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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월 출간 도서는 정말 탁월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추천하는 모든 도서에 각별한 애정을 느낍니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멋진 책들과 연애하시기를 바라며, 추천합니다.^^*

 

 

 

『웃음의 심리학』마리안 라프랑스, 윤영삼 옮김, 중앙books(중앙북스)

 

 

‘웃음’ 만큼 다양한 의미를 함의하는 표정도 없을 것이다. 관계성을 담고 있는 웃음을 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라면, 한번쯤 읽고 싶지 않은가? 『웃음의 심리학』은 심리학의 대가인 예일대학 마리안 라프랑스의 저서다. 실험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세,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여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관계를 분석한다. 웃음은 사회적 결과를 기대하는 행동이라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증명한다. 전략적인 웃음, 조작된 웃음의 정치학을 읽어내는 비법(?)까지 전수받을 수 있는 책이다.

 

 

 

 

『집단 기억의 파괴』로버트 베번, 나현영 옮김, 알마

 

건축물은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그 공간에 터전을 일구었던 사람들의 철학과 가치가 스며들어 있다. 전쟁으로 파괴 되거나, 정치 세력이 바뀌면서 용도가 달라져 훼손된 건축물을 여행 중에 만나면 우리는 오래 오래 심장이 에인다. 단지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무의식의 토양이 된 인류 유산의 상실이다. 건축물은 물적인 가치로 국가의 소유가 아니라, 인류의 자산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집단 기억의 파괴』는 집단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파괴의 실상을 고발하다 나치가 파괴한 이슬람의 건축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의 건물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일, 일본의 한국문화 말살 등은 정복당한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의 말살이고, 이는 그들의 미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서 집단 기억의 파괴를 의미한다. 건축 저널리스트 로버트 베번은 전 세계 저널리스트들의 기사와 전공 분야의 학자, 역사가, 운동 단체, 인권 단체의 저작을 참고하여 집단 기억의 파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김광웅 엮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general한 specialist를 요구하는 21세기 키워드는 통섭, 융합이다.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는 서울대학교에서 주관한 ‘미래 대학 콜로키엄’의 두 번째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인 10명의 석학이 4년 간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하였다. 융합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의 통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개개인의 삶을 전망하는 미래학으로도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유체도시를 구축하라』이와사부로 코소, 서울리다리티 옮김, 갈무리

 

책도 흥미진진하지만, 역자가 예사롭지 않다. 아니 역자들이다. 진보적 번역모임 <서울리다리티>에서 집단 번역한 책 『유체도시를 구축하라』의 역자인 소량, 디디, 하지메는 전업역자가 아니다. 직업이 다양하다. 비정규 가사 노동자 겸 인류학자인 하지메, 중학교 국어교사인 디디, 소량은 공상적 국제가내수공업 연대 조직에서 빵을 굽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인류의 90%가 거주하는 다중적인 공간 ‘도시’는 ‘유토피아’와 ‘움직이는 신체’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인류의 꿈과 욕망이 도시라는 공간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각 장 마다 뉴욕 민중의 생명력과 활기가 하나의 신체처럼 그려지며 생생한 현장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경쟁』맹찬형, 서해문집

 

무한 경쟁, 승자독식의 신화가 한국의 지배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정당화할 수 없는 차가운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의 사다리에는 위계에 있으나, 아무리 올라가도 끝은 없다. 경쟁은 또 다른 경쟁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삶을 피폐화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개인이 사다리를 걷어찰 용기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더욱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 책이 있다. 바로 유럽본부 주재 특파원으로 있는 맹찬형의 『따뜻한 경쟁』이다. 그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경쟁사회 한국을 분석한다. 현실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누구도 패자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며 일독을 권한다.

