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질 땜에 바지런

좀 늦은 분갈이였다. 모자란 화분을 사기 위해 퇴근길에 마트를 들렀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50미터쯤 걸었을 때 작고 얇은 봉투였던 바질 씨앗 챙기는 걸 깜빡한 게 떠올라 서둘러 갔는데 없....🙉🙊🙉💦 고객센터 가서 분실물로 씨앗 들어온 거 없는지 물어보는데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고, cctv 확인을 기다리면서 셀프 계산대였으니 못 챙긴 내 책임이지, 휴... 씨앗은 왜 사고 싶어 가지고. 그냥 가자 싶었다. 내 뒤에 온 다른 고객 짐에 딸려간 것만 확인하면 깔끔하게 포기할 텐데 그게 또 확인이 안 된다고 하고. 그런데 씨앗을 계산 없이 다시 주겠다는 통보를!

오늘도 감사한 하루🙏

바질이 싹 틔우고 먹을 만하게 키우려면 40~50일은 키워야 되는데 잘 키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헛똑똑이, 채소 잘 키울 수 있겠나.

바질 때문에 바지런 떨며 돌아다녀 오늘 밤은 숙면을 취하겠다. 꿈속에서는 그렇게 사라지지 마ㅜㅜ

사라진 바질 씨앗들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 너희들, 잘 살아야 돼🌱

김영사에는 가끔 뜬금없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또 내게 있고-,,-)a

『채소 가꾸기』(잘 먹고 잘 사는 법 시리즈 23)

초보자용 채소엔 바질이 없었다-,.-) 췟

꽃 핀 후 10일 만에 딸 수 있는 오이를 키웠어야 했나...

이 책의 저자 서명훈 님은 고려대에서 '상추'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다고... 웃으면 (안 돼) 앎의 세계는 무궁무진.

 

 

 

바질 심은 지 1주일 🌱

싹 난다~ 씐난다. 시시때때로 가서 본다. 싹이 나면서부터는 더.

아이 때보다 더 신기하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 키우는 분들은 더 그렇겠지.

식물에 빠져 식물 책을 더 사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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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잡아먹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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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나의 이성이 밉더라😑

그러므로 끊임없이 괴리와 모순을 논박하는 철학 하기는 정말 피곤한 일이다.

 

 

 

 

 

● 2020년 6월 내가 산 책(종이책)

이 달은 종이책과 e book 중 뭘 더 많이 사나 배틀 중이다.

 

 

📚 존 맥피 『네 번째 원고』(글항아리)

- 여기저기 보여서 넘 궁금한 책이었다. 사은품으로 준 네 번째 원고 글쓰기 노트는 무지 노트, 1200원,

고급스러운 양장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이럴 땐 독서가 더 즐겁게 시작된다.

 

 

📚 이소영 『식물의 책』(책 읽는 수요일)

- 스티커를 붙이는 self 커버인데 어떻게 붙여야 잘 붙였다고 소문이... 내가 그릴까도 하다가.

가지고 있는 여러 식물 책의 야생화 그림이랑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야생화 그림 예쁘네요😊 때가 잘 탈 거 같아 살짝 걱정도 되고.

 

사은품인 식물의 책 봄 에디션 손수건_귤(2,500원)

- 토끼풀 디자인이 내 취향이지만 귤 손수건이 모든 면이 달라 접으면 더 예쁠 거 같아서 이걸로 선택했다. 예상대로 무척 예쁘다😊💯 식물의 책 굿즈는 다 갖고 싶네요. 참 예쁘게 잘 만드신 듯.

 

 

 

 

 

 

 

 

📚 니콜 크라우스 『어두운 숲』

- '위태로운 결혼생활 속에서 소설 집필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년의 작가가 삶과 죽음, 자아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소재(한트케 단골 소재)가 눈에 띄어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열린책들)와 비교해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표지도 비슷ㅎ 그래서 『사랑의 역사』 이후 5년 만에 낸 『위대한 집』부터 읽지 않고 필립 로스가 격찬한 이 책부터 읽어보기로. 역시 좋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의 이혼과 그 여파는 『위대한 집』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두운 숲』 집필 중 이혼.

니콜 크라우스를 안 읽어봤다면 민음사에서 나와 오래 절판이었던 『사랑의 역사』는 꼭 읽어봐야 한다👍

 

 

 

 

 

 

 

 

 

 

 

 

 

가위눌림에 10분도 못 자고 일어나 오늘도 제대로 자긴 글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를 읽기 시작했다.

오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제가 바람이라는 건지 빗방울이 툭툭 페이지를 건드렸다.

왜가리는 정녕 뒷산에서 살기로 작정했는지 이젠 하늘에서 자주 보인다. 새라고 하기엔 너무 커서 볼 때마다 비현실적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어두운 숲이 있고 그 세계에서 태양과 비를 기다린다. 우리가 추구하는 현실이야말로 그에 대한 은유이자 헌신이다.

카프카라...

200페이지부터는 카프카 때문에 전력 질주로 읽게 된다. 카프카 이야기는 강력한 스포라 리뷰 쓰는 분들은 조심해야 할.

이 책을 다 읽었을 땐 비가 쏟아졌다.

『사랑의 역사』만큼 좋았다. 유대인 문화와 그것을 둘러싼 역사, 종교성, 갈등을 다루는 시대의식도 있어 노벨문학상 대열에 곧 진입하실 역량.

 

 

 

 

 

 

 

 

2주 된 바질은 1cm 정도 자랐다.

 

 

📚 에세이

금정연 『담배와 영화』

정지돈 『영화와 시』

- 일상 잡문보다 이런 주제가 있는 산문이 더 좋다. 한국 에세이는 당분간 안 사야지 하다가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끝말잇기로 진행하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는 재밌을 거 같아서 맛보기로 두 권 구매. 재밌다. 5권 유진목 시인 『산책과 연애』, 10권 이제니 시인 『새벽과 음악』도 기대된다.

