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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반 한번 거들떠보자!"
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Op.45 / Helmut Koch
Rundfunkchor Berlin 노래, 브람스 (Johannes Brahms) 작곡 / Berlin Classics
 
많은 훌륭한 독일 레퀴엠이 있지만, 장엄한 합창에서만큼은 헬무트 코흐의 음반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합창파트로 웅장한 북소리와 터질 듯 나오는 합창부분이 압권이다. 신에게 호소하듯 낮게 깔리 우는 바리톤 솔로부분도 이 음반의 매력을 더한다.
 
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wie des Grases Blumen.    풀의 꽃과 같으니
Das Gras ist verdorret    풀은 마르고
und die Blume abgefallen.    꽃은 떨어 지도다.(베드로 전서 1장 24절)
 
Arvo Part - Alina / Vladimir Spivakov, Dietmar Schwalke<
아르보 페르트 (Arvo Part) 작곡, Vladimir Spivakov 외 연주 / ECM
 
Alina속에 들어있는 Spiegel im Spiegel(거울 속의 거울). 가을에 들으면 좋을만한 곡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엣 곡이다. 이런 회화적인 곡을 표현해 내는데 피아노가 단 세 음만 필요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들으면 영상을 그리게 되는 음악이 있는데, 이 음반을 듣는 여러분은 어떤 영상을 그리게 되실지…
 
Sviatoslav Richter In Concert
리히테르 (Sviatoslav Richter) 연주 / Brilliant Classics
 
러시아 출신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리히터. 격동의 세월을 거쳐간 노장답게 그의 연주는 호락호락하게 들어서는 안되는 마력이 있다. 리히터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식으로 만든 DVD 시작부분에 흐르던 슈베르트의 D.960번 2악장… 드디어 이 음반에서 듣게 되었다. 물론 음질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DVD와 똑같은 부분에서 나오는 기침소리를 듣는 순간 감동이었다.
 
 
네트레브코, 흐보르스토프스키, 비르살라제, 마애스키. 출연진들의 화려함도 그렇고 다양한 레퍼토리로 지루함이라곤 없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비르살라제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네트레브코와 흐보르로스토프스키가 연출한 로맨틱한 포즈는 딴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음반담당 한미아
>(hanmia@aladin.co.kr)
 
 
"얼씨구 좋구나"
채소밭 잔치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세상엔 의외로 많은 재능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재능들이 때론 너무 쉽게 사라진다는 것 또한. 재능이란 계곡의 조약돌 같아서 반짝반짝 빛을 내다가도 해가 지면 침묵하고, 때때로 물에 휩쓸려 사라지기도 한다. 열광도 그와 같아 대상이 사라지면 덩달아 지고 만다. 그리하여 열광의 대상을 잃고 식어버린 쇠처럼 단단해진 우리는 회의론자가 되거나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고독한 길을 떠난다.
 
그것은 공허하고 따라서 우리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 빛나는 재능을 바라보느라 지친 눈을 쉬게 할, 수더분하고 편안한 친구가. 그리고 며칠 전, 나는 그런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의 이름은 바로 <채소밭 잔치>.
 
처음에 책을 집어 들고는 조금 웃음도 나왔다. 촌스럽도록 강렬한 색상에 투박한 터치 거기다 채소밭이라니, 웰빙 유기농 바람도 한층 꺾인 이 마당에. 파티도 아닌 잔치는 또 뭐야? 하지만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마다 나는 슬그머니 웃을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는 이 친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별 내용은 없다. 밭을 가꾸던 할아버지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마을 잔치("아차, 오늘밤에 마을 잔치가 있는 걸 깜빡했군. 얼씨구 좋구나!").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마을로 내려가고 남아 있는 채소들은 자기들도 잔치를 벌이기로 한다. 그리하여 채소밭 잔치. 이어지는 것은 말 그대로 흥겨운 잔치다. 당근이 튀어나오고 순무가 춤추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채소밭 잔치> 책을 만들자고 제안을 받았을 때, 채소들과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면 아이들과도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소와 진정한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15년이 걸린 뒤에야 채소가 친구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슬에 젖은 무우를 보면 섹시해 보여서 어젯밤에 남자친구 만났나며 물어보게 되고, 실제로 달빛 비치는 밤길에 남자 무우가 여자 무우에게 가는 것이 보였다. 내 책에서는 할아버지도 사람같지만 사실은 채소에 눈, 코, 입을 붙여서 나타냈다. 따라서 채소를 손쉽게, 경솔하게 의인화 시키지 않았다."
 
