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한겨레 특집_대안모델을 찾는다] ①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 - 조희연, 신영복, 조현연, 김호기

“민주적이고 투명한 계급사회가 출현했다.”
지난해 말 출간된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체제 모형을 찾아서>(함께하는책)에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역설적인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런 역설이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그는 민주화와 세계화의 동시 진행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민주화가 진전된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파괴적 수준으로 한국 사회를 습격했다. 지난 시대 한국 경제를 책임지던 박정희식 개발독재는 민주화의 영향으로 무너졌지만, 신자유주의에 강타당한 한국 사회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뚜렷한 항해도도 없이 한국호는 신자유주의 물결로 넘실대는 바다 위를 표류한다는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조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이 보기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자기 조정 기능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악조건이다. 이 악조건 위에서 민주진보세력은 민주주의, 분배, 인간다운 삶이라는 자신들의 기본가치를 실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조 교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조건 때문에 대안적 국가 모델은 필연적으로 일국적 차원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제하고 규율하려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대안을 탐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 등이 제출한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은 이런 지구적 차원의 조건을 일차로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떤 대안도 일국적 수준을 넘어 국제적 전망을 보여주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제적 변화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전 지구적 조건이 열악하면 열악한 대로 일국적 전망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의 대안은 국제적 전망과 일국적 전망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조 교수가 말하는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의 첫번째 강조점은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에 놓여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회민주주의는 20세기 서유럽의 사민주의보다 폭이 넓다. 20세기 사민주의는 국가주의와 성장주의의 한계에 갇혀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고 조 교수는 평가한다. 새로운 사민주의는 19세기 사민주의 이념의 급진적 변혁 전망을 내장한 채로 20세기 사민주의를 성찰·극복한 좀더 이상적인 사민주의다. 이 사민주의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생태주의와 평화주의다. 개발과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생태와 환경의 가치를 끌어안으며, 군사주의와 팽창주의와 단절하고 반전·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확장을 통해 시장을 규율하고 민주화해야 한다. 시장을 민주화함으로써 양극화를 극복한 ‘사회적 완충국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민주의적 대안을 동아시아 차원으로 확장해 구현해야 함도 이들은 강조한다. 일국적 수준의 실현이 단기 과제라면, 국제적 실현은 장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대안적 체제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조 교수는 ‘진보적 민중주의’에서 동력을 찾는다. “남미의 차베스 정권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을 급진화시키는 운동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서구의 복지국가보다 더 평등하고 더 민주적인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한계와 보완할 점]

빈곤 · 양극화 해법 ‘생태’와 연결
기대치 높아…분배 연구도 부족

조희연 교수팀이 내놓은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은 구체성 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조 교수는 영국 노동당의 사민주의를 서구 사민주의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는데, 이 점과 관련해서는 영국 노동당사를 전공한 고세훈 고려대 교수(정치학)가 매서운 반론을 제기했다.

고 교수는 “서구 사민주의의 핵심 가치는 사회경제적 분배에 있다”며 “우리는 그쪽 사회가 이룬 성과에 전혀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그걸 극복하자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빈곤이나 양극화를 극복하는 문제를 생태와 연결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생태에 주안점을 두게 되면 빈곤 극복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분배 문제라는 본질적 논점을 흐려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계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는 조 교수팀의 대안에 경제 부문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생략돼 있다는 것을 약점으로 들었다. 경제적 차원에서 노동문제라든가 산업문제 등 구체적인 이슈들을 해결할 방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그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의 사민주의 담론이 추상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또 고세훈 교수와 달리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사민주의와 결합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그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 교수의 제안에는 그 과제를 실현하는 방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조 교수가 새로운 사민주의 대안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내놓은 ‘진보적 민중주의’가 ‘민중독재’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교수 자신도 그런 약점을 인정하면서 “그 위험을 극복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한겨레 특집_대안모델을 찾는다] ② 노동 중심 통일 경제연방론 - 손석춘, 박세길, 김병권, 정희용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이하 새사연)의 박세길(새사연 부원장)·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정희용(새사연 미디어센터장)씨 등 연구자들이 내놓은 대안 모델은 ‘노동 중심 국민경제론’과 ‘통일 경제연방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줄여서 말하면 ‘노동 중심 통일 경제연방론’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학생운동 출신자로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거나 벤처기업 경영 경험 등을 쌓았다. 대학 석·박사 등의 제도권 교육보다는 집단 학습과 토론을 통해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다.

이들이 말하는 ‘노동 중심 경제’는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와도 다르고 서구 사회민주주의 경제와도 다르다. 기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구 사회민주주의는 노동 주도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동 중심 경제론과 차이가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노동 중심 경제론은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지만 노동자가 생산활동에서 중심 구실을 하는 경제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새사연은 한국 경제가 1987년 이전 국가 주도형에서 1987년 이후 자본 주도형으로 이행했다고 본다. 박정희 체제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형 경제체제에서 한국은 고도 성장을 이뤘지만, 그 원동력은 노동자에게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가져온 요인이 교육받은 양질의 노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이 국가 주도형 모델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자본 주도형으로 넘어간 것인데, 자본 주도형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깎여 나가고 있다고 이들은 진단한다. 따라서 대안은 노동 주도형 경제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 중심 경제에서 말하는 노동은 자본소득이나 불로소득에 의존하지 않는 모든 근로 계층을 다 아우르는 말이다. 이들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며, 이들이 경제의 중심에 서야 한다. 노동의 발전이 경제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 노동 중심 국민경제론의 핵심이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노동에서 찾는 이들은 유한킴벌리 사례를 중시한다. 유한킴벌리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유행할 때, 단 한 명의 직원도 줄이지 않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인력을 더 늘리는 ‘뉴 패러다임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로 현장인력이 33% 늘어나고 일인당 작업일수는 연간 180일로 줄었지만, 인건비 증가를 뛰어넘는 높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냈다. 해고불안을 없애고 줄어든 노동시간을 직원 교육에 할애한 것이 더 큰 성과를 낸 것이다.

이들의 또다른 제안은 ‘통일 경제 연방론’에 있다. 노동 중심 국민경제가 통일 민족 경제를 이루어낼 때 완결성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각각 고립되어서는 최적의 상태를 이루어낼 수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많은 비용을 강요하는 분단체제를 극복함으로써 한반도 경제권을 구축할 때 남과 북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경제 활력을 키울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내수 시장이 확대되며 자립 경제의 자원이 확보되고 남·북 기술 협력으로 경제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이들은 전망한다. 남북 경제 연방은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남과 북이 각각 장점을 결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더 나아가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북방경제블록을 주도적으로 창설할 수 있다. 남과 북이 경제 통합을 이루면 남쪽의 경제와 북쪽의 경제가 서로서로 블루오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노동의 창의성이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한반도 차원에서 경제 연방으로 경쟁력을 키우면 남과 북이 통일 강국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한계와 보완할 점]

‘노동 중심 통일 경제연방론’은 새사연이 지난해 발간한 책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시대의창)에 상세히 설명돼 있다. 이 구상은 경제 발전 동력에서부터 남북 경제 공동체 전망까지 비교적 일관성 있게 설명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보완할 지점도 남아 있다.

김호균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새사연이 말하는 ‘노동 중심론’에 소유권에 대한 연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새사연의 노동 중심 경제론은 종업원 지주제 형태로 나타나는 노동자의 주주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채로 노동의 경영 참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렇게 소유권 문제가 모호해서는 노사의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종업원들이 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때 능동적으로 경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일 경제 연방론도 그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통일 경험으로 볼 때, 통일경제가 자칫 잘못하면 북한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가 남한의 경제력에 압도당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안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은 노동자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이룬다는 새사연의 노동 중심 모델에 ‘구체적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때 등장한 벤처산업론을 확장한 것이어서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또 통일 경제 연방론이 북한을 대등한 파트너로 일으켜세우기보다는 내부 식민지로 포섭할 가능성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남·북의 평화라는 관점에서는 진보적인 내용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을 노동과 시장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한겨레 특집_대안모델을 찾는다] ③ 사회투자국가론 - 천정배, 유시민, 노무현, 임채원, 김연명, 신광영

진보개혁 진영의 학계 및 정치권 등에서 최근 널리 회자되는 대안 모델은 ‘사회투자국가’이다. 지난 2월15일 참여연대가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묻는 토론회를 열었다. 엿새 뒤엔 한국사회정책학회 등 4개 학회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짚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천정배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주창하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발전계획인 ‘비전 2030’ 등에도 부분적으로 녹아 있다. 영국 등 서구에서 ‘수입된’ 이 모델이 과연 우리 사회의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나? 학계 등 각계가 이 담론의 적용 여부를 놓고 관심을 갖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기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추구하는 제3의 길=사회투자국가는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지난 1998년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기든스는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을 이야기하면서 ‘전통적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제3의 대안’으로 이를 제시했다. 1980~90년대 전통적 복지국가의 위기와 이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재편기를 거치면서 등장한 새로운 경제사회정책적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학계에서 엄격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이 담론의 핵심은 복지를 생산요소, 투자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정책과 경제(성장)정책을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 신자유주의의 시장담론을 수용해 국가의 시장에 대한 통제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핵심기능이 정치적 행위에 의해 훼손되어선 안된다”고 인식한다.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며, 시민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책임도 따라야 한다는 논지를 내세운다.

임채원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연구원은 <신자유주의를 넘어 사회투자국가로>란 저서에서 ‘사회투자국가는 사회가 사람에 투자하는 국가’라고 정의한다.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과 지식기반 사회란 오늘의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는 자본이나 토지가 아닌 인적자본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사회정책은 비용이 아닌 생산요소, 투자라는 것이다. 이 담론의 핵심구호는 그래서 ‘사람에 대한 투자’다. 예컨대 국가가 모든 아이들에게 자기개발의 기회를 갖도록 하고자 공공보육 확충정책을 편다고 하자. 당장은 많은 비용이 들지만 아이들을 더 튼튼하게, 더 지적으로 자라게 해, 나중에는 그들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튼튼한 주춧돌이 될 것이란 논리다. 이 정책은 또 여성의 육아부담도 덜게 해 더 많은 여성들이 자기개발과 고용기회를 갖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념적으론 중도 담론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자유’를, 사회주의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사회투자국가는‘사회정의’를 추구한다. 영·미식의 자유주의형과, 스웨덴·덴마크 등 사회민주주의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양극화 해결의 대안모델인가?=한국 사회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한 만큼 성장주의 담론이 유난히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회투자국가론이 한국 진보개혁 진영의 눈길을 모으는 데는 이런 성장주의 담론의 벽을 넘어 복지(재정)확충의 당위성을 설파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복지도 투자’란 말이 대표적인 그 예다.

