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알라딘 서재를 비운 건,

 일요일 오후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회사로 돌아와 밀린일 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두달전부터 기력이 무척 쇠해지시면서 치매증상을 보이셨고,

급기야는 병원에 입원하셔서 치료를 받는 중이셨다.

지난주 금요일 밤, 할머니가 의식불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온 집안 식구들이 남양주 할머니댁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손을 잡고 할머니를 불러봤지만 눈도 뜨지 않으시고, 그저 숨만 힘겹게 내뱉으시다가

일요일 오후에 임종하셨다. 팔순 생신을 딱 일주일 앞두고서.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수요일에 출근을 했지만, 몸과 마음이 몹시 뒤죽박죽이고 고단해서 도무지 일도 손에 안잡히고... 그렇게 몇일을 보냈다.

회사에선 지금 함께 일하는 팀장님이 9월까지만 일을 하시고, 곧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신단다.

여름부터 내게 이야기하셨던 거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니 이것도 마음 한켠의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약간의 구조조정이 있어 우리팀이 사실상 해체가 되면서 나는 다른 팀을 맡게 되었다.

지난해 했던 일의 연장이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전북 부안에 내려가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올해말까지 책 한권을 진행해야 한다.

애니웨이, 내게 9월은 이별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 곁에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굿바이.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6-09-2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 좋은곳으로 가셨기를. 제가 기억하는, 장지까지 따라갔던 유일한 장례식이 친할머니 장례식이었어요. 국민학교때인데, 할머니가 막내인 저희 아버지를 가장 사랑하셨고, 돌아가실때 되니, 저희집에 오셨다고 말할정도였지요. 동생 두살때였는데, 동생이랑 둘이 있다가 갑자기 조용히 돌아가셔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 동생만 임종을 지키게 되었었지요. 저를 제일 예뻐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에서 눈물 안 나오고, 엄마 아빠 우는거 지켜봤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도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듯. 나이가 들수록, 이별을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게 되지만, 그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은 더욱 크고 묵직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얼마 안 남은 9월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플로라 2006-09-2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고마워요... 나에게 온기와 애틋함을 나눠주던 사람의 빈자리는 더 묵직하게 오래오래 남아 몸과 마음을 일렁일렁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요....9월 잘 마무리하고 새론 맘으로 10월을 맞이해야죠...^^

2006-09-2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6-09-2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에요..

플로라 2006-09-2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감사합니다. 야발라바히야~^^

파비님, 감사합니다. 알라딘분들의 다독임 덕분에 설렁한 마음이 채워집니다.^^

moonnight 2006-09-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구. 맘이 허전하셨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플로라 2006-09-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감사합니다. 이젠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