양장본인데 탄력성이 있어서 오래 두면 휠까 봐 걱정되지만 가벼워 휴대성이 좋다. 두 권 들고 나와도 전혀 무겁지 않다. 두 권을 번갈아 읽는 재미도 쏠쏠^^

 

 

 

 

 

 

● 2020년 6월 내가 산 책(e book)

 

 

 

e book이냐 종이책이냐? 소모적인 논쟁이다. 둘 다 보면 된다. 독서엔 왕도가 없다. 목표(책) 정하고 어떻게든 읽으려는 노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읽겠지 하기보다 e book까지 활용해 지금, 전투적으로 읽어보자.

 

📚

슬라보예 지젝 『용기의 정치학』(다산북스)

- 지젝😉

알랭 드 보통 『불안』(은행나무출판사)

- 갑자기 읽고 싶어진 보통. 보통은 보통 그러했다. 생각보다는 평이했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 왕이 되려 한 남자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

- 없는 건 읽기 편한 e book으로 채우는 중.

 

김상욱 &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민음사)

- 궁금해서 급 구매.

B.W. 힉맨 『평면의 역사』(소소의 책)

-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완독 못하고 반납하고 참고할 거리가 꽤 있어서 e book으로 사버렸다.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김영사)

- 『타인의 해석』 읽고 역주행. 알라딘에서 김영사 90일 대여 이벤트 하길래 저렴하게 구매.

 

 

 

 

 

 

 

 

 

 

 

🎁 그 외 이 달의 굿즈들

🎀 본투리드 폰지 3단 우산 빨강 머리 앤 (4,500원)

- 빨강 머리 앤인데 빨강이 아니고 녹색ㅎ? 안이 밝은 녹색이어서 화사하다.

저번에 산 양면 우산 살이 자꾸 망가져서 속상했는데 이번엔 양면이 아니라 더 오래가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 본투리드티셔츠 Vol.4 어린왕자 카키(xs, 5,000원)

 

🎀 알라딘 양말 - 본투리드 긴목 양말 Vol.2(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00원)

 

🎀 색색의 지식 교양 미니 노트_ 레인보우(2,900원)

 

🎀 문학동네 시인선 사면 주는 사은품인 미니엘홀더는 실망스러웠다. 시집이 들어가다 마니 참 어정쩡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내 실망 값은 300원...

 

🎀 알라딘 에코백 - 피너츠 깅엄체크 백(베이지, 3,800원)

- 이 에코백은 들었을 때 훨씬 예쁘다. 여름엔 린넨 옷이 많으니 베이지 체크무늬로 선택.

알라딘 원두로 알라딘 리유저블 컵(기형도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해먹으며ㅎㅎ

머리에서 발끝까지 알라딘 굿즈로 살림살이-,.-)

aladdin, 신발도 만들지 그래요ㅎㅎ💦

실내화는 만드셨으니 휴대용 플랫슈즈나 캔버스화... 정 안 되면 플립 플랍? 여름용으로 딱이지요.

 

 

 



 

 

 

 

● 안의 책

 

세 권을 한꺼번에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된다.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

- 언제 읽나 하다가 e book이 나와서 드디어 완독했다. 아름다운 종이책으로 함께 못한 건 아쉽지만 e book이면 어디서 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장점도♡ 내 사랑 월리스😍  노승영 번역가 고생 많으셨어요ㅎㅎ

 

"마침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2018)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고 매슈 크로퍼드의 《당신의 머리 밖 세상》(문학동네, 2019)과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동아시아, 2019)을 작업하면서 그 속에 인용된 월리스의 글을 번역해본 적이 있었기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거절했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읽으면서 나는 김명남 번역가에게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한국어로만 읽어도 저자의 배배 꼬인 문장과 제멋대로 신조어와 적응하기 힘든 악취미를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난해한 원문을 이렇게 깔끔한 문장으로 번역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월리스 번역이야말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니까.

이 책의 문장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보자.

*

안티토이를 향해 후려친 공이 좌에서 우로 급격히 휘어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금 친 공을 뒤쫓아 달려가려고 했지만 내가 친 공을 뒤쫓아 달려가려고 했을 리는 없었던 광경이 기억나는 듯도 하지만, 허벅지가 묵직하고 부드럽게 밀어 올려지고 공이 반대로 휘어 내게 다가오고 내가 공을 지나쳤다가 수평의 네트 위로 공중의 공을 때리고 땅을 한 번도 디디지 않은 채 12미터 위로 만화처럼 치솟아 허공에 검불과 오물이 널려 있는데 안티토이와 나는 둘 다 맹세컨대 15미터를 날았거나 빙글빙글 날려 한 코트 너머 동쪽 끝 펜스에 하도 세게 부딪혀서 펜스를 반쯤 쓰러뜨려 45도로 기울이고, 안티토이는 망막이 떨어져 나가 여름내 카림 압둘 자바풍의 근사한 고글을 써야 했고, 펜스는 냄비에 맞은 남자의 얼굴 자국이 냄비에 찍히는 만화에서처럼 몸뚱이 모양으로 두 군데가 파여 포수 마스크 두 개가 되고, 우리는 둘 다 얼굴과 몸통과 다리 앞쪽에 펜스 자국이 사각형으로 깊게 파이고 여동생은 우리가 와플처럼 보인다고 말했으나 우리 둘 다 중상을 입지는 않았고 누구의 집도 파손되지 않았다.