이런 맥락에서 친 복지 학자들이 주로 주창한다. 사회복지·노동·여성·교육·가족 등 사회정책적 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적용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이 담론을 우리 사회에 적극 수용하자고 주창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 경제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연명 중앙대(사회복지학)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구조가 오늘날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의 새로운 상황과 위험을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월급 격차(2003년 1.53배)가 해마다 늘고 있고, 10가구중 1가구가 절대빈곤 상태에 빠져 있을 정도로 소득분배가 악화하고 있다. 2005년 현재 4829만명이던 인구는 2050년에는 4234만명으로 줄어드는 데 비해 65살 이상의 노인은 2005년 전체 인구의 9.1%에서 2050년에는 3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이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사회경제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그게 사회적투자국가 또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행정학) 교수는 ‘사회투자국가는 사회민주주의의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인가?’란 논문에서 한국의 선택으로 ‘영국형 사회투자국가’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형 사회투자국가를 목표로 두되 단기적으로 영국형같은 중간 ‘정거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구체적으로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보육·교육을 앞세우되 평생학습체계와 장기요양서비스 구축 등 생애주기별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는 정책방향도 내놓았다.

신광영 중앙대(사회학) 교수는 ‘복지레짐과 사회투자국가’란 심포지엄 발표문에서 사회투자국가와 이에 따른 정책이 중산층 강화와 사회적 통합 증진’이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 담론이 현실화하려면 노사간의 사회적 협력 내지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윤홍식 전북대(사회학) 교수는 특히 한국형 사회투자국가의 방향으로 아동수당의 도입 등 기본적 복지욕구 충족,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및 사회서비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다만 “사회투자전략을 뒷받침할 정치세력이 존재하는가란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한계와 보완할 점]

‘사회투자국가론’의 결정적 한계로는 흔히 경제이론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고전적 복지국가는 케인즈주의가, 신자유주의는 통화주의란 경제이론이 있다. 이 모델은 사회정책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경제(성장) 정책 모형이 없다. 이때문에 진보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긍정적 담론이라고 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투항한 담론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던진다. 유럽 좌파들이 사회투자국가를 ‘결과적 평등에 대한 좌파적 전통을 부정하는 신자유주의의 아류’라고 평가절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웨덴 등 북구 사민주의 국가들의 일부 복지정책을 선별적으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사회투자국가는 사회복지정책이 경제발전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출발하나, 최소한의 사회안전망만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면서 “이런 정책방향은 시장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혼란과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지난달 15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사회적 투자국가인) 영국은 본질적으로 (공공 정책이 아닌)민영화 정책을 펼쳤던 만큼 우리가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면서 “사회투자국가론은 새로운 생산주의 담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연명 교수는“사회투자국가론은 성장주의적 생산담론과는 달리, 스웨덴처럼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회투자형”이라고 반박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대안이라고 하기엔 너무 모호한 점이 많다”면서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평등, 분배 등의 가치를 너무나 희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개별 정책 내용이 아직은 미흡하는 지적이기도 하다. 사회투자정책을 현실화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도 종종 한계로 지적된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한겨레 특집_대안모델을 찾는다] ④ 사회연대국가론 -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의존한다. 콩트 등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들은 이를 사회구성의 기본 원리라고 생각했다. 의존관계란 서로에게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연대’의 이념이다. 민주노동당의 싱크탱크인 진보정치연구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한국 사회의 ‘대안 모델’은 ‘사회연대국가’이다. 연대의 이념을 기초로 한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했다고 연구소는 자평한다. 성장전략과 복지전략, ‘복지동맹’이란 실천 전략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는 아직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연구소는 6월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당의 주요 기조로 채택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연대를 통한 모두를 위한 성장=이 담론은 먼저 한국 경제상황이 저성장 기조의 ‘미이라 경제’라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800여만명의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과 620만명에 이르는 영세자영업자 구조는 한국 경제를 이집트의 미이라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저성장 경제구조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1997년 구제금융 이후 지속된 ‘노동과 자본의 구조조정’과 ‘급속한 시장개방’에 따른 결과라고 조진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전략은 무엇인가? 조 위원은 지식노동자가 국민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하이로드(high road, 高進路)형 성장 전략’을 답으로 제시했다. 이 전략은 한국 사회의 성장엔진을 (국가와 재벌이 아닌)지식노동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1세기 경제는 창의적인 지식노동자가 주도하니 만큼 이들을 길러내고 또 이들이 경제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지식노동자들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복지 강화도 이 전략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교육복지를 위한 재원은 기존 세율을 늘리기 보다 목적세를 신설할 것을 권한다. 사회복지분담금같은 ‘사회연대적 조세’를 만들어 재원을 확충하자는 생각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래산업의 발굴과 투자도 이 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인 미래산업으론 에너지환경산업을 꼽았다. 조 위원의 말로는, 최근 풍력과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에너지(동·식물 등의 생물체의 유기물로부터 얻어지는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들이 상업화돼 대형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엄청난 성장동력이 이 산업에 잠재돼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율이 아직 3%에 그친다. 유럽연합 12%에 견줘 4분의 1 수준이다. 조 위원은 이 부문에서 단기적으로는 20만개, 나아가 약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주도의 사회연대복지 모형=사회연대국가론의 또 하나의 축은 복지전략이다. 연구소는 이를 ‘사회연대 복지모형’이라고 이름붙였다. 이 전략을 마련한 성은미 연구위원(사회복지학)은 이 모형의 필요성을 현 한국의 복지체계의 문제에서 찾는다. 사람의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아동보육과 주택 모두 (국가 주도가 아닌) 시장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현 복지체계는 서비스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게 성 위원의 진단이다.

부유층은 양질의 서비스를, 빈곤층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 서비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며, 정작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도 정규직 노동자 중심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회보험에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도 현 복지체계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고 성 위원은 말한다.

사회연대 복지모형은 현 복지체계의 체질 개선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성 위원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세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보험료를 돈 많은 이는 많이, 적은 이는 적게 부담시키되, 혜택은 똑같이 주는 ‘누진보험료-균등급여’가 그 하나다. 누진 보험료는 소득재분배를, 균등급여는 저임금 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기본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가가 전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현물서비스를 주는 공공서비스 확대가 둘째 방안이다.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세째다. 실업부조 제도는 저소득 실직자에게 국가가 최저수준의 생계비를 기간제한없이 지원하는 제도다. 성 위원은 복지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며, 사회연대는 바로 그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쇠는 복지동맹 구축=강병익 연구위원은 이런 성장 및 복지전략을 토대로 한 사회연대국가를 이루기 위해선 ‘복지동맹’구축을 통한 대안적 사회세력 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를 매개로 사회적 연대를 넓혀가며, 이런 연대를 정치세력으로 변화시켜 그 힘으로 현실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 저소득층·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 저소득층과 중간계층간의 연대 등 사안별로 다양한 형태의 복지동맹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연대국가론은 이달 중 발간될 이 연구소의 잡지인 <미래공방> 2호에 자세히 실린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한계와 보완할 점]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회연대국가론이 경제성장 전략과 구체적인 미래산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일보 진전”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복지를 외치면서도 정작 재원 확충 방안이나 성장 대안을 제시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세의 역할을 적극 강조하고, 분배전략과 실천전략까지 종합적인 사고를 한 점도 평가해줄 만하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미흡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성장 및 복지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미래산업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에너지환경산업을 내세우는 데 과연 그러한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지식노동자의 경제주도나 교육복지 강화 등은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다”며 “진보정당 고유의 정책을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연명 교수는“복지동맹 혹은 연대전략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세부적 정책과 제도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히 아이디어 수준이면 대안으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도 복지동맹과 관련해 도대체 어떤 초현실적 힘이 정규·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빈곤층을 함께 모아 복지동맹을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동맹을 이룰 경제 및 복지정책의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더불어 “하이로드형 성장전략은 노동자에게 숙련을 이룰 인센티브 및 기회가 주어지고, 참여와 협력의 문화가 정착될 때에만 가능하다”며 “산학연계와 노사관계 시스템 개혁 등 더욱 조밀하게 연계된 구체적인 방안들과 실행방법이 보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와 개방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진한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도 이와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대안이나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입장을 가지지 못한 측면은 향후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위해 시장과 국가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아 다분히 ‘좌파 실용주의적 사고’란 혹평도 나온다. (이창곤 기자)

[한겨레 특집_대안모델을 찾는다] ⑤ 신진보주의 국가론 - 참여정부

신진보주의는 명칭 자체가 기존의 진보주의를 계승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신’이란 수식어로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진보주의와 대비되는 보수주의나 역시 기존 보수주의에 거리를 두려는 신보수주의와도 다를 것이다. 신진보주의가 우리 사회 담론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의 일이다.
그 출발점은 정부가 발주한 연구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6월에 나온 계간 <동향과 전망>(한국사회과학연구소·박영률출판사) 여름호(67호)와 올해 1월에 출간된 <한반도경제론>(창비)에 따르면, 2005년 7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개방화에 대한 대안 연구를 위해 모인 다양한 전공의 ‘동아시아-한반도경제연구회’(나중에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로 확대개편) 소속 학자들에게 국가전략(참여정부 핵심담론) 연구를 의뢰했다. 넉 달 동안 13명의 학자들이 거의 매주 모여 “한국의 정치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현실에 부합하는 국가전략의 비전에 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는 그해 말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됐다.