15년이라. 집안 사정상 고기 보다는 채소와 친하게 지냈던, 그러나 한 번도 채소를 진심으로 대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 반성도 했다. 하지만 역시 고기를 더 사랑하는 나로서는, 그냥 이 책을 그 정도 내곁에 두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물론 주식은 채소). 그런데 다시마라니... 다음 작품은 어쩌면 <해초류 한마당> 정도가 아닐까.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돌이 아직 새였을 때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돌이 아직 새였을 때. 가슴을 치는 작명센스를 가진 이 책은 마르야레나 렘브케가 만들어낸 아이들인 마티, 오스카리, 투오모, 레나, 페카, 소니아, 야코… 순서는 물론 이름조차 아리송한 여섯 남매(결국 일곱 남매가 됩니다)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로 이루어진 대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돌이 원래는 새였다’고 믿는 아이 페카는 ‘제왕’ 절개로 태어나 아이들의 병원 어린이 ‘궁전’으로 곧바로 옮겨지죠.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있고 머리가 어깨에 비딱하게 붙어있는 이 아이는 소아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페카는 서슴없이 상대를 향해, 세상 모든 생명과 존재를 향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 페카의 행동에 아연실색하는 것은 외려 자신의 감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몫이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려다 실패하고, 결국 자기들만의 작은 농장을 꾸려가는 이 대가족의 소동은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하고, 그로 인해 서글픈 이야기들을 동정심 없이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게 합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가장 전통적인 사랑 이야기였다면, <돌이 아직 새였을 때>는 그저 즐거운 한 가족의 이야기일 뿐이죠. 페카는 과연 돌이 되었다가, 다시 새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Jason Mraz -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
Jason Mraz 노래 / 워너뮤직코리아(WEA)
 
Jason Mraz의 두 번째 앨범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제목도 귀엽죠)은 참으로 다양한 색깔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뒤섞어 그 색채가 무척 혼란스러울 만 한데도 별로 어지럽지는 않죠. 어쨌거나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가 주를 이루니까요. 제이슨 므라즈의 본 실력은 랩처럼 빠르게 흘려버리는 멜로디와 제법 롸킹한 연주가 함께하는 흥겨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아니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것은 앨범에서 보여주는 정돈된 음악이 라이브에서 훨씬 커다란 힘을 발한다는 거였죠. 간만에 열린 페스티벌, 하루 종일 진흙탕에서 고생하고 찾아든 거대한 천막아래서 맥주와 담배, 수다와 좋은 사람들, 제멋대로 몸을 흔드는 군중과 흥겨운 음악은 므라즈의 음악으로 하나의 화음을 이루며 멋지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방한한 뉴욕 씬의 총아들(스트록스)의 공연 시간과 겹쳤다는 것이 이 해사한 청년에겐 악재였나봐요. 공연 막바지에 결국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고, 저 역시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거든요. 물론 스트록스의 공연도 좋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어서 이렇게. (홈페이지를 들러 보기도 했는데 이 친구,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개고기나 독도... 그런 문제 때문에 걱정이 있었던 것 같군요-_-) 빨간 야구모자를 뒤집어쓰고, 피크를 이마에 붙이기도 하고, 귀여운 춤도 춰주고, 무엇보다 열창으로 가시는 임들을 붙잡으려했던 제이슨 므라즈의 앞길, 부디 창창하길.
 
청소년.예술.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믿을 수 없게 아름답고 엄청나게 슬픈 이야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우리는 잠든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곁에 있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한다. 바로 그 내일,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사랑한다 말하려 했던 그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사라져버릴 거란 사실을.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9.11과 독일 드레스덴 대공습을 소재로 한 이 소설에서, 정치적인 면을 들어내고 개인적 차원으로 내려와 '남은 자들의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러티브는 단순한듯 거미줄처럼 섬세하게 짜여있고 독특한 편집과 시각 효과 역시 인상적이다. 세 명의 화자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풀어놓는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란 쉽지 않지만, 작은 조각조각들을 잘 맞추어가면 가슴을 꽉 메워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지극한 슬픔과 마주할 수 있다.

9.11과 2차 대전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관점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아홉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알리바이를 마련한다. 소년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이제 더이상 세상에 '아버지는 없다'는 사실로 다가올 뿐이다. 무덤은 비어있고 아버지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 뿐이다. 
 