한 문단이 아니라 한 ‘문장’이다. 저런 문장이 한둘이 아니다. 위에서 보듯 월리스의 전략은 여러분 두뇌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문장을 써서 과부하를 일으킴으로써 비판적 독해에 필요한 연산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배배 꼬인 문장을 해독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한 여러분의 두뇌는 달콤한 것을 갈구하기에 (곁에 마카롱과 흑당밀크티가 없다면) 월리스의 달짝지근한 다음 문장을 게걸스럽게 흡입한다. 월리스의 불순한 의도를 뻔히 아는 나로서는 한국 독자들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고 경고하고 싶지만, 그의 문장을 번역하다 보면 나도 그만 몽롱해져 번역자의 본분을 잊고 만다. (그의 기나긴 영어 문장을 기나긴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하면서 사디스트적 쾌감을 느꼈다는 말까지는 차마 못 하겠지만.) 세상에 정의라는 게 있다면, 번역자가 힘들었던 만큼 독자도 힘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 2020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전자책으로 사 버렸다. 김상욱 부분은 유명 작품의 해석이라 좀 심심하고 유지원 저자는 새롭다. 이미지가 많고 이 책의 폰트 미학을 음미하려면 종이책이 더 낫지만 빨리 읽으려면 어쩔 수 없던 선택😅 반 정도 읽었다.

 

 

 

📖 오스틴 라이트 『토니와 수잔』

- 톰 포드 《녹터널 애니멀스》영화 못 봤는데, 최근 본 소설 중 가장 흡입력 있다. 이런 몰입감은 최근 조이스 캐롤 오츠 『카시지』(2019, 문학동네)에서 느꼈는데 그보다 더 빨려 들 듯 읽었다. 기분 처질 땐 역시 스릴러 소설! 결국 밤새우고ᅮᅮ...

 

"그녀는 원고를 내려놓았다. 이제 와서 독서를 중단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지만 그만 읽고 자야 할 시간이다. 독서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다르니 인생에 불쑥 끼어든 이혼처럼 독서도 또다시 고통스럽게 중단됐다. 수잔같이 할 일이 많은 사람은 밤새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리고 결말을 보기 전에 독서를 멈춰야 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낫다."

 

 

 

 

📖 버트런드 러셀 『러셀 서양철학사』(2019, 을유문화사)

- 러셀의 이 책이 e book으로도 나와 완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읽어도 20% 정도 읽는다. 러셀의 명쾌한 분석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말하려는 철학은 신학과 과학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의 계보를 따라 읽어 나간다면 자기만의 비판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철학자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짚는 이 책이 더 돋보이는 건 철학사 책 중 가장 현대적인 문체라는 점이다. (이 학문에 흥미를 느낀다는 전제 하에서) 고루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분량과의 싸움이 관건.

 

 

 📖  유홍준 『喪家에 모인 구두들』(2004, 실천문학) : 절판.

이성복 시인의 서정성과 비교된다. 긍정적인 뜻에서. 유홍준 시인의 데뷔 시집인데 이 시집은 꼭 다시 나와야 하는 시집이다. 단어를 어렵게 배치하지 않아도 문장의 울림이 크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님 아님)

 

 

 

 

 

 

 

 

● 바깥의 책

 

 

📚 휴대폰 보며 걷기 vs 책 보며 걷기

우리는 혼자일 때 외로움과 불안만이 아니라 취향을 더 발산한다. 마주 오는 사람 3명 중 1명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 혼자라면 특히 그렇다. 눈치껏 전방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주 오는 사람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가끔 피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앞을 향해 간다. 그때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똑같다. 이토록 비슷하고 은근히 파괴적인 인간이 관계를... 늘 의문이다.

 

그들은 늘 휴대폰을 보고 있다. 나는 늘 책을 보고 있다.

(음료 제외) 먹으며 걷는 사람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취향이 모이는 자리인 문화는 항상 이상했다.

※ 걸으면서 책을 볼 땐 30미터 앞으로 사람이 얼마나 있나 확인하고 장애물이 없는 직선 보도에서만 봅니다. 횡단보도 대기할 때가 가장 적당.

 

 

 📖 아미르 D. 악젤 『수학이 사랑한 예술』(2008, 알마) : 품절

『수학 미스터리, 니콜라 부르바키』(2015, 알마)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절판이다. 니콜라 부르바키라는 수학자가 20세기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알마출판사 간판 스타인 올리버 색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책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이다. 우리는 삶을 종종 그리 말하면서도 악착같이 산다. 단지 생존 본능이라고 말하기엔 이 과정엔 많은 秘義, 悲意들이 있다.

📚 유종인 『아껴 먹는 슬픔』(2001, 문학과 지성사)

-"슬픔에 비 맞아 가는 것도 / 다 구경인 세상이듯이"(「아껴 먹는 슬픔」)

 

 

 

 

 

 

 

 

 


공원에서 독서하기 어려운 점은 한산한 시간대를 골라 돗자리 같은 필수품을 챙기지 않으면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고 이곳 특유의 소음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거다. 간간이 등장하는 인물이 트로트 음악, DMB 스포츠 방송을 틀어대기 때문에 예상외로 조용한 독서가 쉽지 않다. 하이톤으로 불분명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괴성, 중년 여성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는 왜 새소리처럼 좋아할 수 없을까. 데시벨은 비슷한 거 같은데 미스터리. 내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긋한 목소리 톤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목소리도 내용은 독설적이더라도 영국 특유의 나긋함이 있다. 미국 예술가의 나긋함 대표는 앤디 워홀ㅎ?

 

 

"베이컨은 예비 드로잉이나 스케치 없이 회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우연과 운에 천착했던 그의 기질과 관련이 있다. 베이컨은 우연이 작동하는 중에 더 깊은 개성이 전달된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가장 유익한 우연은 그림을 어떤 식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극도로 절망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절망으로 인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망이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베이컨은 도박을 좋아하지만, 삶이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삶이란 가능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ㅡ 미술평론가 유경희

데이비드 실베스터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2015, 디자인하우스)

 

 



📚 책 보며 걷기 - 읽는 건 분위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또 공원을 갔다.

트랙에서 책 읽기는 안정적이지만 앞지르려는 운동가들의 액션과 숨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그들 입장에서는 왜 여기서 책을 읽고 난리야! 싶을 거다. 여기서도 휴대폰 보는 산책자와 조우한다. 결국 주제를 알고 500미터도 못 읽고 이탈했다.