연구자들은 당시 “새로이 추구하는 경제이념의 기초를 ‘신진보주의’라 명명”했다. 신진보주의는 그 뒤 포괄적인 발전모델, 한반도 발전전략 구상으로 심화, 확장돼갔다.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 진영의 위기는?=<동향과 전망> 67호에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의 모색’을 쓴 조형제 울산대(사회학), 정건화 한신대(경제학) 교수와 이정협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경제지리학)에 따르면 신진보주의는 보수주의의 반대편에 위치하면서 진보주의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이들은 진보주의 세력이 민주화를 쟁취했고 분배, 복지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기해 일정 정도 관철시키는 성과도 올렸다고 본다. 하지만 냉전체제 붕괴, 국민국가의 약화, 환경파괴 등 다원화하고 복합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무너진 현실 사회주의를 대체할 대안 찾기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또다른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멤버인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병진 창원대 교수(국제관계학과),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어중국학과)는 <한반도경제론>에서 민주개혁진영의 위기는 정책상 위기를 넘어 담론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현재 한국사회 담론과 제도적 규칙에서 헤게모니를 쥔 쪽은 보수주의적 정치담론과 지배질서다. 과거 박정희식 발전주의 모델의 온존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가 결합되어 미국 중심주의, 시장 중심주의, 성장주의, 경제주의, 기업주의, 갈등없는 통합, 엘리트 주의 담론이 지배하는 질서가 성립되었다. 민주개혁 정부는 단순히 정책의 구상과 집행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런 보수주의적 담론구조 극복에 실패한 것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수 재벌 및 외국기업들 헤게모니에 종속된 ‘기업전체주의 국가’로 전락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한다.
 
대안 담론의 체계=이런 신자유주의·보수주의적 질서에 맞서는 대안적 담론의 핵심으로 이들은 “역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공성(dynamic republic)이 작동하는 사회경제 질서” 창출을 들고 있다. ‘역동적 공공성’은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 식으로 표현하면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진보적 이념이다. “기존의 진보가 연대를 강조하면서 발전담론을 경시하고 연대와 대척되는 것으로 이해했다면, 이제는 진보도 연대뿐만 아니라 성장전략도 강조하면서 둘의 관계를 경쟁 혹은 적대적 관계로 설정하지 말 것을 제안하는 것이 신진보주의가 아닌가 한다.” 이를 신진보주의가 ‘중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개방, 혁신, 연대’를 활용해 얘기한다면 “혁신과 연대의 가치가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가 된다. 이는 기존의 진보주의와 다른 부분이다.

신진보주의에서 연대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적 가치 실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방과 경쟁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잔여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회발전의 기본원리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다. 혁신은 사회를 정체상태에 머물게 하지 않고 부단히 새롭게 변화시키면서 성장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발전, 경제성장을 추진해가는 원리이자 동력, 그리고 개혁의 추진력이다. 혁신은 경쟁을 부르기 마련이고, 경쟁은 불평등과 독점을 불러 연대의 기반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 혁신과 연대의 충돌을 완화하는 가치가 개방이다.

신진보주의에서 개방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자신의 폐쇄된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타자와 협력해가는 방법론적 원리다. 이는 모든 것을 내부화하여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존 발전모델의 한계, 예컨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중앙집권적 위계의 발전국가 등 한국사회 주요 행위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들을 혁파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실현한다. 그리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완화하고 중앙집권적 국가는 분권과 지방화를 실현하며, 거버넌스를 형성해 구성원들의 참여와 복지를 증진시킴으로써 혁신과 연대 효과를 낳는다. 개방은 또 문을 여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대외 개방, 세계화, 시장확대로 이어지는 이 부분도 기존 진보주의와는 다르다.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은 이 ‘개방, 혁신, 연대’를 한국 사회의 중장기적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가치로 삼고 이를 대외관계, 국내경제, 고용복지 등 각 영역의 국가 하위시스템에 적용한다. 이로써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개방형 남북한 통합 민족경제, 동북아시아 지역 네트워크형 복합공동체(한반도-동아시아경제)를 창출한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되게 만드는 틀,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이 ‘민주적 발전국가’다. 민주적 발전국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정당정치 강화 차원을 넘어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한데, 그 핵심은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대의제 민주주의의 결함을 시정하고 보완하는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와 심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통해 사회집단들을 공적인 의사결정 영역에 참여시킨다. 이는 생산성 연합과 분배 연합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코포라티즘(corporatism)이다.

안병진은 노 정권과 여당은 보수주의적 공동체 자유주의 비전에 가깝고, 민주노동당은 실패한 북한에 온정주의적이고 시장의 혁신적 기능을 무조건 배타적으로 본다며 21세기적 진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광범위한 사회혁신과 공공성이 양립하는 공화주의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봤다. 양재진은 민주적 발전국가를 위해서는 의석배분을 정당투표 지지율대로 하고 지역구 투표는 당선자 순위 정하기 의미만 갖는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계와 보완할 점]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동향과 전망〉 67호 좌담에서 이 담론을 두고 “신우파(뉴라이트)에서도 개방·혁신· 연대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라고 주장할 것 같다”며 신진보주의 중심가치인 개방·혁신·연대를 도대체 ‘신진보’라 부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표시했다. 심지어 연대의 가치까지도 강조하는 신우파인데, 개방·혁신·연대 세 가지가 모두 진보와 진보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엔 너무 미흡하다, 변별력이 약하다는 지적이었다.

신진보주의 모델 입안자의 한 사람인 정건화 교수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진보와 신우파 간에 가장 크게 다른 점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신우파 주장처럼 국가의 역할을 시장이 대체하기 어렵고,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고 장차 통일을 감당해야 할 우리 처지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신진보주의의 ‘성장’ ‘발전’ ‘혁신’ ‘경쟁’은 신보수주의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연대와 발전은 상충되는 개념이라며 연구팀이 지향하는 발전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궁극적인 지향점, 국가 개념, 국가 역할 등을 상정하는데 혼돈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혁신과 연대가 양립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연구팀의 생각과 개방이 그 양자의 충돌을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좀더 정교한 이론화 작업과 함께 실천 가능한 구체적 정책으로 다듬어져야 설득력이 커질 것이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경제학)은 신진보주의와 진보주의의 차별성이 확연하지 않다면서도 개방의 가치를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했으나 “현실에서 이 세가지(개방·혁신·연대)가 동시에 작동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역시 현실정책들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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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7-03-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의 기획 의도와 달리 -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 다섯 가지 이론 모두 '새로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새로움은 바로, "성장과 분배는 원래 배척되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새삼스러운 호들갑이군요. 전혀 새롭지 않은 얘기들 - '복지 정책과 성장 정책을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사회투자국가론)', '한국형 복지국가(사회연대국가론)' - 에 그저 의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그리 탐탁치 않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먹고 사는 문제인 '분배'를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체제도 논의 가치가 있긴 한겁니까. 제 아무리 파렴치한 체제라도 겉으로는 척을 하기 마련인 것을.

'새로운 사민주의(생태 평화 사회민주주의 국가론)', '역동적 공공성 -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진보적 이념(신진보주의국가론)', '자본주의를 인정하지만 노동자가 생산활동에서 중심 구실을 하는(노동 중심 통일 경제연방론)' 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이 다른 것인지, 무엇이 역동적인지, 어떻게 노동자가 중심 구실을 할지, 제목은 있으되 내용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이론이 아닌 의견 정도로 받아들일 수야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남통일경제가 되면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형성된다거나(노동 중심 통일 경제연방론), 개방을 하고 분권화를 강조하면서도 (시장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시장주의자들과의 차이점(신진보주의 국가론)이라는 분들, 너무 하잖아요.



 

 

(출처: 힙합플라야)

Q. 안녕하세요, HiphopPlaya.Com 입니다. 인사 부탁 드릴게요. 

라임어택: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식구여러분 반갑습니다! RHYME-A-입니다~
마일드비츠: 안녕하세요, MILD BEATS 입니다.

Q. 힙플 종종 이용하시나요? 이용하신다면 어떤 메뉴를 자주 이용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라임어택: 종종 이라뇨~제 하루일과를 장식하는 마지막은 힙플 순찰인걸요!(므흣+_+)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매일 들르는 편이고, 앨범이 나온지 얼마 안되다 보니 요새는 판매량차트와 리뷰란을 자주 둘러보곤 합니다. 평소에는 뉴스와 뮤지션들 인터뷰를 주로 보고, 라디오도 듣곤 하죠. 
마일드비츠: 네 자주오죠. 국내외 뉴스란에서 이런저런 소식도 보고요, 인터뷰도 읽어보고 게시판도 봅니다.

 Q. 힙플의 컨텐츠, 혹은 리스너분들께 아쉬운 것들이 있다면요?
라임어택: 글쎄요. 딱히 아쉬운 점이라고 할건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힙합플레이야가 잘 정리되어있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리뉴얼된게 아직 적응이 안되고있다는^^;;
마일드비츠: 특별히 아쉬운점은 없는거 같네요. 홈페이지 리뉴얼도 자주해주시는거 같고, 뮤지션 인터뷰도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재밌는 글들도 올라오고 ,의미 있는 글들도 올라오는 것 같네요. 몇몇 나쁜글들은 인터넷예절에 관한문제 같습니다. 

Q. 앨범이 발매 된지, 2주 정도 된 것 같아요. 두분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라임어택: 저는 요새 학교생활과 공연 및 작업을 병행하다보니 약간 정신이 없어요. 평일은 학교다니고, 주말에 이런저런 공연을 하고 있죠. 일주일이 굉장히 빨리 지나가요;; 
마일드비츠: 부탁 받은 몇몇 외부작업을 진행중이고요, 빅딜 엠씨와의 작업도 같이 진행하고있습니다. 음악도 듣고..주말엔 술도 마시고 그렇게 지내고있습니다. 

Q. 공연장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에서 조차도, Mild Beats 를 볼 수 없어서 아쉬운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공연에서 MR 이라도 틀어주신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라임어택: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아쉽긴해요. 개인적으로는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마일드비츠형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언젠간 함께 호흡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거에요 분명히!!!
마일드비츠: 아, 부끄러워서.... 하하.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그냥 좀 여러 사람들 앞에 서는 그런 성격이 아닌것 같네요. 그리고 또 워낙 사람자체가 " 간지 " 와는 거리가 멀어요. 나름대로 70년대 유신정권시절의 통기타 스타일을 고집하고있습니다. 하하. 