 

 

 

 

『소셜테이너』장윤선, 오마이북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 이 세사람의 이름을 엮어 주는 공통 분모, 바로 ‘소셜테이너’다. 소셜테이너(Socialtainer)는 ‘소셜(Social)’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적 발언이나 활동을 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을 의미한다. 특정 직업인으로 분류되기에 앞서, 이들은 언론·집회·출판·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시민이기도 하다. 저자는 문화예술인으로서 사회적 실천과 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를 2010년부터 1년여 동안 인터뷰하여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를 추려 책으로 엮었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소셜테이너 19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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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2-02-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앙 난 왜 이 책들을 처음 보는 거죠?
신간 검색을 제대로 안했나봐요...ㅡ.ㅡ
저는 그냥 책만 올리고 사라졌는데 정성스레 페이퍼 작성하셨네요,,^^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마지막 인사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진검 승부,

 

<부러진 화살>(2011), 감독 : 정지영, 출연 : 안성기 박원상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석궁 테러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억울하게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1년 6개월에 걸쳐 여러 정부 부처에 수많은 진정서를 내고, 1인 시위를 했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그가 마지막으로 기댔던 곳이 사법부였으나, 교수 지위 확인 재판에서 상식 밖의 재판으로 패소하였다. 제도권을 불신하고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담당판사였던 박홍우를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하면서 김명호 교수는 ‘석궁 교수’라고 불명예를 짊어졌다. 그는 현재 4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1월 출소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극화했고, 사법부의 재판 결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뜨거운 논쟁의 도마 위에 올려있다.

 

 

영화는 노동 전문 변호사인 박준이 김경호 교수의 항소심을 변호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캐릭터의 이름과 성격이 살짝 바뀌고, 영화적 구성을 위해서 몇몇 가상 인물이 삽입되었지만, 재판 속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기소 과정, 재판 내용은 당시의 사실 보도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사건의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공방을 다루고 있으므로, <의뢰인>과 같은 법정 장르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법정의 규칙과 논리보다는 실제 일어난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은 5억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2012년 흥행가도의 첫 주자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남부군>, <하얀 전쟁>의 정지영 감독이 1998년 <까>라는 영화 이후, 13년만에 연출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현재 개봉 당시 보다 두 배 이상의 상영관으로 확대되면서 헐리웃 영화들에 대적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관객의 입소문과 영화 자체의 힘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묘사하는데 코미디만한 것이 없다. <부러진 화살>의 강점은 사건 자체의 무거움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김경호 교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주어진 장애들을 하나하나 뛰어넘거나 한계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법정에서 현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상식 밖의 사건 앞에서 마땅히 느껴야 할 분노는 유머가 대신한다. “유머는 가장 큰 슬픔에서 나온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연, 조연 모두 코미디 캐릭터를 변주해서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비장함이 상쇄되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하다.

 

코미디 설정으로 새롭게 구성된 캐릭터들은 김경호 교수가 피고이고 피해자일 뿐, 범죄자이거나 가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억울한 피고인 김경호 교수는 변호사를 선임하고서도, 스스로 재판을 준비하는 데, 그 과정이 관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이는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도전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보수 꼴통’이라고 자처하는 김경호 교수를 통해서 진정한 보수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사회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원칙을 가지고 신념을 실천한다면, 한국의 보수를 꼴통이라고 하는 이유는 원칙도, 철학도 모두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나 고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적’ 아쉬움이 남는다. <부러진 화살>은 팔구십년대 영화의 클래식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임권택 감독의 백한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를 보면서, 감독의 전작들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불편한 느낌을 발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부러진 화살>의 클래식한 우직한 느낌은 촌스러운 영화 용법으로, 영화의 젊은 감각과 방식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도식적인 관계 구성은 과거 영화로 회귀한 듯 답답한 느낌을 준다. 노장의 손길과 뚝심이 느껴지지만, 그 클래식함은 21세기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했다.

