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겨울호랑이 > 서재를 잠시 돌아보면서... : [페이퍼]와 [리뷰]
저도 리뷰 쓰며 공감하는 점인데요. 이 문제는 참 어려운 게요. 읽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읽기 수준인가를 설정하기가 매우 애매하다는 겁니다. tv처럼 청소년 관람가 수준으로?(청소년 무시하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이미 나오는 ‘정의‘조차 <정의란 무엇인가>로 본격 풀어보기 시작하면 만만찮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개념과 용어들이 나오는 책들을 소개하자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 설명해야 될까요(그걸 잘 아는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_-!). 모를 수 있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생각해서? 누군가 곡해해서 읽으면 그 가능성을 만든 단지 내 탓? 여긴 그나마 책 읽는 사람 모인 곳이니 ˝악의 평범성˝ 같은 건 그냥 써도 웬만하면 다들 파악하죠. 그 용어도 많이 알려져서 그런 것이지 대부분의 일상 장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음, 악의 평범성... ˝ 말하면 한나 아렌트를 떠올리고 그 용어의 의미를 생각해 맞장구칠 사람들은 별로 없을걸요? 유식한 사람이다 생각되기 보다 시니컬한 사람이다 눈총이나 받을 테니 잘 안 쓰겠지만ㅎ 한나 아렌트를 들먹이며 말하면 님, 좀 잘난 체👍되시겠죠.
어쨌거나 이곳 서재도 생소한 용어들이 나오면 글의 어려움을 호소, 지적하는 일은 대번에 발생합니다. 당연하죠. 평소 안 접하는 걸 대하는데요.
어딜 가나 글을 쉽게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태도에 있어 중요한 것이지 글의 내용까지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학성, 추상성, 형이상학, 철학, 전문적인 이론들을 파고드는 일은 일정 부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 기계 설비를 단추, 바늘 같은 단어들이나 좋다, 깔끔하다 같은 단순한 표현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생각의 세계에서는 그 단순한 표현, 기존의 것도 의심되고 논의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일일이 쉽게 알 수 있게 써 달라고 하는 것도 생각의 게으름 아닌지 고찰해봐야 할 겁니다. 입에 떠 넣어 달라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또 쉽게 전달하려고 비유와 수사를 쓰면 맘에 안 든다, 질이 떨어진다, 문장력이 그게 뭐냐 온갖 품평ㅎ 아, 능력이 딸리는 건 참으로 죄이로다~~~
오늘도 어떤 책 리뷰들 훑어보다가 어렵게 썼다고 투덜대는 거 봤는데요. 난이도 있다는 책엔 늘 달리는 평이죠. 그 평이 온당하려면 그렇게 인상평 툭 던지지만 말고 뭐가 어떻게 어려웠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죠. 자기 앎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날 게 두려우니까. 그리고 제대로 규명하자면 귀찮으니까. 보통 투덜대는 글들이 100자 평인 게 왜겠습니까.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글은 100자 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틀릴까 봐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내 속에서만 반추하는 앎은 밖으로 나오면 곧 문제점이 드러나죠. 그래서 우린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보완 수정해 나가죠. 대화와 논증 등 무수한 난관들이 있긴 하지만 이 전 과정이 담긴 언어가 인류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죠.
그런데요. 친절히 설명하자고 길게 쓰면 또 길다고 난리ㅋㅋ 어렵고 길면....묵념(_ _)...
리뷰 쓰는 사람들 직원 아닙니다. 부족한 점을 조언하는 건 좋지만 부탁인데 서로에게 갑질하는 고객처럼 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얘기는 아무리 논의해도 끝이 안 보이는 논의이긴 합니다^^;