Q. 두분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라임어택: 우선 저는 ep앨범때부터 마일드비츠 형에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구요. EP때는 확실한 주제와 컨셉에 입각한 앨범이었기 때문에 마일드비츠형과 해보지 못한 다양한 시도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군대 가기 전부터 ‘ep이외에 둘이 뭔가를 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결국 그것이 현실이 된 셈이죠. 
마일드비츠: 네. 이 프로젝트는 아주 오래전 부터 얘기가 나온것 같습니다. 다만 그당시엔 구체적인 주제나 음악의 색깔같은 것은 정해진게 없었지만요. 예전에 Infected Beats 라는 크루에 둘 다 속해 있었는데, 그 당시 부터 같이 여러 작업을 하면서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친해졌어요. 개인적으로 라임어택의 랩도 상당히 좋아했고 작업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어요. 작업이 딜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상당히 열정적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정확히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같이 해야지 라는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조금씩 구체화 된 것 같습니다. 라임어택씨가 군복무 중일때 면회도 가고 그러면서 진행이 되었죠. 그 당시에 이미 비트들은 거의 다 정해진 상태이고, 라임어택도 군복무중에도 가사를 틈틈이 써놓은 상태라 진행이 순조로웠죠. 

Q. 두 회사도 합의해야 했던것이라,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라임어택: 그점은 의외로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우선 저는 이번 프로젝트 앨범에 대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신의의지와 빅딜의 사장님들께서도 반대는 전혀 없으셨고요.(만약에 반대가 있었더라도 저는 어떤식으로라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을거에요) 양 쪽 레이블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 갔고, 그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마일드비츠: 일단 저는 빅딜 대표인 Shock-E 에게 얘기를 어느정도 했구요, Shock-E가 신의의지의 랩혼씨와 따로 만나서 여러가지 사항들을 구체화 시켰어요. 저희 4명이서도 몇번 만나서 세부사항들을 논의하기도 하구요. 두 대표 분께서 원활하게 잘 처리 해주셔서 특별히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Q. 공교롭게도 같은 날, Kebee + Minos 의 프로젝트 앨범이 같은 날 발매 되었어요. 잘 아시는 사이인데, 발매일을 조정 할 생각은 없으셨나요? 
라임어택: 일단 발매일을 조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원래 이 앨범은 2월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제 EP앨범 재발매와 몇몇 문제로 인해 약간 딜레이 되었거든요. 3월을 넘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구요. 이루펀트는 뭐 제가 워낙 좋아하는 두명의 조합이고, 실지로도 너무 친해요. 음악 외적인 면으로도 친한 친구, 형의 관계죠. 각각 앨범을 진행하면서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어요. (농담삼아 서로 ‘긴장해라 우리앨범 진짜 최고다. 발매 미뤄라’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긴했네요) 프로젝트 형식이라는 점에서 두 앨범은 분명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앨범의 색깔이 정반대되는 성격이라서 진지 하게 견제한다든가 그런건 없었구요. 이루펀트나 MFU2006이나 서로의 결과물들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나 하는건 없었습니다^^
마일드비츠: 하하. 같이 나와도 괜찮은거 같네요.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자칫 진부하고 뻔해보이는 앨범이라고 선입견이 생길수도 있는 타이틀 'Message from Underground (이하: MFU 2006)' 인데요, 타이틀로 결정하시는데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라임어택: 최초에 앨범을 기획할 때는 그 색깔이 P-type형의 <Heavybass>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앨범에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 ‘자체’ 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언더그라운드를 있는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었구요. 물론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구요. 자칫 잘못하면 뻔한 앨범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힙합 이야기를 하더라도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주제에 접근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앨범이 나오고, 결과적으로는 최근 나온 앨범중에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힙합앨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일드비츠: 맨 처음 생각했던 주제와는 아주 약간 달라 지긴했지만, 하고싶었던 주제였어요. 말씀하신대로 뻔하다면뻔한 주제지만 요즘엔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는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비트자체도 그리 가볍게 만들진 않았죠. 자칫 진부한 앨범이 될수 있었는데, 가사를 전달함에 있어서 라임어택이 단조로운 주제를 다양하고 재밌게 풀어나가 준것이 만족 스러운 접근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Q. 랩, 보컬 피쳐링이 각각 1명씩이라는 것도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지만, 두 분의 자신감의 표현인 것도 같아요.
마일드비츠: 일단 저희 둘의 프로젝트 앨범임을 확실히 해두고 싶었습니다. 라임어택이 녹음전에 많은 피쳐링할 분들을 제안 했지만 제가 반대했어요. 피처링을 한다면 한 두명 정도로 하고 싶었거든요. 결과에 만족합니다.
라임어택: 네 저도 마일드비츠형의 생각과 같구요. 처음에는 4~5명정도의 피쳐링 제안을 했었는데 마일드비츠 형과 이야기 하면서 최소화된거에요. 그렇게 되다보니 저 같은 경우 랩에 있어서 약간의 부담도 생기고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MFU 2006 을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요?
2006년 현재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대해서 가장 솔직하고 거짓없이 그려낸 앨범입니다. 

Q. 프로듀서와 MC 의 조합인데, 작업과정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셨는지 소개해주세요.
마일드 비츠: 라임어택이 군복무일때 면회를 몇번가서 비트들이 담긴 씨디를 줬어요. 앨범 분위기에 너무 벗어나지않는 비트들을 모아서 들려줬죠. 라임어택은 비트들을 고르고 군대에서 전화를 해줬어요. 그렇게 비트가 확정되면 전 그 비트들을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 라임어택이 제대하기 전에 가사를 거의 다 완성한 걸로 알고있어요. 그리고 전역후 바로 녹음을 시작했어요. 녹음은 라임어택과 가까이 사시는 라임어택씨 친구분 집에서 했어요. 라임어택이 인천에 있기때문에 서울로 자주 왔다갔다 하기가 애매하기도 했구요. 녹음하는 동안에 저는 계속 비트들을 고쳐나갔습니다. 제 작업 방식이 대충 루프를 만든 다음 시간을 두고 살을 붙이고 다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녹음하는 동안 계속 비트를 고쳐나갔어요. 녹음 된것들은 그날 바로 메신저로 받고 같이 상의를 하는 방식 으로 작업했습니다. 물론 전화통화도 자주했고 같이 만나서 곡을 들어보기도 하구요. 
라임어택: 음~ 마일드비츠형이 거의다 이야기 해주셨는데요.가사작업은 제가 군대에서 한건 아니구요. 군전역후에 진행되었습니다. 앨범에 들어갈 곡의 선정 또한, 전역 후에 이루어졌구요. 

Q. [Loaded]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만드신 트랙들이라 그런지, [Loaded]의 연장선상에 있는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MFU 2006 의 트랙들에 대한 이야기 부탁 드릴게요. 
마일드 비츠: 사실 로디드 앨범의 비트들을 만든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 졌던 비트 들이에요. 단지 룹을 고쳐 나가면서 다소 비트가 변하긴 했지만요. 로디드 앨범의 비트들은 앨범 컨셉상 대부분 좀 직설적이고 투박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MFU 앨범의 곡들도 깔끔하게 정돈된 곡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소스들을 기반으로 알차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좀 더 자세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랬어요. 작업을 할 때 처음 만들어 놓은 단순한 루프에 필요한 다른 악기 소스들을 디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 작업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을 더 좋아해요. 물론 이번 앨범에 " 흔들리는 거리" 나 로디드 앨범에 " AGAINST " 처럼 많은 소스 보다는 단순한 룹이 중심이 되는 곡도 있어요. 샘플들은 대부분 7,80년대 흑인 음악이 기본이 되었어요. 올드 락음반에서 기타 소스나 여러 음원들이 몇몇 곡에서 쓰인것 같고, 80년대 디스코 음반에서 샘플링한 음원도 쓴 것같아요. 그리고 앨범 곡들 작업하기 전에 모아놓은 여러 악기 소스들도 작업시 항상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작업시 모든 트랙은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었어요. 소스들을 나름대로 잘게 나눌땐 컴퓨터 안에서의 작업이 훨씬 편했죠. 컴퓨터에서의 작업이나 샘플러로의 작업이나 자신에게 편한 작업방식, 좋아하는 작업방식이 우선인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말씀드린 방식으로 작업을 했구요, 다음 작업은 어떤 방식일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편하다 싶은 방법으로 작업 할것 같습니다.  

Q. 앨범안에서, 'MFU' 가 아무래도 좀 튀는 트랙 같아요, 곡 작업에 관한 이야기 소개해주세요.
마일드비츠: 조금은 단순한 룹이 중심인 비트죠. 좀 단순해서 걱정을 한 트랙인데, 엠씨들 입장에선 소위 랩하기 좋은 비트였던것 같아요. 라임어택이 듣고 바로 오케이해서 작업을 들어갔었어요. 며칠 후에 가녹음을 받아 들었는데 아주 좋았어요. 아주 타이트 한 랩이었어요. 저나 라임어택이나 만족한 트랙이에요.  

Q. 샘플선정등에서 속 좀 썩인 트랙이 있다면요?
마일드비츠: 대부분의 곡들이 많은 수정이 가해진 것들이라서 완성되기 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적과의 동침"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다른 곡이 되어버린 경우 에요. 소스들도 다시 많이 바뀌었구요. 그 곡에서 룹이 넘어갈때 어울리는 키보드류의 소스를 오랜시간 찾았던것 같아요. 결국 80년대 댄스곡중의 소스를 찾아서 썼어요.그런대로 어울리더라구요. 