 

 

다만 관객들이 이 형식적 취약성을 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것은 영화의 진정성이 압도하기 때문이다. 저예산으로 홍보도 약했고, 상영관 수도 적었으나, 이것이 이렇게 개봉관을 늘려가면서 흥행에 성공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시대를 비판하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시민들의 바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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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지은이), 김경원(옮긴이), 갈라파고스 2011. 12

 

스물에 만났던 Marx는 아직도 읽히지 않고, 앞으로도 제대로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와 다른 시간 개념으로 세상을 읽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계에 대하여 끝없이 고민했던 위대한 철학자와의 조우. Marx라는 거대한 산의 초입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으로 추천한다. 현실의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Marx는 넘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왜 분노하지 않는가』- 2048, 공존을 위한 21세기 인권운동

존 커크 보이드 (지은이), 최선영 (옮긴이)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누구나 인권을 말하지만,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 책은 그 사각지대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의 출발이 될 책이다. 단지 인권과 관련한 문서를 만들고 재정비한다하여 인권은 존중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 타인과의 공감을 키우고, 사각 지대에서 침해받고 있는 인권을 볼 수 있는 메타적 시각이 필요하다.

 

 

 

 

 

 

『커넥티드』 -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새로운 기회가 온다

SBS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엮은이) | 시공사 | 2011년 12월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대, 시공간을 좁혀 가는 촘촘한 관계망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고,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 싸이월드에서 시작해서 트위, 페이스타임 등 -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몇 단계만 거치면 지구 상의 모든 사람과 접속할 수 있는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관계의 시대를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제왕과 책사』천하를 얻는 용인과 지략의 인간학

렁청진 (지은이) | 박광희 (옮긴이) | 다산북스 | 2011-12-15

 

대서양에서 출발한 세계사의 흐름은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담론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5천년 중국 역사 속에 담겨있는 지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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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아름다움』 

김병종 | 김혜순 | 안상수 | 최재천 | 최창조 | 백영서 | 전중환 | 배병우 | 민현식 | 이건용 | 홍승수 | 김현자 | 정두수 (지은이) | 이음 | 2011-11-28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시대의 지성 열한분이 미학의 전문 영역으로 다루어진 ‘아름다움’을 자기 삶에 용해하여 드러낸다. 저자들은 통섭의 형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자기 고백적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움’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건축가 민현식,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디자이너 안상수, 지리학자 최재천, 생물학자 최재천 등의 소통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M. Foucault가 『성의 역사 』3권에서 이야기했던 주체적 삶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아름답게 만들고, 이를 통해서 노예적 삶을 탈피하는 것이다. 이는 타자의 윤리를 내면화하지 않고, ‘자기 배려의 윤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미학으로 가꾸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원제 Wie wollen wir sterben? (2010)
|미하엘 데 리더 (지은이) | 이수영 (옮긴이) | 학고재 | 2011-11-25  

죽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생명의 탄생만큼 도처에 퍼져 있는 죽음을 외면한다면,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의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달은 끊임없이 윤리의 딜레마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 직업상 누구보다도 죽음 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사는 과연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30여 년 동안 독일 의료 현장에서 일한 의사 미하엘 데 리더는 수많은 말기 환자와 임종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존엄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해의 끝에서 죽음과 소멸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하여 깊게 사유한다면, 달라진 새해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 』 

  강준만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시대의 최고 지성 강.준.만 교수의 책을 빼놓지 않고 읽는 애독자로서 눈길이 가는 책이다. 그의 글은 발터 벤야민의 모자이크 글쓰기처럼 온갖 인용과 그에 대한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사회 현상과 이슈에 대하여 새로운 이면을 보게 하는 놀라운 통찰력을 지녔다. 거대 담론 사이사이 박혀 있는 미시사를 발굴하는 강준만 교수의 분석은 인쇄된 모든 원자료를 읽고, 분석하고, 재단하여 다시 바느질하는 우직한 장인정신을 느끼게 한다.  