공원에서 가장 조용하고 좋아하는 장소인 연못에서 어제 만난(?) 왜가리를 또 봤다. 어제 귓전을 스쳐가 얼마나 놀랐던지. 왜가리는 여름철 텃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공룡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함이 있다.

너를 해칠 맘이 없다는 걸 전하는 건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 모른 척 하기. 우리는 왜이리 이상하게 살아야 할까.

오늘은 '왜가리는 숲속에서 왜가리 놀이를 한다'는 이수명 시인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같은 상황. 나는 왜가리도 아닌데 숲을 떠나지 못하고.

김성모 화백의 명대사 "왱알앵알"을 읊고도 싶고.

덥군.



 

 

 




난 이 시집의 리뷰를 이렇게 시작한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아도 될 슬픔은 무엇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품는 슬픔은 그러므로 불멸이다. 꽃잎의 붉고 노란 경계가 그들의 세계를 확정하듯이 우리의 작은 입과 눈과 손은 저마다 기쁨의 경계였고 스스로 넘을 수 없는 슬픔의 결계였다.

 

 

 

 

 

 

 

 

 

 

 

 

 

 

모기에게 7방 물리고 공원에서 급 후퇴💦

공원에서의 독서는 늘 변수가 많고, 안팎으로 다가갈 것들은 너무나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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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6-13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존경스럽고도 경이로운@_@;;; 독서생활이십니다. 뱅글뱅글@_@;;;

정신차리고-_-

바질을 40~50일이나 키워야 하나요? 저는 백화점에서 에코 기프트로 받아서 한달키우고 잘라먹었어요ㅎㅎ 맛있는 바질비빔밥ㅎㅎ;;; 분갈이처럼 정성이 들어간 행위는 역시나 하지 않았어요ㅎㅎ;; 먹을 자격이 없었네요ㅜㅜ;;;

녹색우산이 예뻐서 부러워합니다. AgalmA님의 독서는 실로 어마어마^^ 따라할 엄두도 못 내고 존경만 합니당^^

AgalmA 2020-06-13 18:25   좋아요 0 | URL
모아놓으니 그리 보이는 거지 저도 하루하루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뿐인 걸요^^;

바질을 씨앗부터 키운 건 이번이 처음인데 키운지 2주나 되어도 꼬꼬마라 2주는 더 키워야 될 거 같은데요.
바질 비빔밥 2주 뒤면 되려나요. 이렇게 아껴 키우고 먹을 생각하면....먹고 사는 건 언제나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산이 이젠 거의 품절이던데 나름 선택을 잘했다 싶습니다.
존경은요; 그러지 마세요^^;;

겨울호랑이 2020-06-13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철학사 중에서는 재밌게 쓰여진 책이지만, 가열찬 독서를 하기에는 은근 어려웠는데, AglmA님께서는 진정으로 즐기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AgalmA님의 페이퍼의 분량이 점차 벽돌책 수준으로 두꺼워지고 있음을 절감하는 요즘읍니다.^^:)

AgalmA 2020-06-27 07:34   좋아요 1 | URL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책을 가열차게 읽으시는 분으로 저는 겨울호랑이님을 빼놓을 수 없는데 무슨 말씀이시죠?ㅋ?);; 저야말로 꾀부리며 이 책 저 책 요지경을 만들고 있는 중생놀이중인뎁쇼; 매일 기록을 남기는 건 즐겁지만 이렇게 모으는 일은 생고생입죠...에효;

파이버 2020-06-13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질 새싹 너무 귀여워요 부디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합니다 왜가리는 늘 멀리서만 봤는데 생긴것도 참 공룡같군요! 더워지는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AgalmA 2020-06-27 07:38   좋아요 1 | URL
우리 동네에서 이 계절을 나기로 했는지 이 왜가리를 종종 보는데 날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참 비현실적입니다. 먼 옛날 시조새 같은 게 지구의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건 더 상상이 안 될 정도로요.
바질이 쑥쑥 자라서 이제 열심히 잡아먹고 있는데;;; 미안해하며 맛있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6월 마지막 주말 평안히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2020-08-20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8-23 22:31   좋아요 0 | URL
^^; 공원 가면 손부터 발끝까지 정신없이 공격을 받아서 끊임없이 움직여야되죠.
요즘은 덥고 비도 자주 와서 실내 독서가 최적이고요. 바람 좋고 볕 좋은 가을 도전해 보시죠^^/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_2020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제 취향은 과테말라 엘 소코로보다 이쪽이네요. 예가체프 같은 꽃 향과 단맛이 개성적이에요. 설명에 나오는 체리의 맛이 틀린 소리는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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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2020)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강하지 않은 향과 신맛, 단맛. 부드러움은 최강. 차가울 때도 뜨거울 때도 변함없이. 외유내강 커피입니까. 신기한 맛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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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바다출판사, 2020)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안 읽을 수는 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한 권만 읽고 끝날 수 없는 작가!

월리스의 글 특징을 "시대에 뒤떨어진 괴팍한 늙은이로 보일 만큼 깐깐하게 굴면서까지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려고 하는 태도, 그러면서도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는 태도"로 독자에게 통렬한 즐거움을 안긴다고 말한 토머스 벨러의 평에 적극 동감합니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2018)을 펼쳤을 때처럼 심드렁하면서 집요하고 재밌는 그의 시선과 문장이 격하게 좋습니다. 이 삼 박자가 어우러지기 쉽지 않죠. 심드렁한 문체는 어지간한 독자가 같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고, 집요하기만 하면 글이 지루하고 늘어지기 쉬워 재미를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내게 그는 에세이의 왕!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국내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첫 단편)에서 취재차 오른 호화 크루즈 디너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 차림이었던 것처럼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첫 단편)에서는 일리노이주 축제장 취재를 가 정장과 골프 셔츠와 유럽 슈트 차림인 남자들 속에서 "이 안에서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하고 있네요😅😁😅

 

 

 

 

 

 

 

 

 

 

 

 

📘 옌스 페테르 야콥센 『베르가모의 페스트』(열린책들, 2020)

- 알베르 카뮈 『페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궁금할 제목이죠.