익숙한 누군가의 존재는 부재함으로써 더 무겁다. 그렇게 부재의 무게를 이고 사는 법을 아홉 살 소년은 힘겹게 배운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상처는 언제나 새롭게 아프기 마련. 우리는 모두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자들이기 때문에, 소년의 슬픔을, 소년의 아픔을, 먼 길의 끝에서 드디어 터져버린 소년의 눈물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 내가 있는 곳에 너는 없는가. 왜 네가 있는 곳에 나는 없는가. 곁에 있으나 서로를 보지 못하는 사랑, 끝내 보내지 못한 백지 편지, 비어있는 무덤, 자물쇠를 갖지 못한 열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을 꾹 다물어 보아도, 고통은 때로 시간을 이긴다.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 작고, 한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세상에 없다. 그리하여 언제나,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문제로 돌아올 뿐. 끊임없이 깁고 덧대어 성한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는, 그리하여 언제나 마음의 문제.
 
77년생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얼핏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이나 비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믿을 수 없게 아름답고 엄청나게 슬픈 이야기.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다섯 장의 CD와 DVD 박스 하나"
책과 달리, 음반은 7-8월이 비수기. 산으로 바다로 여행 떠나는 계절에 누가 음악을 듣겠는가. 특히 올해는 6월 월드컵의 여파까지 더해져 더더욱 신보 발매가 주춤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귀를 간지럽히는 나름 괜찮았던 앨범들은 꾸준히 있었으니.. 간단하게 코멘트해본다.
 

 
1. 테시마 아오이 - 게드전기 가집 : 애니메이션은 그냥저냥이었지만, 삽입곡과 여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이 10대 소녀의 앨범만큼은, 2006년 말까지 기억할 만한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이미 여기저기 라이브 동영상이 소개되면서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바,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 (솔직히 말하면, 얼마 전 일본에 놀러갔을 때 비싼 가격에 앨범을 사온 터라 조금 배가 아프다. 하지만 좋은 앨범이니 뭐...ㅠ.ㅠ)
 
2. Marc Anthony - Sigo Siendo Yo : 우리 나라에서는 리키 마틴의 아류 정도로 폄하되고 있지만, 마크 앤소니는 지금 가장 인기있는 살사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다. 이번에 발매된 스페인어 베스트 앨범은 영어 앨범은 비할 바 없을 정도의 뜨거움과 에로틱함으로 무장, 듣는 사람의 몸을 한없이 흐느적거리게 만든다.  이전 라이센스사 2002년에 되고 중단되었었는데 잊지 않고 발매해준 음반사 담당자에게 감사할 따름. 보답으로 이전 스페니쉬 베스트도 수입으로 하나 장만하겠습니다!
 
3. Patricia Barber - Mythologies : '이 음악을 들으면 파트리샤 바버에 중독되고 만다!' 라는 광고구를 보고 웃은 것도 잠깐. 한없이 깊고 처절한 이 앨범은 재즈의 범주에 넣기 애매하다 싶을 정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중독은 무서운 것. 덕분에 전작들을 열심히 거슬러 구입하고 있다; 이 앨범을 들을 때 <변신이야기>라도 같이 읽으면 느낌은 두 배! 무엇보다 cccd로 발표하지 않아 더욱 기쁘다. (왜 라이브는 cccd로 내서!! -_-)
 
4. Jessica Simpson - A Public Affair : 솔직히 말하면 3집 [In This Skin]은 별로였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이번 4집도 처음에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여러 사람 걱정시켰었다. 하지만, 모든 세상일이 그렇듯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 말랑하고 깔끔한데다가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작업한 곡들이 주는 기쁨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1번부터 5번까지 주루룩 이어지는 80년대 사운드의 홍수는...아아아! 개인적으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신보보다 더 자주 듣고 있는 앨범.
 
5. Panic! At The Disco - A Fever You Can't Sweat Out : 워너의 8월 주력 팝 앨범은 패리스 힐튼. 하지만 AMG에서 별 넷 반(!)을 받았다는 이 앨범은 곡마다 편차가 심해, 그냥저냥 - 조금 아쉬운 감도 있었다. 패리스에 집중하면서 묻혀버린 안타까운 앨범 중 미국에서는 난리가 난 패닉! 앳 더 디스코를 잠깐 소개할까 한다. 킬러스나 폴 아웃 보이를 좋아했다면 필청해야 할 음반으로 멜로디 감각은 두 앨범보다 한 수 위. ipod 같은 휴대용 기기에 담아두면 언제 어디서나 울적한 기분 한 방에 날려줄 것이라, 장담한다.
 
