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질 땜에 바지런
좀 늦은 분갈이였다. 모자란 화분을 사기 위해 퇴근길에 마트를 들렀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50미터쯤 걸었을 때 작고 얇은 봉투였던 바질 씨앗 챙기는 걸 깜빡한 게 떠올라 서둘러 갔는데 없....🙉🙊🙉💦 고객센터 가서 분실물로 씨앗 들어온 거 없는지 물어보는데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고, cctv 확인을 기다리면서 셀프 계산대였으니 못 챙긴 내 책임이지, 휴... 씨앗은 왜 사고 싶어 가지고. 그냥 가자 싶었다. 내 뒤에 온 다른 고객 짐에 딸려간 것만 확인하면 깔끔하게 포기할 텐데 그게 또 확인이 안 된다고 하고. 그런데 씨앗을 계산 없이 다시 주겠다는 통보를!
오늘도 감사한 하루🙏
바질이 싹 틔우고 먹을 만하게 키우려면 40~50일은 키워야 되는데 잘 키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헛똑똑이, 채소 잘 키울 수 있겠나.
바질 때문에 바지런 떨며 돌아다녀 오늘 밤은 숙면을 취하겠다. 꿈속에서는 그렇게 사라지지 마ㅜㅜ
사라진 바질 씨앗들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 너희들, 잘 살아야 돼🌱
김영사에는 가끔 뜬금없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또 내게 있고-,,-)a
『채소 가꾸기』(잘 먹고 잘 사는 법 시리즈 23)
초보자용 채소엔 바질이 없었다-,.-) 췟
꽃 핀 후 10일 만에 딸 수 있는 오이를 키웠어야 했나...
이 책의 저자 서명훈 님은 고려대에서 '상추'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다고... 웃으면 (안 돼) 앎의 세계는 무궁무진.
바질 심은 지 1주일 🌱
싹 난다~ 씐난다. 시시때때로 가서 본다. 싹이 나면서부터는 더.
아이 때보다 더 신기하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 키우는 분들은 더 그렇겠지.
식물에 빠져 식물 책을 더 사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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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잡아먹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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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나의 이성이 밉더라😑
그러므로 끊임없이 괴리와 모순을 논박하는 철학 하기는 정말 피곤한 일이다.
● 2020년 6월 내가 산 책(종이책)
이 달은 종이책과 e book 중 뭘 더 많이 사나 배틀 중이다.
📚 존 맥피 『네 번째 원고』(글항아리)
- 여기저기 보여서 넘 궁금한 책이었다. 사은품으로 준 네 번째 원고 글쓰기 노트는 무지 노트, 1200원,
📚 이소영 『식물의 책』(책 읽는 수요일)
- 스티커를 붙이는 self 커버인데 어떻게 붙여야 잘 붙였다고 소문이... 내가 그릴까도 하다가.
가지고 있는 여러 식물 책의 야생화 그림이랑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야생화 그림 예쁘네요😊 때가 잘 탈 거 같아 살짝 걱정도 되고.
사은품인 식물의 책 봄 에디션 손수건_귤(2,500원)
- 토끼풀 디자인이 내 취향이지만 귤 손수건이 모든 면이 달라 접으면 더 예쁠 거 같아서 이걸로 선택했다. 예상대로 무척 예쁘다😊💯 식물의 책 굿즈는 다 갖고 싶네요. 참 예쁘게 잘 만드신 듯.
📚
슬라보예 지젝 『용기의 정치학』(다산북스)
- 지젝😉
알랭 드 보통 『불안』(은행나무출판사)
- 갑자기 읽고 싶어진 보통. 보통은 보통 그러했다. 생각보다는 평이했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 왕이 되려 한 남자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
- 없는 건 읽기 편한 e book으로 채우는 중.
● 바깥의 책
📚 휴대폰 보며 걷기 vs 책 보며 걷기
우리는 혼자일 때 외로움과 불안만이 아니라 취향을 더 발산한다. 마주 오는 사람 3명 중 1명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 혼자라면 특히 그렇다. 눈치껏 전방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주 오는 사람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가끔 피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앞을 향해 간다. 그때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똑같다. 이토록 비슷하고 은근히 파괴적인 인간이 관계를... 늘 의문이다.
