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내한공연 제 1탄 <돈 주앙과 몰리에르>를 보고 왔다.

아아, 그 가슴벅찬 감동이 아직도 나를 들썩거리게 한다.

보리스 에이프만에 쏟아지는 찬사들, 과연 명불허전!!! 그야말로 '지저스 보리스'였다(나 오바쟁이~)!!

인간의 몸이 빚어낸 극한의 조형성, 유려하고 군더더기없는 무용수들의 테크닉, 벨라즈케즈부터 마크 로스코의 블랙페인팅 시리즈까지 연상되는 미학적 감흥으로 가득찬  무대미술...

러시안 발레니까 그 명성과 내공때문에라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이렇게 다채롭고 예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실험들을 완벽하게 구현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몰리에르의 삶과 그의 작품 <돈 주앙>을 엮어낸 <돈 주앙와 몰리에르>는 유쾌하고 재치있는 분위기 속에 예술과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정교하게 디자인한 작품이었다.

특히나 나의 시선을 끈 건 돈 주앙을 따라다녔던 레드 프리스트들!  베네치안 가면을 쓰고 빨간 사제복을 입은 발레리노들의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런 진부한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 ㅠ.ㅠ).  돈 주앙의 독무는 언제나 빛이 났고....ㅎㅎ  

아아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의 두 작품을 보고선 또 어떤 기쁨을 누리게 될까?

아울러 결정적으로, 이런 감동의 최고치를 누리게 된 건 정말 자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무대가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최상의 입지.  굳이 고개를 빼어들지 않아도 양측면까지 커버가 되더라. 

흠흠, 하이드님의 놀라운 선견지명에 그저 탄복할 수 밖에....ㅎㅎ

이 엄청난 공연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떠나야했을때 하이드님의 마음, 아아~ 상상하기도 싫다(나 다시 오바쟁이.....ㅋㅋㅋ)!!

하이드님, 서울로 컴백하면 제가 결초보은하리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 우유먹고 타이레놀로 일단 몸을 달랜 다음 공연을 보러 갔더랬다. 합정부터 역삼역까지 40여분. 퇴근시간 맞춰 나와서 공연시작전 거의 슬라이딩했다. ㅡ.ㅡ

약발이었는지 다행히 공연에 취해서 몸이 아픈줄도 모르고 커튼콜 타임엔 손바닥이 얼얼해질정도로 박수를 쳤다. 이건 정말 예술의 힘일꺼야~ 브라보!!

커튼콜에 많은 이들이 기립했다.  오오오오, 보리스 에이프만이 무용수들과 함께 등장, 열렬한 환호 속에 인사를 하러 나왔다. 저 통통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고난이도 테크닉으로 가득찬, 아크로바틱한 안무를 했다는거야!! ㅎㅎ

그러고보니 드가의 <발레 수업>에 등장하는 선생도 작고 통통한 할아버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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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5-3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흐흑. ㅜㅜ 그저 눈물만 흘리고 갑니다.

하이드 2006-05-3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려다가, 보리스 예이프만의 가장 큰 볼거리는 '볼거리' 입니다. 시각을 자극하는 안무들로 관객을 압도하지요. 저 자신 고전발레의 팬이긴 합니다만, 보리스 예이프만이나 매튜본같은 컴퍼니들에 환장합니다.
아주 반대의 맘이 동시에 드는데요, 못 봐서 아까워 죽겠다. 싶은 맘이랑,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맘이랑요. ^^
플로라님, 정말 , 제맘 알죠? 제가 보리스 예이프만 한국에 올때마다 티켓 오픈하자마자 네달전에 항상 사 뒀던 광팬이에요. 좋죠? 좋죠? 저만큼 좋아하시는 분이 봐서 다행이다 생각해도 되지요? ^^

플로라 2006-05-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압니다 알아요. 그리고 좋습니다. 좋아요...ㅎㅎ 하이드님이 광팬이 된 이유 100배 공감이에요...^^
고도로 정련된 테크닉과 회화작품을 보는 것 같은 풍부한 미감과 구조적인 성취까지...아아 정말 현란한 수식어가 아깝지 않더군요.^^
두둥~ 내일 작품이 몹시 기다려지네요... 하이드님과 만나 제대로 버닝모드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플레져 2006-05-3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문외한인 저도 몹시 끌리네요.

플로라 2006-05-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장성 페이퍼를 쓰려고했던 건 아니었는데...^^;;;
제가 워낙에 잘 감동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