Q. 아무래도, 프로듀서라는 위치가 뒤에서 받치고, 조명을 받는 것은 MC 인 것 같은데, 섭섭함 같은것은 없으신가요?
마일드비츠: 하하. 섭섭함 이라기 보단 엠씨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게 대단해 보여요. 멋있기도 하고 . 한편으론 공연할때 크게 들리는 비트를 들으면 뿌듯하기도 해요. 물론 아직까지 제 이름 만으로 다른분들이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비트 메이커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비트 메이커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Q. 닉네임이 주는 압박 아닌 압박은 어떻게 좀 나아지셨나요? 
라임어택: 하하^^;; 글쎄요. 사실 제가 처음 이 RHYME-A-이라는 이름을 쓴게 5~6년 전인데요. 그때는 정말이지 제가 이렇게 음악을 오래 할거라고는 눈꼽만치도 생각을 못했고 단지 표기할 때 멋있어보이는 이름을 찾다보니 저렇게 작명하게 된거였거든요.(멋없나?ㅡ_ㅡ;;;) 그런데 몇몇 분들께서 ‘가사나 라이밍이 이름만 못하다’, ‘라이밍이 별로다’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처음에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때에는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삐지고 기분도 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가사를 쓸 때 한번 더 생각하고, 집중할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중간에 이름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나름대로 애착이 생겨버려서 실패했거든요-) 

Q. '비가오던 날'을 쓰게 되신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라임어택: '비가 오던 날' 같은 경우는 원래 최초 비트선정작업에서는 빠져있던 트랙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다시 비트들을 쭈욱 듣는데 그때서야 귀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아 왜 내가 이 곡을 빼놨지?’ 라고 생각하며 냉큼 작업을 한 곡이죠. 최근에 이 곡 때문에 ‘곡의 주인공이 혹시 RHYME-A- 본인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물론 그건 아니구요;; 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도 하고요, MC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쉽게 말해서 노력하지 않고 나태하며 남 탓 만을 하는 기회주의자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아마 이 곡을 들으며 움찔하는 Real MC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네요. 

Q. 전반적으로, 스토리텔링=RHYME-A- ? 스토리텔링에 관한 자신감과 애정이 담긴 것 같아요. 자신의 스타일로 굳혀가실 생각이신지?
라임어택:음…사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걸 즐기는 편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짓기라든가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쓰는걸 좋아했거든요. 대회도 몇 번 나가긴 했지만…(수상경력이 없네요…ㅠ_ㅜ) EP앨범과 그 이후의 몇몇 작업물(메피스토, 관계, 엄마지갑 등)의 느낌 때문에 스토리텔링=RHYME-A- 이런 이미지가 생겨버린 것일 수도 있는데, 제가 딱히 그런 작법에 얽매여 있는건 아니에요. 가사를 쓸 때 곡의 첫느낌에 충실한 가사를 쓰는 편인데, 곡을 딱 들었을 때 어떠한 주제와 동시에 짜임새 있는 구조가 떠오르면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편이에요. 앞으로의 작업물들도 그런 느낌에 충실할 예정이구요. 

Q. '영광의 나날' 바로 뒤에 배치된것도 그렇고, 메세지 또한, 의아할 정도로 슬픈 이야기로 끝이 나는 '잊어가는 법'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릴게요. 
라임어택: ‘잊어가는 법’은 말 그대로 ‘힙합’을 잊어가는 방법을 나열한 트랙입니다. 유일하게 보컬이 들어간 트랙이고, 주제의 접근 방식이나 작법, 랩핑 면에서 여러모로 새롭게 시도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획시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가는 방법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 주제가 힙합으로 옮겨간 것이구요. 아! 그리고 원래는 보컬이 들어갈 예정이 없던 곡이었는데 추가 작업을 하면서 보컬이 들어간 곡이네요- (잘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바로 앞에 pure underground hiphop 느낌이 물씬 베어있는 ‘영광의 나날’이 배치되어있는데, 이것은 극적인 분위기의 반전으로 인해 ‘잊어가는 법’에서 느낄수 있는 감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의도입니다. 가사를 곱씹으시면서 들으신다면 분명히 가슴한구석이 시리고 뭉클해지리라 생각됩니다! 

Q. 가사를 작업함에 있어, 담는 철학과 중요시 하시는 점이 있다면요?
라임어택: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바로 제가 쓴 가사로 하여금 청자들의 감성, 혹은 의식이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가사의 내용이 ‘감성적인 것’ 이든지 혹은 뻔한류의 ‘rapgame’이든지 하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쓴 가사를 읽으며 듣고서 어떤 생각, 또는 상상에 빠졌다면, 혹은 의식의 흐름이 변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면, 제가 쓴 가사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지게 된 셈이 되는 것이죠. 이 외에도, 랩으로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라든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신경쓰기도 하구요. 

Q. 많은 공연에서 정말 멋진 무대를 꾸며주시는데, 매 공연에 임하는 각오, 그리고 힘의 원동력이 있다면요..
라임어택: 저는 랩을 처음 시작할때부터 솔로를 지향해왔기 때문에 무대에 홀로서는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항상 생각하는점이 ‘혼자 무대에 서도 무대가 꽉차보이는 공연을 하자’ 거든요. 평소에도 멋진공연을 위해 무대 위에서의 손짓, 표정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요. 공연시에는 항상 제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연장에 오신 분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점에 입각해서 공연을 하는 편이에요.(뭐 공연때는 그냥 다같이 죽는거죠!) 힘의 원동력이라면 역시나 항상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멋진 여러분들이죠! 

Q. 뮤지션으로써, 관객분들과 기획하시는 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라임어택: 저는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LIVE공연장은 물론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하나로 호흡하는, 그 열기가 엄청난 곳이죠. 그래서 뮤지션들이나 관객들이나 흥분하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래도 공연장에서의 최소한의 에티켓은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들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뮤지션이나 관심이 없는 뮤지션이 등장해서 멘트를 하면 삼삼오오 잠담을 한다든가, 혹은 전혀 그런분위기가 아닌데 괴성을 질러서 집중력을 흐트리는 행동을 하는 것들 말이죠. 최근 몇몇 공연에서 분명히 공연의 퀄리티는 높은데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문제가 있더라구요.  

Q. 군대에 다녀오시기 전과 후의 씬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가지실 것 같아요. 어떻세요? 
라임어택: 군전역 직후에는 뮤지션들 사이에 생겨난 변화를 절실히 느꼈구요. 요 근래부터는 공연장문화와 소위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연령대의 변화도 그렇고 성비도 그렇구요. 일각에선 안좋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떠한면으로든지 분명 큰 도움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구요. 그런점에서 저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일드비츠형의 이야기처럼 뮤지션의 외모나 가쉽거리뿐만이 아니라 그 음악과 이 문화까지도 모두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그럼 이제, 회원분들의 질문을 드려볼게요, 먼저 강연희님과 이지훈 님께서, 한층 더 하이톤이 된, 랩톤의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 물어오셨습니다.
라임어택: 많은분들께서 ep때의 제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ep앨범같은경우 철저하게 앨범색과 컨셉에 의해 모든 작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차분하고 감성적인 부분에 입각해서 랩을 했다면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성격이 정반대된다고 할수 있겠네요. 랩톤이 변하였다기보다는 곡과 앨범의 분위기에 충실한 결과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ep앨범곡을 라이브할때는 앨범상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냅니다^^

Q. 황웅수님께서, Eluphant 앨범의 '그날 밤, 셋이서, 그곳에 서서' 대해서 물어오셨습니다!
라임어택: '그날 밤, 셋이서, 그곳에 서서' 같은경우는 스킷녹음이 끝나고 어떤 제목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경우입니다. 우선 키비,마이너스,뢈어택 이렇게 세명이 작업한 트랙이라 그런것도 있고 뭐 일종의 패러디 제목으로 재미를 줄수 있는 면도 있었구요. 녹음이나 구성도 원래 대략적인 이야기만 되어있었을뿐, 거의 즉흥적으로 완성된 재미있는 스킷이죠^^ 

Q. 한우빈님께서, 재미있는 스킷에 대해서 물어오셨어요.
라임어택: 사실 ‘사건당일’ 의 경우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추격전' 의 구상이 끝나고는 앞부분에 스킷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작업을 했는데 지금 들어보면 연기력이나 구성면, 트랙 길이면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재미있게 들으셨다면 다행이구요^^ (스킷상에서의 이야기는 절대로 사실이 아닙니다!!!!^^;;;) 

Q. 앨범을 감상 하신 (하실) 분들이 놓치지 말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마일드비츠: 글쎄요. 한마디로 " Rhyme" 과 "Beat" 겠네요. 앨범제목 그대로 지금현재 "음악을 하고있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에 귀기울여 주셨으면합니다. 
라임어택: 힙합앨범으로서 충실할수 있는 모든 부분을 놓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가사와 메시지, 비트와 라임 플로우. 이 앨범에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앨범이 담을 수 있는, 그리고 담아야만 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Q. 한량사 뮤지션 분들의 스크래치도 앨범을 한껏 빛내주시는 것 같아요. 참여진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신의의지와 빅딜 대표이신 랩혼형과 샤기형이 한량사의 디제이분들과 친분이 있고요. 예전부터 좋아했고 또 작업도 해보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질않아서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랩혼형께서 부탁을 드리게 되었고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이번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팔형 같은경우는 mc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신편인데 이번 작업을 통해서 다재다능하신 분이라는걸 느낄수 있었구요(형 정말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려요!^^) 스킵형이나 더지형의 컷팅은 뭐 말할것도 없이 최고죠!

Q. 힙플라디오에서도 나름의 시각을 밝혀주셨지만, 최근 급격하게 늘은 여성팬들에 대한 생각 이랄까요?
라임어택: 위의 질문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드렸는데 씬에 어떤식으로든 필요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누군가가 이런 현상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지 저나 마일드비츠형, 그리고 움직임을 함께 하는 모든 뮤지션들은 그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에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마일드비츠: 일단은 좋게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싶긴해요. 관심을 보여주시니까요. 근데 한편으로는 뭐랄까. 음악자체의 소위 "간지" 보다 플레이어의 외모나 옷 같은 "간지" 에 더 관심을 가지시진 않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걱정도 해봅니다.  

Q. 위에서도 살짝 언급 되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앨범들이 정말 쏟아지는 것 같아요. '좁은씬의 나눠먹기다.' '좋은 현상이다.' 의견이 양분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두분은 이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라임어택: 앨범이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저는 이게 ‘좁은씬의 나눠먹기다’ 라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를 않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구요. 저는 음악을 함에 있어서 편을 가른다든가, 독점하고 싶다든가 하는 따위의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또한 그런 생각이야 말로 욕심에서 나오는 자멸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그에 따른 수익도 커지면 분명히 좋긴 하겠지만, 그게 최우선의 목적이라면 전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처음 랩을 했던, 처음 가사를 쓰고 무대위에 올랐던 그때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고, 또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일드비츠: 확실하게 좋다 나쁘다 말씀드리기가 어려운거 같아요. 앨범이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든 힙합 음악을 진지하게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저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 일테구요.  

