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녀의 주위에만 다른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천성적인 활달함, 환경에 단련된 강인함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 있었다.-25쪽
선명한 푸른 하늘에 부드러운 비단구름이 살랑살랑 떠 있다. 저 구름이 되고 싶어, 하고 다카고는 생각한다. 이렇게 바람도 없는 날, 기분 좋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9쪽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차가 없고 경치가 멋진 곳을 한가로이 걷는 것은 기분 좋다. 머릿속이 텅 비어지고, 여러 가지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붙들어두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더니 마음이 해방되어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59쪽
우리의 '인생'은 아직 멀었다. 적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들의 '인생'은 시작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진학 고교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자에 들어가 있는 지금은 모든 점에서 대학진학 준비가 기본이 되며, '인생'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기껏해야 그 궁핍한 빈 시간을 변통하여 '인생'의 일부인 '청춘'인지 뭔지를 맛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다.-64쪽
바다는 언제나 경계선이다. 그 너머에 뭔가가 있어 이쪽 세계와의 사이를 차단하고 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가와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거품이 부딪치며 서로 얽힌다. -83쪽
지구는 둥글어서 그것을 누군가가 꼬옥 껴안고 있다. 수평선을 보면 언제나 그런 느낌이 든다. -83쪽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기대에 가득 차 있다.-105쪽
시간의 감각이라는 것을 정말로 이상하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순간인데, 당시에는 이렇게도 길다. 농밀하며 눈 깜짝할 사이였던 이번 한 해며, 불과 얼마 전 입학한 것 같은 고교생활이며, 어쩌면 앞으로의 일생 역시 그런 '믿을 수 없는'것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아마 몇 년쯤 흐른 뒤에도 역시 같은 말을 중얼거릴 것이다. 어째서 뒤돌아보았을 때는 순간인 걸까. 그 세월이 정말로 같은 일 분 일 초 마다 전부 연속해 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고.-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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