좀처럼 연구실을 벗어나지 않는 강준만 교수는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을 쓰기 위해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직접 탐방하였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도 『입시 전쟁 잔혹사』『서울대의 나라』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를 심도 깊게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명문대학의 실체를 보게 된다면 - 조기 영어 교육, 조기 유학 등 -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의 원인과 예후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와 함께 읽게 된다면 미국 사회를 보다 더 적확하게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 글로벌 슬럼프 - 위기와 저항의 글로벌 정치경제 이야기』
 
  데이비드 맥낼리 (지은이), 강수돌, 김낙중 (옮긴이) | 그린비 | 2011년 11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도덕성을 포기하고서라도 ‘경제’만 해결해준다면 누구라도 괜찮다는 신념으로 대표를 선출했다. 그러나 실업, 물가상승, 전세 값 폭등 등 서민의 고통은 오히려 더 배가되고 있을 뿐이고, 세계의 거대 자본은 서민의 생계를 가지고 사채업을 하고 있다. 국가 단위의 경제가 불가능한 세계화 시대, 국가 내, 국가 간, 대륙 간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주류 언론은 현재의 위기를 자본주의 흐름상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주기적 불황 현상에 불과하고, 이는 곧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친다.

캐나다 진보 정치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맥낼리는 글로벌슬럼프를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연대와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이 시대의 정치경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요청한다. 경제 위기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그의 글을 통해서 의미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자연하는 현란한 언어가 아니라, 치밀하되 명쾌하고 쉬운 언어로 다가오는 그의 글을 글에서 희망을 읽기를 바란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미래, 과연 희망 버스는 달릴 수 있을까?』
 
| 원제 Hopes and Prospects 촘스키, |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
노엄 촘스키 (지은이) | 노승영 (옮긴이)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11-09

변형생성문법이론으로 언어학에 끼친 영향만큼, 1960년대부터 활발한 사회운동 참여로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노암 촘스키의 신간이 나왔다. 책의 원제가 『희망과 전망』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번에도 21세기에 닥친 위험을 분석하여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하였다. 그가 생각했을 때 희망은 미국에 대항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민중 권력들에게 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민중 투쟁은 전 세계의 양식 있는 민중의 목표가 되는 세계화를 향한 공동 노력에서 전 세계의 귀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정권 위기 상황을 초래하면서까지 기습적으로 통과시킨 한미 FTA와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로 정국이 시끄러운 이즈음,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을 제대로 알고, 한미 FTA 조약을 재분석하여 우리가 미국 경제에 종속되지 않도록 무력화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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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의 미래』월터 카우프만 | 동녘 | 2011년 10월  

 인문학 서적이 빵처럼 팔려 나간다. 수유연구실과 디지털 아카데미 같은 몇몇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강좌는 이제 지역 주민 자치 센터까지 활발하게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혹자는 그것은 인문학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한 ‘정보’를 가지고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문제 제기들이 있다. 그렇다면, 월터 카우프만은 삼십년 전, 인문학의 미래를 어떻게 관망했을까? 그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하여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학자다. 인문학 위기의 책임은 인문학자에게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보면, 삼십년 전의 고민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불온한 인문학』 손기태, 이진경, 박정수, 정정훈, 최진석, 문화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1년 6월  

  제도권에서 해내지 못하는 엄청난 일들을 해내고 있는 수유연구실의 도반들이 엮은 책 『불온한 인문학』은 - 각자의 삶을 건강하게 생산하지 못한 채 - 소비되는 인문학에 대하여 반기를 들고, 인문학과 싸우는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살아가는 모습은 바뀌지 않은 채, 관념으로만 습득하는 인문학과의 전쟁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것, 익숙함에서 낯선을 발견하는 것에 인문학의 힘이 있다. 휴머니즘, 인간주의의 근대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것들과 대면하는 것, 늘 반복되는 레일에서 탈주하는 것이 진정한 인문학의 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도종환 (지은이), 이철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한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갖게 하는 시인이 바로 도종환이다. 실체를 모르던 시절, 파편처럼 떨어지는 정보는 그를 아내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잠겨 있는 한 남편으로 바라보게 했다. 시인이라기보다는 상처의 중력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한 남자였다. 해직교사가 된 그의 시는 열정과 신념으로 가득 차올랐다. 벽을 벽이라 여기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올라타는 ‘담쟁이’처럼 동지들의 손을 잡고 한 뼘 한 뼘 올라가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교육실천가였다. 충복 보은의 황톳집에서 투병하였던 그의 녹녹치 않은 삶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와 연애한다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는 이철수 판화가가 벗으로 함께 삽화를 그렸다. 가을은 이 책으로 따뜻하고 깊어질 것 같다.  