6. 중경삼림 + 타락천사 : 중경삼림. 이 영화 이후 통조림의 유통기한을 유심히 살피고, 왕비의 앨범을 주주룩 사모았으며 임청하가 나오는 영화라면 아무리 졸작이라도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왕가위라는 이름을 평생 존경심을 담아 부르기로 다짐했던 나에게 이 박스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알토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싶은 심정.
 
p.s. 마감(?) 을 지나 도착한 밥 딜런의 Modern Times와 015B의 7집, 그리고 Paul Weller의 더블 라이브 앨범 또한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왜 월말에 내서... 쯪쯪... 아쉽게 되었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여름엔 여행서를"
올 여름은 정말 더웠습니다. 실제로는 작년이 더 더웠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뭐 그렇습니다. 이번 여름도 여행서만 달고 살았습니다. 여름엔 밥이 잘 안 먹혀 면만 찾는 것과 같은 거겠죠. 매년 여름은 이렇습니다. 이번엔 5권을 찾아 읽었는데 뭐하나 빼기 섭섭할 만큼 다! 재미있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순서입니다.
 
아직 여권도 없고 해외여행도 가보지 않아서 다른 나라를 걸어 다니는 게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책을 읽는 내내 '언젠가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여기는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한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NO.1은 아프리카 서부 나미비아에 있는 붉은 사막. 검붉은 사막 위를 낙타가 걸어 다니는 몽한적인 느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막이 넓지 않아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안전하게) 존경하는 홍은택씨의 멋진 도전도 기억에 남네요. 젊은 나이인 제가 다 부끄러웠습니다.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여행서만 말하고 가면 섭섭하겠죠. 매년 발표되는 SERI CEO 추천도서가 올해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 좋은 책들입니다만, 이 책을 목록에서 발견하고는 매우 흐뭇했습니다. <경영.경제.인생 강좌 45편>... 누군가가 "빨리 읽으면 절대 안 되는 책"이라고 했다는군요. 동감입니다. 천천히 읽을수록 더 많은걸 발견하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심심하면 외국어를 공부해요."
남들이 다 욕한다. 만약 친구라는 놈이 "심심하면 정석수학을 봐."라고 하면 정말로 친구와의 연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쩌랴. 외국어담당 편집자여서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어디 좋은 곳에 가겠다는 심산도 아니다. 그저 내가 없는 다른 곳에서 쓰이는 말이 궁금한 것, 그 뿐이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본다면야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지만요. 그게 어디인가. 잡지화보 뺨치는 컬러풀한 편집과 배우급의 모델들 덕에 눈요기 톡톡히 하고 있는 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후에는 간단한 여행회화 정도는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저것만을 마스터하고 아주 약간의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권할 수 있는 다음 단계 시리즈이다. "저 시리즈를 모두 보고나면 유창하게 말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매우 죄송스럽지만 틀에 박힌 답만을 드릴 수밖에 없다. "하기 나름입니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면 허전한 주말을 채워주기에 이 시리즈가 최적격일 것이다.
학습대상자를 굳이 따지자면 취업대상자, 직장인 정도이지만, 비즈니스영어 전반에 걸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다. 비즈니스 영어를 분야별로 상세하게 나눠서 분권했기 때문에, 필요한 파트만 구입해서 봐도 된다.
 
그래도 주말이 못 견디게 허전하시다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 소담출판사
 
 
 
 
  
외국어.만화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옛날이야기 하나를 하겠다. 아무로 모르는 그 이야기를 지금 너한테만""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유년기의 우정, 결정적인 비밀과 그것을 공유하게 된 사람들사이의 긴장, 끊임없는 추측, 질투와 사랑. 무엇보다 그 순간 이후 마음껏 가까워질 수도 마음껏 멀어질 수도 없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열정>을 읽을 때처럼 누군가를 생각했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솔직했는지, 누가 누구를 더 좋아했는지, 누가 누구를 질투했는지, 그때 그랬다고 해서 그 진심들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는 건지, 혹시 서로에게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다 말할 수 없어도, 그 마음 다 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그렇게 말하듯, 나 역시 이 말을 꼭 담아두었다. 흔들리고 후회하고 화내더라도 마지막에는 이 말만을 믿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해두었다. '그 마음'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담고, 그걸 지키면... 서로에게 고마워할 날이 있을거라고 믿으면서.
 
사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는 <밤의 피크닉>만큼 섬세하지는 않다. 사건이 비일상적인 만큼 소소하고 살가운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 나는 이 작가가 초반부터 거침없이 집을 부수고 사람 몇을 죽인데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연민, 소중한 것들에 대한 소박한 옹호,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삶에 대한 애정, 이야기의 힘에 대해 말할 것임을 믿고 있다.
 
