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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잊는데, 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책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만한 것이 없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사물과 자연에 집중하듯, - 때로은 얇게, 때로는 깊게 - 책에 심취하고 싶은 한여름,
시간 도서 추천합니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여름언덕, 2012. 7.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즐겁게 읽었던 경험 탓에 주저함 없이 추천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상황들이 존재하지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다양한 상황을 통해서 의심을 사지 않도록 답하는 방법들을 제공합니다.
피에르 바야르는 현재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고, 정신분석가입니다. 많은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피에르 바야르는 문학비평에 정신분석학을 차용합니다. 새로운 해석으로 금기를 깨고, 텍스트의 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저작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여행하는 것만이 어떤 도시나 나라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여행을 하고 와서 가미되거나 조작된 기억은 경험 이전보다 더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지속되지 않는 기억, 망각한 여행지의 추억을 가지고도 과연 그곳을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응하기 어려운 무더위에 여행을 꿈꾸었지만, 결코 떠날 수 없었던 분들께 강추합니다.
『안철수의 힘-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2. 7.
『안철수의 생각』이 출판과 동시에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이 났습니다. 2011년 이후 불고 있는 ‘안철수 바람’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고, 대선을 통해서 한국인이 얻고자 하는 욕망이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강력한 키워드입니다. 민주주의 토대인 정당정치에 위반되고, 정치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며, 혼자서 것이 아니라는 우려까지 안고 있는 ‘안철수’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요?
인물비평의 대가이고 미시사 연구에서 장인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강준만 교수님께서 안철수 지지 선언을 하며 내놓은 책이 바로 『안철수의 생각』입니다. 사실 안철수 이야기를 통해서 2012년 대선을 본격적으로 고민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철수 자질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안철수 비판론, 정권 교체론과 박근혜 대세론 등 가장 뜨거운 화두를 거침없는 문체로 비평합니다.
안.철.수. 그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태생부터 한국 사회의 ‘명품’이고, 뼛속까지 ‘진골’입니다. 사회, 문화, 경제, 상징 자본을 모두 소유한 분이지요^^ 그가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무사무욕적일 수 있는 상징자본의 위력입니다. 그 점 때문에 그의 대선 진출이 개인의 야망이나 독선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무엇으로도 덧씌울 수 없는 그의 눈빛은 수도자의 그것처럼 맑기만 합니다. 정치경험이 없고, 정당정치에 위배된다 할지라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삶의 이력을 읽다보면, 유연함 속에 숨어 있는 고뇌와 결단에 찬 강직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안철수의 생각』으로 진입할 계획입니다.
『프로테스트』 존 심프슨 지음, 이주명 옮김, 공명, 2012. 7.
“한 컷의 만화가 웅변보다 강하다.”를 입에 달고 살던 이십대가 있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것은 격식과 성의를 필요로 하지요. 그 단계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던 시절, 우리가 선택한 것은 만화와 걸개그림이었습니다. 후배 몇 명은 전공을 접고, 그 길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새로운 길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삶의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울 때, 저는 최민식, 김홍희 선생님의 사진집을 꺼내듭니다. 그곳에는 슬픈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종이 거울’이 있으니까요. 한 장의 사진에는 중의적인 삶의 실천들이 고스란히 들어납니다. 보는 자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사진의 확장까지 포함한다면, 한권의 책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4.19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김주열 열사’의 사진이었듯이, 들여다보는 자의 실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신간으로 주목하게 된 책 『프로테스트』는 사진으로 보는 억압과 반항의 현대사 65년을 담고 있는 ‘사진으로 보는 역사책’입니다. 세계 최고의 포토저널리스트인 존 새도비(John Shadovy), 톰 스토다트, 마즈 니센 등이 세계 곳곳에서 담은 시위 현장의 사진 200컷이 담겨 있습니다. 헝가리 혁명, 미국 시민권 운동,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 광주 민주화 항쟁, 영국 광부노조의 파업, 중국 톈안먼 광장의 민주화 요구 시위, 중국의 압제에 대한 티베트 인들의 항의시위, 북아일랜드 신구교 분쟁, 핵무기와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 여성인권 등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지금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는 필요합니다. 억압과 저항의 역사를 읽다보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미리 내보다는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겠지요. 냉전, 독재, 권위주의, 편견에 맞서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프로테스터가 되어야 합니다. 그 단초를 세울 수 있는 책입니다.
『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 검시제도를 논하다』문국진 지음, 글로세움(북스온), 2012. 8.
지문까지 모두 손상된 채 논두렁 하수구에서 몇 배로 부풀어 오른 시체를 보고 난후 검사의 길에 들어섰다는 어느 검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아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은 죽음 이후에도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합니다. 국가 권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언론에 사생활이 폭로되는 범죄 희생자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 관음증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 또한 - 비록 죽은 자 일지라도 - 보장받아야 할 천부인권을 소유한 ‘인간’임에도 죽은 자의 권리에 대한 우리사회의 불감증이 느껴집니다.
드라마 <싸인>으로 ‘법의학’에 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죽은 자의 침묵 속에서, 법의학자들은 시체의 죽음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듣고,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변사체는 부검을 통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은 그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여주는 법의학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법의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안락한 삶을 접고, 법의학자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의학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의 사후 인권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합니다. 생계형 범죄에서 지능형 범죄로 범죄의 성격이 바뀌면서, 사건을 해결하기는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원한 관계가 없는데도,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지는 연쇄 살인, 성범죄 등으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법의학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평생을 법의학자로 살아온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경험에 기초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국내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검시를 통해서 죽은 자의 권리를 지킨다.’는 저자의 강직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저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