 

                    『나는 꼼수다 뒷담화』김용민 (지은이)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딴지 라디오의 ‘나는 꼼수다’를 알고 있거나 들었다고 한다. 아이폰의 아이팟 기능을 대안매체로 활용하여 정치적 관심에 불을 붙인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이는 거침없이 입담을 자랑하는 네 사람의 우정과 신뢰가 현실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벗기고, 벗기는 에로티시즘적” 방송이라는 비판을 전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그들이 읽어내는 정치판의 사이즈가 너무 담대하고, 기성 매체가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하여 섬세하게 분석해내기 때문이다. 딴지 총수 김어준과 언론인 김용민, 주진우, 정치인 정봉주가 만들어가는 ‘나는 꼼수다’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지은이) | 앨리스 | 2011년 10월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읽어내던 그녀가 이번에는 그림을 읽는다. 아니, 그림을 통해서 기억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엮는다. 영화감독을 인터뷰해서 영화 안팎을 전면적으로 사유하게 했던 그녀의 능력은 마흔 편의 그림의 이면에 감추어진 그림자를 투시한다. 심상을 읽어내는 탁월한 시선을 함께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김어준, 정재승, 장항준, 심상정 (감독), 홍세화, 김여진, 강풀 (지은이), 김용민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한겨레 인터뷰 특강>은 최고의 강의를 자랑한다.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특강을 녹취록의 형태로 엮어 낸 책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88만원 세대라는 천형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이 시대의 선배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삶을 이야기한다. 자본과 권력에 묶이지 않고, 시대와의 불화를 훈장으로 달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피투된 존재인 내가 어떻게, 얼마나 기투할 수 있는 여백에서 희망을 찾게 한다. 가볍고 편안하게 읽은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한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지은이) | 동녘 | 2011년 9월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서 위안을 받고, 삶의 좌표를 한 눈금이라도 이동한 독자라면, 분명 강신주의 다른 책에도 눈이 가기 마련일 것이다. 그는 올해만도 네 권의 책을 썼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똑같은 시간의 양, 그 질의 개인차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가 읽고, 쓰고, 생각하는 업(業)과 삶을 얼마나 일치하며 사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가을은 오롯이 시를 읽고,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공부에 깊게 침잠한다면, 존재가 달라지는 경험을 반드시 하게 될 것이다.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세월이 비켜갈지도 모를 일이다.


                   『학교란 무엇인가』EBS 제작팀 (엮은이) | 중앙books | 2011년 10월

  교육 붕괴로 은유되는 공교육 담론은 교육 현장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공교육 책임은 그대로 교사에게 떠안겨졌고, 교사와 학교를 평가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즉 경쟁만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처럼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 다투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런 회의적인 절망 상황에서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교육 본질적인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2010년부터 EBS가 교육대기획으로 내놓았던 성과물이 한권의 책으로 엮였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화두 교육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집이다. 
  

                  『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진중권 | 씨네21 | 2011년 9월

  진중권이라는 미학자와 함께 예술과 세계를 읽는 일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철학적 키워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깊이 있는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또한 글 자체가 변증법적 통일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의 배열을 보는 일까지도 즐겁다. 그가 씨네 21에 실었던 칼럼들을 주제별로 정리한 이 책은 철학적 개념들과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어떻게 조합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강단 철학자가 아닌, 철저하게 땅에 단단하게 발 딛고 서있는 그는 우리 스스로 자신의 관점을 확고하게 밝히고, 각자가 차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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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신간평가단 추천도서는 바로 전달 출간 도서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더불어숲 2011-12-0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이라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한달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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