이 작가는 19세기 덴마크 자연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데, 릴케와 토마스 만, D. H. 로런스, 프로이트, 음악가 쇤베르크 등에 영향을 줬다니 더 기대되지 않겠어요^^

 

 

 

 

📘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책세상, 2013 초판 3쇄)

- 베이트슨(1904~1980)은 유전학의 기초를 마련한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의 아들이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물학 전공,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공두뇌학, 유전학, 정신의학, 병리학, 생태학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라 그의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의 논문을 모아 1972년 출간한 이 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해 환경 운동과 캘리포니아 뉴에이지 그룹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만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ㅜㅜ

 

 

 

 

 

 

📘 페터 한트케 『시 없는 삶』(읻다출판사, 2019)

- 노벨문학상 영향인가요, 우연히 이리 된 것인가요. 한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작가가 아니라서 그의 시집이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출판사는 우연이었다고 하던데 오우, 대박~

그의 소설을 모두 합친 것 같은 분위기, 한마디로 한트케 풍이라고 할까요? 그의 소설이 시로 변환된 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의 소설 중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과 가장 흡사합니다.

 

 

 

📘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안그라픽스)

- 2007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2017년에 14쇄. 지금이면 16쇄는 넘어갔을 듯. 이 정도면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죠. 그런데 난 왜 아직까지 못 읽었나-,,-) 이제 읽을라고용.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열린책들, 2020 리커버)

- 책이 있는데도 굳이 산 것은 1차 사은품이었던 어린 왕자 구슬램프(4,200원)와 다른 포즈인 '서 있는 어린 왕자' 2차 사은품이 취향 저격을! 책에 수록된 원작 그림과 흡사해서 수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T^T

리커버 디자인이 한 손에 쏙 들어오고 귀여운 맛이 있어요. 어린이가 들고 있으면 더 귀여울 듯ㅎ

새로 나온 어린 왕자 클립도 살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ㅜㅜ

 

 

 

 

 

 

 

 

 

 

 

 

 

(※ 동영상은 웹에서만 볼 수 있나 보네요. 북플에서는 안 보여요.)

 

 

지금 알라딘에서 열린책들 브랜드전 하지요.

 

 

 

열린책들 사면서 받은 장 자크 상페 그림의 <승부> 유리컵 예쁩니다. 집에 없는 온 더 록 잔^^

 

 

 

🎁 그 외 알라딘 굿즈

 

 

🎀 본투리드 티셔츠 Vol.4 어린 왕자 화이트(S, 5,000원)

- 안 이쁘다고 투덜댔지만 안 사긴 또 아쉬운 시즌 굿즈. 어린 왕자 마크가 가장 예쁜 걸로 구입해봤습니다. 얇은 여름용인데 곧 변색될 거 같은 느낌ㅎ; 올 한철만 입을 게 아니라면 흰색 사는 건 추천드리고 싶지 않군요.

S 사이즈도 상당히 넉넉하니 여성분은 프리하게 입자고 M 사이즈 사면 망합니다ㅎ! 타이트하게 입고 싶거나 44~55 정도 되는 분은 XS 사이즈 사셔도 돼요.

 

 

 

 

 

 

 

 

🎀 우드 스틱 북마크 모비딕(2,500원)

- 1,500원 정도가 적당할 거 같은데 비싸다고 생각. 문득 아이스크림 바를 리폼이나 해볼까 생각도-,,-)a

 

 

 

 

 

 

 

 

 

🎀 피너츠 북엔드(스누피와 우드스탁, 1,000원)

- 집에 온통 알라딘 북엔드😄

 

 

 

 

 

 

 

 

 

 

 

🎀 본투리드 에어팟케이스+키링(아크릴. 마크 트웨인과 밤비노, 3,000원)

- 케이스보다 키링이 더 예뻐서 구매.

 

 

 

🎀 알라딘 원두 4월 신상이었던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를 맛보지 않을 수 없어 사고, 콜드 브루 헤밍웨이도 두 병째 구매.

🎀 본투리드 스티키 북마크 죄다 품절인데요. 이리 된 지 꽤 됐는데 왜 빨리 수급이 안 되는 거지요? 결국 포스트잇 플래그로 구매.

 

 

 

 

 

 

 

 

 

 

 

몇 년 만에 만난, 책 안 보는 녀석에게 문장이 적은 책 선물로 뭐가 좋을까 하다가 비닐 안 뜯은 📘 허먼 멜빌(원작), 크리스토프 샤부테(각색, 그림) 『그래픽 노블 모비 딕』(문학동네)을 선물로 줬습니다. 최근에 획득한 모비딕 우드스틱 북마크도 같이 줘서 모비 딕 굿즈가 줄었어요. 흑흑. 이러려고 굿즈 모으면서도 아쉬운 건 아쉬워. 예상대로 녀석은 모비 딕을 완독하지 않았더군요. 다 보고 중고로 팔면 영화 한 편 볼 값은 나올 거라 했어요. 책은 이러저러 유용하다니까요ㅎ 금본위제가 아닌 책본위제 생활자;

보내고 아쉬워서 중고도서로 다시 샀는데 알라딘 중고도서 수급은 정말 놀랍습니다. 내가 사길 기다렸군😅 혹시나 해서 신청한 중고도서 알림으로 단 이틀 만에 만났습니다.

비닐이 없어서 접근하기 쉬워졌습니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비닐 래핑 책은 뜯기 아까워서 한참 놔두기 때문이죠.

반려동물 없는 독서가라 모비 딕 실리콘 북램프를 쓰담쓰담 하며 책 읽는데 이게 은근 기분 좋아요😚

🐳🐳🐳🐳🐳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확실성에 관하여』(책세상, 2019년 8월 초판 6쇄)  새 책으로 재영입. 한때 품절이더니 이제 정상 재개군요.

