 시키지 말고 주말엔 꼭 뽈뽈거리고 돌아댕기기, 옷정리 잘하기, 근무시간 메신저 줄이기, 오지랍질 줄이기, 테이크 아웃 커피도 줄이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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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 알라딘 조유식 사장에게 편지보내기 카페를 엽니다.

안녕하세요?    

이 곳 사람들이 좀 유별나죠?  그래서 저는 알라딘을 좋아합니다.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책 속에서 나와 세상일에도 관여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서점 주인이시니 아마도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1차 목적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알라딘이 다른 기업과는 1%라도 다른 그 이유를 발견할 때 저는 '영원한' 충성고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수 년간 알라딘에서만 살았던 제가 가격이 조금 더 싼 곳들을 전전긍긍하며 찾아 다니는 꼴은 상상만해도 싫습니다. 어쩌면 조금의 댓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건전한' 기업정신이 있는 서점에서 사는 일이 제게는 더 중요한 일입니다. 갖고 싶은 책이 있더라도 모씨가 대표로 있는 '시*사'에서 책사기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부디 책을 소비하는 일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세요.  

이 모두가 알라딘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일임은 다 잘 아시지요? 혹 당장의 기업의 손익을 따지고 계시거나, 힘없는 자들의 작은 목소리쯤은 가벼이 무시하시는 분은 설마 아니실테죠? 기업의 미래를 멀리 보신다면 지금 어떻게 행동하시느냐에 대한 해답은 나올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글을 쓰는 일에는 부지런하지도 못한 사람이지만, 저같이 게으르고 소극적인 사람일지라도 남들이 깔아준 멍석에 서 보지도 않는다데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껴서 편지 드립니다. 

부디 조만간 사장님의 답편지를 뵙기를 고대합니다. 그래서 세 밑에 맘놓고 책선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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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12-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첨 인사드려요.

'서점 주인 조씨'..아..요거 괜찮은 명함인거같아요. 온라인 서점 CEO 이런 것 보다 훨씬 좋게 들리네요..제가 아날로그라서 그런가요 ㅎㅎ

북극곰 2009-12-16 13:22   좋아요 0 | URL
아.. 자주 들여다보는 드팀전님이 이렇게 제 서재에 나타나주시니 어머나 깜짝!입니다. 자주 가긴해도 아직은 제가 드팀전님 글에서 길을 잃곤 하기 때문에 진득히 못보는 글도 있긴 하죠. ^^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마노아 2009-12-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서점 주인이라고 칭하시니까 더 정겹네요. 거리감도 줄어들구요.^^

북극곰 2009-12-16 13:1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매일 숨어?살면서 여러 분들의 글만 봐오다가 이렇게 인사주시니 감사하면서도 새삼 쑥스럽네요. 게다가 이런 꽃미남의 등장이라니욧~!^--^

2009-12-16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아빠가 그렇게 가셨다. 우리가 모두 다 가버려서 할아버지가 우시면 어떡하냐고, 깜깜한데 혼자 계시면 무서워서 우시면 어떡하냐던 제호 말대로 그렇게 아빨 혼자 두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구일로 정신이 멍한 사이 주말이 지나갔고, 수요일쯤 며칠 못가겠단 말을 듣고도 한 주의 딱중간인지라 목욜은 나가서 정리하고 금욜 휴가내서 하루 일찍 내려가보자 했었다. 그런데 수요일밤. 힘들실 것 같다더니. 내려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는 사이 목요일로 넘어가자마자 전화가 왔다. "처제,......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 먹먹한 느낌. 죄송한 마음. 보지 못한 한스러움. 사무치게 그리워지던 아빠. 그렇게 가셨다. 가시기 전에 막내딸 꿈엔 꼭 나타나셔서 미리 알려주시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언질도 없이 암시도 없이 가시진 않으시리라 했는데 내 꿈에도 오지시 않으시고 그냥 그렇게 가버리셨다. 막내딸 내려오길 기다리지시 못하신 채. 아니, 2주 동안이나 아빤 힘들게 버티시며 기다려주셨는데 이 무심한 딸이 그냥 놓쳐버렸다. 어느 자식이 부모님 돌아가시고 남은 후회가 없겠냐마는 그렇게 놓쳐버린 2주가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긴 밤을 혼자 보낼 수 조차 없었다. 겨우 잠든 남편을 깨우고는 엉엉 울었다. 멀리 있다는 핑계로, 아이 둘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자주 뵙지도 못했는데. 

오래도록 아프시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 상상도 해보고, 맘도 단단히 먹어도 보고 했건만 그런 거 하나 소용없이 여전히 아프고 죄송하다. 입관할 때 아빠 얼굴 단단히 못 봐둔것도 후회스럽고 화장하러 들어가기 전에 관 한번 못 끌어안아본 것도, 관 내려갈 때 목놓아 아빠!라고 소리쳐부르지도 못한 것도 다 후회스럽다. 병원에 계셨던 아빠라 집엔 내내 없었었는데도 장례를 치르고 집에 가니 왜 그렇게 텅 빈 느낌인지.  

슬프다는 감정도 너무 추상적인 것 같고. 그냥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근데 그 아빠를 볼 수 없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아빠..사랑해요. 이말도 자주 못해드렸네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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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1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09-12-1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서재인 3명이 나란히 댓글 주셨어요. 이런 거 확인하고 이래저래 그런 거 싫어서 다른 분 서재에도 댓글하나 안 달고 눈팅만 수년간 해왔지만, 그만!! 댓글을 달지 않고는 못베기는 글들/상황들 때문에 올리고나니 또 이렇게 제 서재를 들락거리게 됩니다. 제가 글을 올리거나 하는 것두 아닌데 말이죠? ^0^ 말 한마디가 더더욱 고마울 때가 있쬬 ^^
 

xx 친구시죠? xx-xxxx으로 전화 좀 부탁드립니다.  

아니러니하게도 지극히 사적인 소식은 이렇게 사무적인 메시지로 온다. 너무도 불길하게. 묘하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억누르고 전화했는데. 사고사. 믿어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떨렸고, 전화기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멀리서 규칙적으로 앵앵거리는 느낌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드문드문 들려오는 단어들. 그리고 조합. 무슨 사고냐고 차마 물어볼 용기조차 안 난 건, 또 이사를 해야 하고 나라를 옮겨야 한다며 그래서 요즘은 다운무드라고 하던 친구의 방명록 글 귀퉁이가 생각나서였고, 또 남미쪽에 있던 나라에서는 출산하고 한동안 우울증약을 먹기도 했다는 얼핏 낡은 기억때문이기도 했다.   

가만 그녀를 떠올려보니 나가있던 6, 7년동안 전화를 한통화도 안 했다는 게 생각났다. 한시간씩 떠들던 전화수다가 그립다. 라는 소리들은 했던 것 같지만. 온라인에서 알게 되는 우리의 생활들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고. 조금은 마음 맞지 않았던 구석의 응어리 같은 것들도 있었을 거다. 여전히 미니홈피에서 웃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딸과 그녀의 세상들.  진숙아, 문득 보고싶다. 그리고 왜 이렇게 미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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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하루이틀일도 아니다만,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위법행위로 법안이 통과된 건 맞는데, 어쨋거나 그 법안은 유효하다. 라는 건. 법관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은 내렸지만, 감히 나랏님 거슬를 순 없어 결과론적으로는 원하는대로 만들어드렸다. 라는 이중의 자기위안, 나름의 합리적 판단?  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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