Q. 아닐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는 어엿한 수익모델로 자리 잡혀가고 있는 MP3 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마일드비츠: 사실 전 MP3 다운로드시 비용이 어떤 식으로 제작자나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모르고있습니다만, 그래도 요즘엔 많은 분들이 편하게 다운받고 이용을 하시니까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있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앞으로 제작자나 소비자 양쪽모두 지금보다 더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었으면 합니다. 
라임어택: 많은 부분에서 불법다운로드 같은경우는 이제 어느정도 제재가 되고 있는것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이구요. 마일드비츠형의 말마따나 이제는 mp3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면서, 음원의 저작권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에게 대가가 정당하게 돌아갈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Q. 힙합리스너분들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라임어택: 저나 마일드비츠, 그리고 정말 이 문화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창작욕구로 멋지게 살고계시는 뮤지션분들이 계속 음악을 할수 있도록, 여러분들과 같이 호흡할수 있도록 관심과 힘을 주셨으면 합니다!
마일드비츠: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요, 더 좋은 음악을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마일드비츠: 올해는 우선 빅딜 엠씨중 한분과 정규는 아니지만 앨범을 하나 준비중에 있구요. 개인적으로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꾸준히 구상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다른 엠씨분들과 작업해보고 싶기도하구요. 더 나은 음악을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임어택: 일단 저는 앞으로도 많은 LIVE무대에서 여러분들을 만날 계획이구요, 지금은 5월 6일에 Geek에서 열리는 앨범쇼케이스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발매를 앞두고 있는 몇몇 앨범에서도 피쳐링으로 랩을 선보일 예정이구요. 재미있는 작업들도 많이 해볼 예정이니 계속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구요. 2006년은 MFU2006과 함께 하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이 움직임에 모두들 동참합시다! One!

인터뷰 / 김대형 (811kim@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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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김형태 
 
저 질풍노도의 1980년대. 제헌의회를 소집해서 나라를 새로이 바꾸자는 급진적 흐름이 있었다. 요즘 87년 체제 헌법 제119조에 대해서 일부 경제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매우 진보적이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많고 반도체 회사 임원 연봉이 수십억원인데 4인 가족 월 최저 생계비 기준 121만원을 못 버는 사람들이 167만명에 이르는 지금 모습은 헌법이 지향하는 경제 민주화에 크게 어긋난다.

일부 경제인들의 바람처럼 국민투표로 경제 민주화 조항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한 나라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근원이 되는 힘을 헌법 제정 권력이라 부른다. 인권보장, 법치국가 원리, 민주주의 원리 등과 더불어 경제 민주화 개념은 헌법 제정 권력의 의지이므로 헌법 개정이 불가능하다. 개개 국민 의사의 총합으로도 이 추상적 헌법 제정 권력에 반할 수는 없다.

요즈음 <한겨레>가 어렵다. 임기가 1년 남은 대표이사 사장이 사임하고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사장과 이사들을 새로 뽑는다. 한겨레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운영해 나가는 주인은 누구일까. 대부분의 주주들은 그저 주식대금이나 내고 조금 더 성의가 있으면 주총에 위임장 보내는 정도다. 주인으로서 한겨레의 경영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 결국 신문사 임직원들이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 정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회사 주식을 소유한 회사 정규 임직원들이 대표이사 후보를 직접·평등 선거로 뽑고 대표이사 후보는 수명의 이사후보를 지명한다. 주총은 이들 대표이사와 이사 후보들을 사실상 그저 추인할 뿐이다. 3명의 사외이사는 자문위원회, 노조, 우리사주 조합에서 추천하여 역시 주총에서 사실상 추인받는다. 결국 40퍼센트 주식을 가진 회사 임직원들이 경영책임을 지는 사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을 뽑는 셈이다.

한겨레 창간정신을 잘 구현할 현실적 주주 집단은 회사 임직원들임이 틀림없으나, 경영권이 사내 여론에만 의존하게 될 때 안정적으로 행사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어느 기자는 한겨레의 요즈음 상황을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결여라고 자조했다. 편집권의 문제가 아닌 대표이사와 이사의 선임 과정에는 우리사주인 회사 임직원들 이외에 나머지 주주들도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한겨레 창간정신을 유지할 책임은 주주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은 정수장학회 지분을 빼고 국가가 가지고 있는 70퍼센트 주권을 행사하고자 방송문화진흥회를 꾸리고 각계를 대변하는 공익적 인물들을 진흥회 이사로 선임한다. 진흥회 이사들은 문화방송의 주인으로서 사장, 이사를 선임한다.

현재 한겨레는 창간 권력의 뜻을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에 회사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출하고 전체주주의 뜻을 반영하는 사외이사 후보를 뽑는 것도 연구해 볼 수 있겠다.

김형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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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트로츠키주의냐 자율주의냐(진행중)

얼마전 <레디앙>과 <프레시안> 등의 온라인 저널에서 정성진 교수의 <마르크스와 트로츠키>에 대한 서평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 바 있는데, 그에 대해 정리하면서 겸사겸사 몇 가지 생각을 얹어놓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개강이 코앞인지라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차에 마침 그 논쟁을 잘 정리해놓은 기사가 눈에 띄어 옮겨놓는다. 덕분에 수고를 덜게 되니 고마운 일이다(하기야 같은 정리라 하더라도 내가 하면 무급이다, 곧 무가치하다!). 나는 나중에 얹어놓을 생각만 추려놓으면 되겠다.

한겨레(07. 03. 02) '트로츠키주의’냐 ‘자율주의’냐

트로츠키주의냐, 자율주의냐? 스탈린주의적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이후 반자본주의 혁명 대안을 놓고 좌익 진영에서 심심찮게 제기되는 이분법적 질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인터넷 매체 <레디앙>과 <프레시안>을 통해 트로츠키주의 문제가 몇 차례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21세기 사회주의 전망’ 이분논쟁

올해는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 90돌을 맞은 해다. 그 혁명의 주역 가운데 한사람인 레온 트로츠기(본명 레프 다비도비치 브론스테인·1879~1940)의 혁명노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은 반자본주의 혁명 운동 안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됐다. 최근의 국내 논쟁을 촉발시킨 계기가 된 책은 정성진 경상대 교수(경제학)가 쓴 <마르크스와 트로츠키>(한울아카데미 펴냄)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광범위한 경제학적 주제를 다루는 전반부에 이어, 후반부에서 트로츠키 사상을 재평가하고 거기에 근거해 ‘21세기 사회주의’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그 뒤에 나온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은 트로츠키주의 논쟁을 ‘트로츠키주의 대 자율주의’라는 구도로 바꿈으로써 불씨를 키우는 구실을 하고 있다(*나중에 적을 테지만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는 좀 부실한 책이다). 국내 트로츠키주의 단체 ‘다함께’의 운영위원인 최일붕씨가 쓴 이 책은 제1장에서 국내 자율주의 운동의 이론가인 조정환(갈무리 출판사 주간)씨를 실명으로 불러들여 대립지점을 명확히하고 있다(*본격적인 것도 아니고 각주에서 조정환, 황광우 씨등의 입장을 비판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1970년대 후반 아우토노미아(자율) 운동을 벌이면서 형성된 자율주의 운동은 혁명 주체, 혁명 전략, 혁명 전망에서 트로츠키주의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반자본주의 운동이다. 트로츠키주의와 자율주의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1921년 러시아 크론스타트(크론슈타트) 수병 반란에 대한 평가다.

1917년 10월혁명 뒤 혁명세력과 반혁명세력의 내전이 휩쓸고 간 러시아는 산업시설이 거의 다 붕괴된 황폐한 땅으로 변했다. 10월혁명의 주역인 볼셰비키와 그 지도자인 레닌·트로츠키·스탈린은 ‘전시 공산주의’ 상황에서 혁명의 유산을 막으려 가혹한 억압적 조처를 시행했다.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볼셰비키의 전위독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러시아 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상트페트르부르크 요새지역 크론스타트의 수병 부대원 1만5000명은 1921년 3월 1일 ‘볼셰비키 없는 소비에트’를 요구하며 임시혁명위원회를 결성했다. 빵과 자유, 민주주의를 달라는 요구를 볼셰비키는 무력으로 진압했다. 당시 트로츠기는 볼셰비키 정부의 군사인민위원(국방장관)이자 적군(붉은군대)의 총사령관이었다. 크론스타트 진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혁명을 구하기 위한 피할 길 없는 유혈사태였는가, 10월혁명 이상의 파국을 알리는 조종이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 트로츠키주의자들은 그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그런 주장은 트로츠키 자신이 먼저 내놓았다. 뒷날 국외 망명 중이던 트로츠키는 이 반란 진압을 ‘비극적 필요’라고 불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전은 휴머니즘의 학교가 결코 아니다. 이상론자들과 평화주의자들은 언제나 혁명의 ‘극단성’을 비난한다. 그러나 ‘극단성’은 혁명의 본성 자체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혁명 자체는 역사의 ‘극단성’을 뿐이다.”

트로츠키주의자 최일붕씨는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에서 크론스타트 반란을 백군(반혁명군)이 개입한 반혁명적 봉기로 규정한다. “만약 크론스타트 반란이 성공했다면, 그리하여 안 그래도 약화된 볼셰비키 정부가 타도됐다면 그 즉시 혼란과 그걸 틈탄 공산주의자 학살, 국외로 도주한 백군의 귀향, 그리고 마침내는 극우 독재의 수립이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혁명 극단성 비난하지만 불가피

정성진 교수도 <마르크스와 트로츠키>에서 ‘진압의 불가피성’을 이해하는 쪽에 선다. “트로츠기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크론스타트 봉기의 진압을 트로츠키가 직접 지휘했다면서 트로츠키의 잔인성을 강조하지만, 이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트로츠키는 비극이지만 크론스타트 봉기를 불가피하게 진압해야 한다는 (볼셰비키당) 중앙위원회의 결의안에 찬성했을 뿐이다.” 트로츠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진압 당시 트로츠키가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비판자들은 5·18광주항쟁에서 전두환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한다.