알라딘은 굿즈 맛집에 이어 ☕ 알라딘 커피로 원두 맛집도 되었다. 매달 신상이 나오니 다른 데서 살 일이 없어요. 집에서 먹는 커피가 더 좋아 나갈 일이 더 없고요.

우리 집이 도서관이고 카페ㅎㅎ

 

 

 

 

 

 

 

 

 

 

우연히 youtube에서 50대 미혼 생활을 담은 미쓰리 tv를 보고 비혼 문화에 대해 생각하다 에스터 페렐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결론의 장벽 중 하나인 불륜을 본격 다룬 책이죠. 많은 것들이 그렇듯 결혼을 낭만주의로 접근할 때 깨어지기 쉽죠. 결혼의 이유만큼이나 경제적 자립, 관계의 피곤함 등등 비혼의 이유도 타당 혹은 당당해지고 있어요. 소비사회 문화로 더욱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않으면서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운운한다면 그의 사랑은 반드시 실패할 겁니다.

 

 

1.

“널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역사상 이 두 말은 함께 쓰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낭만주의가 대두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결혼의 의미가 재정립되었다. 결혼은 경제 단위에서 동반자 관계로 서서히 진화했다. 이제 결혼은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 사랑과 애정을 토대로 한두 개인 간의 자유로운 계약이 되었다.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우리는 더 자유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외로워지기도 했다. 개인주의가 서구 문명을 무자비하게 뒤덮었다. 현대의 삶에서 점점 커져 가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 위해 배우자 선택에 낭만적 염원이 스며들었다.

2.

불륜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망 없는 낭만주의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매력과 사랑에 기반한 결혼은 물질적 동기에 기반한 결혼보다 훨씬 깨지기 쉽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변함없이 이어지는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기반한 결혼은 변덕스러운 인간 심리와 배신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더욱’ 취약하다.

나와 상담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행복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잔인한 운명의 장난인지, 그 결과로 생겨난 의식이 원인이 되어 오늘날 외도와 이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결혼이 사랑과 열정을 담보해 주지 않아서 바람을 피웠다. 오늘날 사람들은 결혼이 마땅히 주어야 할 사랑과 열정, 온전한 관심을 주지 못해서 바람을 피운다.

나는 매일 사무실에서 현대 결혼 관념의 소비자들을 만난다. 이들은 상품을 사서 집에 들고 온 다음 상품에 결함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수리점에 찾아가 박스 겉면에 붙은 사진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관계에 대한 자신의 염원(관계에서 얻고 싶은 것과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낭만적 이상이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과 충돌하면 화를 낸다. 이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깨어난 뒤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3. 낭만 소비주의 시대

“욕구 충족이 안 되고 있어요.” “이 결혼은 더 이상 저랑 안 맞아요.” “전 이런 것에 합의한 적 없어요.” 상담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불만들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 빌 도허티Bill Doherty가 말했듯 이 발언들은 “개인의 이득과 저비용, 권리, 손해 보지 않으려는 태도” 같은 소비주의적 가치를 관계에 적용하고 있다. 도허티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헌신적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지만, 우리 내면과 바깥에서 들려오는 힘 있는 목소리는 결혼 생활에 필요하고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한다.”

소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움이다. 애초부터 상품은 곧 한물간 구식이 되도록 제작되는데, 그래야 새 상품을 갖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커플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더 좋고 더 새롭고 더 생기 넘치는 것을 약속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불행하기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행복할 수 있기에 이혼한다.

이제 사람들은 즉각적인 만족과 무한한 다양함을 자신의 특권으로 인식한다. 이전 세대는 삶에 희생이 따른다고 배웠다. “원하는 걸 다 가질 순 없어”라는 말은 반세기 전에는 타당했지만 지금 35세 이하 인구 중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좌절의 경험을 악착같이 거부한다. 당연히 독점적 관계에 따르는 구속은 패닉을 불러온다. 선택지가 끝없이 펼쳐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포모FOMO로 괴로워한다. 포모FOMO는 밀레니얼 세대인 내 친구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좋은 것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뜻한다. 이 두려움은 우리를 ‘쾌락의 쳇바퀴’, 즉 더 좋은 것을 향한 끝없는 추구로 몰아넣는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다시 기대와 욕망이 차오르고, 행복하지 않게 된다. 스와이핑 문화(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겨 가며 데이팅 앱에서 상대를 고르는 문화-옮긴이)는 끝없는 가능성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횡포를 가한다. 즉시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으면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교하고 책임감이 낮아지며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서구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간관계 또한 생산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바뀌었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결혼이 “하나의 제도에서 감정을 바치는 행위로,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통과의례에서 어떠한 감정 상태에 대한 내적 반응”으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더 이상 동사가 아니다. 사랑은 끝없는 열정과 심취, 욕망을 나타내는 명사다. 이제 관계의 질은 곧 경험의 질이다. 함께 있을 때 따분하다면 안정적인 가정과 높은 연봉, 말 잘 듣는 아이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 영감을 얻고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관계의 가치는, 즉 관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는 관계가 경험에 대한 갈증을 얼마나 잘 채워 주느냐에 달렸다.

현대의 외도 이야기는 바로 이 자격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오늘날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욕망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욕망을 추구하는 게 마땅하다고(추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꼬박꼬박 챙겨 읽는 《Axt》. 2020. 5. 6 이번 호 키워드는 '백신'

 

때가 때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시대 분위기, 존재론적 물음, 페미니즘이 잡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1.

