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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드라마나 O$N에서 해주는 공짜 영화를 자주 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멍하니 누워서. 이렇게 다시다시다시 자꾸자꾸자꾸 보다 보면 모든 영화가 다 재미있어진다. 이 영화도 그랬다. 영화에는 아주 가혹한 평가를 내렸던 예전 같았으면 유치하다고 비웃고 던졌을 것 같은 영화인데, 오늘 보니 왠지  가슴 졸이고, 살짝 눈물까지 나는 거 있지.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나 봐. 눈물이 너무 많이 지는 거지. ㅠ..ㅠ

최지우와 안재욱이 주연이네. 언제가 한 번 봤던 영화인데 그냥 최지우 하는 짓이 귀여워서 계속 봤다. 20대 후반이 되도록 키스 한 번 못해본 여기자 연화. 나이에 따라 발달 과업이라는 것이 있을진대, 그 나이 되도록 키스 한 번 못해봤다는 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일까? 허구헌날 '혹시 키스 안 해보셨어요?'라고 눈치도 없이 정곡을 찌르는 사람들의 농담들이 판을 치는 요즘 같은 '사회'속에서야 말이다.  결국 키스 못하는 연화는 참다못한! 남친에게서 실연을 당하고. 그리고 때맞춰 등장하는 신입사원 안재욱. 헤대대대면서 붙임성 있는 허풍이 귀엽다. 저 정도면 중국 애들이 넘어갈 만도 하겠는걸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가... 쫙 붙은 그런 양복을 입고 나타나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지. ^^

그렇잖아도 잘 삐지고 괴팍한 처녀 연화, 실연까지 당해 불편한 심기 앞에서 눈치없이 알짱알짱대는 안재욱은 다행히도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명랑발랄청년. 그러나 알고보면 다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보호본능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오버하게 만드는 것. 이런 사람에겐 어쩌면 연화같이 뭉근하고도 솔직한 괴짜 여자친구가 어울린다. 모습은 정반대지만 사실 둘은  아주 똑같이 닮아 있다. 

안재욱, 연화가 쓴 안경을 벗겨보고 싶어서 못하는 포토샵까지 난리도 아니었다. '안경을 벗고다니라'고 집요하게 충고하는 안재욱. 실제로 영화에서 못생긴 여자들의 필수 악세서리는 안경이고, 어느날 그 주인공이 안경 하나만 벗어던지면 절세미인이 되어 다음날로 큉카로 등극한다.  혹자는 이런 '안경 벗기기'도 남성주의 시각에서의 포르노그라피라고 보기도 하는데 말이지... 씁...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 우연히 같이 간 영화 촬영장소 그리고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되면서...쏟아지는 비를 피해 들어간 공중전화박스. 김서린 안경을 벗은 연화를 바라보다 얼어버린 안재욱 그리고 귓볼이 뜨겁고 등줄기가 싸해진 연화. '내가 왜 이러지?"라는 당황스런 내 감정의 확인. 참 아찔한 순간.  이쁘기도 하여라.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 거다. 아니, (본격적으로) 자신의 자각 하에 진행되는 거다. 그러면 이 때부터는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괜시리 둘만 있으면 할 말은 더 없어지고 그 사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새록새록 나의 일상으로 끼어드는 거지. 안경벗고 화장하고 나타난 연화처럼.

잡지사 동료들의 성적 농담과 편집장 부인의 과도한 아줌마끼, 5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이모에게 키스상담하는 상황등등....좀 어설프고 썰렁한 설정들이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의 감정선이 세세하게 잘 표현되었던 영화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선 두 주인공의 캐스팅도 아주 잘 되었다고 해야겠지.

간만에 영화를 보고 나더니 수다가 떨고 싶어졌던 거군. 그래서 주절거리면서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만들었지 뭔가....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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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신촌에 갔다. 2호선을 타고, 5호선을 갈아타야 집에 온다.

동대문에서 내렸다. 환승역이니까.

다른 때 같았음 환승하기 쉬운 을지로 4가나 왕십리에 내렸을 텐데,

어제 따라... 웬 동대문. 

어정쩡한 사람이랑 우연히 집방향이 같아서 타게 된 전철이 아마도 부담스러웠던게지. 어쨌거나 잘가시란 인사를 하고 나는 5호선 화살표를 보고 뚜벅뚜벅 올라갔다.그리고 한참을 전철에서 뭘 들여다 보고 있다가.. 이제쯤 왔겠거니 하고 고개를 들어봤더니.... 건대 <--"구의" --> 강변 아..... 웬.. 구의?... 구의라면, 2호선...뭐... 2호선? 

근데 내가 왜 2호선을 타고 있지?.. 나는 분명히 동대문에서 내렸는데.....

느릿느릿 움직이는 내 기억은... 5호선 화살표를 보고 계단을 올라가던 그 기억에서 딱 멈춰선다.

그 다음은... 바로 그 때 그 상황, 서서히 출발하던 전철창 밖으로 보이던 바로 그 '구의'역이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전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억지로 가능한 상황을 조각조각 맞춰보니, 아마도 5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서는,

바로 맞은편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서.... 때맞춰 오는 2호선을 또 집어탔었나 보다. 

이런.......

순간 짜증보다.... 더럭 겁이 났다. 나... 왜 이러지? 아픈 가슴을 안고.... 결국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이야기를 들은 동글뱅이의 말....

당신은, 환승역에 내려서 서 있으면...2호선 떠난 다음에는 5호선 전철이 오는 줄 알았나?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러나 나는 심히 걱정이다.  설마 맥주 500 때문이랴..  -.-

에슐리아 이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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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1-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 500 때문에 그런 실수를.... 1천씨씨 마시면 어떻게 하실지 기대됩니다. 하핫.

북극곰 2005-01-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엔 좀 더 강하답니다. =..=

마태우스 2005-01-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에 강한 사람이 진짜 술꾼이죠. 맥주 잘마시는 사람은 사실 술꾼이라기보다, 방광이 큰 사람이라는 설이....
 

영화관에서 잤다는 한 서재인의 글을 보다보니...괜시래 옛생각이 났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을까? 외국에 있던 K군이 한국에 왔었을 때다. 항상 떨어져 있던 때라, 만나기만하면 평소때 못하던 남녀친구 노릇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연애한다면 가장 흔한 꺼리인 영화를 보러갔다. 별반 영화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 K군. 해리포터를 보러갔었다. 나는 책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재현된 것만 같아서 무지 들뜨고, 신나 있었다. 근데... 이 K군이 옆에서 잠깐씩 자는 거다. 그러다 쌔끈거리는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깊은 잠에 빠지려는 순간 나는 부끄럽기도하고.. 해서, 쿡쿡.. 깨웠다. 그런데도 계속 자길래 그.만. 코를 잡아당겨버렸다. 갑자기 잠이 깬 K군이 막 화를 냈다. 그래서 나머지 시간동안 썰렁하고, 어색하게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왜 그 장면은 두고두고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니, 쓸떼없이 아이 같기만 하던 K군은 나를 본다고 설레서 밤잠을 못잔거다. 그리고 뱅기타고 와서는 피곤한 아이를 내가 빡세게 여기저기 델구 댕기면서 괴롭힌거다. 졸음이 몰려올만도 한데... 그거 하나 이해못하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한 거다.  첫사랑 이었으니까,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해해년년 어떤 일에 마주치면 K군에게 못한 것들만(정말 잘한 일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무섭게도)이 생각나서 새록새록 미안하고 아프기만 하다. 왜 그렇게 어렸던지.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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