덧붙여, '내 맘대로 좋은 책' 마감처럼, '일정 준수'에 시달리는 팍팍한 날이면 종종 온라 리쿠의 책을 꺼내들 것 같은 예감도^^ 온다 리쿠라면 두고온 시간,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 그 풋풋한 마음을 언제든 되살려줄테니까. 그 마음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테니까.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이번에도 넷이라 죄송합니다"
 
혹시 '내맘대로 좋은책'을 계속 읽어오신 분이라면 기억해주실지도 모르겠다. 딱 1년전의 내맘대로에서, 나는 모험이라면 역시 사남매라고 쓰고, 아이가 넷인 가족을 찬미한 적이 있다. 아아, 1년이 흘렀어도 사람은 변하는 바 없어라. 나의 화두는 요즘도 넷이니 <팬더윅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이다.
 
  팬더윅스
  진 벗설 지음 / 지양사
 
  팬더윅 집안의 네 자매가 보내는 여름 한철의 이야기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여름 휴가지를 배경으로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포인트는 네 자매의 생활방식. 넷 서로
  간에 정해둔 갖가지 생활 방침들-언니들끼리의 한밤 회의라든가 언니라면 지켜야할 책임
  같은 것들-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책에 단점이 있다면 책이 끝날 때까지 막내의 이름이 '베
  티'인지 '배티'인지 모르겠더라,는 것 정도?!
 
지난 여름 이 이야기에 폭 빠진 나는 '역시 사남매보다는 네자매가 낫겠어'라고 혼자 끄덕끄덕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다음 달에는 독신생활을 찬미한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습니까?
 
편집팀장 이예린
(yerin@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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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1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격무에 시달리실텐데...아무때나 슬쩍 돌아오시라구요.^^

알라딘도서팀 2006-09-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진/우맘 님~ 너무너무너무너무 머쓱해요 힝 ;;

게으름뱅이_톰 2006-09-1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무때라도 돌아오시기만 한다면 감사하지요.^^

프레이야 2006-09-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특히 이예린님 반갑습니다.

chika 2006-09-1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을만할즈음 슬쩍,이지만 그래도 반갑네요;;;)
저도 어린이 담당이 바뀌어서 '어라?'했었는데... 팀장님 되신 이예린님, 괜히 더 반갑네요 ^^;;;;;;;;;;

마늘빵 2006-09-1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름과 함께 얼굴까지 보니 더욱 좋군요. ^^ 으흣.

별빛속에 2006-09-1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오셔서 반가워요. ^ ^

네꼬 2006-09-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내맘대로' 완전 환영입니다! 새 편집장님, 축하드려요. 히히힛. 그럼 다음 달엔 하나가 좋은 이유를 듣는 건가요? =^^=

알라딘도서팀 2006-09-1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니 마치 돌아온 탕아가 된 느낌이... 더욱 죄송하고 감사하고 민망하고 그렇습니다 ^^;;;

게으름뱅이 님, 배혜경 님, (생일주간이신) 치카 님, 아프락사스 님, 햇살박이 님, 고양이 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꼭 뵙겠습니당 ^^

starla 2006-09-1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재밌어요~ 크하하
세진씨 성화씨 바뀐 사진도 멋있구요~

bksea 2006-09-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번역가 김명남 님이시다!

paviana 2006-09-1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페이퍼를 왜 이제야 봤죠?
돌아와주셔서 느무느무 감사해요.
담달에 꼭 꼭 뵈요.ㅎㅎ

알라딘도서팀 2006-09-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명남 님 / 아, 혹시 중구 중림동 설문, 우리가 사랑하는 번역자 1위로 꼽히셨던 그 김명남 님이신가요? 반갑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얼굴로 승부하잖아요~

paviana 님 / 무안한 기분에 스리슬쩍 돌아왔거든요 ^^;; 다음 달에 꼭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starla 2006-09-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알라딘 편집팀은 미모로 뽑는...
가?
-_-

알라딘도서팀 2006-09-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뽑은 사람이 제일 잘 안다는 ;

낯선바람 2006-09-1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돌아와서 반가워요. 여름에 문득 '왜 요즘은 그 재밌는 내맘대로가 안 보일까' 한참 궁금했답니다. 어디다 물어볼 데도 없고... 읽을 책들 주룩 메모하고 갑니다. 감솨~

알라딘도서팀 2006-09-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사수자리 님! 감사합니다 ㅜ_ㅜ 다음 달에도 어김없이 찾아뵙겠습니다~

요다 2006-09-2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편집팀이 언제부터 자화자찬.. 자뻑의 대가였던가.. >.<
그나저나 예린씨의 날렵한 옆모습 반가워요~!

알라딘도서팀 2006-10-1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야 보고 답글을~
팀이 그런 게 아니고 뿔난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 거겠지요~ 저희도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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