"영화가 의학의 곁에서 바라보는 순간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명을 가지는 동안 그 몸이 보여주는 이상(異常)한 운동입니다. (중략) 두 번째는 죽은 다음 시체를 자르거나 나누고 분리해낼 때 영화는 곁에서 근육과 뼈, 심장, 창자, 뇌수를 냉담하게 지켜봅니다. 하지만 세 번째, 방금 말한 생명이 몸을 떠나가는 순간, 그래서 시체로 옮겨가는 순간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중략) 이 과정에서 의학과 영화는 서로 반대의 방향에서 동일한 일을 했습니다. 의학이 생명을 관찰하기 위해서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동안 영화는 몸을 관찰하기 위해서 생명을 의학이 마음대로 다루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저는 의학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에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영화는 몸을 관찰하기 위한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그 거리에서 과학적 거리와 도덕적 거리는 얼마만큼 멀리 있고 또한 가까이 있는가. 만일 이 질문이 성립한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게 그 거리는 동시에 과학적 거리이자 사회적 거리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영화는 그 거리에서 생명에 대해 지니는 거리만큼 죽음에 대해서 다루는 거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같은 말을 한 번 더 한다면 과학과 도덕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영화는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가.

그러므로 결국 마스크를 찍는다는 문제는 몸에 관해 가져야 하는 과학과 도덕 사이에서 그 영화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로 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다르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트래블링은 도덕의 문제이다.” 그 말에 용기를 얻고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집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동시녹음은 도덕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화가 몸과 맺는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처럼 문학의 대답이 궁금해집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문학에서는 무엇이 도덕의 문제입니까."

ㅡ 정성일 <도덕의 문제>

 

2.

김성중 <우리는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줄 수 있을까>를 읽고 인간이 인간에게 백신이 되는 것을 그린 옥타비아 버틀러 「저녁과 아침과 밤」( 『블러드 차일드』 수록 단편)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3.

"만일 내가 파라노이아 같은 망상증이나 편집증에 시달리는 환자였다면, 지난 2월 18일 31번 확진자의 출현 이후, 두 달여 동안 나와 타자의 경계선은 더더욱 분리되었을 것이다. 약간일지언정 상상의 병을 앓지 않은 자 누구일까. 왠지 늘 미열이 있는 것 같고, 몸이 늘 아픈 것 같고, 이상하게 슬프다. 불행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는 않고, 예전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환희는 온데간데없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은 서로 다른 자가 아니라 같은 자이다. 이들의 체세포 분열은 어디서 오는가?

‘휴브리스(Hubris)’. 자만심? 아니, 경계를 넘는 과도함이다.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될 영역을 넘어간 자들의 죄명에 붙여지는 이 값진 그리스어는 가령, 루비콘을 ‘넘은’ 카이사르보다 인도의 나체 수행자들을 보고 말의 머리를 돌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서 더 큰 위대함을 보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알렉산드로스를 이상적 모델로 가슴에 품었던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은 넘었으나 로마라는 절대 영역은 끝내 입성하지 못한, 아니 안 한 이유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그의 ‘휴브리스’ 원죄로 ‘괴물’을 탄생시켰다. 내적 분열은 과도함이 빚어낸 파생적 결과이다. 분열로 반영을 갖게 된 이 두 존재태는 가학자와 피가학자로, 창조주와 창조물로 끊임없이 서로를 증오하고 공격한다."

ㅡ 류재화 <전이 공포와 휴브리스 경고: 프랑켄슈타인과 프로메테우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4. 작가들은 의뢰가 들어올 때만 소설을 쓴다 & 왜 여성 작가에게만 육아의 어려움을 물어보는가, 이 두 이야기가 오롯이 남은 김미월+손보미의 인터뷰

 

5. 이번 호에서는 인상깊은 칼럼은 없었고 백가흠 『아콰마린Aquamarine』(2회) 소설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한국 사회 분위기, 미제 사건을 잘 반영하고 있다. 어떤 결말을 만들지 기대됩니다.

 

 

햇빛🌞 좋아 데리고 나온 올리버 색스 『모든 것은 그 자리에』(알마출판사)

그가 탐구쟁이가 된 일화들이 펼쳐집니다.

📖 도서관 예찬

"나는 선천적으로 수동적인 게 싫었고, 매사에 능동적이라야 직성이 풀렸다.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좋은 학습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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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도서관은 뭐니 뭐니 해도 내가 다녔던 퀸스칼리지 도서관이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서관 건물 자체는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한 것으로, 난방용 파이프와 선반이 뒤엉켜 있는 지하의 미로에는 방대한 지하 장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인큐내뷸러incunabula라고 불리는 고서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다니!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특히 뒤러의 코뿔소 그림을 포함해 경이로운 판화 삽화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스너의 《동물의 역사Historiae Animalium》(1551)와, 아가시의 네 권짜리 화석어fossil fish 전집에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다윈의 저서 원본을 구경한 곳도, 토머스 브라운 경의 저서들(《의사의 종교Religio Medici》 《호장론Hydriotaphia》 《영혼의 정원The Quincunciall Lozenge》)을 모두 발견하고 곧 사랑에 빠진 곳도 그곳이었다. 브라운 경의 저서 일부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 화려한 언어란! 간혹 브라운의 ‘고전古典 실력 뽐내기’가 지나치다 싶으면,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소설로 갈아탈 수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책들은 물론 모두 초판본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선호하는 19세기 서적들에 둘러싸여 성장했지만, 대학생이 된 뒤에는 퀸스칼리지 도서관의 카타콤베에서 17~18세기의 존슨, 흄, 포프, 드라이든 문학에 입문했다. 그 책들은 (특별히 자물쇠가 채워진) 희귀본 코너가 아니라 평범한 서가에 진열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열람이 가능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책들은 처음 출간된 이후로 줄곧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역사와 모국어인 영어에 정말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퀸스칼리지 도서관에서였다.

나는 1965년에 뉴욕으로 처음 이사했는데, 끔찍하리만큼 비좁은 아파트를 얻는 바람에 글을 읽거나 쓸 공간이 거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냉장고 위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팔꿈치를 엉거주춤 치켜든 채 첫 책 《편두통》을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널따란 공간을 간절히 원했는데, 때마침 내가 근무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도서관에 그런 공간들이 많았다. 나는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한참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간간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가와 선반 사이를 이리저리 누볐다. 나는 아무 곳에나 내키는 대로 시선을 던졌는데, 그러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고는 ‘이게 웬 횡재냐’ 하고 쾌재를 부르며 내 자리로 가져오곤 했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패턴도 이런 식인 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두 시간도 안 지나 천둥번개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날씨 이거 뭐여💦

 

 

 

 

 

 

 

 

 

 

 

 

 

비 그치고 시를 읽읍시다.