크론스타트 문제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질문은 자율주의 진영에서 나왔다. 자율주의 운동과 흐름을 같이하는 책 <무엇을 할 것인가?>(워너 본펠드·세르지오 티슐러 외 지음, 갈무리 펴냄)는 크론스타트 봉기를 러시아 볼셰비키 독재에 대항해 10월혁명의 이념을 실현하려 한 ‘제3의 혁명’으로 묘사한다. 이 책은 크론스타트 반란자들이 자신들의 신문에 쓴 글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노동계급은 10월 혁명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쟁취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좀더 심한 억압이다. 볼셰비키 정부는, 정치 위원과 관료들의 편안한 삶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 국가의 유명한 상징인 망치와 낫을 총검과 감옥으로 바꾸었다.”

책의 지은이들은 트로츠키가 제시한 ‘영구혁명론’에 빗대어 “역사의 아이러니에 걸맞게, 영구혁명이론의 가장 유명하고 가장 존경받는 대표자인 트로츠키는 1917년 10월 이후로 혁명을 영구화하기 위한 가장 진지한 시도를 저지했다”고 트로츠키를 비판한다.

자율주의 진영에서 크론스타트 봉기가 중요한 것은, 볼셰비키 독재라는 전위 중심의 혁명이 아닌 노동자를 비롯한 피억압자 자신들의 자율적 혁명의 가능성을 봉기 참가자들이 보여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볼셰비키가 아니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코뮨(공동체)으로써 그리고 자유롭게 선출된 자신들의 평의회(소비에트)로써,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노동자 권력의 원형을 제공했다.”

 

말하자면, 트로츠키주의와 자율주의는 전혀 다른 혁명의 공식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트로츠키주의는 볼셰비키 혁명과 볼셰비키 독재를 역사 발전의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정한다. 트로츠키는 이 혁명 과정의 주역이었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소련의 역사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뒷날의 소련을 혁명의 배반이자 탈취라고 보기 때문이다. 1924년 레닌 사망 이후 트로츠키는 스탈린 일파와 벌인 권력투쟁에서 밀려나고 볼셰비키당에서 제명당한 데 이어 국외로 추방당한 뒤로 스탈린의 소련을 ‘혁명을 배반한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저주했다. 스탈린이 혁명을 배신했으며 권력을 강탈했다는 것이다. 트로츠키주의는 스탈린이 빼앗아 파멸시킨 혁명을 원점으로 되돌린 뒤 거기에서부터 혁명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스탈린 폐해 트로츠키 안에 내재

반면에 자율주의는 스탈린주의의 폐해가 트로츠키 안에 벌써 내재해 있다고 본다. 러시아 10월혁명을 프롤레타리아의 자율적 혁명이 아니라 볼셰비키라는 전위들의 독자적 혁명이었다고 보는 데서 이들의 관점은 뚜렷이 드러난다. 10월혁명은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했다는 점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하나라고 볼 수는 있지만, 프롤레타리아가 주체가 된 혁명, 곧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크론스타트 봉기는 볼셰비키의 독재를 뚫고 프롤레타리아가 스스로 자기를 지배하겠다고 일어선 ‘혁명의 혁명’이었다.

트로츠키의 사상은 혁명정당이라는 전위를 중심으로 하여 혁명세력을 철저한 규율에 복속시키는 경향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율주의라고 할 만하다. 자율주의의 자율은 이렇게 외부에서 부과하는 규율, 다시 말해 타율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 타율이 근본적으로는 당이라는 조직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따라서 자율주의 운동은 어떤 형태의 당도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그렇다면 ‘어떻게 혁명을 이룰 것인가’하는 문제가 불거진다. 전통적인 혁명 도식을 따르면, 혁명세력은 당을 중심으로 하여 뭉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로츠키주의자에게 자율주의는 관념적으로 보일 것이고, 자율주의자에게 트로츠키주의는 억압적으로 보일 것이다.(고명섭 기자)

07. 03. 02.

P.S. 자칭 트로츠키주의자인 최일붕씨는' 크론슈타트 봉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크론슈타트 반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반란의 주동 세력은 노동자가 아니라 농민이라고 본다. "크론슈타트 반란은 상이한 계급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엇다.(...) 1917년 크론슈타트 수병들은 농민의 가장 선진적인 부분과 인근 페트로그라드 공업 노동자들로 이뤄졌었다. 그러나 내전 동안 그들은 앞장서서 전투를 이끌었기 때문에 대부분 죽거나 부상했다. 그래서 1921년 크론슈타트 요새는 새로 징집된 농민 신병들이 메우게 됐다. 크론슈타트 주둔 발트해 함대 수병들의 4분의 3 이상이 이런 농민 신병들이었다."(52쪽) 즉, 반볼셰비키 농민반란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트로츠키의 진압 책임에 대해서. "트로츠키는 당시에 우랄산맥 지방에 출타중이었다. 그곳에서 곧바로 모스크바로 가서 제10차 당대회에 참가했다. 그가 크론슈타트에 가지 않은 이유는 노동조합 논쟁에 연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진압 책임자는 서부전선 담당 적군 사령관 미하일 투하체프스키였다. 그러므로 트로츠키가 진압 책임자였다는 아나키스트들의 주장은 순준히 지어낸 얘기다."(54쪽)

이러한 주장을 펼치면서 저자가 가장 많이 참조하고 있는 책은 아나키스트이기도 한 폴 아브리치(애브리치)의 <크론슈타트 1921>(프린스턴대출판부, 1970)이다.

  

정다신/러시아 과학아카데미사회학연구소 연구원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0216114040&s_menu=문화

다함께가 '국제사회주의자(IS)'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던 시절, 그들은 그나마 학계에서는 유일하게 자신들의 이론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정성진에 대해 IS 그룹에 속해 활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만 살아있는 지식인 분자'로 취급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이토록 정성진을 옹호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관념론의 소산이자 자신들의 지주 격인 국가자본주의론을 자신의 조직원도 아닌 이가 풍부하게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 분자의 입은 어느새 범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그 누구보다도 저들에게 힘을 실어 줄 이데올로그로 전화하여 칭송받게 됐다. 이번에 <프레시안>을 통해 제기된 논쟁에 이들이 이렇게 핏대를 세우게 된 이유도, 그 동안 타 정파나 집단들이 무시해 오던 다른 때와는 달리,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다함께가 신주처럼 모시는 국가자본주의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토니 클리프에 의해 발명된 국가자본주의론은 저들이 항상 자신들이 트로츠키 교조주의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애호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자신들이 비판에 열려 있고 심지어 트로츠키주의 그 자체까지도 비판하는 융통성 있는 활동가들임을 보여 주려고 애용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클리프와 그 계승자들인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교과서에 나온 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누가 진정 역사를 왜곡하는가?
  
  이정구를 비롯한 다함께 그룹, 아니 저들이 암송하는 영국 SWP의 이데올로그들은 러시아 혁명 이후의 모든 혁명을 국가자본주의 혁명으로 만들기 위해, 유일무이한 노동자 혁명이었다는 러시아 혁명을 계속 왜곡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 과정에서 늘 혁명 계급이 노동자 계급인지, 또 '무슨 무슨 주의'에 오염된 이들인지가 강조돼 왔다.
  
  노동자 계급은 거의 예외 없이 볼셰비키를 지지했고 문맹에 가까운 농민을 비롯한 여타 계급은 철저하게 무슨 주의에 물들고 무슨 주의자들인 양 과장, 왜곡하는 나쁜 습관은 이런 왜곡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 시기 러시아 혁명의 과정에서 노동자 계급은 볼셰비키 지지 세력이고 농민을 비롯한 여타 계급은 철저하게 반 볼셰비키였다는 특유의 이분법 논리로 역사를 과장, 왜곡하는 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크론시타트 반란자들이 이전 수병들과는 다른 농민 출신 신병들이 주가 되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이정구는 소련 붕괴 후 공개된 비밀문서 운운까지 하며 이 점을 무슨 엄청난 일인 양 하고 있다. 바로 그 비밀문서에 나와 있는 당시 노동자 계급 주도의 수많은 반 볼셰비키 파업, 반란 등에 대해서는 아예 침묵하고 말이다.
  
  페트로그라드에는 푸틸로프 공장 하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한반도의 수십 배는 더 되는 러시아에 도시가 페트로그라드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페트로그라드에는 노동자 계급 중에 상대적으로 볼셰비키 지지 세력이 많았다. 그럼에도 심지어 최대의 볼셰비키 지지 기반인 푸틸로프 공장마저 잔혹한 전시 공산주의 기간 내내 반 볼셰비키 파업이 진행된 사실을 이정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이유를 주로 식량 부족에 있는 것으로 축소, 왜곡시키는 버릇도 영국 이데올로그의 그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소비에트 선거에 대한 부분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박정희까지 빗댄 부분을 보며 이정구가 진정으로 노동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인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크론시타트 반란은 일부 반 볼셰비키 세력에 철저하게 조종된 농민 출신 신출내기들의 반란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 당시 전국적으로 줄을 이었던 노동자 계급의 요구였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되었다. 당시 푸틸로프 공장은 친 볼셰비키 노동자들의 주도 하에 간신히 파업이 마무리되었지만, 그 외 수많은 페트로그라드 공장들에서의 파업은 이정구의 주장과는 달리, 크론시타트 반란 당시에도 이어졌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이 때 내전은 유럽, 러시아 지역에서는 거의 종결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을 아사 직전으로 몰고 가던 곡물 징발은 계속되었고, 볼셰비키가 주장했던 소비에트 민주주의를 비롯한 민주주의 약속은 파괴되었다. 크론시타트 반란을 비롯한 일련의 파업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지극히 정당한 노동 대중들의 항의 행동이었다.
  
  지지하기 애매한 집단마저도 '비판적 지지' 운운하는 다함께가 감히 굶어 죽어 가는 생존권과 관련된 항의 행동을 억지로 노동자와 농민으로 나누어 한 쪽을 반동으로 몰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당시 여타의 공장에서의 파업과 시위에는 볼셰비키 지지 노동자들의 볼셰비키에 대한 항의 행동이 즐비했다는 것만은 꼭 알아 두기를 바란다.
  