그들은 늘 휴대폰을 보고 있다. 나는 늘 책을 보고 있다.
(음료 제외) 먹으며 걷는 사람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취향이 모이는 자리인 문화는 항상 이상했다.
※ 걸으면서 책을 볼 땐 30미터 앞으로 사람이 얼마나 있나 확인하고 장애물이 없는 직선 보도에서만 봅니다. 횡단보도 대기할 때가 가장 적당.
📖 아미르 D. 악젤 『수학이 사랑한 예술』(2008, 알마) : 품절
『수학 미스터리, 니콜라 부르바키』(2015, 알마)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절판이다. 니콜라 부르바키라는 수학자가 20세기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알마출판사 간판 스타인 올리버 색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책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이다. 우리는 삶을 종종 그리 말하면서도 악착같이 산다. 단지 생존 본능이라고 말하기엔 이 과정엔 많은 秘義, 悲意들이 있다.
📚 유종인 『아껴 먹는 슬픔』(2001, 문학과 지성사)
-"슬픔에 비 맞아 가는 것도 / 다 구경인 세상이듯이"(「아껴 먹는 슬픔」)
공원에서 독서하기 어려운 점은 한산한 시간대를 골라 돗자리 같은 필수품을 챙기지 않으면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고 이곳 특유의 소음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거다. 간간이 등장하는 인물이 트로트 음악, DMB 스포츠 방송을 틀어대기 때문에 예상외로 조용한 독서가 쉽지 않다. 하이톤으로 불분명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괴성, 중년 여성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는 왜 새소리처럼 좋아할 수 없을까. 데시벨은 비슷한 거 같은데 미스터리. 내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긋한 목소리 톤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목소리도 내용은 독설적이더라도 영국 특유의 나긋함이 있다. 미국 예술가의 나긋함 대표는 앤디 워홀ㅎ?
"베이컨은 예비 드로잉이나 스케치 없이 회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우연과 운에 천착했던 그의 기질과 관련이 있다. 베이컨은 우연이 작동하는 중에 더 깊은 개성이 전달된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가장 유익한 우연은 그림을 어떤 식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극도로 절망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절망으로 인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망이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베이컨은 도박을 좋아하지만, 삶이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삶이란 가능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ㅡ 미술평론가 유경희
데이비드 실베스터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2015, 디자인하우스)
📚 책 보며 걷기 - 읽는 건 분위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또 공원을 갔다.
트랙에서 책 읽기는 안정적이지만 앞지르려는 운동가들의 액션과 숨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그들 입장에서는 왜 여기서 책을 읽고 난리야! 싶을 거다. 여기서도 휴대폰 보는 산책자와 조우한다. 결국 주제를 알고 500미터도 못 읽고 이탈했다.
공원에서 가장 조용하고 좋아하는 장소인 연못에서 어제 만난(?) 왜가리를 또 봤다. 어제 귓전을 스쳐가 얼마나 놀랐던지. 왜가리는 여름철 텃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공룡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함이 있다.
너를 해칠 맘이 없다는 걸 전하는 건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 모른 척 하기. 우리는 왜이리 이상하게 살아야 할까.
오늘은 '왜가리는 숲속에서 왜가리 놀이를 한다'는 이수명 시인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같은 상황. 나는 왜가리도 아닌데 숲을 떠나지 못하고.
김성모 화백의 명대사 "왱알앵알"을 읊고도 싶고.
덥군.
난 이 시집의 리뷰를 이렇게 시작한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아도 될 슬픔은 무엇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품는 슬픔은 그러므로 불멸이다. 꽃잎의 붉고 노란 경계가 그들의 세계를 확정하듯이 우리의 작은 입과 눈과 손은 저마다 기쁨의 경계였고 스스로 넘을 수 없는 슬픔의 결계였다.
모기에게 7방 물리고 공원에서 급 후퇴💦
공원에서의 독서는 늘 변수가 많고, 안팎으로 다가갈 것들은 너무나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