최승자 『기억의 집』(문학과 지성 시인선 78, 1989년 초판 발행)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는 「희망의 감옥」

"저 혼자 자유로워서는 새가 되지 못한다"

이상한 역설이지만 이상하게 수긍되고.

사진 찍다 시집이 휙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는 확신. 비 그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듯 시를 읽는 마음. 시를 쓰고 읽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나의 비관을 곱씹는 일.

시 읽다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담장을 감는 5월의 장미를 기쁘게 바라보다

좋은 순간이 가는 것도 모른다.

이 순간은 내 인생의 어디쯤인가.

우리의 후회와 슬픔은 길게 따르고.

 

 

 

 

 

 

 

 

 

 

 

 

 

앗, 신분증!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약국이 곧 문 닫을 시간이고 집에 갔다 오기엔 너무 멀었습니다. 지난주에도 마스크를 사지 못해 이번 주에는 꼭 사야 했습니다. 주말에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남은 마스크는 간당간당했습니다. 면 마스크는 요즘 더워서 쓰기 싫은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신이시여! "제게는 10개의 카드가!" 아니고 카드 지갑에는 도서관 회원증이 있었습니다. 요즘 도서관도 못 가는데 이건 또 기특하게 들고 다녔네;; 그래, 이거야! 관대한 약사님이라면 봐줄지도 몰라 하고 약국에 들어갔습니다. (주섬주섬) 제가 도서 회원증 밖에 없는데 주민번호 불러 드리고 도서 회원증과 제 이름을 대조하시면 안 될까요? 약사님은 강경하게 안 된다고 하시다가 아무래도 도서관 회원증이라 신뢰하신 건지도 모릅니다. 정보 입력 후 이름 대조하고 정신 차리고 다니라며(😅😅😅할 말 없음) 마스크를 하사하셨습니다😭

살 때마다 매번 마스크가 바뀌는데 어떤 마스크가 제일 좋은 건지ㅎ;

나갈 때 악착같이 책은 들고 다니면서 신분증은 안 들고 다니는 이 사람의 오늘의 해프닝.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나. 아, 귀찮은데.

딴 나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

 

「향연」 "아름다움은 징그럽고 징그러움은 아름다워라"

「세바스토폴 거리의 추억」 "우리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은 알지만 그 끝이 무언지 결코 모르지 않던가? (중략) 시를 읽으면, 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개」 "줄의 길이가 개의 시민권이며"

「난초」 "젊음이 젊음을 못 보듯 지옥에서 시 쓰는 자는 없어"

「산책」 "성스런 계시란 늘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 아닌가?"

「모자이크」"성숙을 멈추고 분열하기 시작한 나의 영혼처럼"

「면사포」"냄새와 비명은 빠져나오지만 형상은 갇혀 있구나 (중략) 시간은 길고 아름다운 두 다리를 갖고 있지"

「피아노」"무인도를 찾아 가출할 궁리를 한다 (중략) 단단한 벽에 부딪혀 이빨이 다 부러진 햇빛이 젖은 바닥에 아픈 주둥이를 비벼대고 있는데"

「寄生現實」"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꿈이란 예언인 동시에, 그 예언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절벽에서」"매달린 자가 손을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절벽은 자기도 언젠가 매달려본 절벽"

「악수 혹은 친화력」"할머니처럼 늙은 사물들은 왜 손을 잡고 우는가? (중략) 오른손이 그리웠던 왼손이 내 머리 속에 슬픔을 만들어 넣고는 마침내 나 몰래, 저희들끼리 악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기증」"벌레는 어둠 아니면 빛 , 둘 중의 하나에 갇힌 게 분명하다."

 

ㅡ 김중 『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문학과 지성 시인선 260(2002))

 

 

 

 

 

 

 

 

 

책장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책이 나는 더 좋습니다. 같이 삶을 사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지니까요.

모든 벤치엔 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사람이 머무르는 걸 보겠지요.

이언 해킹 책으로 유일하게 번역된 거 같은데『표상하기와 개입하기 -자연과학철학의 입문적 주제들』(한울아카데미)

'논리 실증주의의 등장 이래로 과학철학에는 두 차례 큰 변혁이 있었다. 하나는 1962년 출간된 토머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가 일으킨 변혁이었고, 다른 하나는 1983년에 나온 해킹 『표상하기와 개입하기』가 수행했다'고 평가받습니다. 토머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를 읽었다면 이 책도 안 읽을 수 없지요.

 

 

 

 

 

 

 

 

 

 이번 달 책 구매는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걸로 이번 달엔 고만 사자하고 마지막으로 산 매기 넬슨 『블루엣 - 파란색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그 240편의 연작 에세이』(사이행성)

도서정가제 6개월이 지나길 기다려 최상 상태의 중고도서로 풀리자마자 바로 구매했습니다😇 본문 글자도 파란색.

시와 산문, 에세이와 역사, 예술과 철학의 범주를 오가 '독자 발밑의 카펫을 잡아 빼는 비트겐슈타인의 글쓰기'라는 평과 함께 자서전의 한계를 문학 비평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들으니 안 읽어볼 수 없죠!

딱 시집 크기와 분량인데 웬만한 시집보다 낫네요💙

미셸 파스투로 『파랑의 역사』와 같이 읽으면 좋을 듯.

blue 💙 블루 💙 파랑을 사랑하는 자들이여, 모여라.

 

 

 

 

알라딘 콜드브루 1병 더! 맥주에도 타 먹어야징😉

※ 향이 강한 에일 맥주류와는 궁합이 안 맞아요.

 

 

 

 

 

 

 

위험한 과학책 이제야 샀는데 예쁜 리커버가 나오다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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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원액)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두 번째 구매인데 우유랑 섞어 먹을 때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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