  이정구가 정직한 활동가이고 진정한 유물론자라면 크론시타트 반란은 크론시타트에서만의 일부 농민 출신 수병의 반란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 크론시타트 반란은 크론시타트 외의 전 러시아에서까지 벌어졌던 노동자 계급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크론시타트 수병들의 반란은 정당했다. 진압 이후 볼셰비키가 전적으로 전시 공산주의를 폐지하고 수병들의 주장 중 중요한 부분인 농업과 가내 공업 등의 자유시장경제 요구 등의 맥락에서 시장 요소를 도입한 신경제 정책을 채택한 것은 이정구의 말과는 정반대로 그들의 요구가 옳았음을 증명해 준다. 농민뿐 아니라 노동자들 역시 볼셰비키에 대한 실망과 반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완전한 흑백 논리로 이 당시부터 소련 붕괴 때까지 지속되었던 크론시타트 반란에 대한 거짓을 그대로 인용하여 크론시타트 반란을 왜곡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트로츠키주의이기는커녕 스탈린주의의 교조에서 한 발 자국도 못 벗어났음을 보여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약 크론시타트 반란의 주역들이 노동자 계급 출신이면 다함께 동지들은 또 무슨 이유를 댔을까? 혁명의 대의를 이해하지 못 한 후진 노동자들, 멘셰비키 영향 하 노동자들 뭐 이런 게 아니었을까?
  
  제발 현실로 돌아오라!
  
  트로츠키가 주장했던 노동자의 군대화, 노동조합의 국가 기관화 등등 명백한 반사회주의적 조치들을 옹호하려거든 똑같은 맥락에서, 아니 맥락은 그만 두더라도 역사적 사실만이라도 알고 주장하기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국 SWP와 같은 외국의 이데올로그가 발행한 교재가 아닌 사료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며, 자신이 발 딛고 선 곳에 대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자주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초를 갖는 것이다. 영국에서 내려 온 거 그냥 아무거나 무조건 외지 말고 사료를 근거로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국 SWP의 이론은 트로츠키가 주장했던 가장 핵심적인 주장들과 거리가 멀다. 트로츠키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였다고 자평하는 클리프의 주장만 절대적으로 따르는 다함께에 그들이 좋아하는 '~주의'를 갖다 붙이자면, 트로츠키주의자라기보다는 클리프주의자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자본주의를 비롯한 관념론의 극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신들을 클리프주의가 아니라 트로츠키주의라고 치장하는 데에도 조금 더 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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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마일리지’ 못묶어 편법땐 100% 깎아주기 가능
‘10% 할인’마저 5년 뒤면 소멸되는 ‘일몰법’
되레 대형·온라인서점 유통 집중돼 취지 무색
‘완전정가제’로 개정해야 탈법 막을 수 있어
 
커버스토리 / ‘변형도서정가제’ 시행 4년 돌아보니

2002년 8월26일에 국회를 통과했고, 2003년 2월27일에 정식으로 발효된 ‘출판및인쇄진흥법’은 원래 새로 등장한 온라인서점이 과당경쟁을 벌이자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제정된 법이었다. 한데 원래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법이 시행된 지난 4년간 출판시장은 전례 없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 법은 말 그대로 ‘출판과 인쇄산업의 진흥을 위해’ 새롭게 정비된 법이다. 발효될 때부터 가장 주목받았던 사안은 ‘변형 도서정가제’ 문제로, 출간된 지 1년 미만의 신간을 오프라인서점은 정가로, 온라인서점은 10퍼센트 이내에서 할인 판매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처음 출판 업계는 10퍼센트의 할인과 5퍼센트 이내의 마일리지만 허용한다는 이른바 ‘10+5 조항’을 합의했다. 그러나 마일리지 규정은 법률로 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문화관광부는 ‘고시’로 마일리지를 3퍼센트 이내로 묶어두려 했지만 국무총리실 산하의 규제개혁위원회가 반대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일리지 조항이 사라지면서 ‘출판및인쇄진흥법’은 온갖 탈법을 조장할 수 있는 마당을 내준 꼴이 되었다.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 정한 10퍼센트 할인조항은 적용범위를 점차 줄이다가 시행일부터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일몰법(sunset)’이다. 내년 2월27일까지 별도의 대체입법이 없다면 모든 도서의 완전할인경쟁이 허용된다. 지난 4년의 경험으로 할인경쟁이 출판산업의 암초임을 자각한 업계는 어떻게든 대체입법을 마련하느라고 분주하다.

대형 11곳 매출 1조원 쏠려

현재 출판단체, 온·오프라인 서점업계 등이 잠정 합의한 것은 신간의 경우 책값의 10퍼센트 이내로 할인을 제한하는 조항은 유지하되 마일리지는 경품을 포함해 책값의 5퍼센트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신간의 범위는 줄다리기 끝에 출간 후 18개월까지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항이 삽입된 개정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만 통과하면 만사형통일까? 아니다. 2002년 제정된 ‘변형도서정가제’가 출판계에 끼친 폐해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시행된 지난 4년간 출판에서는 유통이 집중화되었다. 대형서점 체인, 온라인서점, 도매상 등 11개 주요업체의 매출 총액이 무려 1조927억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한 해 동안 발행되는 전체 신간 발행부수의 매출액과 맞먹는다. 매출성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온라인서점이다. 온라인서점은 지난 4년간 실제적인 무한할인경쟁을 벌여 10퍼센트 할인조항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구간을 30% 할인하는 건 기본이고 50% 할인도 일상적이다. 할인 폭이 적은 신간은 마일리지, 할인쿠폰, 경품, 1+1(덤으로 책 한권을 더 주는 것) 등을 동원해 30% 이상 할인해준다. 심한 경우 독자가 거의 공짜로 책을 살 수 있는 정도로 파격적인 이벤트도 벌인다.

2003년 이후 온라인서점은 과점체제를 형성하며 급속한 매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1999년 269억원, 2002년 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몇 개 온라인업체의 매출만으로도 2006년에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G마켓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판매까지 합하면 매출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서점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말에 2103개였던 오프라인서점은 작년에도 약 10퍼센트의 서점이 전·폐업해 이제 서점 수는 19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형 할인점이 중소도시까지 입점하여 급증하는 바람에 지방의 서적 도매상은 도매기능을 멈춘 상태로 보아도 좋을 정도다.
 
지난 4년간 출판사의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임프린트 시스템을 도입한 몇 대형출판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1인 출판’이 늘고 있다. 2005년에만 2800여개의 출판사가 신규 등록하는 등 ‘1인 기업’의 출판사의 출현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시공사, 민음사, 웅진씽크빅, 랜덤하우스코리아, 넥서스, 김영사, 북21, 위즈덤하우스, 문학동네, 창비 등 주요 단행본 10개 출판사의 2006년 매출을 합산하면 27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2002년에 비교해 2배 성장한 수치다. 반면 1인 출판사는 물론이고 중간 규모의 출판사는 경영이 크게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사의 양극화가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요사이 출판계의 전통적인 프로모션 기법이었던 광고, 홍보 등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책의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다. 결과적으로 한권이라도 더 책을 팔기 위해 온라인서점 순위를 무조건 올리려는 변칙적인 영업행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에서 벌어지는 끝을 모르는 할인경쟁과 책값의 몇 배에 달하는 경품 제공이 출판의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자본력이 없다면 온라인 서점의 이벤트는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 출판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뿐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전체 매출 규모가 성장했을지는 몰라도 과다한 할인과 이벤트로 출판사는 영업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베스트셀러만 살아남는 구조

세계 출판계가 다국적 복합 미디어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서 국제경쟁력 있는 출판사의 출현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팔리는 책에 혈안이 되어야 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게다가 유행처럼 번진 1인 출판사는 자본의 힘을 당하지 못한 채 유아사망이 심각한 형편이다.

이처럼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시행된 후 자본의 공룡화, 온라인 서점의 집중화는 필연적으로 가속화되었고 이는 베스트셀러만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독서단체를 빙자해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대신 사준다는 ‘인터넷 사재기’ 대행업체가 20여개가 활약한다는 소문이나, 한 편집책임자가 가족들의 이름을 빌려서 만든 한 대형서점의 회원카드 20개를 가지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출판은 베스트셀러에 집착하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만들어낸 베스트셀러가 기껏해야 자기계발서라는 점이다. 2006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소설이나 비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덕분에 출판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출판서적계가 ‘출판및인쇄진흥법’의 개정에 관해 완전한 의견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잠정적인 합의를 통해서라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법의 통과만이 문제는 아니다. 출판, 서적계 종사자의 근본적인 의식전환이 없으면 출판의 미래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21세기 출판의 역사는‘무료정보’와의 투쟁이다. 무가신문과 무가잡지의 등장으로 잡지 시장마저 크게 축소되고 있으며 무료매체와 다른 차별화와 가격경쟁력이 있는 책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때다.
 
잡지의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이웃 일본에서 <바보의 벽>(요로 다케시), <국가의 품격>(후지와라 마사히코) 같은 신서가 해마다 출현해 수백만부씩 팔려나가고 있다. 이른바 ‘신서붐’이 크게 일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문고’의 나라인 일본은 신간을 아예 문고 크기의 신서로 펴낸다. 잡지의 기사보다는 높은 수준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독자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는 ‘변형도서정가제’ 때문에 오히려 책값(정가)을 올려놓고 할인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도서강국 일본은 정가제

할인과 마일리지의 수준을 가지고 논의 해봤자 지난 4년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또 다른 ‘변형도서정가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다시 완전도서정가제로 돌아가는 길뿐이다. 우리 온라인서점은 책의 판매이익보다는 판매력을 키운 다음 광고, 타깃메일 등 프로모션 비용을 통해 이윤을 맞추고 있다. 완전도서정가제라는 명확한 원칙이 없다면 언제든 출판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칙적 할인 경쟁을 시도할 수 있음을 지난 4년은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일본의 저명한 출판인 마쓰다 데쓰오는 할인정책을 펴는 미국 아마존은 적자지만, 정가 판매(정가 판매에다 1퍼센트 마일리지가 근간인)를 하는 일본 아마존은 책과 DVD, CD를 팔아 흑자를 낸다고 미디어전문지 <쓰쿠루>(創) 2월호에서 말했다. 할인판매를 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정가판매를 하면 흑자가 가능하다는 점은 지난 4년간의 아픔을 겪은 우리 출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출판사들의 아마존 의존도가 갈수록 커져 전문가들이 걱정할 정도라니 말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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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7-02-2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의 원인은 '과점' 이라고 지적해 놓고는, '근본적인 의식 전환'과 '차별화'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